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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서울국제도서전 프로그램 예약
⏰5월 8일 오전 11시 예약 오픈!⏰
https://sibf.or.kr/page/33?yo=1#lnb_ul_id

 

프로그램 일정 및 예약 | 2023 서울국제도서전

출판사, 저자, 독자가 한자리에서 만나는 우리나라의 가장 큰 책 축제

sib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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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IVERARY 김연수의 도서관 산책
https://theliverary.kr/article?id=291

 

[연재 에세이] 김연수의 도서관 산책 - 몰랐기 때문에 받는 선물

도서관에는 내가 읽지 않은 책이 있어서 좋다. 그것도 많이. 어떤 현안에 대해 아는 척하려다가도 그 책들을 떠올리면 절로 입이 다물어진다. 더 솔직히 말하면, 그건 핑계일 수 있다. 점점 지금

theliver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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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작가 랜선 팬사인회 - 교보문고 2023.01.10. 화. PM 7:00~
https://event.kyobobook.co.kr/detail/205502

 

김연수 작가 랜선 팬사인회 | 이벤트 – 교보문고

교보문고 이벤트 <김연수 작가 랜선 팬사인회(2023.01.04 ~ 소진시까지)> 고객님의 이름이 적힌 김연수 작가 친필 사인본을 구매하세요.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event.kyobobook.co.kr

 

세 가지 결심

 

저는 약간 결심 중독이에요. '왜 이렇게 결심을 많이 해?' 이런 말을 들을 정도로 결심을 자주 합니다. 결심을 자주 하는 이유는 잘 못하니까. 한 번 결심을 하면 딴일 안 하고 결심을 지키면 되는데 그게 잘 안 되는 사람이어서 결심을 자주 해요. 이번에 이토록 평범한 미래 쓰면서 생각한 건데, 결심이란 게...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왔던 방식대로 살면 결심 같은 거 안 해도 되잖아요. 그냥 살던 대로 살면 되니까. 그것은 큰 변화가 없는 삶이라고 생각해요. 대부분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 분은 뭔가를 결심할 필요가 없는 거죠. 그런데 만족하지 않아, 달라지고 싶어라고 생각하면 지금까지의 내가 아닌 앞으로의 내가 어떻게 될 것인지 먼저 생각을 하고, '그래,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어.'라고 결심하는 거죠. 미래를 생각하고. 그렇게 결심을 하는 순간, 어떤 미래를 머리에 떠올리잖아요. 그럼 현재에 어떤 행동을 하는 사람이 됩니다. 안 하던 사람에서 지금부터 행동을 하는 사람이 되기 때문에 결심은 자주 하는 게 좋아요. 처음에 결심을 하면 서툴러서 잘 못하기도 하고 어색해요. 하지만 두 번, 세 번, 나중에는 열 번씩 하면 잘하게 됩니다. 그래서 결심을 하면 생기는 아주 좋은 효과는 결심을 하면 할 수록 나아진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일 좋은 게 제일 나중에 오는 세계가 되는 거죠. 지금까지 살았던 대로 살면 제일 나쁜 게 제일 나중에 올 가능성이 높구요.

 

2023년에는 세 가지 결심을 했어요.

하나는 '기분이 좋아질 결심'

기분이 좋아져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이것도 매일 해야 해요. 매일 기분이 안 좋아요. 아침에 일어나면 기분이 안 좋아요. 사람들 만나면 되는 일도 잘 없고. 사람이 지옥이잖아요. 자연 속에 가면 너무 해피하고 천국인데. 그래서 사람 사이에 있으면 기분이 나빠질 확률이 굉장히 높습니다. 그래서 또 결심을 해야 해요. 기분이 좋아질 결심을.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 했더니 제가 나무를 보면 기분이 좋아지더라구요. 나무는 주의에 계속 있으니까 약간 기분이 나빠질 거 같으면 나무를 봅니다.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불어서 볼 게 많아요. 그런데 바람이 불지 않을 때는 나무가 가만히 있어서 볼 게 없어요. 그런데 계속 보고 있으면 갑자기 흔들려요. 어딘가가. '앗, 흔들렸다.' 그 다음 기분이 좋아집니다. (기분이 안 좋았던 때) 생각에서 빠져나왔기 때문에 기분이 좋아져요. 그래서 기분이 좋아질 결심을 하고, 기분이 좋아져야겠다고 할 때는 바로 나무를 봅니다.

 

두 번째는 '다정할 결심'입니다. 이것도 매일 결심을 해야 해요. 쉽지 않아요. 정말 쉽지 않아요. 다정할 결심은. 다정할 결심을 하려면 사람이 하나 필요해요. 혼자서는 다정할 수 없잖아요. 쉽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에게 다정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어요. 그 사람이 하는 말을 가만히 듣다가 그대로 따라하면 돼요. 같이 웃고. 상대방이 "그래서 내가 어제 어디 갔는데~"하면 "그래 갔는데~"하면서 따라 말하면 돼요. 그럼 다정한 사람이 되는 거예요. 맞장구만 쳐주고 내 의견은 말할 필요가 없어요. 귀를 기울여서 자세히 듣고 있다가 그 이야기만 잘 따라가면 다정한 사람이 되더라구요. 그래서 두 번째는 다정할 결심을 했구요.

 

세 번째는 '길을 잃을 결심'이에요. 제가 좀 멍청해서 길을 잘 잃어요. 옛날에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어요. 예전에 꿈이 택시 운전이었거든요. 그래서 서울의 가장 빠른 길을 많이 공부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서울에 길이 많이 생기고 복잡해지고, 거기다가 내비게이션이 생기고 나서부터는 길치에 가까운 사람이 됐어요. 저는 대중교통 수단을 잘 이용해요. 버스를 많이 타고 다니는데 너무나 멍청하게도 다른 버스를 타는 거죠. 그냥 가요...가는데... 가면 가끔 기대가 돼요. 한 번도 안 가 본 동네를 가게 되면서 '거기 가면 뭔가 있을 거 같다'라는 생각해요. '내가 이 낯선 동네에 가려고 버스를 놓쳤구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내가 버스를 놓친 것이 아니라 일부러 다른 버스를 탄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죽 갑니다. 예전에는 갔다가 목적 장소로 빨리 돌아오려고 했는데 이제는 원하는 만큼 가다가 눈에 띄는 곳을 봐요. 가게라던지. 그럼 거기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물건을 사거나 해요. 그렇게 해서 얻게 되는 것이 굉장히 많더라구요. 내가 버스를 잘못 타지 않았으면 발견할 수 없는 것들이, 그런 식으로 발견되기 때문에 굳이 계획을 세울 필요 없다 싶습니다. 어떤 일이 틀어지면 오히려 뭔가 좋은 일이 생기는 거다 여겨요. 그래서 일이 틀어지는 걸 두려워하지 말고 계속 실수를 저지르고 살자라고 생각했어요. 오늘도 이 책방 오는데 밑에 자연드림이라는 가게가 있더라구요. 뭐하는 곳인가 궁금해서 갔더니 좋은 음식들 팔더라구요. 그래서 라면 하나 샀어요. 이런 라면 있는지도 몰랐는데. 이걸 먹어보라는 뜻인가보다 해서 하나 샀습니다.

 

이것들이 최근에 이토록 평범한 미래를 쓰면서 바뀌게 된 저의 변화입니다.

 

 

백조 10호 2022 여름 수록작 김연수 작가의 <이토록 평범한 미래>가 무진 좋아 어찌할 바를 모르겠는 관리자가 주최합니다.

작가님 본인은 없지만, 그래도 짱짱 즐거운^_ㅠ(울지 마!) 랜선 윤독 모임입니다!

 

일시: 2022년 7월 1일 금요일 저녁 8시

장소: 온라인 ZOOM 회의실에서

 

마이크로 소리 내어 읽을 윤독 참여자 신청을 받습니다. 

*준비 사항 필독 부분 꼭 자세히 읽어주세요!
**윤독 참여자는 비디오와 마이크를 모두 켭니다. 

6월 25일 토요일 자정(12시) 신청 마감

https://forms.gle/8XoZ9nVAZNPUj7TT7

윤독 중에는 마이크를 잠시 끄고 비디오로만 참여하실 시청자를 신청 받습니다. 

*준비 사항 필독 부분 꼭 자세히 읽어주세요!
**뒤풀이 자유롭게 마이크 켜고 참여 가능!

6월 29일 수요일 자정(12시) 신청 마감

https://forms.gle/L7D2pjkEsH1wa7xcA

준비 사항 

 

계간 백조 10호 2022년 여름 지참 

ZOOM 비디오, 마이크 작동 미리 확인해두기!
가급적이면 이어폰을 착용하시길 권장합니다. (입출력 간섭으로 발생하는 하울링 예방!)

 

모임 진행 순서

 

  1. 간단하게 자기 소개와 모임 설명
  2. 윤독 참여자가 준비한 자유 글 각자 1편씩 윤독 (김연수 작가님 글, 1,000자 내외)
  3. <이토록 평범한 미래> (참여자 전원 계간 백조 10호 지참!) 배정 분량 윤독
  4. 모임 정규 시간은 1시간 30분 예상하며 정규 시간 이후에는 뒤풀이 시간이 이어집니다. (자유 참여)

 

당부 말씀

 

참여자 전원 비디오를 켜주셔야 합니다!

원래는 대면 모임을 하고 싶었는데 시기상조인 듯하여 온라인으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모니터 너머로나마 여러분의 표정을 보며 모임을 하고 싶어요.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의 표정을 보고 싶은 마음이랄까요...

너무 부담갖지 마시고 참여 부탁드립니다.
혹시 시청자로만 참여할 건데 정말 곤란하다 싶으면 이 시대의 필수품 마스크를 쓰셔도 됩니다.

그래도 마음의 창(눈) 정도는 보여주세요~^_ㅠ

 

*윤독 모임은 녹화해서 유튜브 미공개 링크로 올리고 모임 참여자와 김연수 작가님께 보내드릴 예정입니다. 

**윤독 모임 녹화 영상은 참여자와 작가님 외에 절대 외부 유출하지 않습니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일본어판 작가 후기
일본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제주도 남단에 있는 작은 섬, 가파도에 있습니다. 9월부터 시작해 3개월에 걸친 일정으로, 섬 한쪽 끝에 있는 창작 레지던스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가파도는 산도 언덕도 없는 평탄한 지형이라, 여기는 강한 바닷바람을 피할 곳이 없습니다. 그래서 벼농사 같은 건 엄두도 못 냅니다. 여러 차례 경작을 시도한 끝에 주민들은 청보리만큼은 바람에도 지지 않고 잘 견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봄에는 이 청보리가 바람에 날려 파도친답니다. 이 섬에 오기 전에는 그저 관광지의 아름다운 풍경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저를 감탄하게 합니다. 대단하구나. 바람에도 지지 않는 생명이란.
이야기가 갑자기 옆길로 새서 죄송하지만, 저는 이 소설의 주인공 카밀라가 청보리 같은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소설을 쓰기 시작할 때마다 제 마음은 두근두근합니다. 이번에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저도 처음에는 제가 쓰는 소설 주인공이 어떤 인물인지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를 알게 되고 사랑에 빠지게 될 때처럼 저는 제가 쓴 주인공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면서 때로는 놀라기도 합니다. 이 소설을 쓰면서 제가 가장 놀랐을 때는 카밀라가 "누구도 자기 인생의 관광객이 될 수는 없잖아요?"라고 말했을 때였습니다. 틀림없이 카밀라는 저보다 몇 배는 더 강한 사람입니다.
카밀라는 특별히 용감해서 그런 말을 한 게 아닙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카밀라 역시 지금, 이 순간이 자신에게 주어진 전부였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의 인생입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존재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사랑하는 존재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누구나 용감해지는 법입니다. 즉, 카밀라는 용감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여러분에게도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이 순간 우리 앞에 놓인 이 인생을 사랑하자고. 이 삶은 무엇도 미워할 구석이 없는 삶. 아름다운 삶입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본다면 돈이 없거나 병을 앓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자신의 시선으로 본다면 명백히 이 삶은 아름다운 삶입니다.
가파도에 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태풍이 닥쳤습니다. 태풍은 섬에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휩쓸어가기 때문에 주민들은 가파도를 떠나 제주도로 가, 태풍이 지나가길 기다립니다. 저도 그렇게 했습니다. 제주도에 있는 호텔에서 묵는 동안 비가 내리고 강풍이 불었습니다. 우산이 망가지고 아무 데도 갈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기다렸더니 태풍이 지나가고 해가 났습니다. 태풍이 언제 왔는가 싶을 정도로 파랗고 맑은 하늘을 보고는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주민들과 함께 여객선을 타고 섬에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삶이 시작되었습니다. 관광객이 아닌 주인공으로 사는 한, 이 인생은 재개관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 소설을 일본에 소개하는 데 힘써주신 마쓰오카 유타 씨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바다를 건널 수 있도록 제 소설에 날개를 달아주신 분입니다. 감사합니다.
2020년 9월 김연수

김연수봇 소개와 참여 링크 (~2020) - https://mm0-0mm.tistory.com/m/16
김연수봇(BOT) 소개와 참여 링크 (2021) - https://mm0-0mm.tistory.com/m/17

김연수 작가 봇(BOT) 작가 본인X 팬 계정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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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26일 이랑 서점 

김연수 작가님의 세 가지 결심

https://mm0-0mm.tistory.com/22

 

2022년 11월 26일 토요일 탄현 이랑 서점 <세 가지 결심>

세 가지 결심 저는 약간 결심 중독이에요. '왜 이렇게 결심을 많이 해?' 이런 말을 들을 정도로 결심을 자주 합니다. 결심을 자주 하는 이유는 잘 못하니까. 한 번 결심을 하면 딴일 안 하고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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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문고 낭독회 신청
▶북토크 일시
2022년 12월 3일 토요일 낮 2시

▶ 북토크 장소
진주문고 본점 2층 문화관 여서재(평거동)

▶ 참가 신청
참가비 1만원(청소년 무료, 선착순 50명)
https://jinjumoongo.com/pbbs/shop/item.php?it_id=1667788409

 

진주문고

진주시 복합문화공간, 책과 사람이 만나는 곳, 지역 시민과 함께 꿈꾸며 희망을 노래하는 공간

jinjumoong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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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웃는 사람일 수는 없어서 (물결, 2022 가을호)
모티프 영상

우리가. 있는 곳에. 나무가.
이성민, 2021
https://assemblage.house/video/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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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만에 새 소설집 《이토록 평범한 미래》
기본: 양장본(초판 한정), 작가 친필 인쇄 엽서 삽지

알라딘(컵라이트, 어텐션북): http://aladin.kr/p/5Q0mi

 

이토록 평범한 미래

작가 김연수가 <사월의 미, 칠월의 솔> 이후 9년 만에 펴내는 여섯번째 소설집이다. <이토록 평범한 미래>는 작가가 최근 2~3년간 집중적으로 단편 작업에 매진한 끝에 선보이는 소설집으로, ‘시

www.aladin.co.kr


예스24(패브릭 포스터, 어텐션북): http://m.yes24.com/Goods/Detail/113737429

 

이토록 평범한 미래 - YES24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하는 시점에 이르러가장 좋은 미래, 그러니까 이토록 평범한 미래를 상상할 수 있다면김연수 9년 만의 신작 소설집종말 이후의 사랑에 대한 여덟 편의 이야기작가 김연수

m.yes24.com


교보문고(해당 도서 포함 소설 2만원 이상 구매 시 플래너, 어텐션북): http://kyobo.link/2ho2

 

이토록 평범한 미래 - 교보문고

김연수 소설 | 김연수 9년 만의 신작 소설집 종말 이후의 사랑에 대한 여덟 편의 이야기 작가 김연수가 짧지 않은 침묵을 깨고 신작 소설집 『이토록 평범한 미래』를 출간한다. 『사월의 미, 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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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독 참여자 신청서 링크 (2022년 6월 25일 토요일 자정 마감)

*준비 사항 필독 부분 꼭 자세히 읽어주세요!


시청자 신청서 링크 (2022년 6월 29일 수요일 자정 마감)

*준비 사항 필독 부분 꼭 자세히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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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도서전 기획도서 리미티드 에디션 2022년 '반걸음-One Small Step' 도서전 놓치신 분은 알라딘에서 다시 한 번 노려보시면 어떨까요! 이벤트 도서 2권 이상 구입 시, 리미티드 에디션 [One Small Step] 또는 어린왕 색연필 세트 (택1)
https://www.aladin.co.kr/events/wevent.aspx?EventId=234667
수록작: 김연수 - 풍화에 대하여
"만들어진 모든 것들은 풍화되어야만 영혼이 드러나게 돼 있어. 폐허마다 영혼이 드러나. 모든 것이 떨어져나갔기 때문에 저절로 드러나는 영혼이지. 이 폐허는 끝이 아니야. 이건 이 집의 가장 어린 영혼, 새로운 시작이야. 알겠니?"
문학동네 111호 (2022 여름)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96185559
수록작: 김연수 - 진주의 결말
"너는 어떤 생각이든 할 수 있어. 하지만 이건 네가 아니야. 너는 이 생각들에 줄을 긋는 사람이야. 네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떠오르든 겁먹지 말고 가만히 지켜봐. 그다음에 너는 그 생각에 줄을 그어 지울 수 있어. 지금은 공책에 써서 지우지만, 나중에는 머릿속에서부터 지울 수 있어. 어떤 생각을 지우고 어떤 생각을 남길지는 네가 선택하는 거야. 그리고 그게 너의 미래가 될 거야. 마음껏 생각하고 그중에서 가장 좋은 생각을 선택하면 되는 거야."
백조 2022. 여름
한국 근대 낭만주의 문학 운동의 거점이었던 문예동인지 『백조』(1922)의 창간 100주년 기념 특집호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96583026
수록작: 김연수 - 이토록 평범한 미래
"자신이 겪은 일이라 과거는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데, 미래는 가능성으로 존재할 뿐이라 조금도 상상할 수 없다는 것. 그런 생각에 인간의 비극이 깃들지요.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과거가 아니라 오히려 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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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 波が海のさだめなら 일본어판 작가 후기
https://mm0-0mm.tistory.com/20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일본어판 작가 후기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일본어판 작가 후기 일본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제주도 남단에 있는 작은 섬, 가파도에 있습니다. 9월부터 시작해 3개월에 걸친 일정으로, 섬 한쪽 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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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떠오르자 알게 됐다.. 예술은 닿지 않아도 손을 뻗는 일임을"
https://news.v.daum.net/v/20220112030545751

 

"해가 떠오르자 알게 됐다.. 예술은 닿지 않아도 손을 뻗는 일임을"

혼자만의 미술관을 상상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한밤중 아무도 없는 미술관에서 오롯이 작품과 공간 속을 거니는 마법 같은 순간. 한국을 대표하는 문인들이 화제의 전시장에서 홀로 보낸 하룻

news.v.daum.net

 

K-BOOK 페스티벌 <소설가의 일 대담 - 호시노 도모유키 X 김연수> 사회 : 김후나 번역가 그리고 스페셜 게스트
*사회 보신 김훈아 번역가님과 호시노 도모유키 작가 부분은 한국어 통역사 분의 말을 빌려 썼습니다.

  • 인사


김연수 : 독자분들이 지금 안 보이지만, 여러분의 얼굴을 상상하고 있습니다. 제가 여러분께 드리는 마음 같은 것들이 멀리서나마 전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작가는 글을 쓰는 것도 좋지만 그 글을 읽어주시는 것도 얼마나 큰 기쁨인지 모릅니다. 외국에 계신 분들이 제 글을 읽어주신다고 생각하면 가슴, 심장이 뛰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코로나 때문에 직접 뵙는 게 어렵지만, 마치 처음 인사하는 거처럼 가슴이 뛰고 기대도 많이 됩니다.

  • 일본 방문과 일본 작가 교류에 대한 기억


김연수 : 일본 5개 도시를 순회했는데 마치 록밴드가 되어 전국투어를 다니는 기분이었어요. 지역마다 와주시는 분들의 분위기가 달랐고 그게 좋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제 책이 번역이 돼있지 않아서 사전에 단편 두 편을 번역해서 나눠드렸는데... 조금 더 일본 독자들과 만나고 싶었는데 언제 될까 생각했어요.
그 뒤에 서울에서 여러 행사... 예를 들어 히라노 게이치로씨가 찾아오거나 대산 재단에서 문학포럼에 찾아오신 작가분들을 만났는데 조금씩 친근하다 생각했어요. 그러다 2010년에 기타규슈에서 (호시노 도모유키 작가를) 뵈었습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근엄하고 심각한 이야기를 했는데 그때 끝나고 밤 늦게까지 시장 골목에서 술을 마셨어요. 그 자리가 인상적이었어요. 아, 우리가 교류하고 있구나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따뜻한 불빛을 보는, 따뜻한 어떤 시절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김훈아 : 요즘 청년층 사이에서 한국 문화, 문학 붐이 일어나고 있는데요
일본에서 한국 문학이 많이 번역되고
한국에서 일본서도 많이 번역되고...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해외 독자들은 여러분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호시노 도모유키 (이하 호시노) : 지금 한국 문학에 관심을 가지신 분들은 번역서를 읽는 게 자연스럽게 여겨지시겠지만 2010년 시절에는 번역서가 별로 없었거든요. 10년 전만 해도 그랬습니다.
한일간에 교류를 원하신 많은 분들이 의지를 굽히지 않고 차곡차곡 이어온 이 시간이 이제야 꽃피운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뭔가 한 번에 터졌다고 보실 수 있겠지만 그런 게 아니라 우리가 차곡차곡 쌓아온 시간들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겁니다. 이런 붐을 갑자기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그렇지 않게 우리가 노력해야 합니다. 김연수 : 저는 대학 시절부터 일본 시나 소설을 많이 접했는데 제 시각이 많이 풍요로워졌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나라에 사는 분들의 생활상이나 생각을 간접 체험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힐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일본에 2005년, 2010년에도 가봤지만 이웃나라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소설이 많이 번역되지 않은 것을 보고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게 그냥 그렇지 뭐 하고 이해를 해야 한다는 과정 없이...
우리가 좀 더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가질 수 계기가 많았으면 좋겠는데...
외국에는 그런 게 없어보여 안타까웠어요. 그 뒤에 많은 교류가, 물밑에서 교류가 있었다고 보고 그 교류의 결과로 오늘 이런 자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훈아 : 이렇게 서로의 작품을 읽기 위해서는 우선 번역이 필요하겠구요. 두 분도 번역을 하셨잖아요. 김연수 작가는 레이먼드 커버의 작품을 번역하셨고 호시노 작가는 스페인 작가 작품을 번역하셨는데 작품 쓰시면서 번역을 하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독자 질문에도 있어요. 번역이 작품 쓰는 데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나요?

김연수 : 번역은 원어가 있고 번역어가 있는데... 번역된 언어는 한국어라기보다는 원어와 한국어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언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언어는 전혀 새로운 언어라는 느낌이 강하구요. 새롭게 원어와 한국어 사이에서 부딪히면서 새로운 언어가 만들어지는구나 생각해요. 거기서 한국어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됩니다. 언어라는 건 계속해서 다른 표현들을 받아들이면서 확장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표현이, 세계가 풍부해지는 것이죠. 그래서 언어를 번역해보는 게 한국어를 읽고 쓰는 것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김훈아 : 번역하는 입장에서 보면 도착 언어에 얼마나 가까운지 보고 그게 좋은 번역이다, 라고 평가 받기 마련인데 지금 김연수 선생님 말씀을 들으면 출발 언어와 도착 언어 사이에 어떤 새로운 언어가 있다는 게 뭔가 격려 받는 느낌입니다. 호시노 작가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호시노 : 저는 소설가가 되기 전에 번역을 했는데요. 그때 생각한 건, 소설가 전에 번역가가 되보자...
소설을 쓸 때는 대부분 부자연스러운, 표현할 수 없는 걸 표현해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뭔가 어디에 있을지도 모르는 단어가 아니라,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단어를 적어나가는 작업이기 때문에...
번역이란 내가 그 책의 원작가가 된 것처럼 하는 게 번역이라고 생각했어요. 제 생각, 제 인격 같은 건 다 잊어버리고 문장에서 느껴지는 그 작품 자체를 오롯이 느끼려고 하는. 그렇게 일본어로 그걸 옮기는 게 번역이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번역은 자기 표현이 아니다 라고 생각했죠. 그리고 소설도 자기 표현이 아닐지도 모른다 생각했죠. 그걸 이해하기 위한 게 번역 작업이었고...
제 모국어로 소설을 쓸 때 소설을 쓰는 일이란 번역가의 일일지도 모르겠다 생각했어요...
원어와 도착어 사이 새로운 언어라는 말이 와닿네요. 소설가가 되고 싶으신 분들 번역가를 먼저 해보세요.



김훈아 : 두 분 모두 번역서들이 많아요. 두 분의 작품이 번역될 때 어떻게 번역되었으면 한다는 희망사항 같은 게 있나요. 번역가에게 질문이 왔을 때 어떻게 대응해주시나요.

호시노 : 저는 그렇게까지는 없는데요. <인간은행>이라는 작품은 일본에서 굉장히 잘 알고 지내는 김석희 번역가가 번역을 해주셨는데 제 스타일을 잘 알고 번역을 해주세요. 제가 전면적으로 신뢰를 하고 맡겼기 때문에 그 분께서 번역을 해주시는 건 새로운 언어가 거기서 탄생한다고 하더라도 제 작품의 연장선상에서 태어나는 거라 생각합니다. 전혀 문제가 없고 오히려 기대가 됩니다. 그래서 신뢰하며 맡기고 있죠. 하지만 다른 언어 같은 경우는 판매 부수를 위해서 설정이나 표현을 바꾸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그럴 때는 그런 거 안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김훈아 : 김연수 작가님은요? 아까 김연수 작가님의 책을 번역한 다섯 명의 좌담회가 있었어요. 귀가 간지럽지 않으셨나요? (웃음) 김연수 : 호시노씨와 저의 공통점은 번역가들과 잘 아는 사이라는 겁니다. 저는 번역이 얼마나 힘든 일이고 경제적인 보상이 없는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번역을 하는 사람의 열정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사랑의 힘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누군가의 작품을 사랑하는 사람은 돈이 되든 안 되든 다른 사람에게 작품을 소개하고픈 마음으로 번역을 하기 때문에 저 역시 번역가에게 바라는 게 없습니다.
그런데 또 사랑하는 사람들이 흔히 그렇듯 굉장히 꼼꼼하게 읽기 때문에 저한테 가끔 아주 많은 질문을 보내실 때가 있어요. 저조차 많이 몰랐던 부분을 지적하기 때문에 제 작품을 아, 이런식으로 읽을 수 있구나 생각하는 계기가 됩니다. 김훈아 : 지금 일본에서 번역된 <밤을 노래한다>라는 작품은...
한국 독자들도 잘 모르는 역사를 다루는 내용이거든요. 이 작품을 처음 읽는 독자들에게는 벽이 느껴질 수도 있겠는데요. 저희가 외국의 역사나 사회에 대해 잘 모를 때, 그런 내용이 나오는 번역서를 읽을 때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요.

김연수 : (<밤은 노래한다>에 나오는 이야기는) 저 자신도 잘 접해보지 못한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 이야기를 쓰고자 하는 마음이 더 컸기 때문에 모른다면 조금씩 더 알아보자 하면서 썼습니다. 왜 쓰고 싶었느냐면... 제가 매력을 느낀 부분은 어떤 사람이 자신의 인생 전체를 바꿀만한 질문을 받았을 때 그 질문에 어떻게 응답하고, 그 응답이 어떻게 삶으로 이어지는지 궁금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처음에는 1930년대 만주라는 특수한 지역에서 시작되지만 결국에는 그런 질문이랄까... 그런 인생의 문제랄까... 이것 하나만 남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질문은 지금의 저에게도 유효하고, 중요한 문제이고 다른 나라에 있는 독자분들에게도 유효하다, 그래서 얼마든지 읽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김훈아: 이 질문을 굉장히 많이 해주셨는데요. 질문에 좋은 답변이 되지 않았나 합니다. 전혀 모르는 시대와 장소에 들어갈 수 있는 것도...
그 질문에 답변해주는 작품이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합니다.
호시노 작가의 김연수 작가 작품 감상에 대해... 호시노 : 저는 <밤은 노래한다> 이 작품 굉장히 좋아합니다. 무인도에 가져가야 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2010년에 우리가 만났을 때, 뒤풀이 때... 한국 작가는 한국 작가들끼리 뒤풀이 하러 갔는데요. 나중에 일본 작가들 모임에 한국 작가 몇을 부르자 해서 기다렸는데 안 오시려나 하다가... 심야 1시에 와주셨어요. 그때 분위기 달아오르고 참 좋았어요. 거의 마주보는 자리에 앉았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2005년에 일본 나고야 (김연수 작가 아버지의 고향) 갔을 때 이야기 해주셨잖아요. 그때 그 이야기가 인상에 남아있어요. 자세한 내용은 잊어버렸지만 김연수 작가가 어떤 작가인지 하는 인상은 완전히 각인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김연수 작가님의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은 정말 김연수 작가의 책이구나... 세계의 끝 여자친구도 그렇구요.
김연수 작가의 세계관을 알 수 있는 작품들. 사람을 '이러이러한 사람이다, 이런 타입이다, 남자는 이렇고 여자는 이렇다' 하는 등 카테고리화 같은 건 배제하고 계시잖아요. 그런 획일화에서 벗어나려 하시고 (카테고리화되지 않은) 삶도 있다는 걸 계속해서 모색하려는 모습을 봤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외부로부터 어떤 규정 받는 흐름을 피할 순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흐름 속에 존재한다는 걸 문학으로 보여준 것이 저에게는 가장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그게 가장 잘 드러난 것이 <밤은 노래한다>는 책이었고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금을 살고 있는 인간으로서 매우 공감하면서 읽었습니다. 김훈아 : 김연수 작가는 호시노 작가의 작품을 읽고 어떠셨나요.

김연수 : 아주 예전에 호시노 선생님이 젊었을 때 쓰신 <깨어나라고 인어는 노래한다>를 읽었을 때 매우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작품에서 보여주신 실험적인 문장 형태들... 외국적인 것과 일본적인 것이 뒤섞이고 화자가 뒤섞이면서 만들어낸 언어의 충격이 저에게는 인상적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이거 참 대단한 에너지다, 불에 데인 것처럼 깜짝 놀란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직접 뵙기 전에 호시노 선생님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일본에 가면 호시노 도모유키라는 젊은 소설가가 있다, 너도 만나면 좋을 것이다 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만나뵙고 나서 역시 젊은 작가라는 걸 확인했구요 그때 저도 젊은 작가였구요... 시간이 지나 우리가 이제 젊은 작가라 불릴 수 없는 나이가 된 거 같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최근 <인간은행>이라는 작품을 읽고 또 놀랐습니다. 그 소설에 있는 상상력이 젊고 신선했기에 아직도 그런 걸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을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호시노 : 김연수 작가도 그렇겠지만 어떻게 그런 아이디어가 떠오르셨냐고 물어도... 답하기 힘들지 않나요. 제가 소설을 쓸 때는, 대체로 새로운 소설을 쓰기 전에 소파에 드러누워 가능하면 아무 생각도 안 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다 보면 뭔가 처음에는 쓸데없는 생각이 떠올라요. 왜 저 작가보다 글을 못쓸까 하면서... 그런 생각을 최대한 안 하려고 노력하면서 멍하게 있으려고 합니다. 그럼 뭔가 공상... 망상의 세계에 빠져듭니다. 저는 소설을 읽더라도 금방 잊어버려요. 그래서 읽다보면 아 이거 읽은 책이네... 할 때도 있어요. 잊어버린다고 해도 멍하게 생각하는 행동... 소파에 누워서 멍하게 하는 생각들이 소설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어요. (웃음)

김훈아 : 영업비밀인가보군요

호시노 : 소파가 없으면 못 씁니다.

김훈아 : 김연수 작가님은 뭐 없으신가요?

김연수 : 당장 소파를 구해야겠네요. 저는 손에 들고다니는 노트가 필수적입니다. 뭔가 떠오르면서 바로 써야 하니까 노트를 가지고 다녀요. 노트가 있으니까 이제 소파를 구해야겠습니다.

호시노 : 그럼 저는 이제 노트를 가지고 다녀야겠네요.

김훈아 : 김연수 작가님 지금 작업실이시죠? 뒤에 배경이 신경 쓰이신대요. 뒤에 책장 책들 소개해주시고 뒤에 얼굴 그림 소개 좀... (*김연수 작가님은 작업실에서 줌 미팅에 참여 중이었고, 작가님 뒤로 책장과 기타, 남자 얼굴이 그려진 에코백 같은 게 있었습니다.)

김연수 : 책은 제가 좋아하는 책들이 있구요. 뒤에 그림은 제가 하카타에 갔을 때 어떤 쇼핑몰에서 예뻐서 샀습니다. 예쁘긴 한데 들고다니기는 힘들어요. 오늘 보니 호시노씨랑 닮았네요. 김훈아 : 뭔가 유명인의 얼굴은 아닌가 봅니다. 김연수 : 우리가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은 아닌 거 같습니다. 김훈아 : 뒤에 기타가 있는데요, 저 기타는 김연수 작가님이 직접 연주하신가요? 한국의 독자라면 잘 아실 겁니다. 김연수 작가가 기타리스트가 되고 싶으셨다는 걸. 가끔 연주하시나요? 김연수 : 말하자면 기타인데요... 어떤 분한테는 뜨개질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소설 쓰다가 막히게 되면 머리가 복잡해져서 뜨개질을 딴 생각 안 하듯이... 악보 보면서 연습하는 용도의 기타이고 전혀 잘 치지 못합니다. 김훈아 : 물론 직접 현장에서 뵙는 거도 좋지만... 이렇게 온라인상에서 뒤에 배경도 보여주시고 좋네요. 호시노씨는 뜨개질 같은 거 하시나요? 호시노 : 저는 방에서 아무것도 못합니다. 저는 풋살을 좋아합니다. 김훈아 : 옛날 작가 이미지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작가가 땀을 흘리는 이미지가 잘 없는데... 김연수 작가님 요즘도 런닝하시나요? 김연수 : 요즘도 런닝을 하긴 합니다만, 예전처럼 자주 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공기가 안 좋고 마스크를 쓰고 달리기를 해야 해서 예전처럼 신나게는 달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훈아 : 지금 김연수 작가님이 배경을 잘 보여주셔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호시노 선생님이 질문이 있으시대요. 호시노 : 이전 섹션(*김연수 작가 책을 번역한 번역자들 5인의 좌담회)에서도 김연수 작가님의 소설은 시가 아니냐 하셨는데... 김연수 작가님은 글을 쓸 때 연애 관련 플롯을 많이 쓰시기도 하고 시를 많이 쓰시죠... 이건 소설을 빙자한 시를 쓰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작가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연수 : 제가 시로 먼저 등단해서 시에 대한 애정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시와 소설을 같이 썼는데 시와 소설을 같이 써보니까 시 쪽은 괜찮은데 소설 쪽이 시의 영향을 많이 받더라구요. 그때는 소설이 더 쓰고 싶어서 시를 그만 쓰자 생각하고 눈물을 머금고 시를 그만 쓰기로 했습니다. 그렇지만 시에 대한 동경은 계속 남아서 지금은 시인으로서 시를 쓰진 못하지만 조금이라도 시 같은 걸 쓰고 싶단 생각을 많이 하구요 그래서 소설 속에 제가 쓰지 못하는 시에 대한 미련을 풀어내는 것으로 해소를 하고 있습니다.

김훈아 : 김연수 작가님과 한강 작가님은 같은 시기에 시로 등단하고 같은 시기에 소설가로 전향을 하셨는데 얼마 전에 한강 작가님이 시집을 내셔서 깜짝 놀랐는데, 가까운 시일내 시집을 내실 생각이 있으신지

김연수 : 저는 한강 작가가 부럽구요... 시집을 언제 낼지는 모르겠습니다...

김훈아 : 호시노 작가님과 시와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 한국에서는 왜 그렇게까지 시가 인기가 있는가 이야기했어요. 일본 독자들에게도 많이 질문 받았는데요. 한마디로 답변드리기는 어려운데요 김연수 작가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한국에서 시가 인기 있는 이유. 김연수 : 저도 최근에 코로나 시대가 되고 시집이 더 많이 팔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출판사 관계자에게 들었습니다. 그 관계자분들의 의견은 한국에서는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를 많이 해서 거기에 올릴 수 있는 예쁜 구절, 좋은 구절을 시에서 많이 찾고 있는 거 같다...라는 분석을 하셨어요. 저 개인적으로는 한국 사람들이 노래를 아주 좋아하기 때문에 짧은 구절 속에 감정을 담아서 그걸 즐기는 걸... 좋아하는 게 아닌가 막연하게 그렇게 생각해요. 김훈아 : 아마 내년 쯤에는 김연수 작가님의 새로운 번역 저서가 두 권 발간되는데요. <일곱 해의 마지막>, 거기에 김연수 작가님의 자작시가 들어간다고 들었어요. 시집은 언제 나오는지 모르지만 작품 여기저기 자작시를 넣고 계시니까 다음 작품도 꼭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 - 스페셜 게스트 A님 소개



김애란 : 소설 쓰는 김애란이라고 합니다.

호시노 : 교류회 때 제 앞자리에 앉으셔서 잠깐 이야기했어요.

김훈아 : 김애란 작가님 기억하세요?

김애란 : 거기 작가님이 많으셨는데 젊은 작가가 많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기억이 나고. 제가 10년 만에 뵙는데 눈빛이 그대로셔서 놀랐습니다. 김훈아 : 아까 김연수 작가가 말씀하신 것처럼 상상력이 전혀 변하지 않는다, 그를 바라보는 시선 눈빛이 바뀌지 않는다...
시간이 좀 흘렀는데 김애란 작가님 그간 어떤 해를 보냈습니까..

김애란 : 소설 쓰면서 다른 작가와의 교류하고 다른 나라 독자들을 만나면서 보냈고 그 덕에 오늘 같은 자리에 나올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김훈아 : 김애란 작가의 팬 입장에서는 왜 이렇게 짧은 시간 모시냐 하실 텐데 그래도 이렇게 작가님이 참여해주신 것은 김연수 작가와 오래 친하게 지내셔서 라고 들었어요. 김연수 작가 작품의 매력, 인간적인 매력을 알려주세요. 저희는 김연수 작가를 잘 모르는 작가들에게 이런 작가라고 소개하고 싶거든요. 김애란 : 김연수 작가님은 15년 정도 뵈어서 추억이 많습니다. 그 중에 일본과 관련된 장면이 떠오르는데요. 친한 작가 몇 명이 술을 마시는 자리에서 김연수 작가님이 갑자기 수첩을 하나 꺼내셨어요. 그리고 술자리에서 갑자기 일본어 공부를 하셨습니다. 직접 만든 단어장에 직접 쓰신 일본어가 보였구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김연수 작가님이 글씨를 잘 쓰세요. 다른 작가님들이 아니, 술자리에서 공부라니 선배를 놀리거나 혼냈습니다. 얼마 후 일본 레지던시 프로그램 때문에 공부하셨던 거 같아요. 저는 그때 선배가 저보다 열 살 많은 선배가 아니라 순수한 학생으로 보였습니다.
선배가 연변에 체류할 때도 초급 중국어를 공부하셨던 걸로 압니다. 제가 선배를 떠올리면 학생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데요, 그건 저에게... 김연수 선배는 항상 뭔가 배우는 사람, 배워가는 사람이라서 그런 거 같습니다. 배움에는 늘 단계와 순서가 있어서 소설 쓰기와 마찬가지로 한 번에 안 된다는 걸, 한꺼번에 안 된다는 걸 아는 사람, 그래서 성실함을 가진 작가라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모범생은 지루해지기 쉬운데, 모범생인데 유머러스한 사람, 호시노 작가님과 마찬가지로 유머로 살아가는 사람, 술자리에서 일본어 공부를 하는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김훈아 : 김연수 작가의 감상은 어떠신가요. 김애란 작가는 어떤 작가인가요.

김연수 작가 : 저도 오래 봐 온 사람인데요. 처음에 만났을 때는 그야말로 학생이었습니다. 김애란 작가는 빠른 시기에 등단했는데 그 당시 저도 별로 나이가 많지 않았습니다. 그때도 (다른 작가들과 모임차) 만나서 술을 마신 뒤에 노래방을 갔습니다. 저는 젊다고 생각해서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좀 췄던 거 같습니다. 나중에 김애란 작가가 저에게 말하기를 "선배님 실망이에요"라고 했습니다. 노래하면서 춤을 추는 거에 충격을 받았나봐요. 그때부터 김애란 작가라는, 나를 지켜보는 후배가 있구나. 그래서 술자리에서도 긴장해서 공부했던 거 같습니다.

김훈아 : 그 이후에 춤 추시는 모습 본 적 없습니까 김애란 : 그 이후에는 자제하시는 거 같았는데, 노래는 여전히 좋아하고 즐겨하세요.

김훈아 : 호시노 작가님 어떠세요 두 사람 보고. 부럽지 않으세요?

호시노 : 한국 작가들은 사이 좋게 지내는 거 같아요. 같이 공부도 하고 노래방도 가고. 어떻게 그렇게 잘 지내시나요. 일본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별세계의 이야기 같아요. 일부 여성 작가들은 사이좋게 지내는 거 같긴 한데... 선-후배, 남-여 관계없이 친하게 지내는 경우는 별로 없죠. 저는 아저씨 작가라 혼자 조용히 지내고 있습니다. 김연수 : 저희가 한창 글을 쓰던 20대, 30대에는 사람들이 다 좋았던 거 같아요. 문학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다 좋게 보이고 다 예쁘게 보이고 자주 만나서 이야기 나누는 자리들이 지금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다시는 그 시절로 돌아가진 못하겠지만.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그때 참 술도 많이 마시고 노래방도 많이 가고. 항상 참 즐거웠던 거 같습니다. 제가 운이 좋았던 거죠. 김훈아 : 김연수 작가님이 작품에 나오는 1930년대에는 구인회라는 문인 모임이 있었죠...
2000년대에는 김애란, 김연수 작가 해서 누구누구누구 오인회 정도는 됐던 거 같아요.
이제 시간이 다 됐다는 압박이....
솔직히 김애란 작가님도 접속하셨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 시간이 다 돼버렸습니다... 다음 번에는 좀 더 긴 시간 여유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번에 오시면 호시노 작가님이 도쿄에서 가장 맛있는 맥주를 사주신다고 합니다. 호시노 : 지금부터 열심히 돈 모아놓겠습니다.

  • 마지막 인사

김애란 : 호시노 작가의 인간은행에 나온 <모미 쵸아요> 라는 단편 좋아하는데 거기서 축구 감독님에게 형님이라고 할 때 크게 웃었습니다. 책을 읽다가 크게 웃은 게 오랜만이었어요. 우리가 한일, 우정 이런 이야기 많이 하는데 이 소설 속 우정이 비장하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진지하거나 심각하지 않은데 왜 이렇게 마음에 와닿을까 생각했습니다. 거대한 담론이 아니라 소설 속에서 작게라도 이렇게 교류하는 게 좋았습니다. 그렇게 웃다가 눈알 물고기라는 단편을 읽고는 슬퍼졌는데요. 각각 다른 사건이긴 하지만 우리는 바다와 관련된 비극을 공유하고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저 웃다가 슬퍼하다 소설을 봤는데 마지막으로 짧게 한 말씀 드리면 한국에서 노숙자들과 축구하면서 웃통을 벗으셨죠. 김연수 작가는 연변에서 너무 더워서...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하더니 결국 옷을 벗으셨습니다. 한국에서 웃통 벗은 작가와 중국에서 웃통 벗은 작가를 동시에 만나는구나 생각했고, 터프할 줄 알았는데 뜻깊고 영광인 자리였습니다.

호시노 : 제가 좀 동요했습니다. 김애란 작가님 너무 감사합니다. 정말 2000년에도 이런 식으로 대화를 나누셨었죠. 오늘 다시 체감했습니다. 제가 일본에서 글을 써도 되나... 제가 한국에서 글을 써야 되지 않나 싶을 정도로... 한국에 너무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도 이번에 김애란 작가님의 작품을 아직 못 읽은 작품까지 읽고 왔는데요 <바깥은 여름>에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그런 마음으로 문학 작품을 써내려가는 게... 제가 여기 있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 작품은 한 문장, 한 문장 감정이 폭발할 거 같은... 가슴이 너무 벅차 오르는 느낌이 들어서 읽기가 힘들 정도였어요. 이것도 무인도에 가져가고 싶은 책입니다. 오늘 온라인에서 만난 건 프로그램의 일환이었지만 실제로 만날 날이 오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일본에서 제가 맥주를 사주기로 약속했는데, 제가 한국에 가면 저 맛있는 거 꼭 사주세요.

