세 가지 결심
저는 약간 결심 중독이에요. '왜 이렇게 결심을 많이 해?' 이런 말을 들을 정도로 결심을 자주 합니다. 결심을 자주 하는 이유는 잘 못하니까. 한 번 결심을 하면 딴일 안 하고 결심을 지키면 되는데 그게 잘 안 되는 사람이어서 결심을 자주 해요. 이번에 이토록 평범한 미래 쓰면서 생각한 건데, 결심이란 게...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왔던 방식대로 살면 결심 같은 거 안 해도 되잖아요. 그냥 살던 대로 살면 되니까. 그것은 큰 변화가 없는 삶이라고 생각해요. 대부분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 분은 뭔가를 결심할 필요가 없는 거죠. 그런데 만족하지 않아, 달라지고 싶어라고 생각하면 지금까지의 내가 아닌 앞으로의 내가 어떻게 될 것인지 먼저 생각을 하고, '그래,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어.'라고 결심하는 거죠. 미래를 생각하고. 그렇게 결심을 하는 순간, 어떤 미래를 머리에 떠올리잖아요. 그럼 현재에 어떤 행동을 하는 사람이 됩니다. 안 하던 사람에서 지금부터 행동을 하는 사람이 되기 때문에 결심은 자주 하는 게 좋아요. 처음에 결심을 하면 서툴러서 잘 못하기도 하고 어색해요. 하지만 두 번, 세 번, 나중에는 열 번씩 하면 잘하게 됩니다. 그래서 결심을 하면 생기는 아주 좋은 효과는 결심을 하면 할 수록 나아진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일 좋은 게 제일 나중에 오는 세계가 되는 거죠. 지금까지 살았던 대로 살면 제일 나쁜 게 제일 나중에 올 가능성이 높구요.
2023년에는 세 가지 결심을 했어요.
하나는 '기분이 좋아질 결심'
기분이 좋아져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이것도 매일 해야 해요. 매일 기분이 안 좋아요. 아침에 일어나면 기분이 안 좋아요. 사람들 만나면 되는 일도 잘 없고. 사람이 지옥이잖아요. 자연 속에 가면 너무 해피하고 천국인데. 그래서 사람 사이에 있으면 기분이 나빠질 확률이 굉장히 높습니다. 그래서 또 결심을 해야 해요. 기분이 좋아질 결심을.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 했더니 제가 나무를 보면 기분이 좋아지더라구요. 나무는 주의에 계속 있으니까 약간 기분이 나빠질 거 같으면 나무를 봅니다.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불어서 볼 게 많아요. 그런데 바람이 불지 않을 때는 나무가 가만히 있어서 볼 게 없어요. 그런데 계속 보고 있으면 갑자기 흔들려요. 어딘가가. '앗, 흔들렸다.' 그 다음 기분이 좋아집니다. (기분이 안 좋았던 때) 생각에서 빠져나왔기 때문에 기분이 좋아져요. 그래서 기분이 좋아질 결심을 하고, 기분이 좋아져야겠다고 할 때는 바로 나무를 봅니다.
두 번째는 '다정할 결심'입니다. 이것도 매일 결심을 해야 해요. 쉽지 않아요. 정말 쉽지 않아요. 다정할 결심은. 다정할 결심을 하려면 사람이 하나 필요해요. 혼자서는 다정할 수 없잖아요. 쉽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에게 다정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어요. 그 사람이 하는 말을 가만히 듣다가 그대로 따라하면 돼요. 같이 웃고. 상대방이 "그래서 내가 어제 어디 갔는데~"하면 "그래 갔는데~"하면서 따라 말하면 돼요. 그럼 다정한 사람이 되는 거예요. 맞장구만 쳐주고 내 의견은 말할 필요가 없어요. 귀를 기울여서 자세히 듣고 있다가 그 이야기만 잘 따라가면 다정한 사람이 되더라구요. 그래서 두 번째는 다정할 결심을 했구요.
세 번째는 '길을 잃을 결심'이에요. 제가 좀 멍청해서 길을 잘 잃어요. 옛날에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어요. 예전에 꿈이 택시 운전이었거든요. 그래서 서울의 가장 빠른 길을 많이 공부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서울에 길이 많이 생기고 복잡해지고, 거기다가 내비게이션이 생기고 나서부터는 길치에 가까운 사람이 됐어요. 저는 대중교통 수단을 잘 이용해요. 버스를 많이 타고 다니는데 너무나 멍청하게도 다른 버스를 타는 거죠. 그냥 가요...가는데... 가면 가끔 기대가 돼요. 한 번도 안 가 본 동네를 가게 되면서 '거기 가면 뭔가 있을 거 같다'라는 생각해요. '내가 이 낯선 동네에 가려고 버스를 놓쳤구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내가 버스를 놓친 것이 아니라 일부러 다른 버스를 탄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죽 갑니다. 예전에는 갔다가 목적 장소로 빨리 돌아오려고 했는데 이제는 원하는 만큼 가다가 눈에 띄는 곳을 봐요. 가게라던지. 그럼 거기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물건을 사거나 해요. 그렇게 해서 얻게 되는 것이 굉장히 많더라구요. 내가 버스를 잘못 타지 않았으면 발견할 수 없는 것들이, 그런 식으로 발견되기 때문에 굳이 계획을 세울 필요 없다 싶습니다. 어떤 일이 틀어지면 오히려 뭔가 좋은 일이 생기는 거다 여겨요. 그래서 일이 틀어지는 걸 두려워하지 말고 계속 실수를 저지르고 살자라고 생각했어요. 오늘도 이 책방 오는데 밑에 자연드림이라는 가게가 있더라구요. 뭐하는 곳인가 궁금해서 갔더니 좋은 음식들 팔더라구요. 그래서 라면 하나 샀어요. 이런 라면 있는지도 몰랐는데. 이걸 먹어보라는 뜻인가보다 해서 하나 샀습니다.
이것들이 최근에 이토록 평범한 미래를 쓰면서 바뀌게 된 저의 변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