김연수 : 김애란 작가님의 이야기 너무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그런데 저도 <모미 쵸아요>를 읽었는데... 호시노 작가님은 홈리스들과 축구를 하시다가 진짜 몸이 좋아지셨던 거 같아요. 마지막 순간에는 식스팩을 갖추신 걸로 제가 알고 있습니다.

호시노 : 그건 소설입니다 (웃음)

김연수 : 하지만 저는 식스팩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 우와기를 벗는 일은 자제하겠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저희 김애란 작가님과 호시노 작가님과 만나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를 했을 거 같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이렇게 예전처럼 하지 못하는 일이 꽤 많아진 게 아쉽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또 코로나임에도 불구하고 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코로나임에도 만나야 할 사람이 있고 코로나임에도 가야 할 곳이 있는 거 같습니다. 그래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코로나 때문에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소중하게 생각하는 게 뭔지를 알게 됐어요. 많은 어려움이 있고 불편함이 있었지만 이렇게 호시노 작가님, 김애란 작가님하고 만나서 대화하는 게 즐겁다는 걸 새삼 알게 되었고 어떤 일이 있어도 우리는 이런 활동을 계속 하지 않을까 희망이 있어요.
그리고 지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저희 대화를 듣고 있는 많은 독자들을 생각하면... 힘들어도 이렇게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자리가 있어서 감사하다고 생각해요.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맥주 같은 게 없다는 건데 그건 다음에 코로나가 끝난 뒤에 안전하게 마시는 걸로 하고 오늘은 각자 마시는 걸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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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쇼핑 라이브 - 책방라이브 [작가의 서재] 김연수 소설가와의 만남 11월 23일 화요일 오후 7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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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서재] 김연수 소설가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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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어떻게 인간을 지배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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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어떻게 인간을 지배하는가

박정희 죽음 떠올리며 쓴 첫 소설 책 읽으며 묵은 세계관에 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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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청주독서대전](책읽는청주 작가강연)문학이 인생의 절망을 뛰어넘는 방법 | 김연수 작가

https://youtu.be/WGJ1vzC4OPc?t=2106

[2021청주독서대전](책읽는청주 작가강연)문학이 인생의 절망을 뛰어넘는 방법 | 김연수 작가

#문화도시청주에서 펼쳐지는 #책문화예술축제 #2021청주독서대전 #북UNIQUE : 개막식, 공연, 컨퍼런스 #북FORYOU : 작가 초청강연 #북UNION : 출판사·서점 북마켓 &기관단체 독서체험부스 -----------------

youtu.be



Exploring Korean Literature] Writers, capturing extraordinary views | Living To Tell a Story #1
https://www.youtube.com/watch?v=OsH8Ocj71Eg&t=1084s


문학이 인생의 절망을 뛰어넘는 방법
대면+비대면
http://book.cheongju.go.kr/application_in/application_view/13


우리 시대의 소설
http://naver.me/5Z0tHg5i

역사가 빠뜨린 이야기…김연수 ‘다시 한 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

[앵커] 매주 이 시간 전하고 있는 기획코너 '우리 시대의 소설'입니다. KBS와 한국문학평론가협회가 선정한 50편의 소설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오늘(8일)은 김연수 작가의 소설 '다시 한 달을 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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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다시 한 달을…’ 김연수 작가 “소설은 타인에게 한 발 더 다가서려는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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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문화재단 <일상, 인문학>
김연수 작가 강연 6월 2일 수요일 19:00
신청 페이지
https://docs.google.com/forms/d/1t1WF_i-0KPr1P7Jx-nzl8-WEgeAJsvKwO3YrItSXH7M/edit

강릉문화재단 '일상인문학(1주차)' 행사 참가신청

행사장: 작은공연장 단 문의: 647-6802

docs.google.com




현대 식품 문학 <아직은 봄이니까 미나리는 얼마든지>
https://tohome.thehyundai.com/front/dp/dpd/mgzDetail.do?mgzNo=210407101320002&ga_param=dwMain7

현대식품관 투홈 | 최선의 식탁, 우리의 약속

tohome.thehyundai.com



텅빈과수원 : 48 라이브스트리밍 - 빛, 몸, 리듬
인터뷰 - 김연수
https://youtu.be/UiC2aNDcp9g


준비한 레시피로 글짓기
https://youtu.be/-Kneh0keHJw


24개의 ~라면 레시피
https://youtu.be/0Qq1walte9Q


코로나 이후 다가올 재즈 시대를 기다리며 - 소설가 김연수의 따뜻한 위로
https://select.ridibooks.com/article/@gigselect/69

코로나 이후 다가올 재즈 시대를 기다리며 - 소설가 김연수의 따뜻한 위로 - 리디셀렉트

긱셀렉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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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소.야 [전문낭독 특집] 다시, 2100년의 바르바라에게 (김연수)
http://podbbang.com/ch/1773156?e=23929484

71회 - [전문낭독 특집] 다시, 2100년의 바르바라에게 (김연수)

현대문학 791호(2020년 11월)에 실린 김연수 단편소설 '다시, 2100년의 바르바라에게'의 전문을 김연수 작가의 낭독으로 들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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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희망 에세이] 난 그래도 낙관한다, 눈에도 바람에도 지지않기를

https://news.v.daum.net/v/20210101030040994

[신년 희망 에세이] 난 그래도 낙관한다, 눈에도 바람에도 지지않기를

추자중학교의 전교생은 스물두 명에 불과하다. 그 학생들에게 강연을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온 건 지난가을의 일이었다. 누군가에게 들려줄 지혜가 내게 많지 않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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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문장을 일부 발췌하여 전달합니다.
인터뷰, 관련 행사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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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문학작가상 김연수 작가 『일곱 해의 마지막』 수상
https://n.news.naver.com/article/087/0000818094

허균문학작가상 수상자에 '일곱해의 마지막' 김연수

‘일곱해의 마지막’을 쓴 김연수(50·사진) 작가가 제12회 허균문학작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강원일보사와 (사)교산·난설헌선양회가 주최하고 강릉시가 후원하는 허균문학작가상 심사위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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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미래로 걱정이라면, 꼭 기억해야할 진리!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 사이에서 고민이라면? [최고와의 인터뷰 '최터뷰' 2화 김연수 작가]

yo/utu.be/NLm7BqOIKdI

 


200926 책방이듬 일파만파 낭독회
https://youtu.be/sJ9u0nnA0Rc

 

 

 

 



희렌최널 최터뷰
https://youtu.be/q0HcP2WobgQ


교보문고 낭만서점 <김연수가 상상한, 시인들의 시인 백석>
http://podbbang.com/ch/7171?e=23654618

248-2. 김연수가 상상한, 시인들의 시인 백석 (with 김연수)

언제부터인가 나는 현실에서 실현되지 못한 일들은 소설이 된다고 믿고 있었다. 소망했으나 이뤄지지 않은 일들, 마지막 순간에 차마 선택하지 못한 일들, 밤이면 두고두고 생각나는 일들은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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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문고 김연수 작가 북토크 관련 안내 페이지
https://m.blog.naver.com/yeoseojae/222041644220

<일곱 해의 마지막> 김연수 작가 북토크_2020.08.08(토) 낮 2시 반

▶ 제목:<일곱 해의 마지막> 김연수 작가 북토크▶ 내용:<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이후 8년 ...

blog.naver.com

 

인터뷰제주 북토크 후기
https://m.blog.naver.com/tnsdks3874/222042281331

“소설 쓰면서 나도 울컥했다”… 작가 김연수, 서귀포서 낭독하다

​서귀포 인터뷰서 북 토크 독자들 만나신작 <일곱 해의 마지막> 소설 이야기자신의 글쓰기, 문학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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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해의 마지막』 관련 언론 인터뷰 모음

소설가 김연수 “죽이려 해도 안 죽는 인물에 관심이 가요”
http://news.bookdb.co.kr/bdb/Interview.do?_method=InterviewDetail&sc.mreviewNo=90089&utm_medium=email&utm_source=interparkbook&utm_campaign=book_20200819_email_target_today_bookdb

소설가 김연수 “죽이려 해도 안 죽는 인물에 관심이 가요”ㅣ인터파크 책매거진 북DB

천재 시인 백석. 그의 곱고 아름다운 서정시는 정치적 찬양시를 강요하는 북한 사회와 공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자음과 모음으로 이뤄진 세계를 살아가는 시인이 제게서 오지 않은 말로 시를

bookdb.co.kr


'불행'을 응시하는 법 | 얼루어 코리아 (Allure Korea)소설가 김연수가 '불행'을 응시한다.
http://www.allurekorea.com/2020/08/12/%eb%b6%88%ed%96%89%ec%9d%84-%ec%9d%91%ec%8b%9c%ed%95%98%eb%8a%94-%eb%b2%95/

'불행'을 응시하는 법 | 얼루어 코리아 (Allure Korea)

소설가 김연수가 '불행'을 응시한다. 7년 만의 소설 은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다.

www.allurekorea.com


채널예스 인터뷰

http://ch.yes24.com/Article/View/42415?Ccode=000_008_001

김연수 “실패한 인생은 어떻게 계속되는가” | YES24 채널예스

행복하고 성공하면 사는 이유가 분명하잖아요. 내일이 기대되니까. 그런데 상황이 점점 나빠져서 내일이 기대되지 않고,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면 이 사람은 어떻게 살지 궁금했어요. (2020. 0

ch.yes24.com



국회도서관 소식지 (다운로드 가능)
https://www.nanet.go.kr/cmmn/file/fileViewer.do?menuName=monLib4080_&access_type=MOBILE&fileName=1594637206939.pdf&fileSavegbn=22&fileExt=

 

https://www.nanet.go.kr/cmmn/file/fileViewer.do?menuName=monLib4080_&access_type=MOBILE&fileName=1594637206939.pdf&fileSavegbn=22&fileExt=

www.nanet.go.kr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543125

불행을 사랑한 시인 백석, 그가 못다한 삶 그리고 싶었죠

소설가 김연수 북한에서 시인 백석(1912~1996)의 삶은 실패에 가까웠다. 누구도 그를 시인으로 기억하지 않았고, 40대 후반에는 당이 원하는 시를 쓰지 않는다는 이유로 양강도 삼수군 오지로 쫓겨�

n.news.naver.com

https://n.news.naver.com/article/028/0002503612

쓰고 싶은 또는 쓰기 싫은 시와 함께한 백석의 마지막 7년

일곱 해의 마지막 김연수 지음/문학동네·1만3500원 백석(1912~1996)은 시인들이 사랑하는 시인으로 일컬어진다. 안도현 시인이 대표적이다. 그는 자신의 시집 <외롭고 높고 쓸쓸한>의 제목을 백석의

n.news.naver.com

https://n.news.naver.com/article/009/0004606687

"30년 전 선물로 받은 백석 시집…그 한권이 내게 이렇게 물었다"

8년 만에 신작 `일곱 해의 마지막` 낸 김연수 소설가 "공산주의 체제로 월북한 서정시인의 삶 어땠을까" 백석의 잃어버린 시간 복원 사실과 사실 사이의 틈을 상상으로 메꾸며 한 사람의 삶을 문�

n.news.naver.com

http://m.upinews.kr/newsView/upi202007020036

[조용호의 문학공간] 김연수 "시를 버리고 시를 살아낸 시인의 슬픔"

www.upinews.kr

https://n.news.naver.com/article/021/0002433930

“시대의 억눌림에 詩人의 자아 버린 백석, 작가로서 동병상련 느껴”

- 8년만에 장편 ‘일곱 해의 마지막’ 펴낸 소설가 김연수 시인으로 살았던 마지막 7년 당의 지침과 문학관 충돌 등 ‘고독과 고뇌’ 세밀하게 담아 북한 사회에서의 참담한 삶 끊임없는 선택 강

n.news.naver.com

https://n.news.naver.com/article/032/0003018594

‘쓰지 않음’으로 더 기억된 시인 백석 [책과 삶]

[경향신문] 일곱 해의 마지막 김연수 지음 문학동네 | 248쪽 | 1만3500원 “누가 어떻게 조립하느냐에 따라 무궁무진한 세계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기행은 자음과 모음으로 이뤄진 언어의 �

n.news.naver.com

https://n.news.naver.com/article/018/0004683558

"詩를 포기한 백석에게서 용기를 얻었죠"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오늘날 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으로 꼽히는 백석(1912~1996). 해방 후 북한으로 넘어간 그는 혹독한 전후 시기에도 유일한 꿈으로 시집을 내는 것을 꼽을 정도로 시를

n.news.naver.com

https://n.news.naver.com/article/020/0003296574

말년의 백석은 불행했을까…김연수 “실패가 아니다 말해주고 싶었다”

소설가 김연수(50)가 8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로 돌아왔다. 시인들의 시인이자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같은 대표작으로 여전히 사랑받는 월북시인 백석(1912~1996·본명 백기행)이 죽기 전 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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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article/353/0000037378

시인 백석, 굉장한 확신 갖고 절필의 길 택해

━ 새 장편 『일곱 해의 마지막』 낸 소설가 김연수 소설가 김연수가 돌아왔다. 물론 소설책을 새로 냈다는 얘기다. 그런데 8년 만의 장편소설이다. 그것도 시인 백석(1912~1996)을 소재로 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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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1일(토) 낮 12:00~14:00
EBS X audio clip 이 함께하는 [윤고은의 EBS 북카페]
https://audioclip.naver.com/lives/4003

윤고은의 EBS 북카페 with 김연수 작가

김연수 작가의 신간 <일곱 해의 마지막>과 음악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 7월 11일 토요일 윤고은의 EBS 북카페 라이브입니다!

audioclip.naver.com



백석의 흰 바람벽이 있어
김연수 작가 낭독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4887/clips/1

흰 바람벽이 있어 (작가 김연수 낭독) (by 네이버)

김연수 작가의 8년 만의 신작 소설 <일곱 해의 마지막>.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시인 백석의 북한에서의 삶을 그린 작품인데요. 어.디.에.도 없.는 신작 소설을 듣고 읽는 새로운 경험을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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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4889/clips/1

통영 (작가 김연수 낭독) (by 네이버)

김연수 작가의 8년 만의 신작 소설 <일곱 해의 마지막>.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시인 백석의 북한에서의 삶을 그린 작품인데요. 어.디.에.도 없.는 신작 소설을 듣고 읽는 새로운 경험을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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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닥불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4890/clips/1

모닥불 (작가 김연수 낭독) (by 네이버)

김연수 작가의 8년 만의 신작 소설 <일곱 해의 마지막>.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시인 백석의 북한에서의 삶을 그린 작품인데요. 어.디.에.도 없.는 신작 소설을 듣고 읽는 새로운 경험을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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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해의 마지막> 랜선 라이브 낭독회 다시 듣기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4596/clips/23

★랜선 라이브 낭독회★ (by 김연수)

[랜선 라이브 낭독회] 김연수 작가, 황인찬 시인, 이슬아 작가의 환상적 콜라보! 백석 시인에 시와 생애, <일곱 해의 마지막>의 결정적 장면들을 낭독과 이야기로 만나보세요.

audioclip.naver.com


나윤선, <사의 찬미>
https://www.youtube.com/watch?v=cdeT90lgJX4

 

<일곱 해의 마지막> 랜선 낭독회 2020년 6월 18일 목요일 밤 9시!

https://audioclip.naver.com/lives/3485

 


А где мне взять такую песню?
https://www.youtube.com/watch?v=5qpXMrT0YoQ

 


‘비둘기야, 높이 날아라(White Dove Fly High)’
Casting Crowns
https://www.youtube.com/watch?v=LutsptcnGbA


[듣는 연재 소설] 일곱 해의 마지막
네이버 오디오클립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4596

[팟빵] 강섬의 유혹하는 책읽기 [모운] 깊은 밤 기린의 말, 김연수
http://m.podbbang.com/ch/episode/3583?e=23190201​

‪강섬의 유혹하는 책읽기 - 시절일기, 김연수​​
http://m.podbbang.com/ch/episode/3583?e=23173440​


구미 삼일문고 김연수 작가 북토크 신청
http://naver.me/GzQZ62n​


​작가의 본심 01 김연수 작가편 V LIVE 생중계
11.07. 목요일 오후 4시 시작

https://m.vlive.tv/video/159026​


네이버 책문화 x 오디오클립 마스터 클래스- 작가의 본심에 초대합니다!

https://blog.naver.com/nv_bc/221684129338

​김연수 작가편 신청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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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낭독회 참여 페이지 ​ 마감
https://form.office.naver.com/form/responseView.cmd?formkey=MGRhNDIwODQtOTY3NS00YTMzLThhYjgtM2M0YzMzOGNkYzFi&sourceId=urlshare​


책읽아웃
오은의 옹기종기 - 김연수 작가편
http://www.podbbang.com/ch/15135?e=23194307​
관련 기사
http://m.ch.yes24.com/Article/View/39903​

​​2019년 9월 17일
예스24 책읽아웃 공개 방송 신청 페이지
http://ch.yes24.com/Culture/SalonEvent/12643​



 

19.08.06

KBS 라디오 이금희의 사랑하기 좋은 날  '우리가 마주 앉은 저녁' 신간 산문집 시절일기, 김연수 작가편

 

 

: 우리 나라 독자들 중에 이 분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려울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7월 22일 신간 ‘시절일기’를 출간하셨어요. 김연수 작가님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 안녕하세요.

 

: , 반갑습니다.

 

: ,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반갑구요, 지금 라디오 들으시는 분들도 반갑습니다.

 

: 요즘은 라디오를 듣기도 하지만 보기도 해서요, 저쪽 카메라로 보고 계시거든요. 청취자 겸 시청자 여러분께 인사 한 번 하시죠. 저쪽 카메라입니다.

 

: , 아아 예. 청취자 여러분 이렇게 또 실제로 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 고맙습니다. 사실은 방송 하는 걸 그렇게 좋아하시지는 않잖아요.

 

: . 제가 성격이 좀 내성적이어서 남들 앞에서 이렇게 이야기하는 걸 잘한다고 생각하지 못하고 있거든요.

 

: 김중혁 작가님과는 반대 성향…

 

: , 그 친구도 약간 저하고 비슷했는데 점점 ( : 어느 순간) 나아지고 있더라구요.

 

: 그래도 제가 작가님 모시면서 별로 걱정을 안 한 건 그런 글을 쓰신 적이 있어요. ‘어느 순간 내가 소설가가 됐구나. 남들 앞에서 내 얘기를 하는구나’ 느끼셨다구요.

 

: , 언젠가… 소설가라는 게 제 생각에는 처음부터, 태어나면서 소설가가 되는 사람은 없는 거 같구요. 점점 소설을 쓰면서 소설가가 되어간다는 생각이 드는데. 제가 소설을 한 10권 정도 쓰고 난 뒤에는 음… 제가 봐도 좀 그럴 듯한데 (웃음) 그런 생각이 든 적이 있었어요.

 

: 근데 저는 작가님께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제일 놀라운 건 정말 부지런한 작가시다…

 

: 네… 근데 이제 저… 저 같은 경우에는 음… 아, 이렇게 말씀 드리면 또… (웃음)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는데, 글 쓰는 게 제일 좋아요.

 

: 그러니까 공부 잘하는 학생이… (웃음)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처럼 (웃음)

 

: , 아니 그래서, 그렇게 말씀하실까봐… (웃음)

 

: 정말요.

 

: , 저는 막 쓰는 게 하는 일 중에 제일 좋습니다.

 

: 제가 보니까 거의 매해 소설집, 소설, 에세이를 거의 매해 내시는 거 같아요. 일년에 두 편 정도씩.

 

: , 요즘 조금 줄어들긴 했는데 그래도 뭐… 네, 매해 나오는 거 같습니다.

: , 그 엄청… 물론 운동도 열심히 하시지만…

 

: 네… 운동은 그만큼 못하는 거 같아요.

 

: 그래도 뭐 자전거 타고 다니시고… 자전거 잃어버리시고… (웃음)

 

: 네네, 자전거 타고 달리기도 하고 뭐 요가도 해보고 다 해봤는데요. 그래도 글 쓰는 시간이 훨씬 더 많은 거 같긴 합니다.

 

: 그렇군요. 자전거에 관해서 쓰신 글 중에 ‘자전거 전문 털이범이 있다면 나는 자전거 전문 분실자다’ (웃음)

 

: , 제가 좀 많이 잃어버렸어요.

 

: 아니, 그렇게 막 체인도 사고 다 하셨던데…

 

: 근데 그게 그렇더라구요. 훔치고자 하는 분들을 막을 길은 없더라구요. 네… 경험상. 그러니까 누군가가 간절히 원하는 어떤 사람을 제가… 간절히 아니기를 원하지만… 제 그걸로는 안 되더라구요.

 

: 나의 간절함보다 그의 간절함이 더… (웃음)

 

: , 그의 간절함이 훨씬 더 컸습니다.

 

: ‘더워서 헥헥’ 님께서 “작가님 떨지 마세요. 저희 다 순한 사람들이에요. 화이팅”

 

: (웃음) 감사합니다.

 

: ‘김훈’ 님은… 이 분은 글을 쓰시는 분 같아요. 사연을 많이 보내고 계시는데… 이번 시절일기도 읽으셨다고 했고 또 만나고 싶었다고… 사연을 아주 많이 올리셨어요 오늘. 김훈 님께 인사 한 번 하시죠.

 

: , 저도 꼭 만나고 보고 싶네요. 어디에 계신지…

 

: , 정말요. 그러면서 뭐라고 하셨냐면 소설가의 일도 좋았다고, 좋은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요즘 글이 잘 안 써져서 일이 잘 안 돼서 고민입니다 하셨거든요.

 

: 네… 아… 좋은 글은 나쁜 글을 많이 써야지 좋은 글을 쓸 수가 있습니다. 일도 잘하려면 일을 잘 못해야지… (웃음) 잘하게 되는 거 같구요. 그러니까 뭐 못하고… 아까 저 사연 듣고 되게 감동을 받았는데… 엄마가 한 번 더 해보자 라고 말씀하신 게 저도 약간 위로가 되더라구요. (*출연 전 사연 소개가 있었습니다) 실패는 나쁜 게 하나도 아니구요. 계속 실패하면 나중에 이제… 좋은 성공을 거두게 되구요. 글은 진짜 나쁜 글을 진짜 많이 쓰시면 좋은 글 쓰실 수 있습니다.

 

: 어우 어떡해~ 근데 우린 당장 좋은 글을 쓰고 싶거든요. 그런 건 없다는 거죠.

 

: 음… 네, 시간을 믿으시면 돼요. 시간이 다 해결해주는 게 있더라구요.

 

: 시간을 믿고 계속 쓰면, 쓰다 보면… 언젠가는…

 

: 하… 네… (웃음)

 

: 결국은 이겨내고 버텨내고 뭐 그런…

 

: 음… 그렇죠. 이제 시간은 견뎌내고 참는 거니까. 대개 어떤 미래나 꿈은 사실은 그렇게 시간을 견디는 사람들의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뭐, 물론 아까 간절하게 원하는 자를 막을 수는 없지만 (웃음) 그가 그 시간을 못 견디면 자기가 원하는 걸 얻지 못할 거라고 봅니다.

 

: “어머나, 저 너무 바보인가봐요. 작가님 성함만 듣고 여자 분인 줄 알았는데 남자 분이셨어요.” 김은정 씨.

 

: , 그런 분들이 많습니다. (웃음)

 

: 아직도 많죠.

 

: . 아직도 많으시구요. (웃음) 저 남자입니다.

 

: 근데 실은 필명을 정하신 거잖아요.

 

:

 

: 이상 작가를 워낙 좋아하셔서…연 자를…

 

: 예…

 

: 그렇게… 이런 오해를 불러일으킬 거라는 걸 아셨을 텐데…

 

: 아뇨. 저는 그렇게까지는 모르구요. 고등학교 때 그… 그런 짓을 많이 하잖아요. 엽서를 손으로 써서 많이 보내니까 마지막에 뭔가 이렇게… 멋있는 서명을 해야 하는데. 이상 소설에 나오는 한자 이름이 너무 멋있더라구요. 그래서 이제 그 이름 ‘연’자를 계속 해서 보냈는데. 나중에 이제 투고를 할 때… 사실 저는 그 글을 처음부터 쓰려고 했던 사람이 아니고 중간부터 쓰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글을 잘 쓴다는 생각을 못해봤습니다. 그래서 투고하기 전에 ‘아, 이 글이 좋을까’ 이렇게 약간 의심도 들고 해서 본명보다는 그냥 친구에게 편지를 보내 듯이 그렇게 그 이름으로 한 번 해보자… 했는데 그게 돼버렸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웃음) 쓰게 됐습니다.

 

: 백일장에도 떨어지시고 그랬기 때문에…

 

: , 백일장은 딱 한 번 나가서 한 번 떨어졌습니다. 백퍼센트 실패했습니다.

 

: 목태원 씨, “저는 김연수 작가님 ‘청춘의 문장’을 필사했어요.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작품부터 해서 지금까지 작가님 책 많이 읽었어요. 작가님 뵈니 정말 좋습니다.

 

: . 저도 너무 좋습니다. (웃음)

 

: 이 작품을 저도 좀 전에 음악 나가는 동안 이야기 했는데, 이 작품을 좋아하신다고…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 , 제가 사실은 그, 아까 말씀드린 대로 처음부터 소설 쓸 생각은 없었는데 대학교 때… 제가 대학교 다닐 때는 사회적인 이슈가 너무 많았거든요. 그때 이제 고민도 참 많고 이런 일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그때 저희가 저희의 어떤 생각들을 좀 남기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꼭 쓰고 싶었던 소설 중에 하나였습니다. 그래서 어떤 점에서는 제가 소설가가 된 이유가 되는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구요.

 

: . 그래서 이 작품 좋아하는 분을 보면 더 좋으신가봐요. 목태원 씨 고맙습니다. 어… 우리 작가님들이 신간 얘기 좀 하세요! 너무 할 얘기가 많아서… (웃음) 저는 어떤 기분이냐면… 작가님을 모시고 얘기를 하려니까 너무 제가 좋아하는 음식이 많은 뷔페에 가서 뭐부터 어떻게 해야 하지, 막 모르겠어요 지금 (웃음) 채소 쪽에 가서 채소 이야기를 해야 하나 (웃음) 아니면 고기 쪽에… 막 어디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우리 작가님들이 원하시니까 신간 이야기할까요?

 

: . ‘시절일기’라는 산문집이구요. 제가 40대를 지나오면서 음… 저한테도 뭐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도 고통 같은 게 있었고, 좋은 일도 있었고, 나쁜 일도 있었고… 또 그런 와중에 사회적으로도 좋은 일이 있고 나쁜 일이 있고 했었는데. 약간… 뭐라고 할까요. 실패하고 좌절했던 기록이라고 보시면 되는데. 뭐냐면… 이해가 잘 안되고 이게 잘 안 풀릴 때마다 뭔가를 쓰게 되는 거죠. 그래서 솔직히 이걸 쓰는 이유는 힘들어서 쓰는 겁니다. 이게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에 대해서 쓰는데. 어… 글을 쓰고 나면 어떤 글들은 쓰다가 엉망진창이 돼서 다 찢어버리구요. 근데 어떤 글은 쓰다 보면… 뭐랄까… 알 수 없는데, 어떤 해결책 같은 것들이 나오더라구요. 그래서 글을 쓰지 않았으면 도달하지 못했을 어떤 해결책을 발견하게 되는 걸 여러 번 경험했어요. 그래서 10년을 그렇게 보내면서, 그렇게 썼던 글들을 이번에 모아가지구 ‘시절일기’라는 제목으로 펴냈습니다.

 

: , 신간 제목이 뭐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계셔서 지금… (웃음) 그걸 바로 보시고… (웃음) ‘시절일기’라고 제목을 말씀하셨는데…

 

: , 엄청 중요합니다. (웃음)

 

: 지난 10년 간의 글들 중에 모으신 거라 사실은 한 챕터가 ‘세월호’ 관련 이야기인데. 저는 이제는 제가 안 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그 챕터는 다 울게 되더라구요.

 

: 네… 저도 그걸… 사적인 글로 시작은 했지만 다같이 경험했던 어떤 사건이었기 때문에 공적인 글이라고도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이 책으로 내기 전에 몇 번 여러 자리에서 읽은 적이 있었어요. 근데 그때마다 각자는 다 고립된 공간에서 그 사건을 겪었지만 우리가 그 글을 통해서 그 시간을 공유한다는 걸 다시 확인했구요. 저 자신도 쓰면서도 굉장히 힘들게 썼지만쓰면서도 저부터가 좀 위로를 받았구요. 제가 낭독을 했을 때 듣는 분들도 약간고맙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그래서 이제 아, 솔직히 말해서 시절일기이러면 뭐 제가뭘 할까 평소에. 뭘 적어놨을까 궁금하실 텐데. 제가 10년 동안의 일을 주욱 겪어보니까 저는 개인적인 글쓰기를 했는데 결국에는 이게 각자 똑같이 보낸 10년이기 때문에 공적인 글쓰기가 되는구나라는 걸 또 확인하게 됐습니다.

 

: 사실은 아까 작가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작가의 길로 접어들게 된 것도 뭐, 결심을 했거나, 어린 시절부터의 꿈이었거나 했다기보다도 사실 제과점집 아들로서 빵을 엄청 먹었다고 (웃음) 진짜 어렸을 때 친구들이 너무너무 부러워했을 거 같아요.

 

: 저희 집의 개는개도 카스텔라를 먹는다고 (웃음) 소문이 났었습니다.

 

: 그러니까요~ 카스텔라를 약간 부스러기그 이름이 있던데

: 기레빠시라고 하는데요 (웃음) 일본말인데, 죄송합니다. (*매우 빠른 사과)

 

: 일본어는 쓰면 안 되지만

 

: , 죄송한데어쨌든

 

: 팔 수 없는 부분

 

: 찌끄래기라고 할까요. 그런 걸 저희한테 줬는데, 저희 형제들도 먹다가 질렸거든요. 그래서 그걸 하는 수없이 개한테 줬는데. 개 밥그릇에근데 개들도 처음에는 잘 먹다가

 

: (웃음) 매일 주니까~

 

: 안 먹더라구요. 그래서 친구들이 놀러왔는데 개 밥그릇에 그카스텔라가 있으니까 너무 충격을 받은 거죠. 저는 그게 좀 이상했어요. 저거 아무도 안 먹는 거야. 개도 안 먹는 거야, 그랬더니.

 

: 우리를 주지 우리를!

 

: 그래서 크게혼난 적이 있습니다. 친구들한테.

 

: 그런 어린 시절을 보내셨기에실은 음악에 관해서는 학창 시절부터 꾸준히그쵸?

 

: .

 

: 그래서 오늘 음악 이야기도 너무 기대가 되는데. 작가님과 나누게 될 얘기 중에어찌보면 시대를 목도한 사람의 몫인거죠.

 

: , 그런제가 원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저는 기록이라는 것은 언어로 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왜냐하면 영상도 기록을 하지만그걸 정확하게 어떤 부분을 기록해주세요 라고 말하려면 언어가 반드시 필요하구요. 제가 어쨌든 언어를 사용해서 글을 쓰는 사람이다 보니까 어쨌든우리가 지나온 삶의 공간시공간은 제가 글로써 기록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나이가 들면서 점점 하게 됩니다.

 

: 그러게요. … “방송 체질이 아니라고 말씀하시더니 차분하게 말씀 너무 잘하시는 거 같아요.” 이경진 씨가.

 

: , 처음에떨지 말라고 하신 분 때문에 제가… (웃음)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 우리 순한 사람들이고무서운 사람들이 아니에요… (웃음) 라고 해주셔서. 여러분이 잘해주신 거네요. 작가님을 편안하게 해드린 거 같아요. “솔직히 작가님 처음 뵙지만 말씀만 들으면 좋은 글 쓰실 거 같아요. 찾아서 읽어봐야겠어요.” 이상화 씨. 이런 분들이 반갑지 않습니까?

 

: , 굉장히굉장히 반가운 분들입니다. (웃음)

 

: 얘길 하세요. 읽어보시라구.

 

: , 꼭 읽어보시면 되구요. 읽다 한 번 들어오시면은 계속 읽게 되시지 않을까싶습니다.

 

: suyoung82 , “요즘 작가님이 좋아하시는 음악, 요즘 좋아했던 책도 궁금해요.”

 

: 좋아하는 음악은좀 이따가 틀어주실 거 같은데요. 태윤이라는 일레트로닉 음악 하시는 분인데, 이 분이최근에 냈더라구요. 저는 자세히는 모릅니다. 음악만 듣기 때문에. ‘청춘이라는 노래를 많이 듣구요. 요새 시티팝이 새로새로 약간 유행? 되는데 제가 80년대 많이 듣던 노래여가지구 (웃음) 젊은 사람들이 시티팝해서 부르는 노래도 요즘 굉장히 좋아합니다. 좋았던 책은 아, 루시아 벌린이라고 미국 단편 작가가 있는데요. 이 분이 쓴단편들이 2015년에 새로 발굴되다시피 해서 미국에 나온 적이 있어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한테 호응을 받았는데뒤늦게, 죽은 뒤에 많이 읽히게 된 그런 경우죠. 천재들이 흔히 거치는 경우인데. 이 책이 최근에 한국에 번역되어 나왔습니다. ‘청소부 매뉴얼이라고 번역되어 나왔는데. , 이 단편들이 제가 생각하는 옛날 멋진 단편들의 그런 형태여가지구. 재밌었습니다.

 

: , 태윤의 청춘작가님이 추천해주신 노래 듣겠구요. 여러분! 작가님 좋아하시면 꼭 지금 도전하세요. 김연수 작가님께 궁금하신 점 지금 보내주세요. 추첨을 통해 다섯 분께 시절일기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지금 바로 보내세요.

 

: (…) ‘시절일기라는 신간을 내셨어요. 10여년간 써 오신 글을 묶어냈는데, ‘우리가 함께 지나온 밤이라는 부제처럼 그게 생각해보니까 우리가 지나온 낮보다 훨씬 더 은밀하면서, 내밀하면서, 깊을 거 같아요.

 

: 네 저도 좋구요. 아무래도 이제 글쓰기는, 낮에는 좀 잘 안 됩니다. 사실은 집에 가서 혼자 있는 공간에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되는데. 그게 참 재밌는데요. 글을 쓰게 되면 낮에 있었던 일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지 않습니까? 그렇게 되면 진짜 신기한 것이, 낮에는 생각해보면 몰랐던 것들이 있어요. 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아, 그때 내가 몰랐던 중요한 게 생기더라구요. , 글쓰기는 밤에 하는 게 맞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래서 우리가 함께 지나온 밤이라고 했구요. 글쓰는 거 자체는, 사실은 행복한 분들은 글을 안 쓰셔도 됩니다. (웃음) 사실은행복한 분들은 그냥 행복하게 사시면 되구요. 약간, 약간이라도 고민이 있으신 분들이나그런 분들은 글 쓰시는 걸 권합니다. 글을 쓰시면 행복해질 수 있어요. 그래서 글을 쓰실 때는 약간 어두운 마음처럼밤처럼 어두운 마음이겠지만 결국 글을 다 쓰시고 나서 한 번 되새겨보시면 몰랐던 걸 알게 될 것이구요. 밤에서 아침이 되듯이 그런밝은 쪽으로 마음이 좀 바뀔 거예요.

 

: , 김연수 작가님이 쓰신 글과 말씀 중에 아주 인상적인 게 많은데요, 예를 들면 나의 서재는 지옥이다.’

 

: , 이거는 설명이 좀설명을 좀 오래 해야 하는데.

 

: 간단히 해주세요 (웃음)

 

: 괴로워서 지옥이 아니구요. 예전에 어떤독일에 신학자가 지옥에 가면, 지옥이라는 데가 나쁜 일을 한 사람들이 가는 데잖아요. 나쁜 일은 대개 자기 고집, 자만, 뭐 이런 거니까 지옥 불로 그런 걸 태운다고 하더라구요 (웃음) 그래서 그 말을 듣고 제가 글 쓸 때마다 아, 다른 사람을 이해해야 하는데 저 자신이 되게뭐랄까 좀 방해가 되더라구요. 그때마다 저 자신을 좀 없애야겠다하는 마음으로 서재에 가서 다른 사람이 쓴 책들을 막 읽습니다. 이해하려고 노력하려구요. 그런 측면에서 지옥이라고 말씀드렸는데. 다른 분들은 (웃음) 글 쓰는 게 되게 괴로운가보다, 라고 오해를 하시더라구요.

 

: 조정래 작가님이 글 감옥이라는 표현을 또 하셨기 때문에 (웃음)

 

: , 저는 글 지옥입니다. (웃음)

 

: 나는 빨래 때문에 소설가가 됐다.

 

: 아 네네. 이것은 제가 대학교 때 서울에 와가지구 시간이 아주 많이 남는 거죠. 그래서 버스를 타고 다녀써요. 8번 버스였는데요. 그 버스를 타고 다니다보니까 빨래가…(웃음) 집집마다 이렇게 빨래를 말리고 있는 거죠. 지금 같은 여름 때요. 근데 그 빨래를 보는데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 빨래가 입고 나갔으니까 빨 텐데 그럼 2, 3일 전에 입고 나갔을 때 무슨 일을 했을까. 누굴 만났을까. 그리고 그 만난 사람은 어떤 사이일까. 기뻤을까, 슬펐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까 자꾸 다른 사람들의 일들이 궁금해지고 이야기가 생기고 하더라구요. 그때부터 아마 뭔가 쓰고 싶다그런 사람들에 대해서 알고 싶다이런 마음이 생겼던 거 같아요.

 

: , 제가 읽었던 것 중에 인상적이었던 건나의 장래희망은 할머니다

 

: , 할머니입니다. (웃음)

 

: (웃음) 할아버지도 아니고 (웃음)

 

: , 할아버지 아니구요, 할머니입니다. (웃음)

: 설명을 좀 해주셔야죠.

 

: , 모르겠어요. 근데이건 제가 느닷없이 받은 질문이었어요. 제가 지금 나이가 좀… (웃음) 많다보니까 장래희망을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어느 책이 나오고 독자와의 만남 자리였는데. 뜻하지 않게 장래희망을 들었는데 저도 모르게 또 느닷없이 (웃음) 할머니라고 이야기를 했어요. ,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할머니들은 되게자립적이잖아요. 저는 그게 참 부럽더라구요.

 

: 혼자 씩씩하게 뭐든 잘하시고 잘사시죠.

 

: . 그리고 뭐 식사도 혼자 다 해결하시고. 정말 연세가 드시면 드실 수록 점점 완전한 인간? 온전한 인간으로 바뀌어가는 거 같아요. 뭐랄까, 진화한다고 할까요? 근데 할아버지들은 나이가 드실 수록 점점 의존형이 돼가지구 밥 드시기도 되게 어렵고그래서 저의 미래가 아, 저렇게 되겠구나라고 생각을 하면서 아,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최소한 자립적인 인간이 되어야겠다 해가지고 할머니를 이제 롤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 (웃음) 그리고 세상에 보면 너무 멋있는 할머니들이 많아요.

 

: 정말 많습니다. .

 

: 진짜. 동네부터 시작해서. 103, 93세 할머니들 막 글 쓰시구 막어후.

 

: 정말 멋있는 분들이 진짜 많으시구요. 그러니까 나이가 드셨다고 해가지고 그걸로 인해서 좌절하시지 않더라구요. 할머니들은. 할아버지들은 좀 좌절하시더라구요. 내가 늙어서 이제 힘이 없어근데 할머니들은 나이가 드니까 새로운 인생을 찾았어, 이런 분들이 너무 많아요.

 

: 그러니까요. 꼭 할머니가 되실 수 있기를. (웃음)

 

: 저는 근본적으로태생적으로 좀 한계가 있습니다.

 

: 5657, “제일 좋아하는 작가님입니다. 지금 속초에 여행 왔는데 시절일기 읽고 있어요. 진짜 좋습니다. 많이 반가워요.”

 

: . 반갑습니다. (웃음)

 

: 비행기 안에서도 책을 꼭 갖고 가라고 그러셨잖아요. 작가님이. 비행기 탈 때도. 여행 갈 때도.

 

: . 그러니까 이제 뭐 속초 같은 데 가서 읽으시면저는 이제 제가 책을 만들어서 이렇게 내잖아요. 그러면 서점에 가서 날개책에 날개가 있어요. 날개란 게 있는데, 진짜 날개 같아요. 날아서 가는데 이제진짜 실제로 저보다 훨씬 많은 곳을 여행을 합니다. 제가 만든 책이요. 저도 안 가 본 데까지 가고 막

 

: 그렇겠죠.

 

: 제일 그 한 데는 (멀리 간 곳) , 어디죠 히말라야 베이스캠프까지 간 책이 있어요. 그래서 우와아, 내 책이 나보다 훨씬 낫다, 라고 생각한 적이 있죠.

 

: 와아, 정말 날개가 달렸네요.

 

: . 전세계를 돌아다니고 있더라구요. (웃음)

 

: , 이건 정말 좋은 거다. 저는 제 목소리가 물론, KONG을 통해서 해외에서도 많이 실시간으로도 듣고 그러시지만 날개가 달려서 날아가고그 생각 못해봤어요.

작가님 사실은 작품을 보면 노래 얘기가 정말 많이 나와요. 클래식부터 해서 팝 음악, 우리 가요, 정말 많은 음악을 들으시는 거 같아요.

 

: , 어렸을 때 제가 우연히 팝송, 비틀즈 노래를 듣고, 그때부터 음악을 듣기 시작했는데요. 저는 약간은…. 짐작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소심하고 (웃음) 비관적이고 그렇습니다.

 

: 그게 느껴져요죄송해요. (웃음) 대범하진 않으시겠다, 이런 생각이 들어요.

 

: . 성격이 약간 그런데요. 그런데 노래를 들을 때는 되게 개방적이고 되게 낙천적으로 바뀌게 돼요. 어떤 노래든 그렇더라구요. 아주 뭐… Gloomy Sunday 같은 노래도 듣고 자살했다고 하던데 저는 그런 노래 들어도 너무 좋아요. 그래서 이제 노래를 평생 계속 들었던 거죠. 노래가 없었으면 어쩔 뻔 했어요. (웃음)

 

: 그러니까요. 그 많은, 작가님을 채워주고 작가님의 작품에도 영향을 미쳤던 그 많은 음악들 중에서 작가님이 뽑은 내 인생의 노래를 저희가 몇 곡 부탁을 드려서요. 저희가 지금부터 시작해보겠습니다.

 

1. Paul Young - Every Time You Go Away

 

: 소개해주세요.

 

: , . 이건 제가 중학교 2학년 때 팝송에 완전 깊이 빠져서 빌보드 차트처럼 저도 개인적인 차트를 만들어야겠다 해가지고스피릿 차트라는 걸 만들었어요. (웃음) 그래서...

 

: (웃음) 중학교 때요?

 

: , 중학교 때구요.

 

: 어우, 너무 귀엽네요 (웃음)

 

: 토요일마다 제가 일주일동안 좋아했던 순서를 정해서 이제... 지난 주보다 몇 위 상승하고 몇 위 내려가고... 그걸 일주일마다 계속 작성을 했습니다. 그래서 84년은 첫 주부터 마지막 주까지 다 했어요. 그래서 이제 연말에 결산을 해야 하니까...

 

: (웃음) 개인 차트 연말 결산!

 

: 점수를 매겨가지구 노래 100, 앨범 20개 이렇게 선정을 했는데 그때 1위를 했던 곡입니다.

 

: 오오! Paul Young Every Time You Go Away. 1984, 무슨 차트라고 그랬죠?

 

: 스피릿 차트입니다 (웃음)

 

: 스피릿 차트요...(웃음) 중학생 김연수군의 스피릿 차트 연말 1위 곡입니다.

 

2. Mike Oldfield - To France

 

: , Mike Oldfield To France 라는 곡인데요, 이건 제가 처음으로 라디오에 신청곡을 보냈습니다. 그때... 지금 이 시간 쯤에 KBS에서 했는데요, 황인용 선생님이 진행하는 영팝스라는 프로그램이었구요.

 

: 여덟 시에 방송 됐을 거예요.

 

: , 여덟 시인가요. 그래서 매일 들었는데 제가 신청곡을 했습니다. 그래서 황인용 씨가 읽어주셨어요. 저의 엽서를. 엽서 멘트는 아직도 생각이 나는데요. ‘중간에 나오는 기타 소리가 흥겹습니다, 라고 김천에 있는 김영수씨가 신청해주셨습니다.’ (웃음) , 말씀해주셨어요.

 

: , 나름 음악을 분석해서... 노래를 분석을 해서 보내주셨네요.

 

: ... 그냥 뭐... (웃음)

 

: 그때 그 짜릿함 어떠셨어요?

 

: , 그때 진짜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구요. 제가 녹음 버튼을 못 눌렀어요. 언제 나올지 몰라가지고. 그래서 그게 한이 되었습니다.

 

3. Gary Moore - Parisienne Walkways

 

: Gary Moore Parisienne Walkways 인데요, 고등학교 때 대구의 한 대학교에서, 학교 밴드죠... 학교에서 공연을 한다고 해서... 그때 김천에서는 공연 볼 일이 참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공연에 굶주려서 보러 갔는데, 뭐 학교 밴드니까 그렇게 잘한다거나 이런 건 없고 공연 자체가 좋았는데... 노래를 헤비메탈을 부르더니 갑자기 기타리스트가 이 곡을 연주를...

 

: 이야~!

 

: 그때 처음 들었구요. 완전히 제 눈에 거의 하트, 하트 (웃음) 너무 멋있다아... 생각이 들었구요. 그러다 이 친구... 아 친구가 아니죠. 선배님, 그 분이 기타줄을 끊어먹으셨어요. 그것도 너무 멋있더라구요.

 

: 그렇죠. 그럴 때 보면. 라이브에서~

 

: , 다시 기타줄 연결해서 연주를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돌아오자마자 아버지를 달달 볶아서 (웃음) 펜더 스트라토캐스터는 되게 비싼 전자기타라 못 사구요, 그 카피 버전으로 (웃음) 싼 전자기타 사가지고 연습을 했습니다. 근데 이제 악보 구하기 되게 어려워요. 그때는. 지금은 검색하면 나오는데. 그때는 너무 어려웠습니다.

 

: 김천에서는... 서울도 아니구.

 

: , 김천에서는 불가능한 일인데. 서울에 그...용문 고등학교에 다니던 펜팔 친구가 있었어요. 그 친구는 스쿨밴드를 하던 친구여서 그 친구한테 내가 이걸 너무 치고 싶다, 라고 했더니 일본 잡지에서 복사하고 복사하고 복사해서 막 희미한 건 자기가 또 그려가지고 악보를 보내줬어요. 그래서 그 악보를 보면서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습니다.

 

: 그래서 지금도 이 곡을 기가 막히게...

 

: 아뇨. 앞 부분 이거... (웃음)

 

: 요기, 요기만 (웃음)

 

: . 이 앞 부분만 칠 수 있습니다.

 

: 결말이 슬프네요.

 

: . (웃음)

 

4. 더 문샤이너스 - 눈치도 없이

 

: “김연수 작가님 음악 평론가 같으세요, 목소리도 좋으세요.” 유주한 씨, 그러셨구요. 최윤경 씨는작가님 너무 아름다우세요!” (웃음)

 

: 감사합니다. (웃음)

 

: 나 정말 남자 작가님이 나오셨는데 아름답다는 말이(웃음)

 

: , 남자에요. (웃음)

 

: 할머니 얘기 괜히 했나봐요 (웃음) 곡 소개해주세요.

 

: 한국 밴드 문샤이너스의 눈치도 없이 라는 곡인데요. 이 밴드의 기타를 치시는 차승우라는 분이 있어요. 차차라는 별명이 있고, 옛날에 노브레인이라는 펑크 밴드에서 기타 치시던 그 분이 저하고 좀 알게 돼서... 이 노래의 가사를 좀 써달라 라고 한 거예요. 노래는 있는데 가사가 없는 상태인 거죠. 그래서 이걸 받았는데. 제가 어렵더라구요 가사 쓰는 게. 정말 너무 어려워서 못 쓰겠다 했는데 아, 그럼 너무 아쉽죠... 그래서 안 쓰기로 되었는데 어느 날, 첫 부분이 생각이... 입에서 났어요. ‘바지는 벌써 젖어버렸네라는 부분인데... 그게 생각이 나니까 뒤에가 주욱 나오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가사를 쓴 곡입니다. 이걸 노래방에서 많이 불러주시면 저한테도 뭔가 오지 않을까요?

 

: 문샤이너스의 눈치도 없이. 쉬운 노래는 아니네요.

 

: (웃음) 그래서 방송에서 이렇게 틀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5. Death Cab for Cutie - I Will Follow You into the Dark

 

: ‘김연수 작가님 목소리랑 생각이랑 말씀이 제 마음을 너무나 평온하게 해줘서 오늘 처음 보라를 켰습니다. 집에 귀가하자마자 KONG도 틀었습니다.’ k7504 와아...

 

: , 고맙습니다. (웃음)

 

: , 김연수 작가님 내 인생의 노래, 마지막 노래 소개해주세요.

 

: , Death Cab for Cutie 라는 밴드의 I Will Follow You into the Dark 인데요. 10여년 전에 2007 12월 말에 일산, 제가 일산에 살고 있는데, 일산의 한 카페에서 문인들 모아놓고 강정 시인하고 공연을 한 적이 있습니다.

 

: 공연이요?!

 

: . 그냥 무슨... 제가 그냥 좀 미쳤었나봐요. (웃음) 사람들을 잔뜩 모아놓고 가을 내내 연습을 해가지고 12월달에, 연말에 공연을 했어요. 저는 기타를 쳤구요, 강정 시인은 노래를 좀 잘해서, 노래를 불렀는데... 한 여섯 곡 정도 준비를 했는데. 중간중간 멘트를 좀 해야지 시간을 끌 수 있잖습니까? 근데 강정 시인이 되게 과묵해요. 그래서 아무런 멘트 없이 여섯 곡을 다 부른 거예요. 그런데 이제 30분 지나니까 끝난 거죠. 그랬더니 생업을 다 포기하고 온 문인들이 아우성을 친 거예요. 왜 벌써 끝이냐, 어떻게 하란 말이냐 우리는 이제. 그래서 그럴 줄 알고 저희가 따로 몰래 한 곡을 연습을 했습니다. 그게 바로 이 노래입니다. 그렇게 항의가 들어올 때 제가 앵콜로... (웃음) 혼자 이 노래를 부릅니다.

 

: 부르셨어요?

 

: , 불렀습니다.

 

: , 조금만 한 번 들려봐주실 수 있나요?

 

: (웃음) ,아니 안됩니다. 지금은...

 

: 아니, 불러서...

 

: (웃음) ...

 

: , 정말 이 노래를 부르셨다니... (웃음)

 

: (웃음) , 불렀습니다.

 

: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콘서트 하시면 꼭 불러주세요. (웃음)

 

: 알겠습니다. (웃음)

 

: 그때는 한, 열 곡 정도는... (웃음) 준비하셔야 되지 않을까 싶어요.

 

박미화 씨, “작가님과 마주 앉아 듣고 있는 기분이에요. 감사한 저녁입니다.” 김미선 씨, “노래들이 김연수 작가님 같다, 라는 느낌이 듭니다.” 정보람 씨작가님 추천곡들 노을 드는 이 순간과 너무 잘 어울립니다. 아름다운 음악들이네요.” 김인경 씨와아, 가슴 속에 뭔가 잔잔한 물결이 이는 거 같아요. 여름 밤에 듣기 참 좋아요.” 5219, “지금 음악과 퇴근 길 하늘의 모습이 정말 잘 어울립니다. 감성이 풍부해지는 하루입니다.”

 

이렇게 죽, 물론 조금조금씩 들었지만 내 인생의 노래들 죽 들으니까 어떠셨어요?

 

: 그러게요. 저도 이번에 기회가 되어서 어떤 곡들이... 제가 거치면서 왔는가 들어봤는데 역시 노래는 좋아요. 들을 때마다. 그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떤 기분이었는지, 어떤 감정이었는지 고스란히 다 기억이 나더라구요. , 그래서 노래를 계속 들으면서 온 게 나한테 참 복이구나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 . 김연수 작가님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오늘 끝날 때까지 보내드릴 수가 없습니다. (웃음) 광고 듣고 이야기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

 

: 사랑하기 좋은 날 이금희입니다. 김연수 작가님 신간시절일기를 내놓으셔서 오늘 사랑하기 좋은 날우리가 마주 앉은 저녁에 초대했는데요. “김연수 선생님 시절일기 잘 읽었습니다. 표지에 달이 차오르고 다시 이그러지는 매일매일을 보면서 꾹꾹 눌러 묻고 대답한 글을 보고 저도 지난 시절을 생각했습니다. 앞으로 10년은 좋은 소설 많이 쓰시는 시절이면 좋겠습니다.” 박진주 씨.

 

: , 감사합니다. 저도 앞으로 10년 소설을 많이 쓰도록 하겠습니다.

 

: 소설도 많이 써주시고... 하여튼 모든 글을 많이 써주시기를 부디...

 

: . 계속 다작하겠습니다. (웃음)

: 끝으로 이 질문 드리고 싶어요. 영상의 시대라고 해서 사실 활자로 작업을 하시는 소설가로서, 작가로서 고민을 안 하실 수가 없잖아요. 그런데 사실 이건 작가님의 고민일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무슨 AI가 어떻게 된다고도 하고... 우리 모두나의 가치는 뭐지?’, ‘어떻게 살아야 하지?’ 이런 고민을 안 할 수 없을 거 같습니다. 작가님의 답이 조금 힌트가 되기를요.

 

: 말씀 드린대로 영상은 우리 기억 속에 남아 있는데 그 영상에서는 어떤 게 중요하고 어떤 게 안 중요하고를 알기가 되게 어렵습니다. 그냥 단순히 이미지로만 남아있구요. 그런데 이제 제가 그걸 딱 꼬집어서 글로 쓰게 되는 거죠. 제가 여러 번 글을 씁니다. 제가 만약 제 인생을 회상한다면. 20대 때는 어떤 게 되게 좋았어요, 그래서 뭐 열정적인 사랑이라던지 재능이 넘치는 사람들... 그래서 거기에 초점을 맞춰서 글을 썼다가 또 30대가 되고 보니 같은 인생인데, 그게 아니고 약간 사려 깊은 사람이 더 좋아지더라... 이런 식으로 제 인생을 다르게 쓰기 시작하더라구요. 그래서 글쓰기는 자기가 지금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어떤... 일이라고 생각을 해요. 물론 영상이 있고, 영상으로 다 기록하면 다 증거가 남았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그 당시의 외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뿐이구요. 글을 쓰시면 지금 자기가 어떤... 뭘 하는지를 정확히 알 수 있게 되는 거죠. 그래서 글쓰기를 대체할 순 없을 거 같습니다.

 

: , 끝 곡 좀 소개해주세요.

 

: , Haim Summer Girl 이라는 곡인데요, ... 그냥... 좋았어요.. (웃음)

 

: 알겠습니다. (웃음) 오늘 김연수 작가님이 선물로 주시는시절일기다섯 권은...(...)

 

작가님 자주 오세요.’ 장지호 씨 인사를 끝으로 저도 인사드리겠습니다.

 

: , 자주 불러주십시오.

 

: 고맙습니다. 사랑하기 좋은 날 이금희였습니다. 김연수 작가님과 함께 했습니다.

 


김연수 작가 골든벨 문제 - https://blog.naver.com/seoul_library/221259822162

김연수 작가 골든벨 답안 - https://blog.naver.com/seoul_library/221264729821


사회자 : 선생님, 편하게 여기 와 주신 분들께... (인사를)


김 : 안녕하세요. 수능시험장에 온 거 같습니다. 시험지 넘기는 소리가 굉장히 진지하게 들려가지고... 고생하셨구요. 다 맞추신 분 누구세요? 

(...)

저도 다 맞추기 어려웠는데. 아무튼... 예... 그렇군요. 다 맞춘 게 좋은 건 아닐 거 같아요. 예... 어쨌든 뭐 먼 길 와 주셔서 감사드리구요. 이런 분위기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서점... 워낙 제가, 평생 제일 좋아했던 공간이 이런 서점이었구요. 큰 서점도 아니고 작은 서점이었고. 집에 가는 길에 있는 서점들 있죠. 그런 곳에서 이렇게 제 책을 읽으신 분들이나 읽으실 분들과 만나 뵙고 얘기를 하게 되니까 굉장히 분위기가 참 좋습니다. 네, 반갑습니다.

(...)


사회자 : 이제 본격적으로 북토크를 진행할 건데요. 선생님 혹시 골든벨 문제 풀어보셨어요? 어떠셨어요? 질문의 퀄리티가...


김 : 시험 문제 말인가요? 그거 굉장히 어렵던데요. 제가 봤을 때 그렇게 맞춘다는 것은... 저도 두 문제인가 못 맞춘 게 있었어요. (...)


사회자 : 그 질문 중에 인상적이었던 게,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하신 순간에 대한 질문이 있었잖아요. 거기서 집집마다 널어 놓은 빨래를 보고 결심하셨다는 부분이 있는데 부연해서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김 : 그거는 이제... 이상한 생각을 한 건 아니구요 (웃음) 예전 대학교 때 제가 버스 탄 걸 굉장히 좋아했어요. 왜냐하면 버스를 타면 바깥을 볼 수 있으니까. 동네가, 이런 동네가 있구나, 그런 걸 보는 게 되게 즐거웠거든요. 버스를 타고 다니는 중에... 집집마다 사람들이 다 살고 있잖아요. 그 집에 들어가면 아버지가 있을 거고, 엄마가 있을 거고, 아이가 있을 것이고... 그게 너무 궁금한 거예요. 이 사람들 도대체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그리고 뭔가 고민이 있을 텐데... 어떤 고민이 있을까. 전날에나 전전날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은 욕구 같은 게 많이 있었어요. 그러다가 이제 아까 말씀하신 그... 빨래 같은 것들을 보게 됐는데, 그러니까 전전날이나 3일 전에는 입고 나갔던 옷일 거 아니에요. 입고 더러워졌으니까 빨래를 했을 텐데. 저 옷을 입었을 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르잖아요 제가. 모르는데. 무슨 마법 같은 게 있으면 그 옷한테 물어보면 옷이 저한테 얘기를 해줄 거 아니에요. 이 옷을 입고 저는 어디를 갔습니다. 방화동 신원문고에 갔습니다. 누굴 만났습니다. 이렇게 얘기를 들려줄 거 같은 느낌인 거죠. 그래서 너무 궁금하다, 그 사실을 안 뒤부터는 세상이... 신상품들은 이야기가 없잖아요. 여기 파는 수첩 같은 것들. 그런데 누가 사서 어느 정도 사용하게 되면 무조건 이야기가 생길 수 밖에 없는 거예요. 한 자라도 적어놓거나. 심지어 아무것도 없이 어느 달력 숫자에 동그라미가 쳐져 있어도 그 이야기가 숨겨진 거잖아요. 그래서 이제, 그런 걸 발견한 거죠. 세상이 온통 이야기로 구성돼 있구나. 이 세계가... 화가들은 빛이나 색깔이나 형태로 보겠지만. 저 같은 경우는 이야기로 보이게 되는... 그런 계기가 그때 처음 생겨서. 너무 궁금하다, 그 이야기를 다 알고 싶다, 하는 욕망이 생겼고. 그 욕망이 결국엔 제가 이야기를 쓰게 만들었던 거 같아요.




사회 : (...) 밤은 노래한다를 쓰실 때 자우림의 야상곡을 많이 들으셨다는 내용이 있어요. 평소에 어떤 기준으로 노래를 선곡하는가, 이런 게 궁금해요 사실.


김 : 뭐, 기준은 원래 없구요. 제가 소설을 쓸 때 음악을... 사운드트랙 같은 걸 많이 찾아요. 이 분위기에는 이 음악, 이런 식으로. 일부러 많이 듣는 편인데요. 그래서 주로 소설을 쓸 때는 사운드트랙... OST를 많이 들어요. 저는 영화를 안 보거든요. 이것도 시험 문제 내셨는데... 영화를 거의 안 봅니다. 안 보는 이유도 뭐... 있는데요... 근데 OST는 많이 들어요. 그러니까 영화를 안 봤기 때문에 OST를 들을 수 있는 거죠. 저한테는 연관된 장면이 없어요. OST 같은 경우는 대개 어떤 장면을 보고 만들었기 때문에 감정이 들어가있거든요. 이별 장면에는 이별 감정이 있기 때문에... 제가 마음대로 상상을 하는 거죠. OST 들으면서. 소설 쓸 때는 그런 음악을 많이 듣고 저 혼자 상상을 해요. 어떤 남자가 뛰어가는 거 같다. 이 남자... 똑같은 겁니다, 아까 그 빨래 이야기랑. 이 남자는 왜 뛰어갈까... 이렇게 해서 이야기가 만들어지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그런 음악을 위주로 듣는데. 유독 김윤아씨 음악이 그런 느낌이 많아요. 듣고 있으면 자꾸 이야기가 생각나는 음악들이 많아요. 야상곡 같은 경우는 그때 연변에 있을 때여서... 연변 대학교 외국인 기숙사에 앉아있는데 4월 중순이 돼도 겨울이더라구요 거기는. 딱 그때 쯤 앨범이 나왔어요. 그래서 계속 반복해서 들었는데. 봄을 계속 기다리면서 야상곡을 들은 거구요. 그러다 어느 순간 봄이 되더라구요. 연변에... 아침에는 겨울이었는데 저녁에 봄이 되더라구요. 그러더니 며칠 지나더니 여름이 됐어요. 정말 빨라요. 계절이... 봄이 너무 짧고. 정말 봄이 눈물날 정도로 짧더라구요. 어쨌든 그 짧은 봄이 오는 걸 저 노래와 같이 들었기 때문에 저 노래는 지금도 저한테는 그... 은은한 봄이 되는 날의 느낌이 남아있구요. 그 뒤에 김윤아씨는 계속 좋아하고 있어요. 이번에 비긴어게인에 김윤아씨 나오더라구요. 한동안 안 듣다가 거기서 무슨 노래를 불렀는데 좋드라구요. 그래서 그 노래를 연습을 하고 있어요.


사회자 : 노래는 청하지 않을게요. (웃음)


김 : 연습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웃음)




사회자 : (...) 그라치아 인터뷰에서 365권의 책, 365개의 음반 모으기가 인생의 프로젝트라고 하셨는데. 어느 정도 프로젝트 수행이 되었나요.


김 : 그런데 그게 365개 모으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아직까지 다 채워지지 않았고. 음반은 모을 수 있는데 책은 어렵고. 음반은 365개 모을 수 있는데, 음반 같은 경우는 365개로 추리기가 너무 어려워요. (...) 소설 같은 경우는 순서대로 놓을 수 있는데. 음반은 이 장르의 음악하고 이 장르의 음악이 너무 달라서 경중을 가리기가 어려운 거예요. 장르로는 나눌 수 있는데. OST 같은 경우는 순서대로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OST랑 옛날 락 음악하고 비교하면 너무 고민인 거예요. 그래서 그걸 못 버리고 있는 거죠. 그대로 통째로 다 가지고 있습니다 CD는. CD를 이제 없애야 하는데요... 너무 많은 게 싫어져서. 요샌 뭐 다 저장돼 있어서... 없애야 하는데... 없앨 수는 없고...


사회자 : (...) 사월의 미, 칠월의 솔에 등장하는 중국집 덕성원이 사실은 실제로 제주 맛집입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실 거예요. 이 가게를 소설에 등장시킨 이유가 있으세요? PPL인가요? (웃음)


김 : 제주도에 가게 되면... 소설 쓴 뒤에도 몇 번 갔었거든요. 근데 뭐... 단무지 하나 더 주시진 않고... (웃음) 모르니까 안 주시겠죠. 알린 적도 없구요. 예전에 제가... 저는 아무래도 좀 자유로우니까 굳이 집에서 소설을 쓸 필요가 없겠다 해서 제주도에 가서 소설을 쓴 적이 있어요. 꽤 오래 전 이야기입니다. 2002년의 이야기입니다. 그때 제주도에 예래동이라는, 강정마을 위쪽에 동네가 있는데. 거기서 한 달 반 정도 있었어요. 그때만 해도 제주도에 편의점이 없었구요, 커피숍이 없었어요. 그러니까 옛날식 다방, 커피숍은 있는데 에스프레소를 눌러서 주는 그런 커피숍은 제주시인가 어디에 한 군데 있었구요. 그래서 한 며칠 있으니까 되게 심심하더라구요. 할 일이 없고. 그리고 제일 중대한 문제는... 여기 서점에 와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고 서점에 대한 욕구가 너무 컸어요. 신간 서적. 신간을 보고 싶은 욕구가 너무 커서... 못 참으면 제주시로 가서 칼 호텔 앞에 있는 큰 서점에서 구경하고 커피 마시고 돌아오고 그럴 때죠. 그때 주변에 뭐가 있나, 먹을 만한 게 뭐가 있나 알아보다가 덕성원이라는 곳을 알게 됐어요. 덕성원에 가서 먹었죠. 알고 봤더니 그 동네에 중문이나 서귀포 사람들은 많이 알더라구요. 그때 덕성원 짬뽕을 먹었는데... 사월의 미, 칠월의 솔에 나오는 배경은 제가 살았던 그 동네예요. 예래동. 그 동네 어떤 집을 하나 상상하고 소설을 썼구요. 그래서 제가 잘 아는 분위기. 마지막 장면에 중문 지나서 오는 장면이 있는데. 항상 서귀포 나갔다가 들어오게 되면 그 길이 되게 저한테 인상적으로 남아있어요. 깜깜하고 약간 구릉 지대를 넘어가는 느낌인데. 너무 부드러운 밤의 느낌이었어요. 그게 인상적으로 남아있어서 마지막 장면에 그걸 넣었던 거구요. 그런... 저한테도 추억이 있는 장소여서 덕성원도 넣고, 뭐... 넣고 했던 거 같아요. 딱히 제가 짬뽕을 좋아하거나 그렇진 않구요. 그 집 가면 꽃게 짬뽕이 있어요. 사람들이 그걸 많이 먹더라구요. 저는 안 먹어봤어요. 저는 보통 짬뽕만 먹어봤어요. 그리고 칭따오도 팔기 때문에 짬뽕과 칭따오를 꼭 드셔보세요.




사회자 : (...) 오늘 함께 읽는 책 (사월의 미, 칠월의 솔)을 선정해주신 이유가 좀 있으실까요. 워낙 책이 많으시니까요.


김 : 글쎄요. 다른 책을 선정하면 다른 책의 이유가 나오긴 할 텐데... 이 책 같은 경우에는 제가 소설이라는 게 뭘까 이런 생각을 많이 할 때 썼던 거구요. 소설이랑 실제 인생이 있으면 실제 인생을 소설이 그대로 쓰는 건가... 아니면 실제 인생과 다르게, 내 생각을 쓰는 건가 이런 고민들이 있을 때고. 그리고 제가 실제 인생을 살면서 생기는 고민들도... 지금 일어나는 일들을 그대로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나 나름대로 이걸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하는 것인가, 이런 고민을 많이 할 때 여기 있는 소설들을 썼어요. 그래서 그 고민들은 아직 다 해결이 되진 않았지만... 이게 옳은 건지 아닌 건지는 모르겠으나 소설가로써 이야기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봤을 때는 이야기라는 건 어쨌든 나 자신이 만들어놓은 어떤 세계를 나 자신에게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실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고 그 일들이 제가 볼 때는 저의 해석을 거쳐서 저에게 다가와야 할 텐데. 그렇다면 의미를 계속 찾는 거죠. 그 의미는 어떻게 찾는 것인가... 그런 고민... 그래서 누구나 다 이야기를 만들 것이고 나는 그걸 굉장히 오랫동안 고민하면서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다, 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한 것이어서... 그런 의미로 저한테는 약간 달라진 계기가 된 소설집이에요. 그 이후에 생각한 것들은 이전에 생각한 소설들하고 약간 다른 결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지금의 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소설집이어서 이걸로 합시다 라고 말씀드렸어요.


사회자 : (...) 몇 가지 질문을 미리 받았습니다. (현장에서 받은 질문 판넬 준비) 

소설 외에도 산문집을 내셨는데 산문을 쓰신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요?


김 : 예전에는 산문 같은 걸 그냥 돈 버는 글이라고 생각하고 썼어요. 제가 잡지사를 다녔어요. 1996년, 그때부터 잡지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어느 날 계산해 보니 하루에 200매씩 쓰더라구요 온갖 글을... 여성지 다녔을 때는 보도자료 베껴쓰고 그런 거까지 포함하면 이백몇십 쓰더라구요. 그래서 산문을 쓸 때는 돈을 버는... 나의 글이다... 이런 게 있었어요. 반면에 소설을 쓸 때는 소설은 돈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구요. 그 두 가지 마음 가짐의 차이가 글 쓰는 방식을 결정했어요. 그래서 산문 같은 경우는 최대한 빨리 써야 하는 거죠. 돈을 버는 글이니까. 산문은 빨리 쓰는 버릇이 들었고. 소설 같은 건 어차피 돈이 안 된다고 생각했고 소설로 버는... 슬픈 현실인데 젊었을 때는 소설로 버는 돈은 어디 쓸 수가 없었어요. 돈이 뭐... 소설 책 한 권을 내면 8,000원이라고 치면... 3,000부 정도 찍거든요. 그러면 240만원 정도가 들어오는데... 돈을 쓸 수가 없어요. 이게 너무...아까워서 못 쓰는 게 아니라... 이게 어떻게 번 돈인데. 이런 생각이 들어서. 이건 들어와서 술도 못 마시겠고. 이 돈은 안 쓰고 냅두구요. 내가 이걸 안 쓰고...  약간 자존심 같은 거죠. 이건 안 쓰겠어. 대신 나는 다른 걸로 돈을 벌겠어. 그래서 다른 온갖 글 쓰는 일로 돈을 버는 거죠. 그래서 소설 쓸 때는 내가... 내가 마음에 들 때까지 쓰는 거죠. 이건 돈의 문제가 아니니까. 돈을 주지도 않고 사람들이. 내가 만족할 때까지. 내 만족이라도 있어야 하니까. 그래서 소설 쓰는 기간은 너무 오래 걸려요. 그러니까 두 가지 처음 태도가 그걸 결정했기 때문에... 처음에 산문집을 낼 생각도 별로 없었죠. 그런 식으로 돈 때문에 쓴 글들이었는데. 낼 생각이 없었는데. 어떻게 하다보니까 내게 됐어요. 그 산문집 내고 나서 한동안 기분이 안 좋았어요. 이런 책을... 금방 없어질 텐데. 이런 책을 내야하나. 이런 생각이 들어서... 내고 나서도 인터뷰 같은 것도 안 하고. 그냥 잊어주세요 이렇게 얘기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이 산문을 좋다고... (웃음) 특히 말씀드린 책이 <청춘의 문장들>인데요. 그게 처음 낸 산문집인데 그 <청춘의 문장들>이 좋다고 말씀을 하시는 거죠. 그래서 제가 막... 그거...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좀 기분이 나쁩니다, 이런 적도 있었어요. 왜냐하면 소설 쓸 때는 이렇게 공을 많이 들이는데 소설 좋다는 말은 안 하고 산문이 좋다고 하니까. 그래서 좀 싫어하고 그랬어요. 산문집 좋다는 사람들을. 째려보고. (웃음) 그랬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게 아닐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구요. 내가 산문을 빨리 쓰는 이유와 소설을 늦게 쓰는 이유가 단지 그렇게 돈이 되냐 안 되냐 하는 문제가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거예요. 산문집 같은 경우는, 예를 들자면 산문은 안 고치고 다 쓸 수 있어요. 처음부터. 제 생각을 죽 써 내려가면 되니까. 산문 같은 경우는 거의 시작해서 끝이 나요. 근데 소설 같은 경우는 반드시 고치게 됩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쓰고 나서 처음부터 다시 써야 돼요. 이거는 이제 장르의 문제고. 내가 누구냐에 대한 문제기 때문에 그런 차이가 생긴다고 접근하고 있어요. 산문 같은 건 계속 쓰고자 하는 욕구가 저한테 있거든요. 아, 뭔가 일이 생기면, 문제가 생기면 쓰고자 하는 욕구가 있어요. 이건 소설 쓰기와 다른 욕구인데요. 저 자신에 대해서 이해를 필요로 할 때죠. 이해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이해를 해야 될까...가 전혀 앞길이 안 보일 때, 뭘 써요. 그건 오직 저만 보라고 쓰는 건데... 그렇게 쓰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어요. 아, 이런 식이었구나 이렇게 이해가 되고. 이런 식의 감정들이 들었고, 이때는 감정이 나빴고... 어쨌든 이게 나의... 그대로의 모습이라는 거죠. 거기서 더 나가면 제가 쓴 산문들에 그대로 나가는 거구요. 그래서 산문이라고 해서 소설보다 더 나쁘다, 좋다 이건 말이 안 되는 거구요. 산문은 저와 되게 가까운 글이구요. 소설 같은 경우는 저보다, 자연인인 저와는 거리가 있는 글이구요. 아마 나이가 들어서... 나이가 들면 소설을 못 쓸 거 같아요. 저기 영국에 어떤 할머니는 은퇴 선언을 한 적이 있어요. 자기가 78세에 썼는데 옛날에 40대에 쓴 소설을 다시 쓴 거예요. 그 분이. 그 사실을 알고 자기가 이제 그만 써야 할 때가 됐구나 생각했대요. 소설 같은 경우는 그런 가능성이 되게 많아요. 자기가 쓴 걸 또 쓰고... 아마 소설이 끊어지고 나서 더이상 글을 쓰지 않을 때는 산문을 쓸 거 같다는 생각을 해요. 마지막 글은 소설보다 산문이 아닐까... 그래서 산문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사회자 : (...) 아까 어린 친구들이 왔다가 갔거든요. '책을 왜 조와하고 책을 왜 만드시나요' , '책을 왜 조와하세요?' '신문도 정말 많이 내셨는데... 저도 친구도 책을 정말 조와해요. 더 좋은 책 많이 내주셔요.' (*초등학교 저학년 친구들이 질문을 남겨놓고 갔어요) 그리고 같이 해서... 소위 말하는 고전을 다 읽으셨느냐 하는. 독서나 책에 관련한 질문은 늘 끊임없이 나와요. 왜냐하면 그게 우리가 살면서 하는 고민이기 때문에. '아, 나 너무 책 안 읽는 거 아냐?' 어떠세요 선생님. 답을 좀 주십시오. 


김 : (...) 책을 많이 읽기 시작했을 때는 이유가 없었구요. 책이 읽히니까 읽었고... 읽으니까 좋아서 읽은 것이고... 그런데 이제... 그렇게 안 읽는 분들이 있으시잖아요. 책만 보면 졸리다는 분들 (웃음) 많으세요. 그분들에게 이거에 대해서, 나는 왜 이걸 읽고 좋았는지에 대해서 설명을 할 필요성이 가끔씩 생겨요. 왜 소설을 읽어야 하는가. 이런 거에 대해서 제가 소설을 쓰니까 설명을 할 필요성이 생기는데. 그래서 이런 이유들이 생겼을 테지만. 원래 저는 이유가 없구요. 그냥 책을 읽는 게 좋습니다. 저는 남의 인생이 너무 궁금해요. 그래서 남의 인생을 제일 잘 들여다볼 수 있는 게 책, 소설. 더군다나 그중에서도. 왜 소설이냐 하면... 소설 같은 경우에는 세계를 하나 만들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좋은 소설들은 묘사를 되게 잘해요. 그래서 그 묘사를 어떻게 하냐면 내가 주인공인 것처럼 묘사를 계속 한단 말이죠. 그리고 감정이입을 시키는 게 가장 중요하고 빠른 목적이에요. 두 페이지, 세 페이지에서요... 적어도 열 페이지 안에서는 감정이입을 시켜야지 장편소설을 끌고 갈 수 있는 거죠. 봤는데 막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늘어놓잖아요. 그러면 막 화가 나요. 감정이입 안 되는 게 그렇게 무서운 겁니다. (웃음) 사람을 폭력적으로 바꿔놓습니다.(웃음) 이해 안 되는 친구 보면 진짜 막 화나잖아요. 그러니까 감정이입이라는 건 아주 무서운 거예요. 그런데 그 친구가 이해가 되면 그때부터는 이야기가 쏙쏙 들어오거든요. 책도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감정이입을 시키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그 방법을 굉장히 잘 알고 있어요. 소설가들이. 여러가지로 그걸 시키는데. 플롯적으로는 뭐... 위기에 봉착하거나 이 사람을 되게 멋있게 그리거나 이런 방법이 있구요. 글 쓰는 식에 있어서는 감각적인 뭔가를 계속 주는 거죠. 마치 내가 경험하는 것처럼. 그런 걸 계속 주게 돼요. 그래서 소설을 읽으면 다른 사람 인생을 사는 것처럼 느낄 가능성이 되게 많잖아요. 그리고 오히려... 산문보다는 소설이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산문은 그 정도까지는 자기 얘기를 상세하게 세계를 만들진 못 해요. 생각을 많이 들여다 보는 것이고 소설은 세계를 들여다 보는 거죠. 그런데 이게 왜 중요하냐면... 우리가 사는 문제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어렸을 때 소설 같은 거, 책 같은 거 많이 볼 때 저에게 있었던 콤플렉스가... 세상이 바깥에 이렇게 존재하는데 너는 책만 보고 이렇게 있느냐... 이런 게 어떤... 콤플렉스에요. 책을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의 콤플렉스입니다. 글 쓰는 사람들의 콤플렉스이기도 하구요. 예를 들어서 제가 대학교 다닐 때 지금 당장 거리에서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데 그 일이 일어나고 나서 그걸 글로 쓰는 게 뭐가 중요하냐, 차라리 그냥 그 일에 들어가는 게 좋지... 그런 식으로 해서... 세상과 약간 떨어져지내는 몽상가들... 비현실적인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책을 본다 라는 그런 생각을 저도 가진 거죠. 저도 인생에 대해 생각하는데... 제 앞에 있는 이 인생이란 도대체 뭔가... 어떻게 이걸 받아들여야 되는가 라고 할 때, 자꾸 벗어나려고 하는 게 있어요. 뭐냐하면... 인생은 항상 불만족에 가깝습니다. 불만족이에요. 불편한 게 좀 있어요. 자기 인생들이 다. 몸의 불편도 연관돼 있고... 몸을 움직이는 것 자체가 너무 불편해요. 그쵸? 그래서 여기에서 약간 벗어났으면 하는 생각을 다 가지고 있는 거구요. 그게 어떤... 몽상, 망상 같은 것들이죠. 내가, 내가 아니었으면 되게 잘 살 수 있을 거 같은 그런 느낌을 다들 가지고 있죠. 그래서 이 앞에 인생 같은 게 잘 안 보여요. 대부분은. 왜냐하면 불만이 많기 때문에 이걸 느끼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는 거죠. 자기 몸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느끼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구요. 그런데 다른 뭔가가 있었을 거 같은 느낌이 들어서... 저도 책을 많이 봤어요. 이 세계 말고 다른 세계가 있지 않을까... 인생은 기니까 한 번 있는 힘껏 파헤쳐 보자. 저도 이것저것 책을 많이 봤는데 다른 세계가 있다는 사람도 있고 없다는 사람도 있고. 이 세계 말고 사후세계가 있다는 사람도 있고 없다는 사람도 있는데... 제가 책을 통해서 확인해 본 바로는 뭐... 없어요. (웃음)  책을 통해서 검증이 가능한 일이 있었는가 찾아봤더니 없어요. 19세기에는... 그런 거 많이 했거든요. 최면... 강신술. 부르는 거죠. 다윈 같은 사람 불러서 그 사람의 지식을 알려고 하고. 그런 모임이 굉장히 많았는데. 그중에 한 사람이 그런 모임을 이끌던 사람이었어요. 항상 강신술을 써서 귀신을 불렀던 사람인데. 이 사람이 자기가 죽으면 사후세계에 갈 텐데, 내가 다시 돌아오겠다, 그때 자기인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죽었어요. 문제를 내고 간 거죠. 자기만 아는 답을 주고 질문을 해 봐라... 귀신이 나타나면. 그래서 여러 번 그 귀신이 왔어요. 영혼이... 여러 번 강신술을 써서 왔는데 한 번도 못 맞췄어요. 문제의 답을. 영매가 와서 귀신을 불렀는데 말은 하는데 못 맞춰요. 그걸 보고 사후세계가... 일단 이 상태 그대로의 사후세계는 없는 거 같다. 그러니까 이 상태 그대로가 아니고 다른 상태로는 있겠죠. 약간 변형이 돼서. 그렇다면 그건 나의 사후세계라고 할 수 있는가 라는 문제가 생겼고. 그럼 감각적으로 내가 알 수 있는 세계는 이 세계 하나 밖에 없구나 라는 걸 알게 됐어요. 그렇다면 이 세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 저는 이 세계 속으로 더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세계가 유일한 세계라면 이 세계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아까 말씀드린 대로 사월의 미, 칠월의 솔 쓸 때 제 생각처럼... 뭐... 두 가지 방법이 있을 거예요. 이 세계가 되게 불편하다고... 그런 생각이 드는 세계가 있을 텐데... 그때부터 저는 의심이 드는 거죠. 불편하다는 생각은 그럼 어디서 왔을까. 그럼 보통은, 저도 마찬가지고 다른 누군가의 얘기를 들어도... 저 스스로 한 번 불편을 느껴보자 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건 계속 감각하는 거예요. 이게 진짜 불편한 게 맞는지.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 찌뿌둥하다고 생각하는데 찌뿌둥한 게 정말 맞는지 감각적으로 생각해보는 거죠. 그럼 그 느낌에 대해서 정확하게 말을 할 수 있게 되구요. 말을 하는 순간 약간 달라지더라구요. 내가 어렴풋이 알고 있던 것과는 좀 다르구나. 예를 들면 색깔 같은 것도 매일 집 앞에서 보던 것의... 색깔도... 자세히 보니까 내가 생각하던 거랑 다르구나. 그렇게 이 세계에 대해서 좀 더 책임감 있게 나를 알아나가기 시작하더라구요. 그런 연습을 계속 시켜주는 게... 정말 잘 쓴 소설들이에요. 우리가 소설을 잘 읽고자 한다면 주인공처럼 감정이입을 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그 주인공에 대해서 나인 것처럼... 계속 의식적으로 노력을 해야 해요. 여러분들이... 좋은 소설들이 그런 걸 잘 만들어놨는데... 그게 성가셔요. 상상하는 게 너무 성가셔요. 이 사람이 앞에 있는 컵을... 막... 묘사를... 어떤 거는 막 한 페이지씩 묘사하잖아요. (웃음) 그걸 따라가는 게 너무 힘들어요. 상상을 해야 하니까. 모양과 색깔과... 색깔도 그냥 까만색도 아니고 거무스름팅팅... 거무스름팅팅은 뭘까 계속 생각을 해야 하니까 너무 피곤해서 이런 소설들은 재미없는 소설이라고 생각을 하잖아요. 그냥 검정색은 검정색이라고 말하는 소설을 읽어보고 싶죠. 그런데 그게 똑같은 문제인 거예요. 상상이 말해주는 소설들은, 소설 속 현실을 계속 책임지게 만들어요. 다른 사람의 문제로 바뀌게 되면, 저 사람하고 제가 감정이입을 하려면 저 사람의 현실에 대해서 제가 막 물어보고 정신 차리고 들어야 하잖아요. 어떻게 감각하고 있는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지금 뭐... 몸은 아픈 데가 없는지. 알게 되면 아, 그렇구나 알게 되는 거죠. 예를 들어 속이 안 좋은 사람이 있어요. 아침에 뭘 잘못 먹었어요. 제가 모르는 어떤 사람이... 계속 자꾸 틱틱거리는 거죠. 그럼 제가 생각하는 건 그런 거예요. 흔히... '오늘 기분이 나빠있네. 뭔가. 뭐 때문에 그러지. 아까 왔을 때 인사를 좀 늦게 해서 기분이 나쁜가...' 이게 일반적인 사람들의 방식인데. 보통은 아침에 뭘 잘못 먹었다거나... 이런 식의 느낌이 있단 거죠. 그걸 알게 되면 금방 이해가 돼요. 바로 알게 되고. 그래서 다른 사람 같은 경우에는 그런 식으로 적극적으로 알려고 노력을 하게 되는 게 이 사람을 이해하게 된다 라는 거죠. 그런데 우리게 가장 당면한 문제는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거잖아요. 자기 자신을 대충 이해할 수 없잖아요. 그냥 검정색이라고... 거무룩틱틱한데. 그렇게 대충 이해할 수 없잖아요 나하고 내 인생인데. 그러니까 자기 자신에게 감정이입을 해야 할 거 아니에요. 우리가. 자기 자신한테 감정이입을 해 본 적이 언제 있냐 생각해보면 쉽지 않아요. 내가 정말 정신 차리고 여기가 어딘지, 내가 여기서 뭘 하려고 했는지, 그리고 내 앞에 뭐가 있는지, 음식이 맛이 어떤지, 색깔에 비유하자면 이 음식이 무슨 색인지. 이런 걸 해본 적이 오래 됐다는 거죠. 저 자신에게 감정이입을 한 지가. 그래서 그런 연습들을 소설이 계속 시켜주는 거예요. 우리를 괴롭히려고. 여러분들을 괴롭히려고. 제가 소설을... 막 정확한 색깔이 뭔지 알아보려고 하는 게 아니라. 종국에는 자기를 둘러싼 어떤 세상에 대해서 책임감 있게 나 자신이 되기 위해서 하는 그런 연습을 소설이 시켜준다는 거죠. 그래서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좀 더 세상은 물론이고 타인은 물론이고, 더 이해가 잘 되구요. 결국엔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가 매우 깊어지고, 건성으로 살지 않게 되는 거죠. 내 인생을 무슨 남의 인생처럼 살지 않게 되니까. 


사회자 : (...) 달리기 계속 하시냐는 질문이 있었어요.


김 : 달리기는 안 한 지가 좀 됐어요. 작년 1월까지 하구요... 작년.... 2월까지는 했구요. 작년 3월이 되니까 달리기 할 수 있는 날이 3일 정도? 정말 4~5일 밖에 없었어요. 미세먼지... 봄에는 보통 황사가 오니까 봄에는 약간 중단을 하거든요. 그랬다가 6월 쯤 되면 보통 날이 맑아져서 6월부터 11월까지는 뛸 수 있는데... 작년부터에요. 작년부터 여름에도 미세먼지고 가을에도 미세먼지고 겨울에도 미세먼지가... (관객 : 마스크...) 하고도 뛰어봤는데... 제가 약간 이과 체질이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이걸 하면 건강에 도움이 될까. 오히려 나빠질까. 어느 정도 뛰면 좋고 넘으면 나빠질까. 아무리 생각해도 나쁜 거 같아요. 남들보다 더 많은 미세먼지를 마시게 되는 거 같아서. 그래서 안 뛴 지가... 작년 2월까지 뛰고는 안 뛰고 있어요.


사회자 : 건강은 하시죠? (웃음)


김 : 그래서 이제 대신 다른 걸 하고 있어요.


사회자 : 뭐 하세요?


김 : 요가를 하고 있어요. 


사회자 : 오... 어떻게 잘 맞으시는 거 같아요?


김 : 제 몸에는 안 맞는데요.(웃음) 제 마음에는 맞아요. 요가를 하면서 많은 걸 깨우치고 있어요. 2년 쯤 되가는데요. 요가 선생님이 자꾸 몸에 힘을 빼라고 하는 거예요. 몸에 힘을 뺀다는 것이 무엇인가, 2년째 생각 중인데 최근에 약간 알게 됐어요. 몸에 힘을 빼는 게 무엇인가. 그건 몸에 힘을 안 주는 거예요.(웃음) 제가 몸에 힘을 빼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몸에 힘을 주더라구요. 그래서 최근에 그걸 알게 돼서... 하산을...(웃음) 이제 시작하게 된 단계예요.




사회자 : (...) 힘듦에 대한 질문이 많이 있어요. (...) 일단은 글을 쓰는 게 힘들지 않냐는 질문이 많았어요. 그리고 오히려 글을, 대작을 만났을 때 용기가 꺾이지 않으시나요 이런 질문도 있어요. 그럴 때 극복할 수 있는 것들이 있을까요. 약간 다른 종류의 힘듦인데 글을 쓰는 힘듦과 글을 안 쓰는 것에서 오는 힘듦도 있으신가봐요. 


김 : 글을 쓰는 건 힘들죠. 두 말 할 거 없이 힘든 거 같구요. 육체적으로 힘들어요. 정신적... 육체적으로 되게 힘들어요. 사실 전 잠을 많이 잡니다. 그래서 막히면 잡니다. 육체적으로 힘들어서 그래요. 오래 앉아있기가 쉽지가 않아서... 정신을 집중하고... 그래서 막히게 된다면 다른 식의 방법들이 있잖아요. 예전에 친구들하고 얘기했어요. 막히면 어떻게 하냐 그랬더니 샤워한다는 친구도 있었고... 술 마신다는 사람도 있었고... 뭘 막 부수는 사람도 있고... 벽 치고 막... 이런 사람도 있더라구요. 넌 뭐하냐고 해서 저는 잔다 그랬거든요. 넌 어떻게 작가가 잠을 잘 수 있냐고... 글이 안 되는데... 저는 몸이 약하니까 잠을 잔다고 말은 했는데. 제 생각에는 그 에너지를 거기다가 쓰다니. 막 벽 때리고 이런 데. 그걸 빨리 수습을 해서 글을 써야 하는데. 그래서 잠을 굉장히 많이 자구요. 육체적으로 굉장히 힘든 일입니다. 저는 영감 같은 거 믿지 않구요. 그래서 한 번에 된다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 처음에는 했을지 모르겠어요. 예전에. 그런데 책을 내고나서 다른 사람들한테 읽히고 그 사람들의 반응을 듣고 이걸 여러 번 반복했을 때, 한 번에 쓴 글에 대한 반응은, 열 번 고친 글에 대한 반응에 비해서 훨씬 안 좋다는 걸 체감적으로 알게 된 거죠. 그래서 소설이라는 건 여러 번 고치는 것이다, 이렇게 이해했구요. 그래서 말하자면 썼던 걸 처음부터 다시 쓰면 되게 좋아져요. 아주 미묘하게 바뀌거든요. 많이 바뀌면 흐뭇할 건데 조금 바뀌어요. 이름을 '그'로 바꾸거나. 그런 걸 다시 쓰는 거예요. 처음부터. 그런데 조금 좋아집니다. 그러다가 조금 늘어나는 부분도 있고 줄어드는 부분도 있어서. 그걸 또 다시 쓰면 또 좋아져요. 이제 그건 알겠어요. 아는데... 다시 쓰려면 너무 힘들어요. 온갖 에너지를 다 긁어모아야지 처음부터 다시 쓸 수 있어요. 그래서 잠을 자는 편이구요... 글 쓰는 건 힘든 것이 당연하다. 힘든 걸 아시니까 체력을 유지하시고... 저는 예전에는 감정도 이렇게... 유지를... 회사 다닐 때 글을 써야 하니까. 저녁에 세 시간 밖에 글 쓸 시간이 없어요. 저한테는. 그래서 그 시간을 날려버리면 하루가 없어지는 거죠. 글 쓸 시간이. 그래서 그 시간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책상에 앉을 때 제가 아주... 뭐라고 해야 할까요. 맑고 명징한 상태여야 해요. 그런데 가정사 같은 게 생기잖아요. 문제가 항상 생겨요. 우리 인생은 항상 문제예요. 가만 냅두지 않아요. 그냥 가만히 있으면 잘 쓸 수 있는데... 라는 게 항상 우리의 생각인 거죠. 그래서 무슨 일인가가 반드시 일어납니다. 가정에서든 직장에서든. 심지어는 기분 좋게 집에 가다가 길거리에서도 일어나요. 누가 나를 화나게 한다던지... 기분이 확 상하거든요. 그러면 날리잖아요. 글 쓸 시간을. 다른 누군가 때문에 그걸 날리는 것은 너무나 한심한 일이다 라고 생각해서... 이렇게 잘 반응을 안 하는 거죠. 저는 깨끗한 상태로 책상에 앉고 싶으니까. 반응을 안 해요. 그 정도로 힘든 일이라고 생각해요. 힘든 건 당연하고, 힘든 걸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나면 힘을 비축을 하셔야죠. 어떤 방법으로든... 대작이나 잘 쓴 소설들 보면 저는 되게 기쁩니다. 사실은 소설을...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 들려주고 싶다는 욕구도 있지만 소설만 읽고 싶은 욕구도 있어요. 진짜. 제가 대한항공 아들로 태어났으면 (웃음) 소설만 읽겠어요. 집에서. 회사에 뭐하려고 취직을 하지? 왜 다른 사람하고... 저는 계속 책만 읽겠어요. 소설 안 쓰고. 대작부터... 정말 잘 쓴 소설들이 있어요. 발견하면 기쁘고 정말 좋습니다.


사회자 : (...) 작품에 대한 질문도 많은데... 아, 다른... 제가 읽어드리고 답을 해주실 수 있는 부분은 해주시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민이 있어요. 옛날에 사는 데 안 좋은 일이 많았어요. 지금은 잘 지내지만 그 안 좋은 일들이 생각나서 괴로워요.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요. 잊는 게 불가능하다면 괴롭지 않을 방법이 뭐가 있을까요. 혹시 그런 것들이... 답을 주실 수 있을까요. 혹은, 이건 비슷한 결이기 때문에 같이 읽어드리면, 인생이 외로운 건가요? 인생의 공허함 같은 질문을 네이버에 물어보곤 합니다. 특별한 대답이 없는데도 그렇게 질문을 해주시나봐요. 작가님은 밑바닥까지 떨어졌다고 느낄 때 어떤 것에서 위로를 받으시나요. 


김 : 근데 인생이 외로운 게 아니고 본인이 외로운 건데... (웃음) 제가 보기에 인생은 무죄구요. 죄가 없구요. 인생은 좋고 나쁨이 없이 그냥 일어나는 일들의 연속이라고 보구요. 외로운 건 대개 본인들이 외롭고 힘든 것도 본인들이 힘든 거구요. 저는 그렇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저도... 제가 힘드니까 이 세상이 다 힘든 거 같고 세상이 원망스럽다거나 그랬었는데 그건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이 들구요. 뭐랄까요... 참 어려운 질문을 하셨기 때문에 쉽게 답을 하기가 되게 어려워요. 저한테... 제가 질문을 던졌으면 저한테는 답을 하겠는데 제 답이 여러분에게 맞는지 안 맞는지 제가 어렵잖아요. 저는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라는 수준의 말씀일 텐데요. 외로움이나 이런 것들을 다 말하자면... 소설을 다 쓰신 거잖아요. 본인이 생각하기에... 소설에서 외롭다는 것을... 저한테 작품으로 내주세요 라고 하면 여러분들이 이유를 말할 수 있을 거잖아요. 예를 들어 모태솔로에요. 서른 살인데 모태솔로입니다. 이렇게 말씀을 써 내시면 제가 이건 소설이 아니니까 다시 써 주세요라고 얘기를 할 거예요. 소설이 되려면 어떤 상황을 저한테 보여주셔야 하는 거죠. 이 외로움의 상황. 그래서 그 상황을 정확하게 묘사를 해 주세요. 예를 들어 크리스마스 이브인데, 혼자, 주변에는 다 커플들인데 나 혼자 패밀리 레스토랑에 앉아있어요. 그런 상황을 주시면 아, 이건 잘 썼다고 얘기를 할 거 같아요. 그런데 그때도 어쨌든 이 분은 관념적으로는 뭐, 외롭다 생각하지만 자기 앞에는 온갖 경험할 것들이 존재하고 있는 거잖아요. 경험 같은 건 커플이 있다고 해서 더 경험이 강화되는 것도 아니고 내 짝이 없다고 해서 약화되는 것도 아닌 경험들이 존재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경험의 차원에서 봐서는 이건 외로움은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이걸 누구와 같이 봤으면 좋게다는 건 경험의 차원은 아니고 감정의 차원인 거죠. 감정이라는 건 같이 있으면, 같이 보면 좋다는 걸 저에게 말을 해줬겠죠? 많은 영상 매체들이 저에게 보여줬구요. 그래서 같이 있으면 지금 내가 보는 것보다 훨씬 이 세계가 또렷하게 보일 거야... 라고 생각하겠지만 착각일 가능성이 굉장히 많지 않은가... 만약에 우리가 그 상황 속에 들어가 있다면... 저는 그렇게 이해를 하기 시작했어요. 어떤 일이 생겨요. 일이 생기면 제일 쉬운 건... 과거에 있었던 일에 빗대서 이 일을 해석을 하는 거죠. 그럼 어쨌든 그건... 아니다, 라는 건 알겠어요. 예를 들어서 내가 상상할 때가 있잖아요. 일이 생기면 아마 이러저러한 일들이 벌어질 거야 라면서 이거에 딱지를 붙이는 거죠. 이건 좋지 않아, 이 일이 생기면 안 돼 라고. 그런 식의 프로세스는 아니다, 라고 쉽게 생각하게 됐어요. 과거에 봤더니 저 사람은 항상 저렇게 일을 했어. 그래서 이렇게 말하는 건 정말 안 좋은 거야... 이렇게 생각하는 걸 안 하는 게 버릇이 됐어요. 그건 여러분들도 쉽게 벗어날 수 있을 거예요. 그런 식으로 발전하는 생각은. 그런데 정말 중요한 것은, 정말 슬픈 일이 생길 때에요. 실제로. 누군가 돌아가신다거나. 아니면 어떤 일을 당한다거나. 이때는 뭐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때 저는... 저한테 계속 하는 말이에요. 그 안으로 들어가는 수 밖에 없으니까... 슬퍼하는 수 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슬픔을 계속 느낄 수 밖에 없는 거고. 이 슬픔에 대해서 해석을 좀... 하지 말자. 이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힘든 일들은 힘들 텐데... 힘든 일들이 생길 때는 계속... 힘드...힘드십시오...(웃음) 더 힘드십시오 (웃음) 왜냐하면 힘든 일이 생길 때 그 힘듬을 받아들이기는 너무 힘들잖아요. 그래서 안 받아들이려고 굉장히 무슨... 여러가지 장치를 한단 말이죠. 이렇게 해석을 해보고 저렇게 해석을 해보는데. 그게 나중에 다 작용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힘든 일이 생기면 어쩔 수 없잖아요. 그냥 힘든 걸 계속 느끼는 수 밖에 없는 거죠. 아, 내가 이 정도로 힘들어하고 있구나. 그걸 느끼시는 게 빠져나올 수 있는 가장 쉬운 길인 거 같다 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런 식으로 어떤 일들의 딱지를 붙이지 말자, 감정에 딱지를 붙이지 말자 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게 잘 된다는 뜻은 아니구요. 그렇게 해야 되겠다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회자 : (...) 책을 읽으면서 웃음이 났던 부분이 있습니다. (사월의 미, 칠월의 솔 재미있는 부분 읽음)

개그감이 있으시다, 혹시 유머스럽다는 평가를 주변에서 듣고 계십니까


김 : 그렇진 않은 거 같은데요. 유머스럽지는 않은 거 같으... 


사회자 : 그걸 또 아니라고 인정은 안 하시네요 (웃음)


김 : 주변에 그렇게 유머를 잘 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친구들을 봐도... 유머를... 잘 하는 편은 아니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웃음)


사회자 : (...) 밤은 노래한다, 네가 누구든 얼마든 외롭든 에도 나와요. 역사를 다루는 작업들이 좀 있었어요. 역사를 다루는, 역사적 소재를 다루는 작품들에 대해서 혹시 말씀해주실 게 있을까요. 앞으로 다루고 싶거나...


김 : 계속 역사와 관련된 소설을 쓰고 있구요. 지금도 쓰고 있구요, 어제도 썼구요, 오늘도 썼구요, 돌아가서도 쓸 건데요. 왜 쓰게 됐는지... 왜 내가 이걸 쓰게 됐을까... 생각하면... 왜 쓰게 됐는지는 모르겠어요. 언젠가는, 이유를 알았는데... 어떤 책을 보다가, 무슨 한 줄을 보고 그게 궁금해서 쓰게 됐습니다, 뭐 이런 게 있었는데. 그게 5년, 10년 정도... 길어야... 그 정도면 다 썼어야 하는데 그렇게 길게 오랫동안 못 쓰고 있으면 그만 써야 하는데... 그럼 이걸 왜 쓰는 것일까 생각해보면, 제가 수필집에도 썼는데... 운명입니다 (웃음) 운명인 거 같은 그런 생각이 약간 들더라구요. 제가 자꾸 이 일들에 대해 벗어나지 못 하고 계속 쓰는가... 아무튼 실존인물이라서 그래요. 이 분들이. 제가 만들어낸 사람들이면 모르겠는데. 실존인물들이어서... 왜 이 사람들의 삶을 계속 들여다봐야 하는가... 생각했었는데. 약간 뭐랄까. 매력이 좀 있어요. 역사 소설이. 뭐냐하면, 우리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되게 편안한, 안정된 세계에요. 그래서 사실 모험을 걸 만한 일이 일어나지 않구요. 우리가 괴롭다고는 하지만 그 괴로움은, 물론 괴로움은 비교할 문제가 아니지만. 소설적인 형태로 봤을 때 우리가 느끼는 괴로움은 그들이 사건으로 겪었던 괴로움에 비해서는 아주 작은, 사소한 일상적인 것들이죠. 그래서 정말 계속 질문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삶을 살았단 말이에요.역사적인 그 사람들이. 계속 받을 수 밖에 없는 질문은... 왜 사는가 라는 질문이에요. 너무 고통스럽게 살아요. 아주 개, 돼지처럼. 완전히 막... 노예로 팔려가고 그러면 사람처럼 살 수가 없는 거예요. 본인이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해요. 전혀. 백퍼센트. 살지 못하고. 그 강도는 자기가 상상해 본 몇만 배 정도 자기가 원했던 삶이 아니에요. 아, 대학교만 떨어져도 미칠 거 같은데. 정말 가고 싶었는데. 우리 다음 세대는 무슨 역사 소설을 쓸지 모르겠지만. 우리 시대 제일 큰 참사는 연애소설이에요. 너무 좋은데, 너무 좋아하는데, 같이 살 인생이 눈 앞에 있었는데 없어지는 거죠. 자기가 원하는 인생을 못 사는 거죠. 내용은 똑같은데. 그들은 계속 자기가 원하는 인생을 살지 못 해요. 그래서 제가 역사 소설로 이렇게 쓰는데... 그러면 그 질문에 답을 해야 해요. 내가 원하는 삶을 못 사는데 왜 안 죽니...너는... 당장 죽어야지. 희망도 없어요. 그런 상황인데도 이 사람들이 죽진 않았거든요. 제가 그걸 알고 싶은 거예요. 왜 이 사람들은 안 죽었을까. 이유가 뭘까. 잘 모르겠어요. 삶에 무슨 에너지가 있나. 사는 게, 이런 삶을 오래 살고 싶어할 거 같아요. 참 재밌잖아요. 다음에 IT 뭐가 나올지 궁금하고. 어떤 신기술이 나올지 궁금하고. 그래서 좀 더 살면 재밌을 거 같고 한데. 그때는 완전 지옥 같은 삶이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려고 하는데 그 이유가 뭘까. DNA 때문인가. 뭘까. 그게 저에게 큰, 계속 주는 질문이어서 역사 소설은 실제로 그런 일들을 쓴 거고 그 공간은 제가 만든 공간이 아니고 실제로 있었던 공간이고 거기에서 실제로 살았던 사람들이 답은 하지 않았지만 그냥 인생으로서 이유는 모르지만 답은 있어요. 살만해요. 그래서 살아야 돼. 하고 죽은 거예요. 역사적으로... 그 답 부분이 너무너무 궁금한 거죠. 그래서 소설을 쓰면 알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쓰기 시작한 건데 그게 이제 또... 힘듭니다. 이 답을 알아내는 게. 그래서 아마 답을 모를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어쨌든 그게 저한테 매력적이어서 역사 소설을 계속 쓰고 있구요. 뭐... 아무튼... 너무 오랫동안 역사 소설을 자꾸 쓰고 있는데. 아무튼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해보구요. 언제까지 쓸지 모르겠어요. 지금 쓰고 있는 소설, 그 다음 소설, 그 다음 소설도 있거든요 이야기가. 그래서 이러다가는 이광수 같은... (웃음) 그런 사람이 되려나. 아무튼 궁금하기도 한데. 어쨌든 제가 하기 싫으면 안 하겠죠 나중에. 지금은 하고 싶으니까 계속 해 보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사회자 : (...) 선생님 마지막으로... (...) 동네서점에 대해 한 말씀 해주세요.


김 : (...) 저는 서점과 관련된 기억은 정말... 좋아요. 잘 살았던 거 같아요. 제가 태어났을 때 김천이란 동네에 태어났고 거기에 이런 식의 서점들이 있었구요. 그리고 다행히도 부모님들이 제가 어렸을 때부터 책 사라고는 돈을 주셨기 때문에 그 돈으로 제가 책을 계속 볼 수 있었단 말이죠. 제가 생각하기에 정말 천국 같은 게 뭐냐하면... 초등학교 3학년 때 동네 서점에... 춘향당 서점이라고 있었어요. 김천에. 거기 들어가면 왼쪽 밑에 이렇게... 주욱... 일렬로 거치된 책이 있었거든요. 삼중당 문고는 이렇게 돌아가게 돼 있었고. 초등학생이니까 삼중당 문고는 보기 어렵고 그 밑에 계몽사에서 셜록 홈즈 시리즈를 냈어요. 그런데 요즘처럼 전집으로 나오는 게 아니고 단편소설 하나씩을 까만 표지로 해서 옛날 원래 판화 삽화와 함께 해서... 한꺼번에 안 내고 조금씩 냈어요. 매달, 매주 다르게. 그래서 엄마한테 돈을 받는 거죠. 우리 어머니는 돈이 많으셨어요. (웃음) 어머니는 돈이 많으셨지...라는 노래를... 왜냐하면 빵집을 하셨기 때문에 현금이 많아요. 계산대에. 과자를 사겠다고 하면 돈을 안 주셨어요. 그런데 책을 사겠다고 하면 돈을 주셨어요. 그 책이 300원인가, 뭐 그랬던 거 같아요. 책을 자주는 못 샀죠. 일주일에 한 두권. 그래서 돈을 받고 가는 거예요. 서점에. 지금까지 나온 건 다 읽었고 안 나온 게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그게 언제 나올지 알 수가 없어요. 요즘처럼 인터넷 검색도 안 되니까. 가야지 확인이 돼요. 돈을 들고 거기 가서 그걸 볼 때가 제일 행복한 순간이었거든요. 새 시리즈가 나와 있으면 정말 행복했어요. 그걸 사가지고 볼 때, 처음 열어봤을 때... 그게 아직까지도 생각나요. 셜록 홈즈라는 게 또 처음이 중요하잖아요. 두 번째부터는 좀 김이 빠지죠. 여러 번 보기는 하지만. 처음 봤을 때 그 기쁨, 잊을 수가 없이 지금도 너무 좋고... 그런 식으로... 그때부터 서점에 가서 책을 읽는 걸 알게 되고 배우게 되고... 중학생이 되어서도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그때는 좀 더 멀리 갈 수 있으니까 대구 같은 곳에 가서 큰 서점에서... 그런 데는 김천에 없는 책들이 있거든요. 그 책들 보면... 내 세계가... 내 머리통이 두 배로 커지는 느낌이 들죠. 그러다가 마침내, 교보문고, 서울에 왔을 때... 그때 나의 인생 정점이 온 거 같다 (웃음) 평생을 그렇게 기쁨을 줬던 공간들이어서... 이 기쁨을 아까 왔다가 질문만 하고 가신 학생들에게도 꼭 전해주고 싶어요. 이상하게 그렇게 전해주고 싶은 게 있어요. 그때 많이 읽었던 만화가, 동짜몽이라는 만화가 있어요. 이게 도라에몽이라는 만화를 카피해서... 한국에서 만화가들이 귀를 자른 걸 붙여놓고... 약간 다르게 해서 동짜몽이라고 시리즈를 계속 냈어요. 저는 당연히 그게 동짜몽인 줄 알고 살았거든요. 설명도 너무 잘했어요. 동글 짜리 몽땅의 준말이라고 해서 동짜몽이라고... 누가 이걸 의심하겠어요. 나중에 이게 일본 만화라는 걸 알고 큰 충격을 받았어요. 도라에몽이라는 이름도 너무 충격적이어서 입에 붙는데 되게 오래 걸렸거든요. 그랬는데 나중에 제가 아이를 낳고 애가 좀 크고... 지금 많이 컸는데 (웃음) 얘가 도라에몽을 되게 좋아하게 됐어요. 그 경험이 저한테는 뭐랄까... 되게 특별하더라구요. 내가 어렸을 때, 정말 자그만한 애였을 때 좋아하던 캐릭터인데 그걸 같이 경험을... 공유한다는 게 좀 안정감이 들어요. 세상이 그렇게 큰 변화가 없었구나. 그리고 그 다음에도 큰 변화가 없을 수도 있겠구나. 되게 안정감이 들어서 좋더라구요. 그래서 전 이런 공간들이 없어지고 제가 경험한 것들을 경험하지 못 하게 되고 그럼 불안정한 세계가 펼쳐지는 거죠.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구요. 다행히도 세상이 쉽게 망가지지 않는 듯한 생각이 들어요. 여러분들이... 사람들이 지혜를 모으고 여러가지 일들을 하고 있으니까 이런 식으로 행사를 하게 되고 최근 들어 서점도 많이 생기고... 그래서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그런 생각도 하게 됐구요. 그리고 어쨌든 여기 서점을 둘러 싼 여러 경험들이, 인류가 겪었던 경험들이 이어지기를 바라구요. 여러분께서 그걸 많이 느꼈으면 좋겠고 저도 많이 느꼈으면 좋겠어요. 아무튼 이런 행사를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구요. 신원문고는 처음 와 봤네요 (웃음) (행사 중에 서점에 방문한 어린 친구들을 보고) 저런 친구들이 계속 여기 와서 이런 거... 동네에 작가가 와서 얘기도 하고 저런 적이 있었구나 이런 경험들을 계속 하기를 바라겠습니다. 


사회자 : (...) 끝으로 우리 함께 해 주신 분들께 마지막 인사 부탁드리겠습니다.


김 : (...) 반가웠구요. 이렇게 찾아오시는 건 굉장히 놀라운 일인데... 계속 앉아 계시고... 박차고 나갈 수도 있는데 (웃음) 안 나가주셔서 굉장히 고맙구요. 어쨌든 이렇게 한 번 뵀으니까... 작가는 원래 책을 쓰는 사람이니까 책으로도 한 번 뵙고, 제가 책을 많이 썼으니까 안 읽은 책이 분명히 있을 거예요.(웃음) 그걸로 또 뵙고... 책으로 두 번 더 뵙고... 더 뵐까요? (웃음) 앞으로도 다시 또 뵐 기회가 있으면.... 반가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 : 안녕하세요. 소설 쓰는 김연수라고 합니다.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소설 바탕으로 만든 이 공연, 제가 뒤에서 지켜봤는데 굉장히 열심히 몰입해서 봐 주셔서 제가 기쁩니다. 반갑습니다.


최 : 작품을... (낭독 공연) 처음 보신 건 아니잖아요. 오랜만에 이 작품을 다시 읽게 되신 거 아닐까요.


김 : 작년에 아마... 이걸 한 번 했었구요. 올해 두번째로 제가 봤는데. 같은 분들이 하셨던 거 같구요. 작년에 비해서 올해가 훨씬 더... 뭐랄까. 효과적인 것들이 많이 있었어요. 피아노라던지. 사트바르 싱이라는 펀잡 사람을 연기하신 분은 작년과 달리 더욱 더 펀잡인처럼 바뀌어가지고 내년에 한 번 더 하면 거의 펀잡 사람이 되실 거 같아요. (웃음) 


최 : 이 작품 만큼 12월에 시기적으로도 잘 맞는 작품은 찾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한 해를 마무리하는 마음과 맞더라구요. 쓰실 때 어떤... 사실 레이먼드 카버에게 라는 부제가 붙어있고 오마주한 작품으로도 알려져 있죠. 어떻게 이 글을 쓰시게 되셨는지, 다시 한 번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김 : 글쎄요. 제가 소설을 쓸 때 전체적인 이야기를 다 갖추고 쓰는 건 아니구요. 대개는 어떤 한 장면이나 어떤 한 문장이나... 뭐 그런 것들을 가지고 계속 만지다보면 소설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소설은 마지막 문장을 먼저 썼어요. 코끼리... 아기처럼... 이렇게 이야기를 했는데. 사실은 그게 데미안 라이스라는 미국 가수의 Elephant 라는 노래가 있거든요. 그 노래를 들은 감상을 적은 글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듣고 제멋대로 생각한 거죠. 노래의 느낌을. 파도가 계속 밀려오는 어느 해변에 나 혼자 서 있는 듯한 느낌이다,라고 그 노래에 대한 제 감상, 설명을 남긴 글이 있는데. 그게 보고 있으니까 어쩐지 소설이 될 거 같아서 그 문장 가지고 처음 시작하게 된 거구요. 그게 왜 한 해의 마지막이 되었을까... 하는 건, 눈 이야기를 쓰고 싶었는데요. 눈이 아주 많이 내리는 날에 대해서 쓰고 싶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것 중에 폭설 내리는 걸 좋아하거든요. 교통이 두절되고. 그런 걸 되게 좋아합니다. (웃음) 집에 안 가고... 뭐 이런 걸 좋아해서. 그걸 소설에 꼭 쓰고 싶다 생각해서... 폭설, 눈 내리는 것을 쓰고 싶었구요.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연말이 생각났어요. 마지막 날로 설정하면 어떨까... 해서 마지막 날이고, 누군가 찾아오고... 그렇게 소설을 쓰기 시작한 거죠. 그렇게 썼는데 말씀하신 것처럼 레이먼드 카버... 그때 한참 번역을 하고 있을 때라. 아, 레이먼드 카버의 영향이 좀 미쳤나보다 생각하게 된 거죠.











최 : 싱과 나... 여러분 생각해보세요. 생각만 해도 어색해서 죽을 거 같아요. 저만 해도... 아내의 '말하자면 친구'인 외국인이 와서 나랑 둘이 이렇게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말도 안 통하구.


(...)


김 : 언어라는 것이 우리의 진심을 담기란 정말 어렵구나 라는 걸 번번히 느끼게 되구요.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통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되게 크거든요. 자신의 마음 같은 것들을 누군가가 100% 그대로 알아준다면 저는 그게 굉장히 큰 복이라고 생각해요. 제목도 복된 새해라고 하는데... 만약에 어떤 새해가 정말 희망찬 새해가 밝아온다고 한다면 그때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내 마음을 다 이해하는 그런 경우라고 보는데. 대부분은 이해가 너무나 어렵습니다. 우리가 말을 잘하면, 설명을 잘하면 이해를 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글을 다루는 사람으로서 보면 근본적으로 언어 자체에 한계는 존재하고 있다,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구요. 그렇다면 외국인하고는 더더군다나 소통이 안 되는 거죠. 언어 자체도 다르니까. 이런 생각을 하지만... 또 어떤 경우에는 언어와 관계 없이 조금 더 이해를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보거든요. 사실 언어는 별로 중요하지 않더라구요. 말을 얼마나 잘하고 이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그럼 뭐가 중요한가... 


이 소설에 '말하자면 친구'라는 용어를, 말을 쓰는데. 이 친구가 뭘까에 대해서 저는 생각을 해보면... 친구라는 것은 상대에 대해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이 사람이 말을 하겠죠. 그런데 그 말만 가지고는 부족하기 때문에, 그 말 이상의 어떤 것을 이해하려고 노력을 한단 말이죠. 이 싱과 아내의 '말하자면 친구'라는 것은 둘 다 말을 못한다는 걸 전제하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는 소통하기가 되게 어렵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나는 너의 사정을 이해하려고 노력을 한다. 그래서 '말하자면 친구'다... 이렇게 되는 것이구요. 그래서 오히려 외국인하고 있을 때 이 사람이 좀 더 나를 이해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역설적으로. 그렇게 해석을 한 거죠. 저는 이해라는 말은, 너무너무 어려운 말이어서 쉽게 '이해했습니다', '이해할 거 같아', '네 맘 알 거 같아' 이런 말은 하는 게... 오히려 그런 말 하는 게 좀 더 이해를 가로막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네 마음을 이해하겠어'가 아니라 '정말 난 네 마음을 모르겠어. 너의 말은 너무 서툴러. 하지만 서툰 네 말 그 너머에 있는 마음을 생각해보도록 할게. 고려해보도록 할게.' 이럴 때 기본적으로 이해가 시작이 됩니다.







최 : (...) 서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걸 전제한다면 덜 절망할 수 있겠죠.


김 : 그래서 잘 안되나봐요. 제가. 여성분들하고 잘 안됐나봐요. (웃음) 저는 그런 게 있어요. 소통이라는 건 한계를 두고나면 오히려 소통이 더 잘 되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구요. 두 사람이 사랑한다고 했을 때 기본적으로 사랑할 수 없는 두 사람이 만나서 사랑하는 것이다, 라고 생각해요. 사랑할 수 없는 이유는 100% 소통이 안 되기 때문이다, 100% 소통이 안 되면 아까 말했던 남자랑 펀잡 사람처럼 얘기가 안 통하는 거죠. 얘기할 필요도 없구요. 그렇지만 어쨌든 내가 이 사람을 사랑하는 경우에는 뭔가 소통을 해봐야 하잖아요. 저는 그게 이렇게 사람과 사람의 노력 같은 거라고 보거든요. 왜 사람들은 남을 사랑할까... 이게 전 아직도 미스테리인데. 남을,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이 사람들이 자꾸 뭔가... 자기 걸 내주고 자기가 손해를 보는 한이 있어도 이 사람에 대해서 이해하려고 노력을 한단 말이죠. 거기서 세상이, 세상에 어떤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다고 봐요. 그게 없으면 아주 잔인한 세상이 될 텐데. 그런 게 있단 말이죠. 왜 사랑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사랑을 하는 순간부터 우리가 생각하는 세상의 논리가 아니고 다른 식의 논리가 시작된다, 이것은 '우리는 모든 사람을 이해할 수 있어' 이런 바탕에서 나온다고 보지 않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해 못해. 하지만 난 이 사람을 이해하고 싶어'라고 했을 때 생기는 일이라고 보거든요.









최 : 저만 질문하면 여러분 너무 아쉬우실 거 같아서요. 질문의 마이크를 넘겨가면서 진행해보력 합니다. 작품에 대한 질문도 좋구요, 작가님에 대한 질문은 더 좋습니다.


질문 1 : (...) 이제 마흔도 지나셨고 쉰을 바라보고 계신데... 마흔을 맞이하는 마음, 쉰을 맞이하는 마음... '마흔'이라는 소설을 쓰고 싶은 생각은 없으신지... 작가님은 단계(나이)를 어떻게 지나오셨는지.


김 : 최근에 드라마 있었잖아요. '이번 생은 처음이라' (*드라마에 세계의 끝 여자친구 작가의 말이 나옵니다) 그 제목이 딱 맞는 거 같아요. 제가 오십살도 되고 육십살도 되고 칠십살도 될 텐데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항상 서투르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매번 좀 당황스러워요. 쉰살이 되면 어떻게 하는 게 맞는 건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쉰살이 되는 거죠. 그래서 쉰살을 한 번 더 하면... 아니 쉰살은 아직 모르겠어요. 마흔살은 한 번 더 하면 잘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스무살은 훨씬 더 잘할 수 있을 거 같구요. 열살 때는 정말, 진짜, 진짜진짜 잘할 거 같아요. 지나고 보니까 아, 그렇구나 라는 걸 알게 되어서... 한 번 더 살면 잘살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을 하는데. 한 번 이상 못살잖아요. 안타깝게도. 인생은 다 처음 사는 거니까 실수투성이 밖에 안 되고. 실수를 한다는 점에서는 열살이나 스무살이나 지금 나이나 다 똑같은 거 같습니다. 지금도 계속 실수하고 있는 상태구요. 저도 마찬가지로 어렸을 때는 쉰살이나 예순살 되면 무슨 사려깊은, 현자 같은 사람이 될 줄 알았어요. 세상을 다 꿰뚫어보고. 전혀... 지금까지는 전혀 아니구요. 실수하는 게 계속 반복되고, 후회도 되고. 후회가 있으니까 기대도 되고. 계속 그런 것의 반복인 거 같습니다. 마흔살에 대해서는... 뭔가 쓸 수는 있겠죠. 잠깐씩 쓰는 소설이 있는데 그 소설이 시인 백석에 대한 소설이에요. 근데 백석 시인이 북한에서 있다가 북한 정권한테, 말하자면 사회주의적인 시를 쓰지 않는다고 해서 숙청을 당하거든요. 삼수... 우리 삼수갑산이라고 할 때 그 삼수로 유배를 가게 되는데, 쫓겨가게 되는 거죠. 그 나이가 제 나이더라구요. 48세. 그전까지 한 번 써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와닿지 않았어요. 48세가 안 됐었기 때문에. 제가 지금 48세가 되고 보니까... 나이를 다 얘기해버렸네요. (웃음) 48세가 되고 보니까 백석이 삼수로 갔던 나이란 말이죠. 지금 나이에 제가... 다 쫓겨나서 글도 못쓰게 하고 출판도 못하게 하고 삼수로 가라고 하면 도대체 어떤 기분일까, 그게 상상이 되기 시작한 거예요. 그래서 쓰고 있는 거죠. 오랫동안 쓰고 있을 텐데... 보니까 백석은 삼수로 가서 더이상 쓰지 않았어요. 안 쓰고 2,30년을 그냥 농부로 살다 죽었거든요. 제가 보니까 저라도 안 쓸 거 같아요. 지금 와서 김일성 찬양시를 쓰겠습니까. 나이가 20대라면 다를 거 같은데. 묘하게 나이가 드니까 그런... 뭐랄까... 20대에 가지고 있는 조급함이나 공허함이 많이 없어지는 나이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질문 2 : (...)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 애잔한 슬픔... 아주 달콤하면서 묘한 슬픔이 있거든요. 그러면서 마음을 정화시키는. 그런 걸 많이 느꼈어요. 이게 작가가 가지는 독특함, 정조 아닌가 생각이 드는데. 그런 감정적인 정조를 가지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무엇이 그렇게 만들었는지. 

김 : 제가 어렸을 때 가장 궁금했던 질문 같은 게 있는데요. 그게 뭐냐하면... 명절 날을 되게 좋아했어요. 명절이 되면 학교 안 가고 노니까 좋고. 그리고 친척들이 놀러 오잖아요. 다같이 모여가지고 왁자지껄 떠들고 밥 먹고 놀고 이런 게 굉장히 좋더라구요. 그러다 2~3일 정도 지나면 친척들이 떠나잖아요. 그 떠나는 걸 견디질 못했어요. 제가. 가는 걸. 누군가가 간다 그러면 저는 아예 인사할 생각을 안 하고 어디 도망가 있는 거죠. 도망가 있다가 집에 들어가야 하니까 집에 갔는데 비어있는 공간이 너무 힘들더라구요 저는. 한 며칠은 힘들어요. 사람들이 있다가 없어졌다, 너무 좋았는데. 즐겁고 행복했었는데. 그게 저한테 인상적으로 남아있는 것들인데. 제가 그 뒤로 나이가 들고 살아가면서 보니까 인생의 대부분의 일들이 그렇더라구요. 너무 좋고 너무 행복한데 왜 이게 지속이 안 되고 끝이 나는가. 왜 우리는 너무 좋아하는데 헤어져야 하고 이별하고 작별해야 하는가. 이게 인생의 가장 큰 이해할 수 없는 질문이었어요. 더 나이가 드니까 돌아가시는 분들도 계시는 거예요. 돌아가시고 나면 영영 못보는 거죠. 친척들이야 갔다가 내년에 다시 오시니까 그때 만나서 재밌게 놀아야지 할 수 있는데. 돌아가신 분이 계시면 그 다음은 이 분들 만나 뵐 기회가 없는 거죠. 그러니까 인생이라는 게 정말 딱 한 번 왔다가 가는 것일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여러번 했구요. 그래서 저는 기본적으로 비관적입니다. 

우리 인생이라는 게 좀... 왜 이렇게 만들었나 모르겠어요. 계속 좋은 대로 살게 하면 되잖아요. 그렇게 안 하고 고통 같은 게 존재하고 이별 같은 것도 존재하고 원하는 걸 제대로 주지도 않구요. 그러다 가끔씩 원하는 걸 줬다가, 그걸 줬으면 충분히 누리게 해주면 좋을 텐데 금방 또 뺏어버린단 말이죠. 왜 인생을 이렇게 만들어놓았는지 의문이 있구요. 그게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 의미는 아직 못찾고 있는 상태구요. 어쨌든 인생이 그렇게 되어있다는 것을 알고 난 뒤에 제가 생각한 것은, 말하자면 그런 거죠. 지금 만났을 때 내가 생각해야 할 것은 두 가지가 있는데요. 하나는 결국 이 사람들이 없어질 것이다,라는 게 하나 있구요. 똑같은 얘기로 없어지지만 지금은 있다,라는 게 있구요. 저는 지금은 있다,라는 걸 즐기자는 쪽으로 경험하게 된 거예요. 기본적으로 너무 좋아요. 그런 행복한 상황이나 좋은 상황이 있으면 너무 좋은데. 어쩔 수 없이, 이 너무 좋은 이유가 결국에는 이들이 없어지거나 헤어질 거라는 걸 알고 있는 상태에서 너무 좋은 거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까 말씀하신 정조는 항상 베어있습니다. 제가 만족을, 정말 만족할 때는, 만족하는 이유의 내면에는 이 만족이 없어질 거라는 걸 알고 있는 상태의 만족이기 때문에... 그래서 그런... 문장에도 그런 게 남아있는 거 같아요. 이것도 제가 생각하거나 고안하거나 발명한 것도 아니고 오래 전부터... 이태백 같은 사람도 그런 식의 시를 썼습니다. '이 우주는 여인숙이고 세월은 나그네에 불과하니까... 옛사람들은 밤에도 불을 밝히고 놀았다. 왜냐하면 좀 있으면 우린 다 죽을 거니까.' 뭐 이런 식의 글을 썼어요. 그러니까 두가지의 태도가 있는 거 같아요. 비관적인 태도도 있고, 인생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도 있는데 그 태도는 똑같이, 똑같은 조건에서 나온다는 거죠.






질문 3 : (...) 비관적이라는 말을 해주셔서... 저는 오히려 오늘 선생님 작품에서, 뿐만 아니라 평소에 저는 작품을 선택할 때 제목을 유심히 보고, 제목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거든요. 오늘 작품이 '모두에게 복된 새해' 모두도 긍정, 복된도 긍정, 새해도 긍정. 트리플 긍정이기 때문에... 이 작품의 제목은 어떻게 정하셨을까 그런 궁금증이 있습니다. 작가님의 의도셨는지, 아니면 출판사와 상의를 하는 과정에서 윤색이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김 : 감사합니다. 그런 질문을 하신 건 제목이 좋다는 말씀이신 거 같아서... 감사드리는데요. 제목은 거의 다 제가 짓습니다. 출판사에서는 제목을 짓진 않구요. 출판사에서는 제목이 안 좋다 이런 이야기는 합니다. 어쩌라구 (웃음) 내놔봐... 그러면 내놓진 않아요. 출판사에서는. 제목이 안 좋다고만... 저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죠. 결국 고생하는 건 저구요. 세상 사람들은 참 현명합니다. 자기가 대신 고생해주진 않아요. 출판사는 그렇구요. (웃음) 이 제목은... 저는 비관... 비관적이에요. 비관적이구요. 사람들하고 소통이 안 될거다 라고 생각하구요. 지금도 마찬가지로 글을 쓴다고 한들, 제가 쓴 글이 100% 이해가 될 거라고 생각 안 합니다. 비관적이에요. 저는 말하자면, 언어가 아니고 다른 걸로 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할 정도예요. 만약에 그림 같은 걸 그리면... 이렇게 코끼리입니다 보여드리면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되게 비관적인데... 오히려 아까 제가 계속 말씀드렸다시피 비관적이어서 좋은 게 있어요. 저는 너무 비관적이기 때문에 인류를 다 사랑하지 못합니다. 제가 아주 긍정적인 사람이면 인류를 다 사랑하고 모두에게 메세지를 다 드릴 수 있을 거 같아요. 여러분들 새해에는 사랑하고 지내세요, 이렇게 메세지를 드릴 수 있을 거 같은데. 개개인이 다 다르신 분들이기 때문에 제가 하는 말이, 어떤 분들에게는 감명 깊게 들릴 것이고, 어떤 분들에게는 '웃기고 있네' 이렇게 들릴 거라는 걸 다 알고 있거든요. 그래서 보편적인 말씀을 드리는 걸 굉장히 꺼려하는 스타일이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명은 제가 사랑할 수 있어요. 비관적이지만. 제가 사랑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아요. 열 명도 안 될 거 같아요. 그 사람들을 향해서는 제가 최대한의 노력을 할 수 있어요. 왜냐하면 많지 않고 그들만이 저를 이해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그들을 향해서는 제가 뭔가를 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 안에서 찾는 기쁨을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하거든요. 긍정적이라고 할 때는, 제가 말씀드리는 긍정, '모두에게 복된 새해' 라는 것은 한 세 명 정도 복된 새해예요. (웃음) 여기 관계된... '펀잡 사람'이랑 '저'랑 '아내'랑... 이렇게 모두에게 복된 새해인 거지, 이게 40억에게 복된 새해는 전혀 아닙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비관적인 제목이지만 이 세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긍정적이너 제목인 거죠. 이 세계에서 이 세 사람은 존재하니까. 뭐... 모르겠어요. 제가 이렇게 말씀을 드리는... 저게 비관적이란 말인지, 안 비관적이란 말인지... 그렇게 말씀하실 수도 있는데. 제가 생각하기에는 그 정도가 일반 사람들에게는 충분하지 않을까. 저를 포함해서. 그렇게 생각합니다. 진짜 제가 말씀드릴 때는 이 정도 (회장 안에 있는 사람들) 사람들에게 말씀을 드리는 거지. 이 바깥에 수많은 사람들한테는 제가 말씀을 드리기 벅차거든요. 지금 제일 중요한 분들이 요 정도 계시는 거구요. 이 분들한테만 제 말이 전달이 되면 충분하다, 만족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긍정이라는 것은 소박한, 사소하고 그냥... 작은 긍정들입니다.



최 : (...) 그냥 보내드리기 아쉬워서... 올해 어떠셨고, 내년에는 또 어떨 것인가...

김 : 제가... 그... 조용히 지내고 있는데요. 마감이 계속 있어서. 지금 마감을 하다가 나와있는 상태예요. 성격이 남들에게 제 마음을 얘기하는 성격은 아닌데. 마감 때는 성격이 별로 안 좋아요. 제가. 전화도 보통 꺼놓고 있는데. 전화가 돼도 화를 내는 경우가 많거든요. 마감 때는 성격이 안 좋은데... 나오면서 지하철 타고 한시간 반 정도 와야 하니까 마음을 가다듬고... 화를 내거나 이러지 말고... 해야겠다 하면서 나왔습니다. 
소설을 쓴 지가... 1994년부터 소설 발표를 해왔는데요. 그래서 한 20년이 넘었어요. 이제 아까 나이도 말씀하셨지만. 소설도 마찬가지네요. 다시 쓰려면 항상 까먹고 있어가지고. 처음부터 다시 배워가요. 반복을 해요 똑같이. 처음 시작할 때는 '잘 쓸 수 있겠다, 이걸로 쓰면 되겠다' 하고 있다가 조금 쓰다보면 '아, 안된다' 조금 더 하다보면 '아, 큰일났다. 망했다' 이 과정을 계속 거치다가 아, 맞다. 저는 많이 써봤으니까 생각이 나는 거죠. 옛날에 망했을 때는 이런 방법이 있었구나. 다시 쓰는 거죠. 그 방법이라는 것은. 다시 쓰자 하는 그 과정을 계속 반복하고 있는 거더라구요. 그래서... 이것도 약간 비관적이죠. 소설을 계속 쓰면 소설의 달인이 되어가지고. 생활의 달인처럼 80매 그러면... 눈 감고 막 써서... 80매 나오고. 그렇게 될 희망이 있었는데. 스무살 때는. 제가 나이가 들어보니까 그런 희망 같은 건 없는 거 같습니다. 소설에는 달인이 없어서 생활의 달인에 소설가가 출연하는 일은 없을 거 같구요. 소설에는 서툰 사람들밖에 없구요. 매번 실수를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지금도 계속... 근황을 여쭤보셨기 때문에... 지금도 실수를 계속 교정하고 있습니다. 아, 이거밖에 안되는구나. 잘못 됐구나. 이걸 다시 고치고 새로 쓰고 이걸 매일 그냥 하고 있는 중입니다.

최 : (...) 끝으로 12월 많이 바쁘실 텐데, 이 자리에, 이 시간에, 도서관에 와 주신... (...) 많은 분들게 진심으로 마지막 인사를 부탁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김 : 날씨도 추운데 찾아주셔서 그것만 해도 대단하시구요. 그런데 저는 여기 자주 오거든요. 자료 때문에 자주 옵니다. 여기 오시는 분들은 굉장히 자주 오시는 분들이시겠지만. 주말에 이렇게 도서관에 오시는 것은, 정말 멋진 주말을 보내시는 것 중에 하나예요. 날씨가 추워서 그렇지... 대신에 여기 난방을 엄청 해주시잖아요. 그래서 추운 줄도 모르겠는데. 
도서관에서 책을 들춰보는 일은 정말 낭만적이고 멋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제가...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백석 때문에... 여기 가면 북한 자료실이 있어요. 여기 가면 생전 듣도보도 못한 책들이 잔뜩 있거든요. 제가 생각하는 도서관은 항상 듣도보도 못한 책들이 꽂혀있는 곳이었구요. 그 책들을 꺼내서 보다가 제가 새롭게 알게 되는 것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새로운 세계와의 만남... 같은 것들이 확장되는 것. 그게 저에겐 가슴 뛰는 일이어서 도서관에 오는 건 항상 즐겁고 좋은 일이었습니다.
오늘은 저때문에, 저의 소설을 공연한다고 해서 오신 분들도 계시고, 그냥 오신 분들도 계셨겠지만 앞으로도 계속 오셔서 도서관에 있는 책들 많이 읽으셨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가끔씩 뵐 수 있을 거 같구요. 여기 도서관 식당 밥이 맛있거든요. 왼쪽으로 가면 흰밥이고, 오른쪽으로 가면 그거예요 까만밥. 뭣도 모르고 저기 짧은 줄이라고 섰더니 흰밥이더라구요 (웃음) 밥 같이 드실 일 있으면 인사하고... 그렇게 하시죠. 어쨌든 추운 날씨에 오셔서 제가 쓴 소설을 이렇게 공연으로 하는 거 지켜봐주셔서 굉장히 고맙구요. 매번 사회 봐주셔서 고맙구요. 공연해주시는 분들 들어가 계시는데... 제 소설을 너무 이해가 잘 되게... 저도 새로 읽는 것처럼 공연으로 만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여러모로 감사합니다.





*직접 강연을 들은 것이 아니고 녹취한 것을 옮겨 적은 스크립트입니다. 오타나 내용의 부족함(잘 들리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1시간이 넘는 강연인 만큼 글자수가 많습니다. 아무쪼록 즐겁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봇주는 눈과 귀에서 피가 났다는 후문이...)


*자료 제공해주신 눈에서 눈물이 뚜욱↑뚝 ↗뚝→ @illdopesick 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강연 내용


반갑습니다. 방금 소개 받은 소설가 김연수라고 합니다. 굉장히 추운 날씨인데 이렇게 많이들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 제가 강연할 주제는 <보이지 않는 길로 걷기>인데요. 소설가의 상상력과 관련된 이야기가 될 거 같습니다. 소설가의 상상력이라는 것은 개인의 어떤 협소한 시공간에서 벗어나는 일이라고 보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서 자기 자신의 자아 같은 데서, 애벌레가 알을 깨고 나오듯이 나와야 됩니다. 평상시의 저의 자아가 존재하고 있죠. 그런데 제가 소설 쓸 때마다 어떤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한다거나 어떤 다른 시대에 가야 한다거나 이런 일을 하기 때문에 제일 급선무는 저 자신에서 벗어나는 일인데요. 그렇게 벗어나게 되면 시야가 조망이 되는 거죠. 그 시야에서 보이는 것들은 제가 평상시에 저라는 존재 안에서 봤던 것들과는 아주, 상당히 다른 것들이어서... 모르겠습니다, 어떤 사람들이 세속적인 눈으로 봤을 때는... 뭐랄까요... '왜 저렇게 살지?' 하는, 그런 삶... 세속적인 눈으로 봤을 때 저것은 실패한 것인데 왜 저런 사람들을 그렇게 따뜻하게 바라보지? 하는 그런 시각, 그런 걸 가지게 되는 거죠. 그게 좀... 저 자신에서 벗어났을 때 가지게 되는 시야입니다. 세속적인, 세상의 논리로 봤을 때는 보이지 않지만 우리가, 자신에게서 벗어나면 보이는 길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구요. 그게 문학이 하는 일이다, 그리고 소설이 하는 일이다,라고 생각해서 그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보르헤스는, 제가 방금 했던 이야기랑 똑같은 이야기인데요,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나는 불멸을 믿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불멸은 사적인 것이 아니라 우주적인 것이다'라고 했는데요. 질문을 저희한테 던지고 있다고 봅니다. 불멸이란 게 뭔지. 멸하지 않는다는 뜻이죠,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인데 뭐가 없어지지 않는다는 건지... 보르헤스의 말에 따르면 육체는 없어진다는 얘기구요, 기억이 남는다는 건데. 기억이 남아서, 그리고 그 기억도 넘어서 우리들의 행위와 한 일은 결론으로 나올 것이다,라고 얘기했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려워요. 예를 들어서 우리가  죽고 나서 뭐가 남을 수 있을까요, 라고 생각하면 그냥 어떤... 역사 같은 거? 그런 게 남을까요. 기억 같은 거... 누군가 우리를 기억해주는 거 이런 게 남을까요. 그런 게 불멸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일까요. 그런 질문들이 남아요. 저는 마지막 문장이 굉장히 마음에 듭니다. 우리가 그것을 모른다고 할지라도 우리가 그것을 모르는 것이 더 좋을 거라고... 그렇게 돼있어요. 우리는 몰라도, 우리의 어떤 것들은 남아있다는 거죠. 그럼 뭐가 남는지, 이 질문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제가 어떻게 한 시간 넘게 이야기하며 찾으려는데, 같이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로마서 8장 24절에 나오는 문장인데요. '보이는 소망은 소망이 아닐지니 보이는 것을 누가 바랄까' 라는 것이구요. 25절은 '만일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을 바라면 참음으로 기다릴지니라.' 라고 되어 있어요. 제가 종교적인 말씀을 드리려는 건 아니구요, 음... 이 구절은 믿음에 대한 구절인데요. 믿음이라는 것은 눈에 보이는 걸 믿는 게 아니다, 라는 뜻이에요. 지금 눈에 안 보이는 것들을 믿는 것이다, 그게 믿음이구요. 그 다음에 '보지 못하는 것을 바라면 참음으로 기다릴지니라.' 잖아요. 그래서 그게 보일 때까지 인내를 해야 한다는 뜻이거든요. 이게 무슨 뜻이냐면, 제가 해석하기로는 이렇습니다. 지금 우리가, 우리 앞에 이루어진 세상은 믿을 필요가 없어요. 왜냐하면 꿈 같은 걸 상상해보시면 되는데요. 우리한테 꿈이 있어요. 현실이 있고 꿈이 있잖아요. 꿈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고 현실은 이미 도래해 온 세상인 거죠. 그런데 우리가 무언가를 믿는다는 건, 꿈을 믿는다는 거구요, 그 꿈이라는 것은 미래라는 거죠. 오지 않은 어떤 것이다. 그래서 지금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세계를 계속 꿈 꾸는 것이고, 꿈 꾸는 건 그걸 믿는다는 거예요. 그 세계가 올 것이다, 라고 믿는 거죠. 그 세계는 눈에 보이지 않죠. 그런데 지금 현실과 꿈 사이에 존재하는 건 인내라는 것이죠. 말은 쉬워요. 인내한다... 꿈이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 참으면 된다, 이렇게 말씀을 드릴 수 있으니까 말은 굉장히 쉬운데 여기에는 약간 운동이 필요합니다. 인내에는. 운동은 제가 말하는 상상력과 같은 것이에요. 문학적 상상력인 거죠. 여러분이 계속 꿈에 대해서, 꿈을 현실화 시키기 위해서 그걸 상상해야 해요. 적극적으로. 그게 인내하는 행위가 되는 거죠. 그래서 이 구절을 제가 보고 저는 뭐... 종교가 옛날에... 카톨릭 세례를 받긴 했지만 지금은 냉담이구요 (*신앙 생활을 하지 않는 상황) 그래서 사실 종교가 없는 셈입니다. 제가 쓰는 소설들이 카톨릭하고 관계있는 소설이 있어서 많은 신부님들, 수녀님들이 있는데 그 분들이 절 위해 기도를 하신다고 해서... 제가 할 기도를 그 분들이 대신 해서 좀 죄송한데요. 어쨌든 지금은 신자라고 말씀드리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걸 보는 순간, 저는 종교적인 느낌을 떠올린 건 아니구요. 제가 쓰고 있는 소설의 어떤 주제와 닮아있다, 라는 걸 깨닫게 됐어요. 


그래서 소설 하나를 이 구절 때문에 쓰게 되었습니다. '깊은 밤 기린의 말'이라는 소설인데요. '사월의 미, 칠월의 솔'이라는 단편 소설집이 있습니다. 그 소설집에 실린 소설이에요. 내용은 이렇습니다. 쌍둥이 자매인 진희와 진영이 사는 집에 태호라는 남동생이 태어나요. 태호는 태어났을 때 다른 애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점점 차이를 보이게 돼요. 어느 날 봄에 벚꽃이 많이 핀 날 동물원에 놀러 갔는데 태호 아버지가 태호를 목마를 태워서 기린을 보라고... 기린 저 녀석 삐쩍 말랐다고... 아버지가 실없는 농담을 잘해요. 사육사가 먹이를 안 줘서 저렇게 말랐나보다, 했는데 태호는 아무런 반응을 안 보이는 거죠. 축 늘어져 있어요. 다른 애들은 좋아하는데... 그때부터 부모들이 약간 불안에 사로잡힌 거죠. 태호가 반응을 안 보인다... 엄마가 아빠에게 태호가 좀 이상하다고 해서. 둘이 얘기를 하느라고 자리를 잠깐 뜨게 돼요. 그 다음날 병원에 가니 전반적인 발달장애다,라는 진단이 떨어진 거죠. 여기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요. 이런 상황에 대해서 아빠의 반응은 이렇습니다. 제가 소설에 썼는데요. 아빠는 다음과 같은 행동지침을 만들어요. 완치 같은 말은 잊자. 그건 너무 아름다운 말이다. 너무 아름다운 건 진실하지 못하다. 이런 메모를 하구요. 구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확하게 얘기하자, 지금 태호는 깊은 우물 속에 빠져있다. 우리의 목소리는 거기까지 가닿지 않는다. 이 이야기는 지루할 정도로 길어질 것이다. 아마 평생에 걸친 이야기가 될 것이다. 이건 써놓고 자기가 보니까 너무 끔찍해서 줄을 그었어요. 이건 아니다, 줄 긋고... 그 다음에 먼저 인내심을 기르자. 상상력을 발휘하자. 감각을 일깨우자. 매일매일 관찰하자. 우리들의 말을 전하자. 우리가 지금 여기에 있고 너를 도울 수 있다는 말들을... 우리 모두 태호가 되자... 이런 식으로 메모를 하죠. 그런데 아빠는 인내심이 그렇게 강하지가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전반적으로 발달장애가 뭔지 몰랐던 상태에서 얘기를 했던 거고 점점 자료를 조사해보니까 희망이라는 게 딱 하나만 남게 돼요. 수많은 희망이 있었는데, 얘를 고칠 수 있다, 얘는 점점 나아질 것이다, 크면 정상적으로 돌아올 것이다... 했는데 희망이 마지막에 딱 하나만 남게 됩니다. 그 희망이 뭐냐하면...아내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이 책에 이렇게 써 있어 이 시점에 이르러 부모는 아이보다 하루라도 더 살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아이가 자기보다 하루라도 먼저 죽기를 바라는 부모가 세상에 있을 거라고는 자기는 생각을 못했다. 그런데 내가 이제 그런 아빠가 됐다. 그래서 우리에게 남은 희망은 이게 전부다, 라는 말을 한 거예요. 엄마의 감성은 약간 다릅니다. 엄마는 고민을 하지 않아요. 하루라도 먼저 죽기를 바라지 않고. 태호가 죽으면 바로 죽을 거다. 하루를 더 산다는 게 이상하잖아요. 그래서 엄마는 동의하지 않고 태호가 죽으면 바로 죽을 것이고...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 태호와 나는. 그러므로 얼마든지 죽을 수 있다는 말은, 다시 말해서 우리는 얼마든지 살 수도 있다. 그래서 얼마든지 사는 길을 택해보자. 라고 생각하고 계속 병원을 다니는 거죠. 태호에게 말을 계속 걸고. 태호가 말을 하든 안하든 계속 혼잣말을 합니다. 태호는 대답을 안 하고 증상은 점점 나빠져요. 1년 정도가 지나고 나니... 처음에는 엄마, 맘마 라는 말을 했었는데 이제는 어떤 말도 하지 않고 닫혀버리게 되는 거죠. 그 상황에서 엄마가 깨닫게 된 게... 인내라는 건데요. 제가 소개를 쓰기를... 인내라고 썼어요. 이 엄마가 깨달은 건 뭐냐, 혼잣말을 계속 하는 거죠. 태호야 나 보이니, 엄마 예뻐?, 내가 네 엄마야, 내가 태호 엄마야, 널 만나서 무척 반가워, 사랑해 태호야, 내 이름은 정희영...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평상시에는 귀 기울이지 않고 머리만 벽에 받고 이렇게 했는데... 갑자기... 이번에는 태호의 작은 두 귀가 그 말을 듣는 거 같더라는 거죠. 그랬더니 그 말들이 외롭고 슬프게 들려서 엄마는 말을 다 끝내지 못했다. 엄마는 부끄러웠단다. 병원 대기실에서, 주차장 정산소에서, 마트에서 미친 여자처럼 중얼거렸던 게...그 다음에는 해일처럼 슬픔이 목까지 차오르는 것 같았단다. 그렇게 1년 정도 태호는 엄마의 중얼거림을 들으며 병원을 찾아가 언어 치료와 노래 치료를 받았다. 그 1년이 지나는 동안 엄마는 그때까지 자신이 뭔가를 진심으로 인내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내심이란 뭔가 이루어질 때 까지 참아내는 게 아니라 완전히 포기하는 일 같았다. 견디는 게 아니라 패배하는 일. 그래서 엄마가 알아낸 인내심의 진정한 뜻이 그게 맞다면 그 1년이 지난 뒤부터 엄마는 진짜 인내하게 되었다. 


제가 이 이야기를 쓸 때 어떤 이야기를 쓰겠다거나 인내는 이것이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쓰진 않구요. 발견합니다. 쓰다보면 알게 돼요. 이 아이가 나아질 가망성이 전혀 없는데 그럼 이런 상황에 처한 엄마가 어떤 생각을 할까, 저도 알게 되는 거죠. 그래서 이런 문장을 썼더라구요. 포기하면 된다. 포기라는 건 얘를 고칠 가능성이 없다는 걸 받아들이는 거죠. 그럼 이제 인내가 이런 거라고 치면 이 가족들은 희망이 없어요. 아빠가 말한 것처럼 얘가 먼저 죽는 수밖에는 남은 희망이 없는 거죠. 그래서 세속적으로 볼 때는 불행한 집이 되는 거죠. 우리가 피하고 싶은 것. 어떤 사람도 피하고 싶은 그런 집이 된 거죠. 그러면 아까 엄마가 말했던 것처럼 얼마든지 죽을 수 있고 얼마든지 살 수 있으면 이런 집에 산다면 뭐... 죽는 게 낫겠죠. 얼마든지 죽을 수 있다면 만약에... 희망은 전혀 없기 때문에. 그런데 죽지 않습니다. 제가 쓴 소설이니까. 소설에서 이들을 죽이기 싶은 마음은 전혀 없구요. 죽지 않는데. 죽지 않는 과정에서 발견한 게, 엄마가 발견한 게 시예요. 이건 엄마가 어느 날, 태호가 못견디겠다, 죽어야겠다 생각하고 차를 몰고 밖에 나가게 돼죠. 오는 차에 받아서 죽어버릴까, 어떻게 죽어버릴까, 이런 생각을 하다가 차마 죽지는 못하고 공원에 갔단 말이죠. 공원에 가서 자기 인생이 완전히 실패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돼죠. 누가 커서 자폐아의 엄마가 되는 희망사항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느냐, 다른 꿈을 가지고 있는 거죠. 그래서 꿈들을 하나하나 생각해보는데... 자기가 어렸을 때 온갖 많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꿈들이 여러개 있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시인이 되는 꿈이 있었다는 거죠. 자기는 시인은 못되고 자폐아의 엄마가 되었구나 하면서 괴로워하다가... 시인이 못되었다고 생각할 건 뭐 있냐 시를 쓰면 시인이지 생각해서 시인이 되기로 해요. 엄마가 시를 써요. 그래서 이런 글들을 씁니다. 시를 쓴다는 것은 뭔가 아까 말했던 현실을 보는 게 아니에요. 시를 쓴다는 것은 엄청... 뭔가 크고... 다른 걸 보는 겁니다. 뭔가 근사한 거... 현재와 다른 어떤 거... 물론 현실을 보면서 그 현실을 다르게 묘사할 수 있는 거죠. 어쨌든 내가 지금까지 알던 방식으로 현실을 보는 게 아니고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보는 거죠. 혹은 전혀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되는 거죠. 엄마는 되게 큰 걸 봐요. 뭐냐하면 자기가 태호에게 계속 중얼거렸던 말들이 태호는 안 듣고, 자기는 계속 중얼거렸는데, 그럼 그 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의문을 가지게 되죠. 그래서 쓰게 된 게 이겁니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겠지만 우리 머리 위에는 거대한 귀 같은 게 있을 거야. 그래서 아무리 하찮고 사소한 말이라도 우리가 하는 말을 그 귀는 다 들어줄 거야. 그렇다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맺어주거나 내 안에 가득한 슬픔을 없애준다는 뜻은 아니니 아무 짝에도 소용없는, 그저 크고 크기만 한 귀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런 귀가 있어 깊은 밤 우리가 저마다 혼자서 중얼거리는 말들은 외롭지도 슬프지도 않은 거야. 

이렇게 상상을 하게 돼요. 자기 말대로 외로워질까봐. 그러다가 계속 글을 쓰니까 이런 결론에까지 이릅니다. 

들리지 않는 목소리, 보이지 않는 길, 잡히지 않는 손...... 우주는 한없이 넓다고 했으니 어딘가에는 그런 것들로만 이뤄진 세계도 분명히 존재하리라. 그런 곳에서는 보이는 길은 우리를 어디로도 데려가지 못하리니, 그런 곳에서는 모두들 세상 누구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소망하는 곳에 이르리라. 심지어 우리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만약 우리가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듣고, 보이지 않는 길을 걷고, 잡히지 않는 손을 잡을 수만 있다면.


이게 시적인 세계라고 보는데요. 자기의 현재는 마찬가지로 똑같습니다. 길이 안 보여요. 안 보이는 길 앞에 엄마는 서 있는 것이구요. 이 안 보이는 길을 어떻게 해석을 할까, 어떻게 상상을 해볼까, 상상의 힘으로 안 보이는 길에 대해서 상상을 해서 이렇게 쓰게 되는 거죠. 이렇게 쓰게 되니까 엄마는 시인이 된 건데... 아까 로마서의 문장과 똑같은 시각을 가지게 된 거죠. 그래서 이제 저는 시적인 문장이다, 라고 보게 되는 거죠.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세속적으로 불행한 집안이고 누구도 그런 삶을 살고 싶지 않는 삶을 살게 되는데 그럼 이 사람들은 어떻게 구원 받을 수 있을까... 물론 종교적인 구원도 있겠지만, 그것은 외부에서 오는 구원이구요. 내부에서 오는 구원은 상상을 하는 거죠. 이 현실에서 보이지 않는 길을 계속 상상하는 겁니다. 그게 문학적인, 상상의 힘인거죠. 문학은 대개 그런 일을 합니다. 


나눠드린 자료를 보면 나오는데요, 여기에도 자기 삶을 시로 바꾼 사람이 있는데요. 이건 UC버클리에 있는 유칼립투스 나무에서... 예전에 대산재단에서 저한테 큰 도움을 주셨어요. 제가 UC버클리에 체류한 적이 있는데요. 버클리 대학교는, 대학교 안에 산 같은 게 있어요. 개울도 흐르고. 도서관에 있거나 수업이 있거나 해서 가서... 끝날 때 쯤 되면 버스 타고 가로질러 가는데 너무 좋아요. 산책로라던지. 그 중에 하나가 유칼립투스 나무인데요. 나무가 워낙 커서 어떻게 대학교 안에 저런 나무가 있는지 되게 궁금했어요. 보통 제가 알고 있는 나무보다 세 배 정도 되고... 아이들이 둘러싸고 손 잡고 해도 되는 그렇게 큰 나무입니다. 그래서 왜 이런 나무가 여기 있을까, 봤더니 1882년에 심었더라구요. 운동장 트랙에 재를 뿌렸는데... UC 버클리가 바다에서 가까우니까 해풍이 불어서 재가 자꾸 날리니까 방풍목이 필요하다 해서 이 나무를 심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지금은 130년, 40년 정도 된 거죠. 나무는 백살이 넘었구요. 팔을 둘러싼 애들은 기껏해야 어린 애들은 열살, 대학생들은 스무살 초반 뭐 이렇게 되는데... 학교에 제일 큰 카페가 자유언론운동 카페라는 게 있어요. 우리 말로 하니까 되게 거창한데, 영어로 해도 거창해요. free speech movement 라고 해서. 예전에 학생 운동 때 거기서 스피치를 계속 하는 거예요. 정치적인 발언들을. 그걸로 유명해진 카페인데... 이름은 거창한데 가 보면 전부 다 공부만 해요. 미국 학생들도 얘기를 들어보니까 똑같더라구요. 학비가 너무 비싸요. 장학금을 안 받으면 돈 대여를 해야 하고... 부모님들이 내주고... 취직이 잘 안 돼요. 그리고 연애 문제가 아주 복잡해요. 저는 미국 애들은 개방적인 사람들인 줄 알았어요. 가서 봤더니 너무 보수적이에요. 남자 안 사귀는 여학생들도 굉장히 많구요. 남학생들도 그렇구요. 그래서 연애 문제가 굉장히 중요하더라구요. 그래서 내 생각하고 많이 다르구나,라고 했지만 젊은 이십대 초반 학생들은 대부분 똑같은 고민을 공유하고 있구요. 근데 저 대학교 안에 저런 나무가 있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보면... 백살이 넘게 살았잖아. 저 나무는. 저 나무가 주는 교훈은 방풍용으로 심었던 사람들... 이 사람들은 다 죽었다는 거거든요. 학생들은 자기 고민이 가장 중요하고 그게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고민하겠지만... 저 나무 앞에 서면 백년 전에 자기와 똑같은 젊은 사람들이 같은 고민을 했다는 걸, 은연 중에 암시를 주는 거예요. 자기는 백년 뒤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걸 주게 되고... 그래서 대학교에 저 나무가 있다는 건 아주 큰 축복이구나, 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거기서 만난 사람들 중 한 명이 국책은행에서 나오신 분이었는데... 파견 오신 거죠. 그래서 같이 생활했었는데... 사고게임을 많이 하시더라구요. 그 중에 하나가 이런 거죠. 산간 오지에 다리가 없어서 살기 어려운 마을이 있다. 이 사람들은 다리를 안 만들어 주면 먹고 살기가 너무 힘들어서 다리를 만들어 달라고 데모를 했어요. 그런데 데모를 해도 안 만들어주니까 한 명씩 자살을 하는 거예요. 다리를 만들어 달라고. 그런데 자살자를 처리하는 비용하고 다리를 놓는 비용이랑 따져봤을 때, 다리를 놓는 비용이 더 크다, 라고 했을 때 다리를 건설해야 할까요, 안 해야 할까요 이렇게 물어보더라구요. 저는 '당연히 다리를 건설해야 돼죠. 사람이 죽는데...' 그런데 그게 그렇지가 않다는 거죠. 경제학적으로 봤을 때는 다리를 건설하지 않는 게 낫다,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거기서 들었어요. 그거 가지고 계속 논쟁을 해봤는데 그걸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더라구요. 저는 순진한 이야기만 할 뿐이에요. 사람을 사면 되지 않겠는가. 돈이 아무리 들어도 목숨보다 더 비싸겠는가. 이런 논리로는 그걸 깰 수 없더라구요. 그럴 때 저 나무를 계속 보게 되는 거죠. 그때 생각했던 사람이 이 사람입니다. 베르너 헤어조크라는 사람인데요. 이 사람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글이 있습니다. 


1974년 11월 말, 파리에서 한 친구가 찾아와서 로테 아이스너가... 로테 아이스너는 평론가예요. 로테 아이스너가 중병에 걸려서 죽을지도 모른다 했더니 이 사람이 소리 치는 거예요. 안돼, 지금은 안돼. 지금 독일 영화는 그녀가 없으면 안돼. 우린 그를 죽게 하면 안돼. 살릴 방법이 있을 거야. 이 사람이 살릴 방법이라는 것은 겉옷 한 벌과 나침반 하나를 챙기고, 필요한 것들을 배낭에 챙겨넣고 장화는 튼튼한 새 것으로... 그래서 파리까지 직선으로 걸어가기 시작합니다. 죽으면 안 된다고. 이상한 믿음을 가지고 있어요. 내가 걸어서 도착하면 그녀는 살아있을 거라고, 확신이... 그래서 겨울 날씨 속에서 뮌헨에서 수백킬로미터를 걸어갑니다. 옷은 자주 젖었고 몸은 악취가 풍기고 목은 늘 말랐고... 그게 항상 다리에 통증이 있겠죠. 그런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걸어갔구요. 누가 차를 태워주면 타고 모르는 사람이 재워주면 자고... 길을 나선지 스물하루째 되는 날에 아이스너의 방에 도착합니다. 도착했더니 안 죽었어요. 살아있어서 해피엔딩이에요. 이 베르너에게 미소를 지어요. 그래서 이렇게 썼어요. 찬란한 한순간, 부드러운 물 같은 것이 지쳐 죽을 것만 같은 내 몸 전체에 흘렀다.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창문 열어요. 나 며칠 전부터 날 수 있게 됐어요. 멋지게 썼어요... 물론 그 다음에 죽었을 거예요. 순진한 생각인 거죠. 파리까지 걸어간다고 해서 이 사람을 살릴 수 있는가... 경제학, 의학, 세속적인 모든 걸 동원해도 이것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은 걸어갔어요. 걸어갔고, 실질적으로 살렸어요. 이 사람은 시는 쓰지 않았지만 자기 삶 자체를 시로 만든 거예요. 퍼포먼스에 가까운 거죠. 그래서 죽음을 직면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살 수 있다는 걸 몸소 보여주게 된 거죠. 이건 우리가 생각할 수 없는 거예요. 상상력이라고 아까 말씀드렸죠.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거예요. 이 사람은 그걸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구요. 

그래서 유칼립투스 나무를, 오래된 나무를 봤을 때 저는 항상 다른 길이 있을 거다, 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완전히 절망적인 상황이... 막혀있다... 봤을 때도 항상 다른 길이 있어요. 다른 길이 없는 것처럼 보이면 그건 못 보는 것 뿐이에요. 다른 길은 존재한다. 그래서 아까 운동이 필요하다고 그랬죠. 상상력... 그래서 다른 길을 찾아내는 게, 그게 문학이 하는 가장 큰일이 되겠죠. 그래서 이야기에 대해서... 시적인 상상력은 그런 것이구요. 


소설적인 상상력은 이제... (그림)


@네이버 지식백과 한국의 미의 재발견 회화 안견 몽유도원도>


이 그림 아시죠. '몽유도원도'구요. 일본 천리대학교에 있다고... 임진왜란 때 반출됐을 거다... 라고. 몇 년에 한 번씩 한국에 온대요. 저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안견이 그렸죠. 안평대군의 꿈을 가지고. 안평대군이 꿈을 꿨어요. 자고 일어나니 너무 생생한 꿈이어서 안견을 불러서 내가 이런저런 꿈을 꾸었으니 그림을 그려달라, 그랬더니 안견이 그림을 3일만에 그려서 갖다준 거죠. 저쪽 편은 몽유도원이고 저쪽 편은 속세고... 이렇게 길게 주욱 있어요. 안평대군이 몽유도원기라는 걸 써서 왜 이런 그림을 그리게 했는지 글을 썼구요. 그 뒤에는 자기가 아는 사람들, 집현전 학자들의 시 같은 걸 썼어요. 몽유도원기에는 이렇게 써 있습니다. 

1447년 4월 20일 밤 내가 막 자리에 누웠는데 정신이 갑자기 아득해져 깊이 잠들어 꿈까지 꾸게 되었다. 갑자기 인수 박팽년과 함께 어느 산 아래에 이르렀는데 겹겹이 둘린 멧부리는 우뚝하고 깊은 골짜기는 그윽하고 아득하였다. 복숭아꽃 나무 수십 그루도 있었다. 숲으로 난 오솔길은 끝자락에서 갈림길이 되었다. 방황하며 머뭇거리고 서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하다가 소박한 차림의 어떤 사람들을 만났다. 그가 길게 읍하여 나에게 말하기를,

 "이 길을 따라 북촉 골짜기로 들어가면 도원입니다."

 하는 것이었다. 내가 박팽년과 함께 말을 채찍질하여 그곳을 찾아가는데 절벽은 깎아지른 듯하고 수풀은 울창하였다. 시내를 끼고 길을 꺾어 돌기를 아마도 백 번이나 한 듯하여 길을 잃은 것만 같았다.

처음에는 박팽년만 따라갔는데, 꿈 속이니까 막 뒤죽박죽이겠죠. 조금 있으니까 몇 사람이 더 있어요. 봤더니 최항과 신숙주가 있더라. 함께 모여 시를 짓던 이들인데... 같이 올라갔어요. 몽유도원기에 이런 걸 써뒀어요. 나는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많은데 왜 도원을 노닐 때 이 몇 사람과 함께였을까... 이 질문이 되게 흥미진진한 질문이에요. 왜 그랬을까, 찾아보면 이건 1447년이구요, 3년 전 1444년 세종실록에 보면 이런 게 나와요. 집현전 교리 최항, 부교리 박팽년, 부수찬 신숙주 등등에게 의사청에서 언문(*한글)으로 운회 (*고금운회거요)를 번역하게 하고 (*당시 한자음을 통일하기 위한 작업이었다고 합니다) ...과 안평대군에게 그 일을 관장하게 하였더니 모두가 슬기롭고 바르게 했으므로 거듭 상을 내려주고... 그러니까 아주 친했던 사람들이라는 거죠. 네 사람... 최항, 박팽년, 신숙주, 안평대군 이 사람들이 매우 친했다, 라는 거예요. 그게 1444년이구요. 1447년에 안평대군이 꿈을 꿨습니다. 그리고 6년 뒤에 계유정난이 일어나게 돼요. 계유정난은 다들 잘 아시는... 그 세조가 단종을 폐위시키고 구데타를 일으킨 거죠. 그 6년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느냐면 수양대군이 신숙주하고 명나라에 가면서 친해집니다. 신숙주가 수양대군 쪽에 붙게 되는 거구요. 구데타를 일으킬 때 신숙주가 수양대군 편에 가담하게 되고 나머지는, 박팽년 같은 사람들은 단종 쪽에 붙게 되는 거죠. 그 뒤에는 다 아시다시피 그런 일들이 벌어져요. 성삼문, 박팽년은 죽고 신숙주는 잘 삽니다. 잘 사는데... 나쁜 짓을 참 많이 했어요. 예를 들어 단종을 폐위... 강등시켜야 한다 해서 강등시키고 나중에는 단종을 죽여야 한다... 단종을 죽이고... 단종의 비를... 자기 여종으로 삼아야 한다 했는데 수양대군이 그것만은 안 된다고 했어요. 그것 때문에 말이 많았습니다. 단종의 아내를 자신의 여종으로 부리겠다고... 단종 부인은 뭘 했냐면요, 동대문 바깥에 가면 동망봉이라고 있는데 동쪽을 바라보는 봉우리라는 뜻이죠. 단종이 영월로 유배를 갔으니까 영월 쪽을 바라보며 살겠다 해서 거기 올라가서 시녀들이랑 같이 살았는데... 먹을 걸 안 줘요. 먹을 걸 백성들이 주면 그 백성들을 잡아죽치니까 먹을 걸 줄 수가 없는 거죠. 그래서 염색을 해서 먹고 살았어요. 단종비는 그렇게 살았던 거죠. 그게 1453년... 6년 뒤구요. 이들이 아주 즐겁게 놀았다,는 1444년부터 9년 밖에 안 지났을 때예요. 9년 전을 상상해보세요. 지금 2017년이잖아요. 2008년에... 돌아가서 상상해보세요. 그때 정말 좋았던 친구였는데 그 친구가 어느 날 와서 잡아죽이는 거예요. 자기를. 정말 친했는데. 그런 상황이 벌어지게 된 거죠. 그럴 줄은 전혀 몰랐던 거죠. 그런데 이쯤 되니까 몽유도원도가 굉장히 흥미진진해집니다. 처음에는 박팽년이 나왔다가, 박팽년은 처음부터 쫓가가게 되구요. 최항과 신숙주는 나중에 오게 됩니다. 나중에 붙은 두 사람이 배신하게 되는 거예요. 꿈을 꿨을 때는 무슨 일일까, 왜 이 사람들이 나왔을까 뭐 이런 정도지만 우리가 6년이 지나고 생각해 보면 그 꿈이 참 묘한 꿈이네... 끝까지 있었던 사람은 박팽년 뿐이네. 이런 식으로 생각하게 되는 거죠. 여기까지만 해도 시야가 많이 넓어지는 거예요. 우리가 당대에 살고 있으면 꿈을 꿨을 때, 앞으로의 일을 알 수가 없잖아요. 우리가 어떻게 변할지. 그래서 이 꿈에 대해서 해석을 할 수가 없어요. 6년이 지나고 나서 일이 일어나니까 어느 정도 해석하게 돼요. 무의식 중에 그런 게 있었나, 하면서. 그런데 조금 더 시야를 넓혀보겠습니다. 이건 소설가들이 주로 하는 일이죠.


@만 개의 레시피 - 꽃청춘 이주부의 맛있는 일상이야기


시야를 한 500년 정도로 넓혀보겠습니다. 이것은 제가 이자카야에 가서 즐겨 먹는 안주예요. 베이컨숙주볶음이라는 건데요. 이자카야에서 먹어보면... 숙주가 아삭아삭하니까... 숙주라는 녹두에서 싹이 나서 된 거라고 해요. 원래 두아채인데 이름을 바꿔버렸어요. 사람들이 숙주나물이라고. 설이 두 가지가 있는데요. 하나는 만두소에 짓이겨서 넣으니까 신숙주를 그냥 짓이기고 싶은 마음에 숙주라고 하는 거랑 여름에 싹만 무쳐놓으면 빨리 상해요. 그놈 절개에 따라서 빨리 상한다고 숙주라고 붙이자... 이렇게 두 가지 설이 있어요. 이거는 민간... 야담이죠, 야담. 어쨌든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확인 불가하구요. 공교롭게도 이름이 같을 수도 있는 거죠. 어쨌든 숙주라는 이름이 붙어있고... 이자카야에 가면, 서울 어디 가든지 가면 여러분들이 시킬 거예요. 베이컨숙주볶음 주세요... 시키는데... 신숙주는 나중에 공도 세우고, 말하자면 애국자로 죽었어요. 공을 다 세우고 잘살고 죽었습니다. 성삼문, 박팽년은 일찍 죽었구요. 신숙주가 죽을 때, 실제로 그런 말도 했어요. 나는 주군이 바뀌었으니까 너희들 입장도 이해한다. 하지만 나는 이 사람을 주군으로 모시기로 했으니까 그런 이상 이 사람에게 충성할 것이다. 그것은 서로 모시는 임금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다 잘하는 일이다, 라고 얘기했어요. 성삼문에게. 성삼문은 받아들일 수 없죠. 아마 신숙주는 죽을 때... 자기 인생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배신자다, 그때 김시습은 계속 욕하고 다녔거든요. 배신자다... 백성들도 마찬가지구요... 그렇지만 본인은 안 그럴 거예요. 자기는 주군이 바뀌었을 뿐이지 임금한테 충성한 것은 똑같다는 거죠. 죽은 사육신이나 살아남은 나나... 권세를 다 누리고 산 나나... 똑같다는 거죠. 그래서 후회없는 삶을 살았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그리고 죽는 거죠. 그리고 500년 뒤에 서울 이렇게 많은 이자카야가 생길 줄 몰랐을 거예요. 그 이자카야마다 베이컨숙주볶음을 팔고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숙주를 이렇게 씹어먹는 거죠. 어, 질기네... 그러면서. 그럴 줄은 전혀 몰랐던 거죠. 만약에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쳐요. 누군가가. 그 당대에. 성삼문과 신숙주가 다 살아있을 때. 500년 지나면 네 이름이 나물에 붙어서 젊은 애들이 그걸 막 씹어먹는다, 라고 말한다고 쳐요. 그러면 당대에는 신숙주가 완전히 성공한 사람으로 살았고 성삼문은 역적으로 죽었고, 안평대군은 심지어 빠졌어요. 족보에서. 역적으로. 빼버렸어요. 그렇게 돼서 나중에 숙종 때 다시 추존이 되지만. 빼버렸거든요. 그렇게 당대의 눈으로 봤을 때는 완전 몰락한 사람들이고 이쪽은 완전 성공한 사람이 되는 거예요. 세속적인 관점으로 보면. 하지만 시야를 당대에서 벗어나게 되면 그 모든 것이 다 경계가 흐려진다는 거죠. 이 사람들의 길은 없었고 절망적인 사람들이 됐는데 나중에 결과적으로 봤더니 이 사람들이 제대로 된 길로 간 것이고 오히려 신숙주가 길 없는 낭떠러지로 가서 지금은 이름이 그렇게 남아버린 거죠. 그게 저는 소설가의 상상력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 이유는, 소설이라는 것은 인생을 다루기 때문입니다. 인생은 시간입니다. 인생이라는 걸 저는 이렇게 봐요. 시간이 지나가고 나면 되돌릴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 죽는다는 거. 그게 인생의 본질이라고 보거든요. 그래서 소설이라는 건 사람들의 인생을 다루니까 시간의 문제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구요. 우리가 죽은 뒤에도 그 시간이 계속 이어진다는 거. 이것에 대해서 늘 인식을 하고 있어야 합니다. 지금 이 이야기에서 500년 뒤에 베이컨숙주볶음이 있다고 하는 사람은 전지적 작가잖아요. 그 역사, 우리가 생각하는 '역사에 맡긴다'고 주로 이야기하잖아요. 모두가 그러죠. 모두가 교도소 갈 때는 역사의 심판에 맡긴다. 전지적 작가가 있다는 거예요. 그 작가는 500년 뒤를 보고 있으니까 내가 뭘 하는지 알 것이다 하는데. 그걸 볼 때마다 저는 놀랍습니다. 그게 이제 소설가예요. 신 빼고 전지적 작가를 취할 수 있는 사람은 저 밖에 없잖아요. 소설가. 위대한 존재죠. 주인공들의 시간 바깥까지, 바깥에서 주인공들을 다 볼 수 있기 때문에... 소설가 밖에 없습니다. 아무도 못해요. 뛰어난 정치인들도... 그래서 소설의 상상력은 시간의 문제예요. 시간을 어느 정도 벗어났는가. 그래서 아까 처음 말씀드렸을 때 개인의 시공간에서 벗어나는 게 궁긍적인 목표다라고 말씀드리는 거죠.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


@대학생 김연수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볼게요. 저는 원래 소설가가 되려고 한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전지적 작가 같은 거 되고 싶지 않았구요.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그냥 살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게 뜻대로 안되더라구요. 이건 1988년 5월 10... 5월달 기사인데요. 제가 고등학교 3학년 때였습니다. 그때 저는 천문학과에 가려고 했어요. 진짜 소설을 쓰고 싶은 생각은 1도 없었습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는데. 되게 웃긴데요. 제가 나중에 소설가가 되고나서 상도 받고 어쩌구 하니까 이야기를 막 쓰는 거죠. 사람들이. 우리 엄마 같은 분들이. 고등학교 때 책을 많이 읽었다, 결과에 맞춰서 쓰는 거예요. 책을 읽긴 읽었어요. 그래도 전혀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 천문학과에 가고 싶었는데. 그런데 뉴스를 보고 제가 깜짝 놀랐어요. 그 사람이 화학과였는데 투신 자살을 한 거예요. 투신 자살도 어려운데 할복하고 투신 자살했어요. (*1988년 5월 15일 일요일 서울대상 조성만(24, 화학과 2학년), 명동성당 구내 교육관 4층에서 양심수 석방 등 요구하며 할복 후 투신 자살한 사건) 그래서 저는 상당히 충격을 받았어요. 저의 꿈은 대학교 가는 거였는데, 대학교 간 사람이 왜 죽을까, 이해가 안 되는 거예요. 꿈을 이뤘는데. 모든 걸 다 가졌는데 왜 죽을까. 전혀 이해가 안됐어요. 고등학교 3학년 때 이런 걸 보니까... 대학에 떨어졌죠. 떨어져서 천문학과를 못 가고 영문학과를 가게 되었어요. 영문학과를 가서 보니까 데모 밖에 안 하죠. 1989년의 일입니다. 데모만 하고 수업을 거의 안 들어갑니다. 수업은 학생들이 수업 거부를 했어요. 그래서 주로 도서관에 있는데... 89년이 지나가고 90년이 또 그렇게 지나갔어요. 학사경고를 두 번인가 받았어요. 선동열 방어률과 비슷했어요, 학점이. 영점 몇이었어요. 세번째 학사경고를 받으면 퇴학이에요. 그러니까 4학기를 다녔는데 세 번은 안 맞았다는 거예요. 두 번 맞았는데... 그렇게 4학기를 다니고 그만뒀어요. 군대를 가겠다고. 군대 다녀오고 나서는 그런 일이 없었는데. 그렇게 집에 있는데 91년이 되니까... 91년 5월에, 한 사람만 저렇게 죽어도 너무 충격적인데 여러 명이 죽기 시작해요. 대학생들이 자살하기 시작했어요. 그게 너무 혼란스러워서, 사람들이 왜 죽는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어요. 아까 말했다시피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살고 싶었는데, 1인칭 주인공 시점은 주인공이 죽으면 끝나는 이야기이거든요. 그 뒤에는 이야기가 없어요. 그럼 모두가 1인칭 주인공 시점을 사는 건데 왜 스스로 죽을까, 그게 너무 이해가 안 돼서 그때부터 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쓴 소설이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인데. 읽어보신 분은 많지 않으실 건데요. 안 읽어보셔도 돼요. 구하기도 어렵구요. 그 의문에서 시작해서 쓴 소설이에요. 왜 사람들은 저렇게 죽을까. 이 세계는 무얼까. 처음 쓴 소설이구요. 제대로 못썼습니다. 그래서 그 의문은 계속 남았습니다. 나중에 15년 쯤 지나서 그 문제가 해결이 안 돼서, 다시 써보자, 91년의 이야기를... 그래서 다시 썼어요. 2007년에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이라는 소설로 다시 썼습니다. 이걸 쓰고 나서 약간 아... 이유를 알 거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이유는 뜻밖에도 간단하더라구요. 저는 유레카였는데... 아, 이것이다, 오랜 문제가 해결됐다 했는데... 이게 도스토옙스키가 다 썼더라구요...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펼치면 이게 나와요. 저도 읽었는데. 이건 요한복음인데... '정말 잘 들어두어라,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지면...' 뭐 이렇게.  (*요한복음 12장 24절 : 내가 진실로 진실로 말하노니, 만일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이걸... ... 붙여놨어요. 그래서 세권짜리 두꺼운 이야기를 시작하거든요. 이건 다 썼어요. 백년 전에. 제가 알아낸 게 이거였어요. 아, 이 사람들이 죽는 이유는, 이런 이유였구나. 근데 이건 도스토옙스키만 알고 있는 게 아니고 문학 하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더라구요. 


보세요, 이 사람은 발터 벤야민... 평론가인데 이렇게 써뒀어요. 우리에게 예전 사람들이 맴돌던 바람 한 줄기가 스치고 있지 않을까. 과거 사람들하고 우리 사이에 이렇게 약속이 있다는 거죠. 과거 사람들은 죽고 없어지지 않았다는 거죠. 우리 사이에 존재하고 있다, 이야기하고 있는 거예요. 죽어도 죽은 게 아니다. 정말 재미있는 논문인데... 이 사람은, 발터 벤야민은 나중에 나치 치하에서 살다가 유태인이니까 살기 어려워서 탈출을 하거든요. 탈출하다가 잡혀요. 잡히니까 자살을 해버리는데. 자살하기 전에 쓴 글이에요.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 ... 저는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을 쓰고 이제 아, 오랜 문제가 해결이 되었어. 역사 안에서 각자의 생을 가지고 있고, 그 삶들이 서로 겹쳐진다. 겹쳐지기 때문에 어떤 부분은 같고 어떤 부분은 다르고. 이렇게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다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 삶이 빠져도 똑같이 그대로, 그 부분은 기억이 된다, 이런 식으로 결론에 이르렀는데 그걸 다 썼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알게 된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대부분은... 다 생각한 거예요. 소설가로써. 정말 기발한 아이디어 생각하시잖아요. 내 인생은 소설로 쓰면 열 권이라고 하는데. 그 모든 이야기가 다 있어요. 사람이 얼마나 많이 살았던지. 지금 우리가 살았던 인류가 100억명이 넘는다고 하거든요. 100억개의 삶이 존재하는 거예요. 이야기는 똑같습니다. 원하는 게 다 똑같기 때문에. 아까 말했다시피 백억명 중에 한 명은 "난 커서 자폐아의 엄마가 되고 싶어." 이러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싶잖아요. 없어요. 한 명도 그런 꿈을 꾸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다들 행복한 삶을 원하지. 행복한 삶을 원하기 때문에 겪는 좌절도 비슷하구요. 그래서 이야기는 거의 비슷합니다. 깨닫게 되는 것도 비슷하구요. 

그래서 이건 딴 이야기지만, 내용에 대해서 너무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 안하셔도 돼요. 소설 같은 경우는. 이야기는 어떻게 들려주냐예요. 이 이야기를 누가,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해주느냐... 우리가 노력해야 할 것은 여기라는 거죠. 내용을 정말 새로운... 듣도 보도 못한... 자폐아의 엄마가 되는 여자의... 이런 걸 써보겠어, 생각하지 마시고 가장 보편적인 내용, 우리가 겪을 수 있는 그런 일들을 다른 방식으로 써보시는 것이... 그게 문학적 상상력이라고 아까 말씀드렸죠. 현실이 존재하고 있고 이 현실을 해석하는 겁니다. 보이지 않는 길을 찾아내는 거예요. 굉장히 노력을 많이 하셔서... 정신적인 운동으로 그 길을 찾아내는 것이 문학적인 거죠. 


그래서... 이렇게 다 있더라구요. 제가 최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들이 임진왜란에 잡혀간 조선인 고아들 이야기인데요. 이 이야기가 되게 매력적이었어요. 2000년 쯤에 출판 잡지사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는데... 잡지사에는 책이 많이 들어옵니다. 일주일에 200권씩 들어오는데. 신간 중에 좋은 책들을 선배들이 다 가져가구요. 좋은 책들이란 인문책, 문학책 같은 거예요. 그건 선배들이 가져가고. 그 외에 실용, 주식투자, 자기개발, 시간 관리법.... 그런 책만 저한테 와가지고... 그런 책만 열심히 읽었는데요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소설 안 읽고 그런 책 읽었는데 도움을 많이 받았네요. 그 중에 한 책이 구한말, 외국인 기록 뭐 이런 게 있는데. 외국인이 쓴 기록 중에 각주로 이 고아들이 나와요. 쓰시마의 다이묘 소 요시토시(*임진왜란 당시 조선과 교류가 활발했던 쓰시마의 영주, 카톨릭 다이묘)의 아내 마리아 (*고니시 마리아, 고니시 유키나가의 딸입니다. 고니시 유키나가는 임진왜란 참전 무장, 카톨릭 다이묘, 사위가 되는 소 요시토시도 세례를 받았습니다)에게 조선 전쟁 중 고아가 된 두 명의 소년을 선물로 보냈다. 두 소년은 매우 고귀한 집안의 출신이었다. 그래서 마리아는 두 소년을 노예 신분에서 해방시켜 교회에 보냈다. 이렇게 나오구요, 동생 나이가 어려서 이 신부가 안 데려가고, 좀 더 크면 데려가겠다 하고 형은 데려갔어요. 형은 계속 키워서 수사가 됐고... 형을 키우는 목적은 조선에 전도할 때 도움을 받고자 해서... 수사로 키웠는데. 이 형에 대한 기록은 남아있어요. 교황청에 소속되어 기록이 남았기 때문에. 그래서 형은 1605년이 되면 북경으로 갑니다. 교황청의 허가가 떨어져서. 조선을 전도해라, 해서. 그래서 베이징에 가게 돼죠. 되게 재밌어요. 그때 베이징에 왔던 사람이 허균이에요. 허균이 와서 '천주실의' 이런 책들을 잔뜩 사가요. 허균은 바꾸고 싶어 한 거죠. 허균하고 이 사람하고 만났을까, 이런 생각하면 되게 재밌어요. 이 사람은 들어가보려고... 거기서 4년인가 머물렀거든요.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서 한국에 들어가보려고, 조선에 들어가려고 노력했었고. 조선 사람이 들어왔다고 하면 만나보지 않았을까 싶었고. 허균은 여기 와서 천주교에 관한 책을 잔뜩 사가고, 나중에 박지원 같은 경우에는 그렇게 써 놨어요. 우리 나라에, 조선에 서교(천주교)가 들어온 것은 그 역적 허균 때문이다, 역적 허균이 1605년에 잔뜩 들여와서 그게 퍼졌다... 그래서 이 사람은 뜻을 못 이루고 화형 당해서 죽거든요. 그래서 이제 이 소년에게 관심이 가서 제가 제일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있는 거죠. 


그러다보니까 일본 천주교 역사를 보게 되는데. 되게 오래 됐습니다. 임지왜란 전에 일본에 천주교가 이미 들어가 있어요. 1543년에 배가 종자도라는 데 표착을 해요. 종자도, 타네가시마라고 하는데. 여기 종자도 도주가 조총을 봤죠. 조총을 연구해서 조총을 퍼뜨립니다. 그때 일본은 전국시대니까 나라가 통일이 안 돼있고 지방마다 성주들이 존재하고 있는 거예요. 다 아시는 오다 노부나가가 조총에 관심이 많았죠. 조총을... 조총 부대를 만들어요. 그때 이야기 들어보면, 조총이라는 것이 뭔가 하면 소리가 빵! 나면 이렇게 죽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 원리를 모르니까 소리 때문에 죽는 거라고 이해를 해요. 탕! 소리가 나면 억... 하고 죽는 걸 보니까 소리로 죽이는 무기인 거죠. 처음에 맞은 사람들은... 나중에 여기다가 넣고... 쏘는 사람들은 알겠죠. 여기에다가... 굉장히 무서운 무기인 거예요. 소리가 땅! 나면 죽는 거예요. 땅땅땅! 하면 세 번 죽는 거예요. 그러니까 굉장히 무서운 무기여가지고 그걸로 득을 많이 봤어요. 그때 조총이 들어오면서 천주교... 예수의 신도들도 들어오게 된 거죠. 그런데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중앙정부가 없었기 때문에 이쪽에서 무역에 관심이 있으면 천주교 신부하고 교섭을 하게 되는 거죠. 그렇게 천주교를 약간 허용해줘요. 그러다가 탄압을 하죠. 그럼 옆으로 가면 돼요. 옆에 나라 가서 거기서 할 수 있고. 그래서 천주교가 그렇게 늘어났어요. 늘어나다가 전쟁이, 임진왜란이 벌어진 거죠. 그때부터 탄압이 시작되고. 임진왜란이 끝나고 나서 도쿠가와 막부가 생기고 나서 금교령을 내려요. 그게 1614년 정도에 금교령을 내리면서 금지시키죠. 외국인 신부들은 다 추방을 시키고 금지를 시킵니다. 그래서 끔찍한 박해를 시작하게 됩니다. 대표적인 박해가 이거예요. 


@일본 웹 http://martyr-hall.com/jyunkyo.html


사카사아나츠리 逆さ穴吊り(*거꾸로 구멍 매달기)라는 건데요 이 박해를 받고 기교... 지금 기교라고 했는데 버릴 기(棄)자에 가르칠 교(敎)자죠. 종교를 버린 사람이 페레이라 신부라는 사람이에요. 이 사람은 일본에 온 지 33년이 됐고 교구장이었고 나이가 60이 다 된 사람이었는데, 그래서 절대 이 사람은 배교할 사람이 아니라고... 왜냐하면 죽을 날이 거의 가까웠거든요. 살 만큼 살았고. 그런데 고문을 못 이겨서 배교를 한다는 게 있을 수 없는 일인데... 그런데 이 고문을 받고 배교를 하게 된 건지... 저 밑에 거꾸로 매달아뒀잖아요. 저 밑에는 똥이에요. 파리 이런 게 들끓고, 구더기도 들끓고... 저렇게 거꾸로 놓고 며칠 동안 매달아두는데 그냥 두면 안 되니까 여기(*귀 아래 부분일 겁니다. 엔도 슈사쿠 침묵 참고)를 찔러요, 찔러서 피를 내요. 피를 하나, 둘, 셋, 넷, 뚝뚝 떨어져요. 죽지는 않고 고통만... 서서히 죽이는 거죠. 이거 때문에, 다른 고문은... 다른 고문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서... 나가사키에 가면 온천이 있는데, 온천 유황물을 끼얹으면서 고문하고... 갖가지 고문들이... 굉장히... 고문 기술이 아주 좋아요. 왜 고문 기술이 좋아졌냐면, 그 이유가 있어요. 처음에는 다 죽이는 거죠. 우리나라랑 박해가 좀 달라요. 우리나라는 다 죽여요. 이런 기생충, 바퀴벌레 보듯이 다 죽여버립니다. 그런데 일본은... 처음에 일본도 다 죽였어요. 십자가에 매달아서 다 죽였는데. 이 사람들이 죽을 때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왜냐하면 하늘나라로 가니까. 너무 좋아하고. 배교자들한테 들어봤더니 저렇게 죽이면 안 된다는 거예요. 죽으면 다 천국으로 가게 된다. 종교를 부인하는데 그것도 기분 나쁜 거죠. 천국 간다고 하니까. 그럼 어떻게 하면 되느냐. 배교를 시키면 다 지옥으로 가게 된다. 그래서 배교 시키는 기술로 바뀌었거든요. 그래서 고문 기술로 바뀌었어요. 목표가 배교 시키는 거죠. 그래서 페레이라 신부가 배교를 하니까 마카오에서는 난리가 났어요. 그 신부는 배교할 신부는 아니다. 거짓말일 것이다, 라고 해서 신부들이 대속하겠다, 만약 배교를 했다면. 대신 죄를 갚겠다 해가지고... 들어가서 이 사람들은 대속하는 사람들이니까 바로 갑니다. 바로 잡아주세요 하고 대신 똑같은 고문을 해주세요, 그 고문을 받고 죽겠습니다 라고 한 뒤 와서 죽어요. 실제로. 대단히 용맹한 사람들이죠. 이런 식으로 고문을 계속 하니까 대부분 다 배교합니다. 나가사키의 명부를 보면... 나가사키의 한 마을의 호구 조사를 하는데, 호구 조사는 금교령이 내려진 뒤에 하게 돼요. 호구 조사는 절에서 하는데 본적지가 나와 있어요. 10분의 1이 조선 사람들이에요. 끌려간 포로들. 그리고 그 10분의 1은 주로 해방된 노예들이에요. 노예였다가 천주교를 믿으니까... 주인이 천주교를 믿으면 풀어준 거죠. 풀어주면 갈 데가 없으니까, 조선으로 가야 하는데 갈 방법이 없고. 나가사키는 분위기가 개방적이니까, 교회도 많고. 그래서 나가사키에 모여 들게... 10분의 1이 조선 사람들인데 대부분 다 배교를 하게 됩니다. 


@天草四郎 (아마쿠사 시로)


@야마다 에모사쿠가 그린 진중기


결정적으로 1637년이 되면 시마바라의 난이라는 게 벌어지는데요, 이건 주로 학정에 못이겨서 일어난 난이에요. 그래서 2만명에서 3만명 정도가 난을 일으켰는데 대부분이 다 카톨릭 교도들이었습니다. 이걸 이끈 사람이 아마쿠사 시로라는 사람인데요... 아마쿠사 시로는 열일곱살인데 잔다르크 같은 소년이에요. 이 아마쿠사 시로가, 열일곱살이 반란군을 일으킨 거죠. 이 사람들은 포르투갈 배가 와서 구해주는 일 밖에 없는데. 겨울 동안, 3개월 정도 버티다가... 결국엔 성이 함락이 돼요. 막부에서 봤을 때는 이게 카톨릭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보고 다 죽입니다. 2만명 중에, 2~3만명 중에 한 명 빼고 다 죽여요. 그 한 명(*야마다 에모사쿠, 시마바라의 난 당시 막부의 첩자)은 카톨릭 교육 받은 사람이에요. 나중에 시마바라 박물관 같은 데 가보시면 아마쿠사 시로의 깃발이 있어요. 아마쿠사 시로가 말 타고 있는 멋진 서양화풍의 유화 깃발이 있거든요. 신부님들 학교에서 유화 배웠던 사람이에요. 그 사람이 내통해서 다 죽은 거죠. 그러다 1644년이 되면 마지막 신부, 일본의 마지막 신부 고니시 만쇼 라는 사람이 죽습니다. 이 사람 얘기도 굉장히 재밌어요. 고니시 유키나가의 아들이라는 설이 있는 사람인데요. (*고니시 유키나가는 일본 전국시대의 무장, 카톨릭 다이묘로 유명. 위에 언급된 고니시 마리아의 아버지입니다. 고니시 만쇼는 고니시 유키나가의 외손자) 이 사람이 마지막에 죽구요. 그리고 1657년이 되면 일본의 전도사 바스찬이 이런 예언을 남기고 죽습니다. "교황의 배가 로마에서 올 것이다. 독신의 신부가 나타날 것이다. 그가 마리아 상을 가지고 올 것이다." 라고 말을 하고 죽었어요. 30년 동안 계속 박해를 하거든요. 그걸 다 지켜봤어요. 그런데 이 예언을 남겼단 말이죠. 그러면 이 사람들이 천주교를 계속 믿을 수 있을까. 시마바라의 난 때 2~3만명이 다 죽었는데. 죽일 때 목을 자릅니다. 그리고 몸하고 분리시켜요. 그때 일본인들은 목과 몸이 붙어있으면 되살아난다고 믿었거든요. 시체들이 목 따로 몸 따로예요. 다. 그런 잔인한 학살을 당했는데 이 말을 믿을 수 있을까. 결론은 우리가 익히 아는 거예요. 안 옵니다. 배가 올 리가 없어요. 시마바라의 난을 일으켰을 때 포르투칼 배가 올 거라고 믿었는데 네덜란드 배가 왔어요. 왜냐하면 내통을 하면서 알았거든요. 이 사람들이 포르투칼 배를 기다리고 있다. 포르투칼 배가 와서 대포를 쏴 준다면 이 사람들이 사기가 높아질 거 같으니까 네덜란드에 부탁해서... 신교, 구교가 싸우잖아요. 네덜란드와 포르투칼은 서로 적이거든요. 그래서 네덜란드 배가 와서... 그쪽을 향해서... 서양 배가 오니까 다들 좋아하는데, 우리를 구하러 왔다 하는데 그쪽에 대포를 쏴 버려요. 그렇게 희망이 끝이 난 거죠. 그래서 교황의 배도 안 오고, 신부도 더 이상 없구요, 마리아 상 가지고 오지도 않구요, 그냥 다 죽어요. 다 죽습니다. 이게 우리가 아는 세상이잖아요. 다 죽어요. 실패합니다. 다. 인생이. 그래서 이게 세상의 원리에요. 그러니까 빨리 배신하는 게 좋습니다. (웃음) 결론이... 시간 다 됐는데 이렇게 끝나면... 이상한 결론을... 다행히 시간이 남아있습니다. 


@후미에


@후미에 하는 모습


빨리 배신하면 좋은데, 우리는 아까 말한 대로 전지적 시점으로 충분히 볼 수 있어서... 이거는 '후미에' 라는 거예요. 후미에踏み絵 라는 것은 밟는 그림... 밟을 답자에 그림 회자를 쓰는데요. 이게 왜 필요하냐면, 그 뒤에 다 발굴, 제거했다고 생각해요. 다 절에 등록시켰어요. 절에 등록하면... 그랬는데 카톨릭을 몰래 믿는 사람들이 있단 말이죠. 그렇게 탄압을 했는데... 이 사람들을 가쿠레기리스탄 隠れキリスタン이라고 해요. 숨은 크리스찬들이다, 이걸 색출하기 위해서 일본 사람들이 고안한 게 이겁니다. 후미에. 명절이 되면, 정월 초하루에 마을에서 마을 사람들 다 모아놓고 단상에 마을 촌장이 앉아 있고 이걸 깔아놔요. 밑에다가. 예수상을. 한 명씩 밟고 지나가게 하는 거죠. 처음에는 효과가 있어서 못하는 사람들이 나와요. 못하겠습니다... 차마... 그럼 잡아가는 거죠. 그렇게 크리스찬을 색출하기 위한 그림인데요. 아까 말했던 엔도 슈사쿠 <침묵>이 주요 소재가 이거예요. 침묵에 보면 예수상을 밟아라, 밟아라.. (*로드리고 신부에게 예수의 목소리가 들리는 부분)... 이렇게 아주 어려운 상황이에요. 안 밟으면 잡혀가서 고문 당하죠. 믿을 수가 없는 건데. 근데 믿기 시작합니다. 믿는 사람들이 있어요. 가쿠레크리스찬들이 있는데... 아버지... 그러니까 처음에 신부들을 본 사람들은 믿을 수 있잖아요. 실제로 봤으니까. 상황이 바뀌어서 그 사람들이 올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오지 않았던 거죠. 그 이야기를 아들에게 이야기했어요. 그럼 아들은 아버지가 이야기했으니까 믿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 안 왔어요. 죽었어요. 안 오더라... 그러면 아들이 손자에게 이야기했어요. 이제 가물가물해요. 그 기억도. 근데 온다더라... 하던데... 안 오고 죽었어요. 그렇게 7대가 지났습니다. 250년이 지났어요. 그래서 그 사이에 일본이 우리처럼 쇄국 정책을 풀고 개항을 다 합니다. 일본은 미국한테 당했어요. 그래서 종교의 자유가 생기고 금교령이 없어지죠. 외국인 신부가 일본에 들어오는데 제일 먼저 나가사키로 가요. 나가사키가 처음이었으니까. 이 오우라 천주당을 세웁니다. 세우고 나서 1865년 3월 17일이 되면 행색이 초라한 10여명의 일본인들이 오우라 천주당에 찾아오는데요. 파리외방전교회 프티장 신부가 다음 날 이런 편지를 씁니다. '그들은 교황의 배가 마리아 상을 든 신부를 태우고 로마에서 올 것이라는 조상들의 말만 믿으면서 그 배가 나가사키에 올 때까지 숨어서 천주교를 믿던 가쿠레크리스탄들이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와서 마리아 상은 어디에 있습니까,라고 물어보는 거죠. 약간 기적 같은 순간이죠. 이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믿었는지...지금까지. 믿고 있었어요. 어쨌든. 배가 올 것이라고. 믿고 있었구요. 그렇다면 바스찬이라는 수사가 예언을 했잖아요. 배가 올 것이다, 이런 예언을 했는데... 이 사람들이 와서 이 교회를 봤으니까 그 예언은 이루어진 것일까요. 그런데 그 예언을 들었을 때, 처음 사람들은 다 죽었잖아요. 그 뒤에 아들도 죽고 손자도 죽고 증손자고 고손자도 죽고 다 죽었어요. 그러니까 이 예언은 그 사람들이 살면서 이뤄지지 않는 예언이고 그 사람들은 다 실패한 것이 되는 거잖아요. 그럼 이 예언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이야기해야 할까요. 이 대답은... 조금 더 있다가 할 수 있는데요. 왜냐하면 그 뒤에... 100년 뒤에는, 1981년에 교황이 가요. 교황이 나가사키 공항에 내려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트레이드 마크처럼 땅에 입 맞추는, 그걸 하거든요. 그 나가사키에... 이 예언까지는 못했어요. 바스찬은. 바스찬은 교황의 배가 온다고 했지 교황이 오리라, 여기까지 상상도 못한 거예요. 그런데 실제로 예언 이상의 일이 벌어진 것이죠. 그럼 이 예언은 이뤄진 것일까요. 안 이뤄진 것일까요. 


상상력이라는 게, 소설적인 상상력이라는 게 우리가 어디까지 상상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 탄압 받던 시대에... 카톨릭을 믿는다는 이유만으로 고통 받을 수 있는 그런 시대에 교황이 온다, 이렇게 상상할 수 있을까요. 대담한 상상이에요. 바스찬도 그렇게 상상 못했어요. 대신에 신부가 올 것이다, 우리를 구하러 올 것이다, 이 정도 상상을 한 거예요. 그것만 해도 아주 엄청난 상상력이었던 거죠. 그런데 누군가는 교황이 올 것이다, 라고 상상할 수도 있는 거예요. 그런데 누구 눈에도 안 보이니까 교황이 올 가능성은 전혀 없어요. 전혀 없고... 말도 안 되는 소리죠. 헛소리예요. 대부분 문학적 상상력이라는 게 헛소리에 가까운, 정말 말도 안 되는 이런 걸 가르쳐준다는 말이죠. 그래서 이제 결론적으로 봤을 때 길은, 인생에서 성공이라거나 실패라거나 행복이나 불행이나 절망이라거나 이런 것들은 전혀 다르게 접근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많은 매체나, 아니면 방송이나, 어른들의 말씀이나 이런 걸 통해서 어떤 게 잘 사는 길이고, 어떤 게 행복한 길인지, 어떤 게 좋은 삶인지 이런 것들에 대해서 많이 듣게 되죠. 그런 것들은 대개 건강하고, 돈 많고, 사랑 받고 이런 삶들입니다. 그게 세속적인 원리구요. 그 반대의 삶도 존재를 해요. 그런 삶이 좋다는 거지, 모두 다 그렇게 살 순 없어요. 가난하고 병들고 외롭고 이런 삶도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구요. 그게 세속의 길이에요. 이건 좋은 것이고, 이건 나쁜 것이고. 세속의 길을 따를 때는 상상력을 발휘하지 않는 거죠. 현실에 있는 걸 그냥 보는 겁니다. 현실을 보라고 이야기하잖아요. 이게 현실이야 라고 이야기하잖아요. 소설 같은 거 읽지마, 라고 얘기를 해요. 나이가 들면... 왜 넌 40이 돼도 소설을 읽냐, 이런 사람도 있어요. 차라리 현실을 더 자세히 보라는 거죠. 현실이 얼마나 더 비참한지에 대해서. 그래서 현실이 비참한 걸 알게 돼죠. 정말 비참해요. 끔찍해요. 뉴스만 봐도 알 수 있잖아요. 그게 세속의 방식입니다. 그런데 문학은 거기에서 안 보이는 것을 계속 보려고 노력하는 거죠. 어떤 방식으로... 소설가는 시간을 계속 늘려서... 가령 내가 죽을 때 시점에서 봤을 때 지금 일이 어떤 의미를 가질까 라고 하면 지금 일들의 의미가 많이 바뀝니다. 죽고 난 뒤에 어떤 의미일까 하면 또 많이 바뀝니다. 그래서 그렇게 안 보이던 길이 보이게 된다는 거죠. 그런 관점으로 상상력을 계속 동원해서 현실에서 없는 길을 찾아내는 게 소설적 상상력, 문학적 상상력이라는 거죠. 그래서 왜 소설을 읽어야 되느냐, 현실을 보려면 논픽션이나 다큐를 보는 게 좋은데... 왜 소설, 문학을 읽고 경험해야 되느냐,라고 질문하신다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우리가 다른 길을 보기 위해서, 그 길은 그런 상상력의 도움 없이는 전혀 보이지 않는 길이기 때문인 거죠. 그 길을 봤을 때, 우리가 아까 말했던 가난하고 병들고 외로운 사람들의 삶이 구원을 얻는 거예요. 이 사람들에게 길이 있기에. 그래서 문학적 상상력이 필요한 것이고 우리가 소설을 읽는 것이다, 라고 말씀을 드릴 수가 있겠습니다. 


마지막에는 음악을 깔아놓고, 제가 읽으려고 했는데 오글거려서 그냥 읽겠습니다. 벤야민이 이렇게 말하면서... "어떤 생물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호모 사피엔스의 보잘것없는 5만 년의 역사는 지구 상의 유기체의 역사와 비교해보면 하루 24시간의 끝자락 마지막 2초에 해당한다. 문명화된 인류의 역사는 이 척도에 비추어본다면 기껏해야 마지막 시간, 마지막 초의 5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메시아적 시간의 모델로서 전 인류의 역사를 엄청난 축소판으로 요약하고 있는 지금 시간은 우주 속에서 인류의 역사가 이루는 앞의 모습과 엄밀하게 일치한다."

이 사람은 이제 그냥 거대한 상상을 하는 거예요. 역사를 하루로 보는 겁니다. 그래서 고통과 절망은 무슨 뜻이냐. 우리가 오래 못 산다는 뜻이에요. 백년이면 죽는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개개인은 충분히 오래 못 살고 죽겠지만 인류는 충분히 오래 살 것이니까 우리는 다 고통이나 절망 속에서 죽을 수 있지만 우리가 원했던 일들은 다 이뤄져요. 인류 안에서. 우리가 우주라는 무한 공간과 역사라는 무한 시간을 상상할 수 있다면. 과거의 빛과 미래의 빛이 뒤섞인 밤하늘처럼 과거의 사람들과 미래의 사람들이 우리와 함께 있는 광경을 상상할 수 있다면. 그래서 먼 훗날 언젠가가 아니고 바로 이 순간에 그 일이 이루어집니다. 우리가 거대한 걸 상상할 수 있다면. 

여기까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질문 시간


Q : 소설가적 상상력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시고, 인상적으로 잘 들었는데요. 제가 들으면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던 것은, 약간 너무 낭만적으로 바라본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어서요. 가난한 사람들이 내적 구원을 받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현실적으로 뭔가 실질적인 도움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면에서 약간 소설이... 현실에 도움이 되나... (*안 들려요. 죄송해요)


A : 물론 소설가가 음식을 제공할 순 없는 거죠. 책이 만사천원이 되는데 밥을 사 드시는 게 더 좋을 거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안 되지만. 그래서 마음의 양식이라고 그런 식의 표현을 하지만 그게 정말 마음의 양식이 되지도 않구요...  그런 딜레마는 있는데. 이런 건 있습니다. 이야기라는 게... 소설가가 이야기를 만드는데요. 이야기가 현실을 바탕으로 하는 이야기입니다. 똑같은 현실을 가지고 다시 이야기를 하는 거죠. 나의 방식으로. 나의 인생에 대해서 엄마나 아빠나 친구가 하는 이야기가 다 다르잖아요. 그래서 내 버전의 이야기를 하면 그게 정체성이 되는 거구요.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 하는 것은, 이 사람이 자기 자신에 대해서 들려주는 이야기가 그 사람이에요. 나는 내성적인 사람이야, 나는 외향적인 사람이야, 내가 왜 외향적인 사람이 되었냐면 삼촌이 나에게 영향을 많이 끼쳤어, 이렇게 논리적으로 갖춰져 있는 하나의 이야기 있잖아요. 그래서 이 사람이 내향적이라고 스스로 말하기 때문에 그런 사람이 되고 그렇게 행동을 하게 된다는 거죠. 그게 이야기가 가진 힘이에요. 제가 삶을 바꿔줄 순 없어요. 지금의 삶을. 하지만 이야기를 바꾸는 방법에 대해서는 말씀해드릴 순 있어요. 자기 정체성에 대해서... 좀 다르게 보도록 해봅시다. 상상력을 발휘해서 이걸 다르게 해석해봅시다. 다시 써봅시다. 당신의 이야기를. 이렇게 말씀드릴 순 있다는 거죠. 그럼 다른 사람이 되는 거예요. 정체성이 바뀌면. 정체성이 이야기를 통해서 바뀐다, 라는 것은 어느 정도 효용은 있는 거죠. 사실은 소설 자체가 주진 않지만 소설이라는 것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효용이 있다는 거죠. 자기를 어떻게 설명하느냐, 그리고 설명하는 것에 따라서 이 사람이 바라보는 세상이 달라지고, 세상이 달라지면 이 사람이 달라지는 겁니다. 그런 식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Q : 저는 문학적인 상상력을 되게 많이 가지고 있는 딸과 살고 있는데요. 그 상상은, 너무나 많은 상상을 하고 글을 쓰고, 그것들을 이야기하는데... 솔직히 현실적인 부분하고 많이 부딪히고... 그게 창의성이 있고 어떤 때는 좋아보이지만 어떤 때는 뜬금 없는 거 같고... 이런 상황이 있는데 그게 엄마로서, 잔소리만 하는 엄마로서 늘 미안한 감이 있거든요. 그런 것에 대한 조언, 이 딸의 상상력을 발전적으로 키워주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 조언해주세요.


김 : 몇 살이신가요


독 : 중학교 2학년이요.


A : 나중에 대학교 가고... 나중에 그 친구가 무슨 일을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어떤 창의적인 일을 하게 되면 굉장히 좋은 자질이에요. 그걸 가르칩니다. 남들이 다 똑같이 생각하는 거 말고 다른 생각을 좀 해봐, 다른 길을 가봐, 이걸 가르치는 건데. 우리가 어렸을 때 그걸 잘했잖아요. 항상 엉뚱한 생각하고. 남들은 이거라고 해도 나는 그거 아닌 거 같고 이렇게 생각해, 이렇게 이야기한 사람들이었는데. 중학교 2학년이면 아직도 그럴 수 있겠죠. 그런데 고등학생이 되고 대학생이 되면 신경 안 쓰셔도 알아서 다 바뀝니다. 현실적으로. 본인이 크면 나중에 철 들었다고 그러죠. 본인이 청소하고 그래요. 어렸을 때는 청소도 안 하던 애가. 본인이 막 씻고. 이렇게 해야 자기가 잘 살 수 있다는 세상의 논리를 받아들이게 된 거죠. 그런데 그걸 받아들이는 순간부터는 삶이 되게 빨리 지나가고... 뭐랄까요... 재미가 없어지기 시작하는 거죠. 다르게 보는 방식을 힘들어하고. 그래서 뭔가를 쓰라고 한다거나 창의적인 어떤 걸 해봐, 하면 되게 힘들어해요. 습관이 안 돼서. 왜냐하면 남들 사는 대로 하려면 가르쳐 준 대로, 배운 대로 사회에서 생각하는 게 제일 쉽거든요. 그렇게 가면 되니까. 지금은 뭐...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웃음) 저절로 어머니 뜻대로 될 거구요. 너무 어머니 뜻대로 될까봐 나중에 걱정하시게 될 거예요. 지금은 굉장히 잘하고 있는 겁니다.


Q : 인류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 개인의 죽음이... 저는 죽음이 무서운데... 작가님은 죽음이 두려우신지...


A : 죽는 게 두렵구요. 두렵기 때문에 이런 생각들을 하는 거죠. 아까 말씀드린 대로. 저도 죽는 게 되게 두렵습니다. 죽으면 어떻게 될까, 궁금한 게 많아서 오랫동안 연구를 많이 했습니다. 죽음에 대해서. 죽으면 어떻게 될까. 사후세계, 전생, 윤회, 지옥, 천국... 한 20년 해봤습니다. 20년 해 본 결과, 알 수 없다. 죽는 거는, 죽음은 알 수 없다, 에이 모르겠다, 나중에 죽을 때 생각해보자 했구요. 죽는 게 우리에게 가장 큰 문제예요. 우리 모두의 가장 큰 문제입니다. 다 죽잖아요. 안 죽는 사람 없이. 삶의 가장 큰 문제는 죽는 건데요. 제가 소설 쓰잖아요 열심히. 이것도 죽는 게 싫어서 쓰는 걸 수도 있어요. 소설 나올 거 아니예요. 저는 죽더라도. 이걸로 한 번 이겨보겠다 할 수 있겠구요. 아니면 결혼해서 아이를 낳잖아요. 그걸로 약간 죽음을 이길 수 있는... 사회 전반 모두가... 이 죽음에 대한 공포 때문에 생겨난 거라고 보는데요. 공포 때문에 생겨난 1차적인 거... 그런 거잖아요. 겁난다, 이불 밖은 위험하니까 나가지 말자. 이거 먹으면 환경오염 되니까 먹지 말자. 이게 1차적인 반응이구요. 두번째 반응은 막 상상을 하잖아요. 내가 죽으면 그래도 내 책은 남을 거야... 이 책을 누군가 보게 될 거야. 이때부터 누군가 뭘 만들기 시작하는 거죠. 이게 되게 낭만적인 생각인데. 죽음을 소설 쓰기로 극복해보겠습니다, 이런 거잖아요. 그런데 극복은 안 돼요. 안 되지만, 어쨌든 죽음이라는 것이, 그걸 통해서 제가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 만들어내는 것이 죽음에 대한 공포를 이겨낼 수 있다...저는 되게 겁나요. 저는 정말 죽는 게 무서울 거 같습니다...


Q : 두 가지 질문을 하겠습니다. 제가 선생님 책 중에 '세계의 끝 여자친구'를 읽으면서 맨 뒤에 신형철 평론가가 쓴 글을 인상적으로 읽었습니다. 첫번째 질문은 이렇게 책에 문학 평론가의 글이 실리는 과정이 궁금하구요... 평론가님이 작가님의 글을 보고 아, 이걸 내가 평론을 해야겠다, 연락을 이렇게 하는 건지 아니면 두 분이 지인인 건지, 그런 게 궁금하고. 두번째는 신형철 평론가님의 문장 혹은 의견들이 좀 흡족하신지, 동의하시는지... 예를 들면 이런 게 있습니다. '모든 슬픔은 그것을 이야기로 만들거나 그것들에 관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견뎌질 수 있다.' 라는 문장이 있었는데, 저한테는 굉장히 큰 울림이 있었습니다만 작가님께는 어떤지 궁금하구요. 네... 이렇게 두 가지입니다. 


A : 신형철 씨가 보낸 사람 같아요. (웃음) 대답을 잘해야 할 거 같은 느낌이 드네요. 첫번째 질문은, 우리나라 소설에는, 특히 소설집에는 평론을 실어요. 관행적으로. 그게 아마 배려 차원 같기도 하고 문학 평론가들에게 기회를 주는 차원이기도 하고. 관행적으로 싣습니다. 요즘은 안 싣는 것도 나오긴 하지만요. 그런데 그걸... 여러 번 내면서 보통 제가 다 부탁을 드렸어요. 평론가님들한테. 이 분은 제가 부탁을 했는지, 신형철이 먼저 쓰겠다고 한 건지 기억이...잘.. 신형철 씨한테 가서 다시 물어볼게요. 어쨌든 신형철 씨하고는 그 전부터 잘 알고 있었어요. 10년 전 쯤에... 그 더 전에 알고 있었구요. 신형철 씨는 되게 글도 잘 쓰고 예의 바르고 살갑고... (웃음) 아주 좋으신 분이에요. 절 보자마자 형,형, 그러고 저는 냉담하고... 곁을 잘 안 주고 그러거든요. 정색을 하고 그랬어요. 저한테 왜 형이라고 부르세요? 그러면서. 굉장히 서운해하더라구요. 어떻게 그런 말씀 하시냐고. 그 다음부터는 존댓말을 계속 했어요. 나중에 술 잘 마셔서... 둘 다 술 잘 마셔요. 인사불성 될 정도로 취해서. 어떻게 집으로 갔는지 알 수 없는 날이 있고나서 말을 놓을 수 밖에 없더라구요. 그렇기 때문에 누가 먼저 부탁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때 제가 신형철 씨 평론을 되게 좋아했구요. 신형철 씨도 제 소설을 좋아했던 거 같아요. 그래서 굉장히 잘 실렸다... 생각을 하구요. 아까 말씀하신 문장은 저의 생각이에요. 제가 그렇게 생각해요. 저는 이야기를, 저는 다시 쓰기를 되게 강조하는데, 여러 번 반복해서 다른 버전으로 쓰는 동안 이야기가 정교하게 되고, 이야기가 정교하게 되면서 내가 바뀐다, 이게 저의 글쓰기 생각이거든요. 신형철 씨가 인용한 그 문장은 다른 작가의 문장이에요. 어디서 그걸 가져와서 썼더라구요. 그거 보고 깜짝 놀랐어요. 어, 이건 내 생각인데. 제가 아까 말씀드렸죠. 제가 하는 생각들은 다 이미 썼어요. 제가 쓰면 정말 그렇게 쓸 거예요. 그대로 쓸 거라구요. 그래서 깜짝 놀랐구요. 어쨌든 아주 흡족하다고, 아~주 흡족하다고, 아주 흡족하다고 말씀드려주세요.



화성시문화재단에서 주최한 '김연수 작가와 함께 하는 자전거 여행'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참가자에게 날아온 일정표. 12시간 가까이 채운 빈틈 없는 일정이었습니다. ㅎㅎ





수원역 앞에 모여 이동 버스를 탔습니다. 간단한 아침 식사를 제공해주셨어요. (주먹밥 참 맛났어요!)



40여분을 달려 송산도서관에 도착했습니다. 크고 깨끗한 시설을 갖춘 도서관이었습니다. 

자전거 여행을 알리는 현수막이 사람들을 맞이해주네요.








 '소설을 통해 알게되는 삶의 모습'이라는 제목으로 강연 시작.

앞줄에 앉았음에도 불구하고 내용이 거의 들리지 않았네요오... (녹음도 잘못 되었..ㅜㅜ) 

강연은 1시간 정도 진행되었습니다. 저에게 인상적이었던 것을 겨우 써보자면...

누구에게나 원하는 것(꿈)이 있기에 갈등이 생기고 평화롭지 못한 것... 이것이 소설이 된다.

현실에서도 역시 시련은 계속해서 반복되지만 그렇기 때문에 꿈을 잃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아이러니한 이야기였는데 뭔가 머릿속에 전구가 잠시 반짝 켜졌습니다.



내용은 남지 않았지만 사진은 많이 남았으니 보세요... (...)















준비된 그림이 더 있었는데 기기상의 문제(?)인지 나중에서야 보게 된 (...)




도서관에서 이동 버스를 타고 당성 입구에 왔습니다. 생각지 못했던 트래킹(!)


당성은 중국과 통하는 출입구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곳이었다고 해요. 

한 달은 걸리던 뱃길을 나흘로 줄였으니 교통의 요충지!

출토된 유물들을 토대로 꽤 규모가 있고 중요한 기관이었다는 걸 알 수 있다고 하네요.




작가님의 뒤를 열심히 따릅니다. (힘들었다...)



하지만 저는 지칠 수 없는 팔로어니까요 (...)









땀을 조금 흘리고 도착한 곳에 상쾌함과 보람이 밀려오는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육지는 그 옛날 바다였다고 해요. 그래서 당성에는 바다를 볼 수 있는 누각 '망해루'가 있었습니다.

망해루에서 사람들은 먼 길 떠나는 이들의 안녕을 기원했다고 하네요.




기념 촬영하고 내려갑니다. 벌처럼 우리 주변을 배회하던 드론(...)에 손을 흔들며 기념 촬영을 했습니다.


작가님 뒤를 계속 쫓던 저(...) 작가님이 떨어뜨린 물건을 줍게 됩니다. 그것을 빌미(?)로 안부 타임;



한식 뷔페로 점심 식사를 한 후 자전거를 타기 위해 고포리로 버스 이동!




작가님의 이름을 건 깃발을 달고 자전거들이 늘어서 있었습니다. 꺄.




공지를 경청하는 작가님 (...)




성실히 준비 운동을 하시는 작가님 (...)




헬맷을 쓴 작가님 (...)






제가 몸 상태가 함부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상태가 아닐 '수도' 있었기 때문에

미리 문의 전화를 했었답니다. 라이딩 시간을 길게 잡았고 평지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거라고 들었는데...

평지는 맞았으나 자갈길이라 거북이 라이딩을 할 수 밖에 없었어요. 흐흐.

덜컹거림에 엉덩이는 쪼개질 뻔 하였고요 (...)


하지만 거북이 라이딩을 해야 얻을 수 있는 아름다운 가을 풍경을 담아왔어요.








쉽지 않은 길에서 라이딩을 했지만 여유로운 표정의 작가님(...)

뒤에서 작가님 자전거 타는 모습을 유심히 봤는데 (... 흔한 스토커)

굉장히 안정적으로 타고 계시더라는... 달리기도 잘해 자전거도 잘타... 글도 잘써... 얼굴도 잘...ㅅㅐㅇ.......


쉬는 시간에는 작가님과 사진 찍기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졌습니다.

찍고 또 찍고... 작가님은 카메라 세례에 영혼을 반쯤 빼앗긴 것 같았습니다.

저는 참여하신 분들의 표정을 보고 덩달아 기분이 좋았어요.

얼마나 좋으면 여기가 어디라고 쫓아왔겠나 그런 생각을... (...사돈남말을 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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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환지점은 시화호 남단이었습니다. 이 곳은 2년 후에 신도시 개발로 사라진다고 하네요.

우리는 시화호 남단의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겁니다!


작가님은 왜 이 좋은 곳을 없애는지 모르겠다고 하셨어요.

이런 곳이 있다는 걸 잘 알리면 많은 사람들이 올 거 같다고...

(저는 그 말을 듣고 "안 올 거 같은데요..." 라고 했....... 그만큼 가벼운 마음으로는 접근하기 힘든 길이었어요.)







새들은 알까요, 이 곳이 곧 사라진다는 걸 ㅜ.ㅜ



풍경을 뒤로 하고


반환 지점에 준비된 천막에서 간식을 먹으며 질문과 답변 시간을 가졌습니다.









질문 경쟁이 꽤 치열했는데요, 

(그래 작가님 쫓아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갈 사람들이 아닐 거야...라는 생각을 했...)

총 열 분이 질문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잘 들리지 않아 힘겹게 귀를 기울여야만 했어요.


생각나는 질문은... (드문드문 들리는 것을 겨우 쥐어짜내서 적는 것이기 때문에 생략이 있고, 내용도 다를 수 있는 점 양해 바랍니다.)


첫번째 질문부터 작가의 철학을 묻는 어려운 주제가!!! 대략...

지금 순간을 느끼며 살자, 그렇게 살자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대답하셨습니다.


라이딩할 때 들을 만한 음악 추천, 작가님의 플레이리스트를 물어보셨어요.

명사가 잘 기억 안 나는 병에 걸리셨다는 작가님 (...)

힘겹게 멜다우... 멜다우... 스카이 터닝 그레이를 말씀하셨습니다.

다른 참여자의 검색을 통해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있었습니다.

김연수 작가의 라이딩(?) 추천 음악은  brad mehldau - sky turning gray

드라이브 할 때 들어도 좋다고 해요.

https://youtu.be/zaA7_dcfQts


바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쓰시는데 작가에게 바다가 어떤 걸 의미하는지... 가장 좋았던 바다?

바다는 건널 수 없는 심연 같은 것이라고 하셨네요. 사람들 사이에 바다가 가로막고 있으니 서로 이해하기 어렵다... 

가장 예뻤던 바다는 제주 협재바다, 길들여진 느낌이 드는 바다 강구안, 나가사키 군함도에서 보았던 바다는 진짜 바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 쓰는 소설(바다쪽으로 세 걸음)에 나오는...왜성에서 보이는 바다는 아련한 느낌... 세계의 끝이라는 느낌...


핍진성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는데... 음, 말미에 소설가에게 가장 좋은 칭찬은 

"작가님 요즘 무슨 일 있었어요? 거기 정말 다녀오셨어요?" 이런 질문을 받는 거라고 한 게 기억에 남네요.


매일 하는 습관?

낙서를 매일 한다고 합니다. 뭔가를 끄적이는... 좋은 습관도 아니고 나쁜 습관도 아니라는... 


여행 오시기 전에, 어제 읽은 책

표현적 글쓰기 (제임스 W. 페니베이커, 존 F. 에반스)


소설가가 되기 위해 재능이 필요할까요, 노력이 필요할까요. 작가님은 재능이 있어서 소설가가 된 것인지, 노력으로 소설가가 된 것인지.

(이건 저도 꽤 여러번 들은 질문인데 답변은 대체로 비슷하지요..)

"노력하는 재능이 필요해요"

들을 때마다 눈물이 날 거 같은 대답입니다.


질문하신 열 분은 <청춘의 문장들> 사인본을 받아가셨습니다.

(점심 식사 시간에 사인하고 계시더라는 ㅜ.ㅜ)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해가 지기 전에 이동 버스를 타러 다시 자갈밭을 달립니다.




해질녘 억새 가득한 습지는 더 멋지더라구요.








저는 1호차에 탔는데요, 1호차에는 작가님이 동승! 꺄.

작가님의 뒤통수(...)를 실컷 볼 수 있었습니다.

헤어지기 전에 선물을 드렸어요.

일본어 공부 열심히 하시라고 교재와 원서를... (무라카미 하루키의 '비교적' 쉬운 소설 외 ㅋㅋ)

오, 땡큐땡큐! 

보통 땡큐 한 번인데 이번에는 땡큐 2연발 들었습니다.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기뻤습니다.


하반기에는 이런저런 일로 여행다운 여행을 못 갔는데 이렇게 당일이지만 

아주 뜻깊은 여행을 할 수 있어 너무너무 좋았습니다.

이 추억으로 12월까지 버틸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저는 수줍으면서도 당찬 사생팬(...) 생활을 계속 열심히 하겠습니다.







오프닝

 

이동진 (이하 이) : '쓰다' 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게되면 머리속의 생각을 종이에 글로 나타내다 라고 풀이가 나오게 됩니다. 그러니까 글을 쓴다는 것은 충분한 생각을 거친 다음에 그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구요, 그 글이 좋은 글이 되기 위해서는 읽는 사람의 공감이 필수이겠죠. 활자가 되어서 종이에 찍혀있을 뿐이지만 그 매력이 시종 살아있는 멋진 글을 쓰시는 김연수 작가. 오늘 심야다방에서 만나보겠습니다.

매주 한 분씩 사회 다방면에 걸쳐서 큰 의미를 갖고 계시는, 큰 족적을 남기신 분들을 모시는 시간이죠. 오늘은 공적으로는 21세기 한국 문단의 정말 대표 작가시구요. 사적으로는 제가 잘 아는 사람의 가장 친한 친구라고 하는데... 자, 김연수 작가님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김연수 (이하 김) : 네, 안녕하세요.

 

이 : 예 반갑습니다. 소개 마음에 드세요? 걸리는 거 없으시죠?

 

김 : 아, 예... 발은 작습니다. 족적이 크다고 하셔가지고. (웃음)

 

이 : (웃음) 발은 작지만 꾹꾹 눌러서 하셔가지고... 한국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기고 걸어오고 계시죠. 자, 사실 방송 활동 활발하게... 많이 나오시지 않으시잖아요. 라디오 가장 최근에 나오신 게 언제...?

 

김 : 그러게요. 오늘 와 보니까 여기 상암 MBC는 처음 왔더라구요. 그래서 가만 생각해보니까 한 4년 전쯤에 여의도에 있을 때 배철수 선생님... 그 분 방송에 나간 적이 있더라구요.

 

이 : 배캠에 나온 게 4년 전이군요. 올림픽 열릴 때마다 한 번씩 (웃음) 나오시는데... 4년마다 한 번씩 오시는데 푸른 밤에 찾아주셨습니다. 감사드리구요. 왠지 김연수 작가님은 음악도 워낙 좋아하시고, 다방면에 교양도 굉장히 넓으시고 말씀도 조근조근 잘하시잖아요. DJ 잘하실 거 같은데, 해보신 적 없으신가요?

 

김 : DJ를 해본 적은 없구요. DJ 수업을 받은 적은 있습니다.

 

이 : 오, 이 무슨 말이에요?

 

김 : 이거는 김중혁도 같이 받은 적이 있는데... 예전에 김천 역전앞에 평화시장이라고 있었거든요. 평화시장 지하에 르네상스라는 음악카페가 있었어요.

이 : (웃음) 벌써 얘기가 됩니다. 르네상스가 나왔어요.

 

김 : 거기에 DJ 인혁이라고 있었는데... 지금도 이름이 기억나는데. 그 DJ 인혁이 하는 팝송 강좌를 들은 적이 있어요. 둘이. 중학교 3학년 때.

 

이 : 그러면 수업료도 내시고.

 

김 : 뭐... 수업료는 찻값을 냈던 거 같아요. 일요일 오전마다 모여서 5,000원 정도를 내고 그 분이 강의하는 비틀즈부터 시작해서 주욱 팝송 강의를 들었던 거죠. 어떻게 기계를 만지고 뭐, 틀고...

 

이 : 그런 거까지 배우셨어요? 그럼 어떻게 앉아서... 어쨌건 작은 무대에서라도 DJ를 하신 적도 있으세요?

 

김 : 그 길을 나가기 시작했는데요, DJ 인혁도 선생님이니까 평상시에는 자유분방한 모습을 우리한테 보여줬는데... 일단 수강을 하니까 출석 관리를 엄격하게 하더라구요. 그래서 한 번 빠졌다가 그 다음 주에 갔더니 "이유가 뭐냐, 왜 빠졌냐" 해가지고... 중학생으로서 반발심이 생겨가지고... 한 3주 하다가 그만뒀습니다.

 

이 : 아... 그때 굴하지 않으셨으면 지금쯤 어디 K본부라던지 S본부라던지 12시에 저랑 라이벌 구도를 잡으시면서...

 

김 : 어떻게 시장에서... (웃음) DJ하고 있지 않았을까요.

 

이 : 아, 평화시장...(웃음)

 

김 : 예, 평화시장에서....

 

이 : 그런 이력이 있으셨군요. 지금 이 일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음악이나 방송이나 이런 쪽으로 여쭤보고 싶은 게 많습니다. 지난 주 일요일부터 저희가 김연수 작가님이 푸른 밤에 출연하신다, 라는 예고 멘트를 계속 보냈거든요. 그때부터 푸른 밤 가족들의 반응이 벌써부터 뜨거웠는데요, 이은경님께서는 "오, 동진 DJ와 김연수 작가님이라니 두 분이 대화하시면 과연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는데 목 빼고 그날 기다리겠습니다." 하셨구요. 공평하게 하트 두 개 (웃음) 김연수 작가 하나, 저 하나 나눠주셨구요. 강은서님께서는 "김연수 작가님 예고편 녹음할 때 PD님이 웃기셨나봐요. 웃음을 꾹 참으시는 듯한..." 하셨는데 저도 이거 들으면서 굉장히 풋풋하게 잘 하셨는데 맨 마지막 예고편 끝에 아주 살짝 흘리셨어요, 웃음을. 들으셨나요 혹시 (웃음)

 

김 : 아뇨, 제가 하는 건 못 들었구요. 음... 그냥 평화의 웃음이었던 거 같습니다. (웃음)

 

이 : 살짝 민망해하시는 거 같은 그런 느낌이 있어서... 어떻게 보면 김연수 작가님처럼 프로페셔널한 분이 그러니까 더 마음이 가는 듯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자, 이런 반응들이 대부분이지만 혹시라도 김연수 작가님이 상대적으로 조금 생소하실 수 있는 분들을 위해서 아주 간략하게만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대학교 3학년인 1993년도에 이미 시인으로 처음 등단하셨구요. 그리고 이듬해 장편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작가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정말 혜성처럼 등단하셨습니다. 그리고 2001년 동서문학상, 2003년 동인문학상, 2005년 대산문학상, 2007년 황순원문학상, 2009년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했구요. 소설 <내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스무살>,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밤은 노래한다>,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그리고 산문집 <청춘의 문장들>을 비롯한, 굉장히 많은 책들을 내셨죠. 제가 지금 읽으면서 신기한 건 홀수 해에만 상을 받으셨네요?

 

김 : 네, 그게 저의 어떤, 뭐랄까... 훌륭한 점이죠. (웃음) 돌이켜보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 : 전부 다 유수의 대표적인 상들인데 그 상을 2년의 한 번씩 딱딱딱 받으시면서... 상금도 2년의 한 번씩 받으셨겠어요.

 

김 : 예, 제가 계획한 건 아니었는데 그때는 뭐랄까... 30대 초반의 작가였고 어쨌든 지금도 30대 초반의 작가들은 마찬가지겠지만, 약간 경제적으로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거든요... 그렇지만 이게 계 타는 것도 아니고 (웃음) 2년에 한 번씩 달라고 할 수도 없구요. 인생 계획을 그렇게 잡을 수도 없는 것인데 돌이켜봤더니 그렇게 돼 있더라구요. 그래서 굉장히 럭키한 일들이 인생에서 많이 일어났는데 그 중에 작가로서는 가장 행운의... 2년 주기로 상을 탄 거였던 거 같습니다.

 

이 : 작가에게 이게 큰 영향이기도 하겠지만, 실질적으로 상금을 받는다는 게 도움이 되기도 하시는 거죠?

 

김 : 젊은 작가 시절에는 굉장히 큰 도움이 돼죠. 일단 격려를 받는다는 의미가 가장 크구요. 그 격려를 금전적으로 보여주게 되면 젊은 작가들에게는 큰 도움이 돼죠.

 

이 : 그렇죠. 이야, 김연수 작가님도 그러시구나, 이런 생각이 새삼 들게 됩니다. 자,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를 나누기 앞서서 노래 한 곡 먼저 듣고나서 깊숙히 이야기 나눠 볼 예정인데요, 김연수 작가님은 과연 어떤 노래를 선곡해오실까, 제가 오늘 기대가 엄청 많았거든요. 첫 곡이, 깜짝 놀랐습니다. 이하이를 가지고 오셨어요.

 

김 : 네. 

 

이 : 허수아비

 

김 : 네. 허수아비 가져왔습니다.

 

이 : 이하이 좋아하시는 거죠?

 

김 : 이하이는 제가 보통 달리기할 때 <춥다>라는 노래를 많이 듣거든요. 에픽하이 노래... 그 노래를 많이 듣는데. 허수아비는 달리기용 음악은 아니고, 감상용 음악으로 듣고 있구요. 뭐랄까, 되게 문학적인 느낌이에요.

 

이 : 가사가요?

 

김 : 예. 전체적인 느낌이 굉장히 문학적으로... 제가 문학적이라고 하는 것은 항상 자기 마음을 다른 것에 빗대어 보여줄 때, 문학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직설적으로 얘기하는 것들은 별로 문학적이지 않다... 하다 못해 허수아비다, 이렇게 표현을 해줘야지 제가 이해하기 쉬워요. 이하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정서가 너무 잘 느껴지는거죠.

 

이 : 이 노래를 가사에 집중해서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연수 작가님이 추천해주신 첫 곡 이하이의 <허수아비> 듣겠습니다.

 

이하이 <허수아비>

 

이 : 네, 허수아비 들었습니다. 이하이의 노래였는데요, 진짜 가사에 초집중해서 듣게 되는데, 뭔가 굉장히 촉촉하네요.

 

김 : 네. 뭐 바로 느껴지는 거죠. 그림이 바로 그려지구요.

 

이 : 네. 상대가 떠나고 나서 사랑의 쓸쓸한 느낌을 안고 허수아비처럼...

 

김 : 그 이별한 뒤에는 자기 심정이 어떤지 소개할 때는... 편지를 쓰거나 문자를 할 때는... 이런 식으로 해야 되는 거죠. 내가 지금 벌판에 서 있는 허수아비 같다. 그럼 좀 이해가 잘 되지 않을까.

 

이 : 박진영씨가 작사, 작곡하셨던데... 라디오 듣다가, 혹시 푸른 밤 들으시면 기분 굉장히 좋을 거 같아요. 한국 최고의 작가가 본인의 작사에 대해 촉촉하다고... 추천하고 이러면... 뿌듯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평상시에 가요 들을 때 가사에 더 신경 쓰시나요.

 

김 : 아무래도 가사 위주로 많이 듣게 돼죠. 팝송도 가능하면 번역해서 무슨 내용인지 알려고 노력을 하고 있구요.

 

이 : 번역을 또 많이 하셨잖아요.

 

김 : 네. 가사를 알게 되면 느껴지는 게 많더라구요. 기본적으로 음을 들으면서 상상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구요. 그 다음에 가사를 번역해보면서 내 상상이 맞는지 이렇게 맞춰보고... 그런 식으로.

 

이 : 아, 다르구나. 확실히 다르다는 생각이 들구요. 아니 그러면 지금 생각나는 추천해주신 곡 말고, '저 사람, 어떤 뮤지션 가사 참 좋다' 이런 거 떠오르는 거 있으세요? 팝이든 가요든.

 

김 : 저는요, 그... 김윤아씨 솔로 앨범을 되게 좋아해요. 김윤아씨 솔로 앨범은 되게... 말하자면 사운드트랙 같은 건데요... 영화가 안 된 노래들을 모아놓은 거 같은 느낌이 들어요. 누군가 영화를 만들어줄 거 같은 느낌의... 그래서 듣고 있으면 제가 자꾸 그 노래를 듣고 이야기를 만들려고 노력을 할 때가 많거든요. <야상곡> 같은 것도 그렇구요. 

 

이 : 약간 시각적이죠.

 

김 : 예. 어떤 사연이 있는 듯한. 앞에 줄거리가 있고 지금 이 상황을 들려주는 듯한 느낌이 들거든요. <비밀의 정원> 같은 경우는 앞에 이야기가 워낙 많을 거 같은 느낌이어서 제가 그거 때문에 자극 받아서 쓴 소설도 있는거죠.

 

이 : 아, 그래요. 뭐라고 할까요. 뮤지션하고 작가의 일종의... 콜라보레이션도 흥미로울 거 같습니다. 자, 토요일의 심야다방 김연수 작가님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제 김연수 작가님에 대해서 여러가지 것들을 여쭤보려고 하는데요, 제일 먼저 간단히 여쭤볼 것은 본명이 아니시잖아요?

 

김 : 네

 

이 : 원래 이름은 ㄴ하고 ㅇ 차이인데... 김영수가 본명이시죠?

 

김 : 거의 비슷한 이름이어서... 사람들이 왜 그렇게 바꾸었느냐 물어보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이유는 뭐, 제가 고등학교 때부터 필명... 필명이라기보다는 편지 뒤에 멋스럽게 쓰는 한자가 있었어요. 그게 펴질 연(衍)자라는 것인데요, 이 연자는 어디서 발견했냐면 이상의 소설 <실화>라는 곳에 보면 남자 주인공 이름이 연이에요. 

 

이 : 외자군요. 외자.

 

김 : 예, 연으로만 나와요. 이상 소설에 연자가 많이 나오는데... 그건 펴질 연자를 쓰는 남자 주인공이거든요. 이 남자 주인공은 되게 이상의 분신인데... 좀 안타까운... 여자의 변신술에 정신이 혼란스러워 하는 그런 주인공이에요. 그래서 연애가 잘 안 되는 사람인데... 근데 이 사람의 캐릭터가 너무 마음에 들어가지고... 한자도 마음에 들구요. 그래서 편지 끝에다가 연(衍) 이렇게 해가지고 보내는 거죠. 약간 1980년대 풍이지만.

 

이 : 무슨 문학의 밤 같은 느낌이...

 

김 : (웃음) 예. 그래서 엽서에다가 막 휘갈겨 쓰고나서 맨 끝에 '연' 해가지고 보내고...

 

이 : 음악은 뭐 어디서 <고독한 양치기> 같은 게 나오고...

 

김 : 그렇게 해서 보내다가... 등단할 때인데... 등단할 때 이름을 어떻게 할까... 라고 생각을 했는데... 왜냐하면 소설 자체가 제가 봤을 때 이게... 아, 이 소설은 당선이 안 될 것이다, 이런 생각이 약간 있었어요. 너무나 장난스럽게 썼기 때문에.

 

이 : 지금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 얘기하시는 거죠.

 

김 : 네. 그냥 한 번 내보자 했는데... 이름을 어떻게 할까 하다가... 처음에는 '서태웅'으로 한 번 해볼까 이런 생각이 있었어요.

 

이 : 서태웅이요? 왜... 서태웅을...

 

김 : 서태웅이 슬램덩크 주인공이어가지고...

 

이 : 아~ 네네. 

 

김 : 그때 이름을 닥치는대로 썼거든요. 소설에 나오는 송찬명, 최민식 이런 이름도 있는데... 그때 배우들 이름을 썼구요. 그래서 작가도 서태웅, 이렇게 보내려고 했는데... 그러면 너무... 나중에 혼이 날 거 같은 느낌이 들어서... 차마 그렇게는 못하겠고... 그렇다고 김영수라고 본명을 쓰기는 약간 싫은 거예요. 그래서 영자를 예전에 썼던 연자로 바꾼 거죠. 바꿨는데... 사람들이 이게 무슨 차이가 있는지 많이 물어봤어요. (웃음) 저는 그때 약간 이런 생각이 있었어요. '소설을 계속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이 : 그때는 뭐 대학교 때셨으니까요.

 

김 : 네, 대학교 3학년, 4학년 때구요. 장래에도 소설을 계속 쓸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있어서... 일단 그럼 이건 내 이름으로 하지 말고 내가 쓰던 필명으로 하자...

 

이 : 했는데... 그 이후로 4 반세기 (웃음) 20년 넘게...

 

김 : 제가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소설을 쓸 줄은 정말 몰랐죠.

 

이 : 진짜 천만다행이네요. 우리가 서태웅이라는 작가를 좋아할 뻔 했잖아요. 큰일날 뻔 했네 진짜. (웃음)

 

김 : 뭐, 서태웅도 나쁘진 않을 거 같습니다. (웃음)

 

이 : 아니요. 만약에 이름이 서태웅이었다면 제가 좀 덜 좋아하지 않았을까... 거참 결정적인 순간에 결정 잘하셨습니다. 자, 이제 김연수 작가님께 워낙 질문하고 싶은 게 많다보니까 저희가 질문을 카테고라이즈해서 작품과 무관하게 김연수 작가님이 쓰셨던 작품 제목으로 가져왔습니다. 첫번째 1.원더보이 라고 저희가 붙여봤구요, 원더보이로서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여쭤보기 전에요, 노래 한  곡 또 듣고 싶어서... 다음 곡은 어떤 노래인가요

 

김 : 다음 곡은 PHISH 라는 밴드의 Waste라는 노래인데요. 피쉬라는 밴드는 되게 오래된 밴드예요 80년대...

 

이 : 라이브 굉장히 잘하는 밴드 아닌가요

 

김 : 예. 한 번 들어보시면 알겠지만 약간 60년대 음악 같기도 하구요 향수...  예전 밴드의 향수가 느껴지는 그런 멜로디인데요, 저는 아까 말씀드렸던 르네상스 다방에서 강의를 들을 때 배드핑거라는 그룹의... 그게 첫 강의 시간의 밴드였어요. 이 노래 들으면 배드핑거 생각이 많이 나요. DJ 인혁의 설명에 따르면 그것이 바로  포스트 비틀즈라고 말했거든요. 그 말이 너무 멋있어서 제가 공책에 받아적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곡도 약간 포스트 비틀즈적인 느낌이 많이 납니다.

 

이 : 배드핑거가 나왔을 때 제2의 비틀즈라는 말도 있었고...

 

김 : 네, 비틀즈 멤버들이 가명으로 하고 있다는 그런 소문도 있었죠

 

이 : 자, 그럼 약간 락의 고전적인 느낌이 들어있는 음악으로 골라오셨다고 말씀해주셨는데 먼저 광고 듣고 피쉬의 노래 웨이스트 듣도록 하겠습니다.

 

PHISH <Waste>

 

이 : PHISH의 노래 <Waste> 들었습니다. 음악들이 다 서정서정한데요 허수아비도 그렇고

 

김 : (웃음) 계속 듣다보니까 제가 마음이 고요할 때 들었던 음악이라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드네요.

 

이 : 센 음악은 안 들으세요? 갱스터 랩을 들으신다던가

 

김 : 그건 제가 달리기할 때 듣는 음악이 따로 있거든요. 근데 그 노래들은 빼고...아무래도 푸른 밤이니까, 푸른 밤에 맞춰서... 골라왔습니다.

 

이 : 저희 방송의 특성까지 고려해주셔서 완벽하게 또... DJ 인혁으로부터 다년간 학습 받아왔던... (웃음) 뭐, 강좌비를 내셨으니까 본전 뽑으셔야죠. 자, 이제 원더보이 첫번째 질문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많은 분들이 많이 아시고, 팬들이라면 다 아시겠습니다만 김천 뉴욕제과점의 막내아들... 뉴욕제과점이라 하면 땅값 비싼 데잖아요. 서울도 그렇고.

 

김 : 아, 그렇죠 예

 

이 : 김천의 중심이었겠네요?

 

김 : 네, 김천의 역전앞에 있었습니다. (웃음)

 

이 : 지방 도시에서는 역전앞이라고 하면 가장 핫한...

 

김 : 그렇죠. 예. 저는 제가 아스팔트 킨트라고... 아스팔트 어린이다... 왜냐하면 아스팔트가 깔려있었거든요.

 

이 : 아, 다른 데는 포장이 안 된 도로가 많았지만...

 

김 : 예를 들면 문태준이 살던 동네라던가..

 

이 : 거기서 문태준, 김중혁과 선을 그으면서... (웃음)

 

김 : 비포장이었구요, 김중혁은 뒷골목에 가깝고 (웃음)

 

이 : 확실히 달랐군요. 김천의 귀족 출신이시라는 얘긴데 (웃음) 상대적으로 풍족하면서 귀여움도 많이 받으시면서... 막내아들이라니까...

 

김 : 그렇죠. 제가 김천 살 때는 친척집이나 아버지 친구 집에 놀러갈 때는 누구냐고 물어보잖습니까, 그럼 역전 뉴욕제과 막내아들이라고 그렇게 소개하거든요. 

 

이 : 아, 모든 사람들이 알겠네요.

 

김 : 그때는 잘 몰랐는데 지금 생각하면 너무 만족스러운 소개였던 거예요. 제가 역전 뉴욕제과 막내아들입니다... 저 자신을 소개하는 멘트 중에 그게 가장 최고였던 거 같아요.

 

이 : 그럼 그때 어린 시절 제과점을 생각하면 빵 냄새가 생각나실 텐데, 어떤 특정한 빵 같은 게 생각나지 않으세요? 많이 드셨을 텐데.

 

김 : 제가 좋아했던 빵은요... 단팥빵을 아주 좋아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일본말을 많이 썼기 때문에 앙빵이라고 했는데요.. 그 단팥빵이... 갓 나왔을 때 단팥빵이 너무 맛있거든요. 냄새도 너무 좋구요. 저는 가게에 기다리고 있으니까 항상 갓 나온 빵을 받아서 그걸 나중에는 포장지에.. 비닐에 넣어서 포장을 하는데 당연히 제가 시식을.. (웃음) 첫번째로 먹어보고 포장을 하기 시작하는 거죠. 제가 여러가지 빵들을 다 먹어봤는데요, 그 안 질리는 빵은 단팥빵... 최고예요. 지금도 전 좋아해요. 그래서 지나가다 단팥빵 사 먹거든요.

 

이 : 그래요. 중혁 작가는 옆에 있다가 꽤나 얻어먹었을 거 같은...

 

김 : 아, 김중혁은... 제가 포장할 때는 좀... 싫으니까... 이제 김중혁을 같이 불러서 포장을 했거든요. 

 

이 : (웃음) 먹으려면 일을 해야지!

 

김 : 그렇죠. 그럼 당연히 먹는 거는 한, 두개... 제가 제공해줬죠.

 

이 : 지금 잠깐 말씀드렸습니다만 푸른 밤 인기 게스트시죠 금요일에 나오는 김중혁 작가님, 그 다음 문태준 시인님... 모두 문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시는 분들인데 이 세 분이 김천에서 보통 삼인방이라고 불리는 사이가 됐어요. 지금도 이렇게 많이 거론이 되는데... 처음 만났을 때 문태준, 김중혁 어땠습니까? 초등학교 4학년 때

 

김 : 아, 초등학교 때 김중혁을 먼저 만났었는데요. 그때 김중혁은, 지금도 키가 큰데 그때도 키가 컸었구요. 그때는 좀 싱거웠어요. (웃음)

 

이 : 지금도 그래요.

 

김 : 좀 싱거운 구석이 있어요. 그래서 좀 진국 같은 느낌은 없고 (웃음) 그런데 제가 어쩔 수 없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예전에 <대책없이 해피엔딩>에도 쓴 바가 있는데, 야구 기록을 하는 바람에...

 

이 : 아, 맞아요.

 

김 : 예. 야구 기록을 하는데, 계속 하다가 하루를 못했거든요. 그런데 그 빠진 게 너무 안타까운 거죠. 그래서 전교에 수소문을 해봤더니, 야구 기록을 누가 하는가 했더니 6반에 김중혁이라는 애가 한다... 그래서 김중혁을 만나러 갔더니, 김중혁이 뭐, 금품을 요구하고 (웃음) 그렇게 해서 야구 기록을 메꾼 적이 있어요. 아아, 그 반대였던 거 같아요. 김중혁이 저한테 와서 제가 금품을 요구했군요. (웃음) 금품이라는 것은... 기억이 났어요. 콘에 들어간 야구 카드였습니다. 콘을 하나 사면 야구 카드를 하나씩 줬는데...

 

이 : 아이스콘에 들어가는...

 

김 : 예, 김중혁 집이 가게를 했었거든요. 식료품점. 그래서 김중혁이 그 카드를 많이 빼돌렸던 거죠. (웃음) 그걸로 저한테 주고 제가 기록지를 줬네요. 반대였어요.

 

이 : 제과점집 아들과 식료품집 아들이 그렇게 또... 서로 거래를 시작하면서 우정을 시작한...

 

김 : 예, 그렇게 알게 됐고... 문태준은 이제 우리 중학교 때... 셋 다 중학교 동기동창인데요, 그때만 해도 문태준이 시인이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했구요, 판검사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공부를 워낙 잘했거든요. 중학교 내내 항상 1등을 한 친구구요. 전 그때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DJ 인혁의 강의를 듣고 있는 와중에 있었기 때문에 공부를 좀 등한시했죠.

 

이 : 그러고보니 그 분만 인혁의 은혜를 못 받으셨네요.

 

김 : 그렇죠. 그 분은 받을 틈이 없었죠. 그래서 제가 하루는 쟤는 음악도 안 듣고 그러니까 1등을 하는 게 당연하지, 생각하고 그럼 내가 음악을 안 듣고 공부를 해보겠어, 하고 공부를 해봤습니다. 그랬더니 전혀 안되더라구요. (웃음) 압도적인 일이에요.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오래 만날 거라고는 생각 못하구요, 제가 뭐 법적인 조언을 받을 때...

 

이 : 판검사가 될 거라고 생각하셨으니까.

 

김 : 네,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었죠. 그런데 어느 날 절 찾아왔더라구요. 

 

이 : 20대 때?

 

김 : 네 20대 때 찾아와서 자기가 시를 쓰고 있다고... 그때 제가 먼저 등단하고...

 

이 : 아, 그럼 시인으로 선배이시네요.

 

김 : 제가 반년 정도 선배입니다.

 

이 : 소설가로 김중혁 작가의 선배.

 

김 : 그렇죠.

 

이 : 시인으로 문태준 시인의 선배.

 

김 : 예. 제가 다 이끌었다고 봐야... (웃음)

 

이 : 그렇군요. 자, 삼인방은 전부 다 김연수 작가님이 만드신 걸로... 그렇게 이해하겠습니다. 근데 이과생이셨죠? 대학에서는. 원래. 

 

김 : 고등학교 때 이과였다가...

 

이 : 근데 대학은 어떻게 영문과를 가신 거예요?

 

김 : 제가 천문학과에 가려고 했는데요. 어, 뭐, 음... 시험에 떨어진 거죠. (웃음) 떨어져서 그럼 재수를 하려고 했는데... 우여곡절이 좀 있었어요. 재수를 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말하자면 되게 긴 얘기가 있어서... 짧게 말하자면, 천문학과에 가려고 했다가 영문학과에 가게 된 거죠. 그래서... 큰 차이는 없을 거 같다...

 

이 : 엄청난 차이가 있을 거 같은데...

 

김 : 뭐, 다 문학과더라구요, 보니까. (웃음)

 

이 : 그 문 자를 그 문 자로 (웃음)

 

김 : 천문학은 뭐, 하늘의 문학이고 영문학은 뭐, 영국문학이니까

 

이 : 땅의 문학... (웃음)

 

김 : 그래서 뭐 비슷하겠다...생각해서...

 

이 : 영문과를 갈 때까지만 하더라도 내가 상대적으로 무슨 시인이 되겠다, 소설가가 되겠다, 그런 꿈이 확고히 있지는 않았겠네요.

 

김 : 전혀 없었구요, 영문과 갈 때는 번역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책을 읽는 것은 좋아했기 때문에 번역을 하게 되면 책을 읽으면서 돈을 벌 수 있는 그런 직업이더라구요. 

 

이 : 책도 읽는데다가 돈까지 준다...

 

김 : 책을 읽고 돈을 받고... 그런 직업이어서 아, 그럼 번역가가 되어야겠다, 라고 생각하고 영문과에 가려고 했죠.

 

이 : 그랬군요. 그럼 여기서 두번째 파트로 넘어가겠습니다. 청춘의 문장들, 20대에 써내려 간 글들 이라는 부제를 붙여서 질문을 드리려고 하는데요. 여기서 노래 한 곡을 또 들어아죠. Belle & Sebastian 좋아하시는... 또 감성감성한 노래를...

 

김 : (웃음) 체임버 팝이라고 하잖아요. 제가 이 그룹의 노래는 다 좋아해요. 정말 히트한 곡, 안 히트한 곡, 모든 곡을 다 좋아합니다. 

 

이 : 틀어놓고 글 쓰면 글도 잘 써질 거 같은 그런 음악이죠.

 

김 : 예 듣고 있으면 이렇게 몽글몽글, 해피해피, 포근포근 (웃음) 뭐 그런 느낌들이 다 베어나는 곡들이구요. 지금 소개하는 곡은 <Your Secrets>라는 곡이지만, 제가 또 좋아하는 곡이... 아, 죄송합니다. 제가 40대가 지나면서 (웃음) 고유명사가 잘... 아, <Beautiful>이라는 곡이 있습니다. 이 친구들이 관악기를 잘 써요. 저는 관악기 소리 듣는 게 너무 좋거든요. 드럼 소리와 함께 들리는 관악기 소리가...

 

이 : 약간 향수 어린 느낌이 있죠.

 

김 : 예. 진짜 향수죠. 뱃고동 같기도 하구요. 그래서 이 그룹은 제가 정말정말 좋아하는 그룹입니다.

 

이 : 진짜 감정적으로도 무겁지 않아서 저도 작업할 때 벨 앤 세바스찬 틀어놓으면 참 좋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곡 듣고 와서 20대 등단 시절 이야기, 질문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Belle & Sebastian <Your Secrets>

 

이 : 네. 김연수 작가님과 함께 깊은 이야기들, 즐거운 이야기들 나누고 있습니다. 얘기하는데 계속 단팥빵 먹고 싶어가지고 저는... (웃음) 대학교 3학년 때 작가세계 <강화에 대하여>라는 시를 통해서 처음 시인으로 등단하신 건데요. 제가 사실 이 시를 최근 다시 읽어봤습니다. 부피는 있지만 질량은 없는 것에 대하여, 이런 구절 같은 것이 생각나고... 무엇보다 그 시의 마지막 끝이 세계의 끝, 이렇게 끝나지 않습니까. 그런데 나중에 또 굉장히 김연수 작가님의...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 <세계의 끝 여자친구> 라는 책이 있잖아요. 세계의 끝이라는 것에 대해 처음부터 굉장히 사로잡히셨던 부분이 있었던 거 같아요.

 

김 : 그렇더라구요. 저도 그때 시를 쓸 때 강화도에 놀러갔다가 강화도의 모든 쓰레기를 하차하는 곳이 있었어요. 거기 바다 옆에, 바로 옆에 계속 쓰레기를 버리고 있더라구요. 거기를 어떻게 길을 잘못 들어서 보게 됐는데 그때만 해도 느낌이 거의 막다른 곳까지 온 거 같다, 라는 느낌이 들었고 시적으로 봐서 나의 젊음도 이렇게, 여기까지 온 거 같다, 이런 감정이입도 하고... 하늘하고 세계의 끝이라는 것에 매료가 됐었는데. 나중에 제가 문학을 계속 하면서... 문학을 하는 나의 목표가 어디인가, 라고 자문을 했을 때 제가 아는 어떤 인식이 있고 그 너머가 제가 알지 못하는 어떤 공간, 미지의 공간이 있는데 제가 누군가에 대해서 쓰려면 제가 알고 있는 인식의 끝까지 가서 거길 넘어가야 한다, 라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된 거죠. 그래서 끝이라는 것에 계속 집착을 하게 된 거예요. 제가 알고 있는 것은 관심이 없고 내가 알고 있는 것의 끝이 어디인가, 그리고 그 너머에는 뭐가 있는가, 이거에 대한 관심을 계속 가졌구요. 그랬는데 공교롭게도 제일 처음 썼던 시와 연결이 되는 거죠. 

 

이 : 어떻게 보면 작가는 그렇게 세계의 끝을 탐구하는 예술가들이다, 이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김 : 예. 저는 작가라는 것은, 예전에도 썼지만 국경수비대가 아니고 다 월경하는 사람들이다.

 

이 : 아아, 국경을 넘어가는 사람들이다...

 

김 : 예. 

 

이 : 그렇게 시인으로 먼저 등단하셨는데, 사실 우리나라에 이렇게 소설가로 유명하신 분들이 시인으로 등단하신 분들이 많잖아요. 성석제 작가도 있고...

 

김 : 예. 한강씨도 그렇구요. 윤후명 선생님도 그렇고...

 

이 : 그런 분들이 이제 다 문체가 굉장히 훌륭하신 분들이기도 한데... 어찌 됐든 시인으로 등단하셨는데 바로 다음 해인가요, 소설로 또 이렇게 작가세계상을 받으면서 그 이후로는 지금 소설가가 되신 거잖아요. 그 전환은 어떻게 이루어진 건가요.

 

김 : 아, 그때는... 저는 사실 20대의 인간들이라는 것은... 뭐랄까, 미결정된 인간들이라고 보거든요. 제가 작가로서 20대에 했던 것들은 시도 쓰구요, 소설도 쓰고, 평론도 썼어요. 그래서 아, 저는 항상 그런 생각을 하는데... 20대는 뭐든지 다 될 수 있는 나이. 뭐든지 다 할 수 있어요. 그런데 무엇도 안 되는 나이... (웃음) 결정적으로 안 되는 거죠. 

 

이 : 아까 이야기 한 부피는 있는데 질량은 없는 나이...

 

김 : 맞습니다 (웃음) 그래서 이제 저도 마찬가지로 뭐 시도 쓰고 소설도 쓸 수 있었던 사람이었구요. 그 뒤에 제가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한 건 30대부터구요. 그때는 제가 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고... 나는 소설을 쓰는 사람이구나, 하면서 시는 점점 멀어지게 된 거죠. 

 

이 : 그럼 왜 나는 시인이 아니고 소설가다, 라고 생각하시게 됐어요?

 

김 : 아, 제가 소설을 쓰면서 알게 된 게... 저는 반복 작업을 되게 좋아하더라구요. 썼던 문장을 다시 쓰고, 또 다시 쓰고, 그래서 조금씩조금씩 개선해 나가는 걸 굉장히 좋아해요. 김중혁처럼 이렇게 덩치 큰 사람이 하면 웃긴데요, 책상에 웅크리고 앉아서 계속 이걸 다듬는 거죠. 썼던 걸 고치고, 썼던 걸 고치고. 그러면서 개선이 조금씩조금씩 되는 걸, 그걸 제가 아주 즐기고 아주 거기에 쾌감을 느끼구요, 심지어. 그래서 이건 소설적인 인간이다 라는 거죠. 시인들은 이제 좀.. 약간... 일필휘지에 가깝습니다. 

 

이 : 그런 느낌이 있죠.

 

김 : 예. 일단 확 써버리고나서 거기서 조금의 가감은 있지만, 일단 큰 틀은 바꾸지 않거든요. 저희는 계속 바꿉니다.

 

이 : 저는 이런 쪽으로는 창작을 해본 적이 없지만, 항상 궁금한 것 중에 하나가 상대적으로 시인은 약간 불성실해도 되는 거 같은데... 소설가는 불성실하면 소설가라는 직업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거 같아요.

 

김 : 예... 그걸 저는 이렇게 설명하는데요, 시인들은 서사를 모르... 모른다기보다 서사와 거리가 먼... 서정이라던지 이런 것이기 때문에 논리적인 부분보다는 직관적인 부분이 강한 거구요. 바로 팍 치고 들어가거나, 지금 이 순간에 해야 할 일을 그냥 팍 하고 마는 거죠. 그런데 소설가들은 서사가 되게 강해요. 오늘 지금 여기서 술 먹고 뻗으면 내일 아침에 원고 마감이 안 된다(웃음) 원인과 결과를 너무 잘 알고 있거든요. 그래서 원고 마감이 안 되면 내가 굉장히 괴로운 상황이 생긴다, 그런 게... 서사에 강하기 때문에... 주춤합니다. 바로 확 저지르질 못하고 주춤, 주춤하는 게 있습니다. 많은 경우를 봤어요.

 

이 : 시인들은 술자리에서 끝까지 가는데 소설가는 신데렐라처럼 중간에 도망갑니다. 

 

김 : 새벽이 되면 보통 시인들만 다 앉아있습니다. 

 

이 : 그렇더라구요. 네... 아, 그게 또 그런 이유와 관련이 있군요. 어쨌건 지금 스물다섯 살 때 장편소설을 내고 문학상을 받으면서 등단하셨는데 그때 소설 지금 다시 보면 어떤 느낌이 드세요?

 

김 : 뭐, 왜 이렇게... 조경이 제대로 안 된 나무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 : 반면에 오, 내가 진짜 처음부터 굉장한 부분이 있었구나, 이런 생각은 있지 않으세요?

 

김 : 아, 그때는요, 에너지가 엄청 강한 거죠. 그러니까 조경이 안 됐다는 말은 빨리 크니까 뭐 다듬고 할 틈이 없는 거죠. 정말 에너지가 강했습니다, 그때.

 

이 : 써야 할 말은 많고 쓰고 싶은 욕망도 충만하고... 다듬기보다는 뻗어나가는...

 

김 : 거의 뭐, 하루에 한 80매 정도 썼어요. 계속. 

 

이 : 이야 80매면 엄청난 건데... 짧은 단편 하나씩 썼다는 거잖아요.

 

김 : 그런 셈이죠. 김중혁은 저보고 기계라고 그랬거든요. 타이피스트죠. 뭘 쓰는지도 모르고 막 쓰는 거예요.

 

이 : 네... 뭘 쓰는지도 모르고 막 문학상 받고 (웃음)

 

김 : (웃음) 아, 말을 잘못했습니다 (웃음)

 

이 :  하아, 역시~ 어려서부터 단팥빵 충분히 먹으면서 풍족하게 자라신 분은 다르지 않은가, 이런 생각이 드네요. (웃음) 자, 그러면 이렇게 해서 노래 한 곡 듣고... 이야기가 너무 넘쳐서 2부를 마치고 3부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3부에서도 계속 남아주셔야 합니다. 여쭤보고 싶은 게 많아서요. Snow Patrol 노래 골라왔는데, 이 노래도 라디오에서 굉장히 많이 나오기도 하고...

 

김 : 이 노래는 제가 언젠가 죽변항에 간 적이 있는데요, 죽변항에서... 겨울이었어요. 갈매기들이 이렇게 많이 있더라구요. 배가 들어오니까 갈매기들이 날아들어서... 고기를 달라는 거죠. 막 몰려드는데... 한 마리는 안 날라오고 계속 거기 서 있더라구요. 보니까 예술가 같은 느낌이 들더라구요. 저 갈매기는 예술가 성향이 좀 있구나... 

 

이 : 갈매기는 조나단 아니예요? 

 

김 : (웃음) 그래서 어느 무리나 저렇게 돈 벌 생각을 안 하고 저런... 존재가 있구나, 생각했어요. 그렇게 해서 돌아오는 길에 들었던 음악입니다. (웃음) 무슨 내용인지... (웃음)

 

이 : 그렇게 또 매칭이 되는군요. 자, 지금 말씀해주신 Snow Patrol의 <Run>을 들으려고 했는데 시간이 또 이렇게... 2부가 다 끝나서 3부의 첫 곡으로 들으면서 시작해보겠습니다.

 

Snow Patrol <Run>

 

이 : 자, 이 노래 들으니까 어떤 풍경이 떠오르신다고...

 

김 : 네. 저는 이 노래만 들으면 어떤... 사람이 차가운 바람을 맞으면서 바람 속... 바람 쪽으로 이렇게 걸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템포가... 정상 템포로 가는데 걸어가는 발걸음 같은 느낌이죠. 이 사람이 어디로 뭘하러 가는 건지는 잘 알 순 없지만...

 

이 : 멋있네요... 입에는 단팥빵 물고 있고...

 

김 : 네... 사람이 아니고 갈매기일 수도 있어요.

 

이 : 그럼 또... 갈매기 조나단인데요... 자, 3부이기도 하고 세번째 챕터로 넘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에는 또 다른 소설이죠 <내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여기서 제목을 따와서... 사실은 데뷔를, 어떻게 보면 화려하게 하신 거잖아요. 문학상을 받으면서... 들어왔으니까. 그 이후에 20대 상당한 시간을, 다른 여러가지 직업들을... 기자 하신 적도 있고, 인터넷 서점 직원하신 적도 있고, 평론도 하셨잖아요. 평론은 심지어 음악 평론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또 번역도 하시고. 이 일들을 생각해보시면 어떠세요. 그런 일들을 다양하게 하셨던 시절... 

 

김 : 아무래도 젊었을 때 이것저것 많이 하면서 돈을 벌었던 거 같습니다.

 

이 : 이 중에서 제일 적성에 안 맞았던 일은 뭔가요?

 

김 : 아니요... 저는 다 좋았어요. 뭐 하나 나쁠 게 없이... 정말 다 좋았던 일들입니다. 

 

이 : 음악 평론은 그럼 팝을 하셨습니까? 아니면...

 

김 : 평론은 가요를 했습니다. 

 

이 : 아, 그러셨군요. 그 당시에 굉장히 극찬을 했던 가요는 어떤 게 있을까요.

 

김 : 그... 이적이 하던... 패닉, 패닉을 아주 극찬했구요. 그 다음에 윤도현도 아주 극찬을 했어요. 윤도현은 데뷔 때부터 같이 알기 시작해서 그 친구... 그 분께서 방위병을 했거든요. 첫 앨범 낼 때가 방위였어요.

 

이 : 공수부대 나왔을 거 같은데... 음악으로 보면.

 

김 : 그 분은 방위병인데... 방위병 중에 PX에서 단팥빵 팔던 (웃음)

 

이 : (웃음) 또 단팥빵!

 

김 : 처음 만나서... 그때는 자주 만나고 그랬죠. 나이도 비슷해서...

 

이 : 재밌네요. 이런 얘기들. 어디서 못 들어본 거 같은... 사실 김연수 작가님은 저는 첫 소설이 나왔던 94년도부터 소설을 읽었기 때문에 김연수 작가님을 독자로서 알게 된 게 20년이 넘었습니다. 저는 그래서 왠만한 이야기는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데도 오늘 처음 듣는 이야기들이 있는 걸 보면... 재밌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다가 결국 그 20대에 다양한 직업을 하시다가... 아, 작가로 먹고 살 수 있겠구나, 또는 아, 내 직업은 소설가구나, 이렇게 느끼게 해 준 어떤 분기점에 해당하는 작품이 있다면요?

 

김 : 그건 아무래도 지금 이 코너의 제목과 같은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을 쓰고나서 부터였던 거 같아요.

 

이 : 그게 몇년도죠?

 

김 : 그게 2007년에 나왔습니다.

 

이 : 그럼 그 전까지는 그런 생각 안 하셨어요?

 

김 : 그 전까지는 이제 뭐... 실험... 나 자신이 여기에 어울리는지 안 어울리는지를 계속 실험해보는 그런 길 위에 있었던 거 같아요. 그런데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은 제가 등단할 때 쓰고 싶었던 소설이거든요. 그걸 어떻게 써야 할지를... 20대니까 잘 모르는 거죠. 그래서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라는 소설이 나왔구요. 제가 원하는 만큼 못 썼어요. 데뷔작이지만. 그걸 다시, 이제 실력도 많이 나아졌고 여러가지 세상 보는 눈도 나아졌고 했으니까 다시 한 번 그걸 다뤄보자, 해서 쓴 게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이구요. 그걸 쓰고나서는 굉장히 큰, 작가로서의 경험할 수 있는 어떤, 체험 같은 거... 그게 뭐냐하면... 제가 소설을 썼는데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저보다 좀 더 나은 거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 경험을 처음 해본 거죠.

 

이 : 그건 정말 뿌듯한 경험인 거 같은데요.

 

김 : 네. 아, 작가가 소설을 쓰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소설이 제 손을 빌어서 자기를 쓰는 것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으니까요.

 

이 : 네. 그분이 오셔서 나는 잠시 손을 빌려줄 뿐... 그런 경험은 참 신기하다, 작가분들이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시는데 들을 때마다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근데 이제 김연수 작가님은 번역가로도, 요즘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 같은 것도 번역하셨잖아요. 저는 사실 김연수 작가님의 오랜 팬이자, 독자로서 그 번역하시는 거 자체가 굉장히 귀한 경험이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어떤 생각이 드냐면... 아니, 왜 번역을 하세요 그 시간에 소설 한 권을 더 쓰시지, 이런 마음이 있어요. 독자 입장에서. 어떠신가요. 왜 그 귀한 시간 금쪽 같은 시간에... 물론 번역도 가치 있지만...

 

김 : 말씀드린대로 제가 처음에, 30대 중반 정도까지는 제 자신이 어떤 종류의 사람인지, 어떤 종류의 소설가인지, 이걸 실험해보는 과정이었구요. 그 과정 중에는 다른 사람의 책을 읽기도 하고, 번역도 할 수 있는가... 계속 타진을 해봤던 거구요. 지금은 제가 번역을 하질 못하고 있어요. 할려면 할 수 있겠는데 시간 자체가 제가 쓰는 소설에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안 한지가 좀 됐습니다.

 

이 : 죄송하지만 앞으로 안 하시는 걸로... (웃음) 왜냐하면 소설을 빨리 보고 싶은데 지금... 장편소설은 나온지 5년 됐고, 단편은 4년 됐어요. 제가 마치 무슨 채권자처럼 채근을 하고 있습니다. 너무 제가 다음 소설을 보고 싶어서요. 자, 이렇게 해서 노래 한 곡을 또 듣도록 하겠습니다. 추천한 노래들이 참 다양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전 이거 처음 듣는데요, Copeland요?

 

김 : 저도 최근에 알게 된 밴드인데요. 한 번 해산했다가 최근에 앨범을 냈나봐요. 오늘 제가 가져온 곡은 데뷔 앨범에 있는 곡인데요. Brightest 구요. 데뷔 앨범이 메디컬 스위... 인가 그런 데뷔 앨범인데. 노래를 안 들어본 밴드여서 처음부터 들어봤는데 좋더라구요. 그래서 요즘 많이 듣고 있는 밴드입니다. 

 

Copeland <Brightest>

 

이 : Copeland의 노래 <Brightest> 들었습니다. 오늘 들은 네 곡이 다 마음을 이렇게 정화시켜주는 거 같은... 그동안 내가 메말랐었구나, 라는 걸 느끼게 해주는 촉촉한 곡들이었습니다. 자, 이제 마지막 꼭지입니다. 에세이집이죠 <소설가의 일>이라는 제목을 가져와서 역시 그 부분에 대해서, 일상에 대해서 좀 여쭤보고 싶은데요. 사실 소설 한 권을 쓰려면, 이거 자체가 엄청난 정신적 노동이기도 하고 , 육체적인 노동이기도 하잖습니까. 그래서 운동 같은 것도 굉장히 신경 쓰시는 거 같은데, 달리기 같은. 어떠신가요.

 

김 : 예. 달리기하는 거 좋아하구요. 정말, 정말 좋아하거든요.

 

이 : 달리기라면 어느 정도의 달리기인가요. 예를 들어서 마라톤...

 

김 : 항상 대회를 염두해두고 계획을 세우는 거죠.

 

이 : 마라톤 대회를요?

 

김 : 네. 마라톤 대회 기점을 잡아서... 봄 대회 있고, 가을 대회 있으니까. 봄 대회를 잡고 4개월 정도 하거든요. 그래서 이제 순차적으로 계속 km수를 늘려나가는 게 있고.

 

이 : 완전 마라톤 선수네요.

 

김 : 요즘에는 앱이 좋기 때문에 계획을 다 짜줍니다. 하라는대로 달리기만 하면 되는 건데요.

 

이 : 그게 힘들죠 뭐 (웃음) 계획 짜는 게 뭐, 계획은 저도 짭니다 (웃음)

 

김 : 그래서 이제 그 계획대로 하면, 마지막에는 한 37km 뛰어요. 그렇기 때문에 훈련이 37km까지 뛴다고 하면, 대회 나가서는 완주를 할 수 있는 거죠. 그렇게 하는데... 저희가 지금 너무너무 불행한 나라에 살게 됐어요. 몇년전부터. 이 미세먼지가... 온 뒤부터는. 지금 어떤 상황이냐하면 일년에 250일 정도 비가 온다고 생각하면 돼요. 비가 오면 달리기를 못하거든요. 비 오는 날 빼고 비 안 내리는 날 찾아보고 그날 밀린 연습을 해야 하는 거죠. 미세먼지가 거의 매우 나쁨으로 나오면, 달리기를 할 수가 없는 거죠. 한다고 해도 이게 정신적으로 상당히 괴롭습니다. 내가 왜 지금 이걸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그런 상황이어서... 저는 지금 그게 가장 큰 불만이에요. 서울에 살고 있는 거 자체가.  너무 불만이에요.

 

이 : 마라토너로서 전지 훈련하셔야겠어요.

 

김 : 네. 그럴 순 없구요 또... (웃음)

 

이 : 그렇다면 풀코스는 몇 번이나 완주하셨나요?

 

김 : 풀코스는 네 번 정도 했습니다.

 

이 : 그 중에서 가장 좋은 기록은... 기록이 중요한 건 아니지만

 

김 : 기록은 뭐 그냥... 4시간 정도입니다.

 

이 : 4시간도 진짜 엄청난데... 100미터를 한 34~5초에 뛰는 거 아닌가요?

 

김 : 계산이 굉장히 빠르시네요 (웃음) 38초 정도 뛰는 건데요. 4시간은 의미가 뭐냐하면 4시간 동안 걷지 않았다, 라는 겁니다. 걷게 되면 4시간 반 정도 되는 거구요. 누가 4시간 뛴다고 하면 아, 걷진 않았구나... 하는 거죠.

 

이 : 놀랍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사실, 그런 이야기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 하루키하고 김연수 작가님을 비교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타고난 성실함,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고 지나가는 날이 없고, 또 두 분 다 달리기를 좋아하고, 그리고 둘 다 약간 영원한 청년 작가라는 느낌이 있어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두 작가를 비교하기도 하는데 이런 비교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 : 저는 하루키를 보고 이 사람은 처음... 새로운 장을 열었다, 라고 본 게 있어요. 그게 뭐냐하면 작가의 라이프스타일이거든요. 보통 저도 대학교 때부터 글을 써왔지만, 제가 글을 쓰고 배울 때만 해도 이상 같은 사람들이 작가를 한다고 알고 있었어요.

 

이 : 콜록콜록, 무명천에 피 묻히고..

 

김 : 네, 폐병 걸리고... 자유연애하고, 완전히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살아간다... 뭐, 헤밍웨이 이런 사람들도 그런 스타일에 가깝고... 그런데 이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 같은 유형은 이전에 거의 없었던 유형의 작가거든요. 예전에 비해서 재미가 없는 쪽에 가까운 거죠. 제가 아까 말씀드린대로 저한테 소설이 왜 왔느냐라고 봤을 때 계속 앉아서 고치는 걸 좋아한다, 라는 게 있었는데 이게 계속 반복적인, 루틴한 일이라는 거죠. 지금까지 모든 소설가들이 그렇게 행동을 해왔는데, 그건 잘 알려진 바가 없었던 거예요. 그런데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기 라이프스타일을 계속 강조하고 수필에 쓰니까 비로소 그게 알려지게 된 것이다, 라고 생각한 거죠. 어떤 소설가도 그렇게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살면서 소설 마감을 할 수가 없어요. 그건 헤밍웨이도 마찬가지거든요. 우리가 헤밍웨이 알기로는 완전 술만 마시고, 낚시만 하고 이랬을 줄 알았는데, 이제 알려진 바에 따르면 헤밍웨이도 40분씩 고쳤다, 이런 것들이 이제 부각이 되는 거죠. 그러니까 하루키가 한 게 뭐냐하면 작가의 라이프스타일을 공공연하게 드러낸 것에 가깝구요. 그런 점에서 저는 동일하죠. 그런데 대부분의 소설가들은 그렇게 살고 있다고 저는 생각해요.

 

이 : 아, 그렇군요. 다만 난 안 그런 척...

 

김 : 그럴 수도 있죠. (웃음)

 

이 : 원래 그렇잖아요. 집에 가서는 코피 나게 공부하면서 마치 공부 하나도 안 하는 것처럼 하고 기말고사 치고... 그리고 전교 1등. 이런 친구들 있잖아요.

 

김 : 그렇죠...

 

이 : 문태준씨가 그렇진 않았죠. (웃음)

 

김 : 문태준은... 네... 문태준은 좀 그런 거 같습니다.

 

이 : 자, 이제 마지막으로 질문 두가지만 드리고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소설가이시면서, 이제는 확고히 위치가 있으시니까... 후배들을 보시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어떤 후배 작가들 보면서 아, 이 작가 참... 하면서 기대하시는 작가들이 있다면.

 

김 : 저는 소설이라는 게, 점점 생각이 많이 바뀌어오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이야기다, 라고 보구요. 어떤 이야기를 통해서 독자와 매개를 한다. 감정을 나눈다고 보기 때문에 서사성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죠.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요즘은... 요즘 젊은 작가들 보면...그 중에서도... 예전에도 소개했지만... 그... (웃음) 죄송합니다. 네, 김금희씨를... 소설을 좋아하고, 최은영 작가도 좋아합니다. 그런 식의 서사가 강한 소설을...

 

이 : 약간 전통적인...

 

김 : 네. 거기에 제가 약간... 

 

이 : 자, 마지막 질문은 제가 아까 채권자처럼, 좋아한다는 미명 하에 밀어붙이기도 했는데... 정말로 신작을 언제 볼 수 있는 건가요.

 

김 : 아, 진짜 제가 어마어마한... 필생의...

 

이 : 너무 마라톤 많이 하신 거 같아요.

 

김 : 필생의 대작을 쓰고 있나봐요. 지금 이 작품을 쓰겠다고 마음 먹은 지가 10년도 넘고, 한... 2000년에 이 소설을 쓰겠다고 생각해가지고...

 

이 : 가제가 어떻게...

 

김 : 가제는 <바다 쪽으로 세 걸음> 인데요. 아, 10년 걸릴 줄 알았는데 거의 20년 가까이 되고 있는 거죠.

 

이 : 바다 쪽으로 한 3만 걸음 오셨군요.

 

김 : 네. 3만도 넘은 거 같습니다. 그래서 이 소설을 다 끝낼 때가 된 거 같아서 이제... 곧 끝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 : 김연수 작가님이 두 권짜리 소설을 내신 적이 한 번도 없는데, 그 양으로나 묵혀온 시간으로나, 진짜 굉장히 기대되는 소설이네요. 빨리 마무리하셨으면 좋겠구요.

 

김 : 알겠습니다...

 

이 : 무엇보다 이 이동진의 푸른 밤에 나와서 이렇게 풍성한 이야기 들려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오늘 1시간 어떠셨어요? 편하셨습니까?

 

김 : 예.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시간이 너무 빨리 가네요. (웃음)

 

이 : 그렇죠~ (웃음)

 

김 : 언제 이렇게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네요. 별로 말도 많이 못했는데...

 

이 : 토요일, 일요일 나오신 게스트 중에 가장 길게 저희가 시간을 드렸습니다.

 

김 : 아, 그렇습니까. 죄송합니다. 예.

 

이 : 아뇨, 아뇨. 저희 너무 감사해서 그렇구요. 마지막 곡으로는 이제... 나는 이렇게 순정순정한 것만은 아니다, 하며 골라오신 거 같아요. Kelly Clarkson을 골라오셨습니다. 

 

김 : 워낙 달리기할 때 좋아하는 가수구요. 듣고 있으면 뭐랄까, 항상 심장과 같이 움직이는 노래라고 생각합니다.

 

이 : 그렇죠. 막 힘이 되는 느낌이 있죠. <My Life Would Suck Without You> 들으면서 작가님 보내드록 하겠습니다. 오늘 너무 감사했구요. 다음에 탈고하시면 한 번 나오시는는 걸로.

 

김 : 네. 반가웠습니다.

 

이 : 네. 고맙습니다.

 

Kelly Clarkson <My Life Would Suck Without You>

 

 



지난 4월, 대구에 있는 소규모 출판사 '사월의 눈'에서 사진소설이라는 다소 독특한 형식으로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라는 책이 나왔다. 홍진훤 사진 연작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세월호를 타고 수학여행을 떠난 단원고 학생들의 수학여행 일정표에 나와있는 장소를 작가가 직접 찾아다니며 기록한 작업)와 김연수 작가가 2014년 문학동네 겨울호에 발표한 단편소설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를 묶어 한 책으로 만든 것이다. 두 개의 각각 다른 작품은 모두 '세월호 사건'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내포하고 있다.





통의동에 있는 보안책방에서 한권서점 (한 권의 책에 대해서만 다룬다!) 연계 전시 행사에 다녀왔다. 이번 한권서점의 책이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로 선정되었다. 보안여관 건물에서는 [주석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라는 전시 (6월 15일부터 7월 23일까지) 가 열리고, 오늘은 전시 관련 기획 행사로 옆 건물 지하 보안책방에서 작가와의 대화, 가수 시와의 공연, 낭독 공연 등을 볼 수 있었다. 





<저녁이면 마냥 걸었다> 낭독 일부








오프닝 후 김연수 작가는 가장 최근에 발표한 단편 <저녁이면 마냥 걸었다>를 낭독했고, 홍진훤 작가는 이번 사진집이 나오기까지 쓴 작업일지를 자신의 사진 배경 앞에서 읽었다. (냇물?에 벚꽃잎이 떨어져 흐르는 영상과 함께 사진들이 떠올랐는데 작업일지가 다소 시니컬했던 탓일까 너무너무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 

독자 질문 한 가지
독자 : 저는 김연수 작가님의 단편과 에세이를 좋아하는 독자인데요, 저는 이번에 책을 보면서 5년 전에 쓰셨던 '용산 참사'와 관련된 소설 '당신들 모두 서른 살이 됐을 때'를 떠올렸어요. 그때도 '용산 참사'를 기억하는 글이라고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됐고, 그게 어떤 사랑... 연애를 하는 상대방과의 대화를 통해서 이루어진 형식을 띄고 있어서... 이번에도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게 맞는지, 이번 소설도 그렇고 두 작품이 닮아 있다고 저는 느꼈는데 작가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또 '당신들 모두...' 의 '나'와 이번 책에 나온 '희진'은 두 사람 모두 30대 여성이라는 점도 좀 궁금했었구요. 그리고 이번 소설의 배경이 왜 네덜란드와 일본이었는지도 궁금합니다.

김 : 사실은 이번 소설과 '당신들 모두 서른 살이 됐을 때'는 개인적으로 좀 차이가 있어요. 왜냐하면 제안을 받았을 때도 생각했는데... 이 소설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걸 책으로 내자고 하셨을 때, 책으로 낼 수 있을까 생각했었어요. 일단 2014년 겨울쯤에 글을 쓰긴 썼고, 발표는 됐는데 그 뒤에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었거든요. 아마 책으로 낸다면 많이 고쳐서 내야 할 거 같습니다, 라고 말씀드렸어요. 그런데 제가 이걸 책으로 내면서 작년 겨울에 다시 읽어본 거죠. 읽어보니까 아, 다른 식의 의미가 있구나 라는 걸 발견해서 이건 책으로 낼 수 있겠습니다, 말씀드렸어요. 사실은 '당신들 모두...'는 쓸 수 있었던 소설이었어요. 제가. 그래서 쓰긴 썼는데 직접적으로 쓰긴 어려울 테니 주인공들을 내세우고... 연계되어 있다, 이 주제로 쓰겠다 했었구요. 그 소설 (당신들 모두..) 쓰고 나서는 그런 생각을 가졌던 적이 없어요. 그런데 이 소설(다만 한 사람...)은 쓸 수 없는 소설이라고 생각했어요. 쓰면 안 된다, 까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쓰면 안 되지만... 어쨌든 써야 한다는... 그런 이중적인 마음이 존재했어요. 그래서 겨우겨우 썼구요. 지금도, 아직도 약간 큰 차이는 있는데... 새롭게 발견한 건 이것이었어요. 결국엔 제가 생각한 문학과 다른 형태의 문학일 수는 있겠다..라는. 그냥 기록을 하는 문학일 수도 있겠다... 라는 그런 가능성을 발견하는 차이가 있었어요. 
외국이라는 설정은... 이게 모두에게 잊혀진 기억을 찾아간 것들이구요. 두 사람이 그 일에 대해서 다 잊고 지내야 하고, 두 사람은 연결이 안 돼있어야 하는데, 이 두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사람이 전혀 모르는 제 3의 인물이다, 라는 설정이었어요. 전혀 모르는 사람이 우리에 대해서 끈질기게 계속 기억하고 있다, 이 두 사람에 대해서 기억하고 있다. 그러면 둘은 끈이 끊어졌다고 생각했는데 누군가, 후쿠다씨라는 사람이 나타나서 자기는 기억하고 있다, 그 시절에 대해서... 그런데 둘은 기억 못해요. 자기들이 어떻게 행동했는지. 간단한 기억만 있고. 그런 설정을 하기 위해서 굉장히 멀리 갔던 것이구요. 
그 뒤에... 지금도 계속 쓰는데... 제가 언제까지 세월호와 관련된 글을 쓰게 될지 모르겠어요. 어쨌든 쓰다가 나오게 되면 쓸 수 밖에 없겠는데요. 가면 갈수록 조금씩 달라진다는 생각이 들어요.




2부 오프닝은 가수 시와의 무대로 시작했다.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에 나오는 인디가수 '희진'의 모델이 바로 시와라고 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희진이 만들고 부른 노래가 시와의 <어느 저녁에 문득 보았네>를 모델로 한 것. 사실 '주석'을 알기 전부터 소설을 읽고나서 몇 명 떠오른 사람이 있었는데 그 중에 시와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시와님을 보면... 지금은 만날 수 없는 어떤 한 사람이 떠오른다.





두번째 순서는 극단 작은방의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 낭독극장. 대사가 나오면 연기를 하며 낭독을 하는 방식이다. 요즘에는 이런 기획이 많이 보편화된 것 같다. 아마추어 낭독회도 몇몇 있다고 하고. 한 차원 다른 독서를 한 느낌이 들었다. 극단 작은방 역시 '세월호 사건'과 관련된 극을 올리면서 나름의 관련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준비된 모든 순서가 끝났다. 

홍진훤 작가에게도 사인을 받으러 갔다. 질문 시간에 다른 사람들 앞에서 물어보기에는 너무나도 사소하고 하잘것 없는 질문 하나가 있어서; 작가에게 직접 조심스레 물어봤다. "이번 책에 실린 사진에 사람은 한 명도 안 찍혔는데, 제주도에 그렇게 사람이 없는 곳이 있나요?" "아뇨, 사람 엄청 많죠." "그럼 어떻게...?" "사람들이 다 빠질 때까지 기다렸죠." "와, 역시 엄청난 공이 든 작품들이었군요. 기다림의 미학이..." 홍진훤 작가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타 행사 사진들



















*읽기 전에

- 항상 작가님 말투나 쓰는 단어들 가감없이 작성하려고 합니다. (자동음성지원을 믿습니다; 그리고 정리하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립니다!!! 빠른 전달을 위해!) 작성자의 능력 한계로; 일부 생략된 질문과 답변도 있는 점 참고해주세요.

-<원더보이>를 번역한 김후나 선생님은 일본어로 질문을 하고, 김연수 작가님은 통역 두 두분을 통해 이야기하셨습니다. 한 분은 김연수 선생님께 질문을 한국어로 통역(소근소근..ㅎㅎ)하고, 다른 한 분은 김연수 선생님의 말을 일본어로, 독자들에게 통역했습니다. 

-저의 일본어 실력이 상당히 미흡하기 때문에 일본어로 말한 질문들에 오역이 좀 있을 수 있습니다. 다행히 제가 <원더보이>를 읽었고, 김연수 선생님에 대한 정보를 어느 정도 알고 있기에, 그리고 김연수 작가님의 대답 등을 참고로 하여 대략적인 맥락을 이해하고 해당 대담을 전달하는 것이니 아무쪼록 이쁘게(...) 봐주셨으면 합니다.



Q  : 우선 <원더보이> 표지에 대한 감상을 듣고 싶습니다.


A : 여러분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여기까지 일본어로)

만나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오늘 날씨도 흐리고 비도 오는데 이렇게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책거리가 1주년이 되었죠. 축하드립니다.


표지는...저게 토성인 거 같아요. 표지를 보고 굉장히 가슴이 뛰는 걸 느꼈어요. 제가 어렸을 때, 소년 시절, 저런 그림을 많이 봤어요. 그래서 저 그림을 보는 순간, 소년 시절로 되돌아가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묘했습니다. 읽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저 소설의 주인공이 소년이기 때문에 제가 볼 때는 저 표지가 정말 절묘한 표지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쿠온에서 출판하는 한국 문학 시리즈의 표지가 상당히 호평이라고 합니다. 표지 디자인을 기대하는 분들고 많고. <원더보이>는 열네번째 시리즈로, 지금까지 나온 책 중에 스케일이 가장 큰 책이라고 합니다. 전에 나온 <세계의 끝 여자친구>의 표지에는 안경이 그러져 있는데 김연수 작가님께 "이 표지 어때요?" 라고 물으니 김연수 작가님이 "뭔가...김승복 사장님(쿠온 출판사 대표)의 안경이 생각나네요" 라고 하셨다고. (웃음) <원더보이> 표지가 잘 나와서 기쁘신 모양입니다. 옆에 계시던 김승복 대표 말씀, "지금까지 나온 책 중에 돈이 제일 많이 들었습니다. 스케일도 그렇고, 금색이 들어가서..." (웃음)


Q : <원더보이> 본문 뒤에 실린 저자의 말은 지난 3월 나가사키에서 써주신 건데요. 나가사키에는 어느 정도 계셨는지, 어떤 작품을 위해 가신 건지 궁금합니다.


A : 나가사키에는 작년 10월에 가서 올해 3월에 돌아왔습니다. 6개월 정도 있었어요. 다음 소설 배경이 나가사키여서, 제가 나가사키에 가야지만 소설을 쓸 수 있겠다 싶어서 알아봤더니 나가사키 외국어대학에서 오라고 하더라구요.

다음 소설은 역사 소설이구요. 앞 부분은 한국에서 있었던 일, 뒷부분은 나가사키에서 있었던 일이 나오는데. 한국에서 있었던 일은 많이 썼구요...일본에서 있었던 일은 제가 일본의 역사를 잘 모르고 그 지방의 어떤 분위기? 그런 것도 잘 몰라서 나가사키에서 취재를 하고 쓸 예정이었죠.  

나가사키 외국어대학에 가니 숙소를 기숙사로 구해주더라구요. 기숙사에서 지내는데... 저는 학생은 아니구 (웃음) 나머지는 다 학생들이었어요. 대학교 1학년, 2학년이어서...그 분위기에 휩쓸려서 많이 놀았어요. (웃음) 원래 계획은 나가사키에서 소설 다 쓰고 돌아오겠다라고 큰 소리를 치고 왔는데 그...분위기에 휩쓸려서 술을 많이 마셨어요. 외국에서는 일하는 게 아니야...생각하고 일은 집에서 하는 것이다 해서 지금 집에 돌아와 열심히 쓰려고 하는 중입니다. (웃음)




Q : 지금 쓰고 계신 작품은 한국 독자들도 기다리시는 분이 많은... <바다 쪽으로 세 걸음>이라는 작품인데요. 아마 작가님이 쓰신 소설 중 가장 옛날 시대는 19세기나 20세기 초반 정도 될 텐데...이번에 준비하시는 작품이 시대적으로 가장 옛날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되는데요. 그런 몇 백 전의 이야기를, 그것도 한국이 무대가 아닌 일본이어서 꽤 힘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시대를 쓰려고 하며, 그 시대를 배경으로 쓰려고 한 계기는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A : 임진왜란 때가 배경인데요.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은 지금까지 많이 나왔습니다. 대개는 일본과 한국의 전쟁에 대한 소설이고. 제가 쓰려고 한 것은... 그 시대 일본에 온 조선인들과 서양의 종교, 카톨릭인데...그 카톨릭이 만나는 지점이 있어요. 이 사실은 한국에 많이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 시대 사람들이 이미 카톨릭을 접하고 심지어는 사제도 되었다, 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한국 역사를 바라보는 시점도 약간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쓰게 되었습니다.

재미있는 건 이런 건데요, 그때는 셰익스피어가 살아있을 때 시절이에요. 셰익스피어가 런던에 갔을 때 다리 위에 걸린, 반란을 일으켰다가 효수된 시체를 보게 돼요. 비슷해요... 그 시기에는 조선에서도 반란이 벌어졌고, 반란을 일으킨 사람들의 몸을 다 잘라버려요. 일본도 마찬가지구요. 그래서 그 시대는...조선은 조선만 알고, 일본은 일본만 알고 있었겠지만...전세계적으로 보면 비슷한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었던 거죠. 이런 시각으로 보면 정말 다른...전 지구가 다 연결돼있는 역사가 아닌가...이런 생각이 들구요. 또 한가지는 아메리카가 발견이 됐잖아요. 아메리카에서 은이 많이 나오게 되는데...그 은이 유입이 되면서 교역이 활발하게 진행이 되거든요. 돈이 생기니까. 그래서 서양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 이쪽으로 오게 된단 말이죠. 일본까지 와서 선교도 하고, 무역도 하고. 그런 와중에 부가 쌓이게 되고, 전쟁이 벌어지는 거죠. 예전에 어렸을 때 배우기로는 전쟁이 왜 벌어졌을까 하면...뭔가 이상한 사람이 나와서 전쟁을 해야겠다, 그래서 전쟁이 벌어진다고...이렇게 역사를 봤는데. 아, 그렇지 않을 수 있겠다. 만약 아메리카가 발견되지 않았다면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겠다. 이런 새로운 시각이... (이때 통역사를 바라보심...너무 길게 말해서 ㅋㅋ) 이런 복잡한 내용을 (웃음)


-통역사 분이 아주 훌륭하게 정리해서 통역해주셨고, 그 능력에  감동 받은 저는...저도 모르게 박수를 치며 좋아했습니다. ㅜ_ㅜㅋㅋ 


Q : 저도 개인적으로 많이 기다리는 작품이고 일본 독자들도 같은 생각일 겁니다. 꼭 번역이 돼서 읽어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나가사키 이야기를 좀 더 하고 싶지만...다시 <원더보이>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저자의 말을 읽기 전에는 <원더보이>가 Wolrd's End Girlfriend의 곡을 듣다가 생각난 이야기라는 걸 몰랐어요. 굉장히 우연이지만, 전에 나온 <세계의 끝 여자친구>도 밴드의 영어 이름을 한국어로 번역하고, 그걸 다시 일본어로 번역에서 책이 나온(웃음) 경우인데... 아마 이 아티스트는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제목이 아닌, 곡 자체가 작품의 탄생의 계기가 된 거죠. 일본 아티스트 덕분에 단편과 장편이 나왔다는 걸 알고 굉장한 인연이라고 느끼는 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돼요. 

작품을 쓸 때 음악을 자주 들으시는지, 예를 들면 음악 때문에 쓰여진 다른 작품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음악들을 많이 듣습니다. 작품에 모티브가 되는 것들은 대개 음악이나 사진이 많아요. (통역사 눈치 봄)

그래서 음악도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는 음악, 사진 같은 경우는 이야기가 한참 진행되는 도중에 끊어지는 듯한 사진. 그래서 저로 하여금 이야기를 만들게 하는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것들입니다. 제가 쓴 책 중에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이라는 소설이 있는데요. 그 소설 같은 경우엔 김..김윤아? 김윤아 맞죠? (웃음) 김윤아라는 가수가 있는데 노래 중에 <비밀의 화원>이라는 노래가 있어요. (*정확한 제목은 '비밀의 정원') 소년과 소녀가 아무도 몰래 사랑을 했다, 뭐 이런 가사였어요. 그 노래를 듣다가 떠올린, 쓰기 시작한 소설이에요.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Q : 그런 짧은 이야기에서 꽤 뜨거운 책이 나온 거군요.(웃음) 

(...)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어떤 음악을 좋아하냐고 물으면 대답이 잘 나오지 않는다던가, 선생님은 음악을 들으며 청년 시절을 견뎠다고 이야기하면 (그것이 1980년대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어떤 학생이 "선생님 귀여워요" 라고 말한다던가(웃음) 요즘 학생들은 지방이나 해외로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공연을 보러 다니기도 하지만, 그건 음악 자체의 힘이라기보다 아이돌이 좋은 거 아닌가 생각들어서...요즘 젋은 사람들에게 음악이란 힘은 무얼까 생각하게 되는데요...

삶에 있어 음악의 힘이 크신 편인가요? (웃음)


A : (웃음) 큽니다.

제가 책에도 썼는데... 저는 중학교 1학년 때 <Hey Jude>를 처음 들었습니다. 그걸 처음 들은 날이 기억이 나구요. 그걸 듣고...그때는 테이프를 사기 위해 집 앞에 있는 음반 가게에 갔어요. 갔더니 음반 가게 주인이... 비틀즈의 1위 곡들만 모아놓은...1위 곡 스무개. 그 테이프를 사와서 그 계절에 계속 들었던 거 같아요. 반복해서. 그때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계속 노래를 듣고 있는데요. 들을 때마다 항상 최고의 노래다 라는 걸 들었어요. 어떤 노래를 들으면...이제는 잊어버렸죠. 예전 노래들은. <Hey Jude>도 이제 안 듣죠. 어쩌다 가끔 들으면 그때 생각이 나는 거에요. 중학교 1학년 때. 노래가 가진 힘이라는 건...그렇게 의도치 않게 저를 예전으로 끌고 가는 느낌이 있고. 노래만 들어도 그 시절이 생각나는, 그런 힘이 있는 거 같아요.


Q : <원더보이> 이야기로 돌아가서...상당히 산뜻하고 멋진 파란 표지와 <원더보이>라는 만화 같은 제목인데, 읽어보면 갑자기 1980년대 한국이라는, 표지나 제목에 어울리지 않는 괴롭고 힘든 시대를 만나게 됩니다. 일주일 전 독서회에서 (*작가님 만남 행사 7일 전 원더보이 독서회가 있었습니다.) 한국의 1980년대를 잘 아시는 분은 요즘 젊은 사람들이 한국의 1980년대를 이해하기 위해선 번역자 후기 같은 곳에 좀 더 설명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 있었고, 어떤 면에서는 지금까지 읽은 1980년대 배경의 문학은 굉장히 참혹하고 숨막히는 느낌이었는데 이렇게 소년의 시선을 통해 유머 같은 걸 적절히 섞어 소화한 작품을 읽어서 좋았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어떤 젊은 독자는 이 시대 한국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직접 조사해볼 수 있는 입문서가 됐다고도 하는데요. 

한국의 1980년대 하면 우선 떠올리는 게 1985년 광주민주화운동일 텐데요... 그런데 이 소설은 왜 1984년부터 시작되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조지 오웰의 <1984>라는 작품도 있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라는 작품도 있고...1984년이 특별한...주인공의 연령에 따른 이유도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만...

1980년대를 그리는데, 1984년부터 시작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A : 되게 절묘한데... 그때 제가 열네 살이 됐구요. 신기하게도 이 책이 14번이에요. (웃음) 

그때 저의 세계가 바뀌기 시작하던 때였습니다. 첫번째 이유는 1월 1일 백남준 씨가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라는 위성 쇼를 시작했는데 그걸 지켜봤어요. 그때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잘 몰랐습니다. 세계를..지구를 다 연결한다...뭐 그런 이야기를 들었지만 정확히 뭔지는 알 수 없었구요. 그 뒤에 일어나는 일들의 최초 지점이 아마 그때 위성으로 파리, 런던, 도쿄 다 연결해서 보여줬든 그 일 아닐까...생각했구요. 

그 해 가을에 유리갤러라는 이스라엘의 초능력자가 한국에 방문했어요. KBS에 나와서 "여러분들도 저를 따라해보세요" 하면서 숟가락을 이렇게..구부리는데..저도 따라해봤는데 숟가락이 구부러지진 않았지만...학교에 갔더니 숟가락이 구부러졌다는 학생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굉장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웃음)

그 이전까지 제가 살던 세계는 뭐랄까...제 고향은 시골인데요...아주 작고 견고하고 쉽게 부숴지지 않을 거 같은 세계였는데 일련의 일들을 경험하면서 세상이 너무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뭐랄까...뻥 터지는 듯한...그 한해 동안 저를 둘러싸고 있던 세계가 뻥 터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리고 최절정이 되는 것이 그 뒤에...대학생들이 서울에 있는 미국 문화원을 점거했습니다. 플랜카드를 내걸기도 했는데, 그 플랜카드에는 '광주 항쟁, 진상규명하라' 뭐 이런...이게 보도가 통제돼 있기 때문에 아무도 보도를 하지 않아요.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아주 잠깐 텔레비전에 나오는데...저는 학생들이 진상을 밝혀라 하는.. 그런 걸 보는 순간 내가 알던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가 또 있구나, 그 세계가 너무나도 알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 들기 시작한...그게 1984년, 제가 열네 살 때 이야기입니다.




Q : 최근 김연수 작가님 연령대의 다른 젊은 작가들이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발표하고 있는데요.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김숨 작가의 <L의 운동화> 같은 작품들이 있죠....일본의 많은 분들이 기억하는 1980년대는 김지하가 나오고, 일본의 여러 작가들이 참여하는 시대였습니다만... 보통 시대의 한가운데에서 그 시대를 직접 경험한 작가들이 작품을 썼는데... 그 다음 세대인 여러분이 이 시대를 배경으로 작품을 쓰는 의미랄까, 왜 현재에 이 시대를 쓰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A : 그 당시 저희는 정확한 진실 같은 것들을 알지 못한 채로 성장했고, 나중에 대학에 가서 모든 걸 다 배웠습니다. 그래서...두 가지가 있어요. 사실은 제가 살았던 80년대 십대 시절에는 비틀즈 노래 듣고, 영화 보고, 백남준 보고, 유리갤러도 보고...그렇게 살았었고. 분노하고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 건 나중에 대학교 때 든 생각이었죠. 그 당시 어른으로 살았던 작가하고는 약간 다른 감각이 존재한다고 보고 있구요. 한강 씨도 썼지만...이전 시대와 다른 점이 있다면...그 당시 살았던 분들은 '왜 우리에게만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그런 감각이 있었던 거 같아요. 우리 세대는 '인간에게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질문에 가까운 거 같아요. 똑같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데... 그 당시 사셨던 분들은 특수한 위치에서 왜 우리에게만...이라고 묻는 거고. 우리는 보편적인 관점, 왜 인간에게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그게 가장 큰 차이라고 보여지구요. 아마 그 차이 때문에 번역이 된다던지 할 때 좀 더 소통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 (...) 주인공 소년이 초능력을 가지고 있는데...강토라는 여자를 좋아하게 되고 초능력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제가 생각하기로는 사람을 사랑할 뿐인데 어째서 모처럼 생긴 초능력을 작가가 뺏어버린 걸까 (웃음) 좀 유감이지만...어떤 의미에선 사랑이라는 게, 그야말로 초능력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 거죠...


A : 어렸을 때는 유리갤러의 초능력이라던지 독심술, 사주, 손금, 관상 같은 거에 관심이 되게 많았어요. 그래서 손금도 많이 봤어요. 이렇게 손금 봐주고...결혼 몇 번 하겠네, 아이는 몇 낳겠네... 이런 이야기로 많이 현혹을 시켰죠. 그러다 어떤 여자의 손을 잡았는데 느낌이 다른 거죠. (웃음) 그때부터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게 되고, 그때부터 모르는 거에요. 이 여자의 마음을. 나는 이렇게 좋아하는데, 이 사람은 나를 좋아하는지, 안 좋아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어요. 그래서 넌지시 물어보죠. "어디 바다 보러 갈래?" (웃음) 이런 식으로. 그럼 "내가 왜?" 이런 대답을 듣고. 그러면 아, 안 좋아하는가보다 하는데. 또 어느 날은 술 한 잔 하자고 그 쪽에서 먼저 말하는 경우가 있어요. 어, 그럼 나를 좋아하는가보다. 마음이 왔다갔다 왔다갔다 해요. 그게 제가 사랑에 빠진 상태에요. 

 그래서 대개...일반적인 사람들은 딱 보면 알 거 같아요. 이 사람은 성격이 나쁠 거 같다, 이 사람은 성격이 되게 좋은 사람 같다, 돈이 많을 거 같다, 돈이 없을 거 같다... 대부분의 사람은 다 알 거 같아요. 그런데 전 세계에서 딱 한 명만, 제가 사랑하는 그 사람만 몰라요. 이 사람을 모르는 한에는 다 모르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왜냐 하면 그 사람 마음을 알아야 되는 거니까. 다른 사람 마음을 알아봤자 소용이 없죠. 제 사랑이 이루어지진 않죠. 다른 사람 마음을 알아도...(웃음)

그래서 저는 그렇게 초능력을 잃어버렸구요. (웃음) 대신 작가가 되는 방법을 알게 됐어요. 뭐냐하면 제가 쓰려고 하는 주인공에게 똑같은 일이 벌어지더라구요. 제가 사랑하는 여자에게 느꼈던 거랑 똑같은 게. 제가 짐작을 하면 다 틀려요. 주인공은 20대니까 이럴 것이다, 라고 생각해서 소설을 쓰면 다 틀리더라구요. 나중에는 아휴, 전혀 모르겠다. 난 도저히 쓸 수가 없다. 알 수가 없다, 하면은 그제서야 조금씩 조금씩 쓸 수 있더라구요. 그래서 초능력을 계속 가지고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걸 잃어버리는 바람에 소설가가 된 겁니다.


Q : 새로운 작품을 쓰실 때마다 새로운 사랑에 빠지시는 거군요. (웃음)


A : 네 (웃음)


Q : 보통 독자들은 작가가 (작품의) 결론을 정해놓고 쓴다고 생각하는데요. 지금 하신 이야기로는 끝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쓴다는 건데...


A : 저는 문학이 뭐냐고 물어보면, 번역이 잘 될지 모르겠는데...'밀당'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소설을 쓸 때도 주인공이랑 계속 밀당을 합니다.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주인공을 끌고 가야하는데 주인공은 자기가 지금까지 왔던 길이 있으니까 자기 방향대로 가려고 하는 거죠. 그래서 겨우 이쪽으로 끌고 오면 딴데 가 있고...겨우 또 데려오면 딴데 가 있고. 어떤 때는 제가 전혀 뜻하지 않은 방향에서 끝날 때도 있어요. 둘이 왔다갔다 하다가. 그게 1차적인 밀당이고. 두번째는 책이 나오고 나면 독자들이랑 밀당을 해요.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이라는 소설을 쓰고 나서였는데...그때는 제가 생각하는 이야기를 썼는데... 어떤 분들이 저에게 다른 결론을 이야기해주더라구요. 듣고보니 맞더라구요. 그런 식으로 해서 이야기가 산으로 가는 경우가 있어요. (웃음) 아, 이게 참 재밌는 일이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좋은 문학이라는 것은 계속 이렇게 생각을 자기 나름대로..바라볼 수 있는 시각이 있고, 하지만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것도 있으니까...그런 서로 밀고 당기는 것에 재미가 있는 같다고 생각해요.


Q : 작품을 쓰면서 언제나 밀당을 하는 작가님이 부럽기도 한데요. 독자인 저희는 읽으면서 사랑에 빠지는 수밖에 없네요. (...) 현재 일본어로 번역된 책이 <세계의 끝 여자친구>라는 단편집, <원더보이>라는 장편인데. 두 책을 읽은 독자들 중에는 '같은 작가가 쓴 거 같지 않다'라고 하신 분도 있는데...그건 작품의 폭이 상당히 넓다는 의미라고 생각해요. 작품을 쓸 때 단편과 장편의 차이가 궁금하고, 작가님 본인은 단편과 장편 중 어떤 걸 더 좋아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 한국에서는 단편소설을 쓰는 게 굉장히 활발합니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단편소설로...얼마나 잘 쓰는지 확인을 받고. 독자들도 단편소설을 많이 읽어요. 장편과 단편이 있다고 하면 한국에서는 단편소설 선호도가 더 높아요. 그래서 단편은 한 번 쓸 때마다 굉장히 노력을 많이 기울이구요. 다른 나라의 단편 소설에 비해서는 약간..장편에 가까운 이야기가 들어가요. 쓰는 입장에서는 장편 소설이 더 좋습니다. 장편 소설이 좀 더 이야기에 가깝고, 단편 소설은 긴 이야기를 만든 뒤에 그걸 잘라서...일부분만 보여주는 거거든요. 나머지가 아까워요.(웃음) 그래서 가능하면 장편을 쓰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Q : (원더보이에 원주율을 시로 쓴 부분, 지금까지 번역한 작업 중에 가장 어려웠다, 유머나 말장난 같은 것도 있고...원더보이 번역에 대한 약간의 소감? 같은 걸 이야기했습니다.) (....) 번역도 많이 하시는 걸로 아는데, 이를 테면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이라던가... 이 자리에도 번역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이 많아서 꼭 여쭤보고 싶었습니다만...왜 굳이 번역 작업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물론 무라카미 하루키라던가 여러 작가들이 번역 작업을 하기도 합니다만( 웃음). 번역 작업하실 때 이것만큼은 지켜야 한다는 본인만의 규칙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마지막으로 번역자 : 김연수 라고 쓰여있긴 하지만 독자로 읽었을 때 김연수 작가 본인의 문체를 알아채주길 바라는지 궁금합니다. (웃음)


A : 일단 죄송합니다. (웃음) 제가 소설을 쓸 때는 이 소설이 번역될 것이니까 이렇게 써야겠다...이런 생각은 전혀 하지 않구요. 쓰다 보면 재미있어서 한국말을 가지고 계속 놀아요. 제가 쓰고 싶은 대로 다 써버리죠. 그리고 나서 곧 번역하신다고 연락이 오면...어떡하지..이런 생각이 들어요. 이거 번역하기는 너무 괴로우실 텐데...그런 생각이 들어서 죄송할 뿐이에요.(웃음) 

요즘엔 번역을 잘 안하지만, '왜 번역을 하십니까' 물어보면 바로 그 재미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불가능한 텍스트를 놓고 이걸 번역해야 하는데...정말 막혀서 하기 어려운데...저는 전 세계의 번역자들을 다 존경합니다. 그 분들은 찾아내세요. 어떻게 번역할 방법들을. 머리를 짜내고, 누워서 며칠 동안 생각하고, 확인하고, 짜증도 내고...왜 이따위 소설을 썼을까 라고도 생각을 하지만! 그런 과정을 지나서 아,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라고 해서 번역이 지금까지 다 됐구요. 그렇게 번역된 책을 읽으면서, 저도 다른 사람의 문화나 생활 같은 걸 다 이해해왔던 거죠. 그렇기 때문에 거기에 재미가 있으니까 번역하셨을 거고...저는 (번역을) 잘 하셨을 거라고 믿습니다. (웃음)

사실 번역할 때...제 소설이 만약 번역이 된다고 치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이렇게 번역하기는 너무 힘들다, 이런 게 있구요. 번역된 소설을 읽는 사람들은 현지의 독자들이기 때문에 현지의 언어에 가깝게 번역되는 게 맞겠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죠. 그래서 내용을 옮기는 거지, 그 겉을 옮기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번역할 때는...영어를 한글로 옮기는데...번역자들 사이에서는 뭐, 말들이 많기 때문에. 내용보다 겉을 옮기는 것이다...이런 사람도 존재하는 거죠. 그것도 맞다고 생각하지만...그럴 바엔 차라리 원서를 보는 게...겉을 이해하기에 가장 좋다고 생각하구요. 원칙적으로는 내용을 옮기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셰익스피어가 희곡을 썼는데...셰익스피어의 영어를 느끼고 싶다면, 공부를 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번역서로는 도저히 느낄 수가 없거든요. 그런 한계가 있어서...차라리 셰익스피어 희곡의 내용을 좀 더 깊이 들어가는 게..좋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번역 문체는...번역자는 원본이 존재하고 그걸 옮기는 거잖아요. 상식적인 비유긴 한데, 연주자에 비유하거든요. 베토벤의 소나타가 있으면 이 사람이 연주하는 거랑, 저 사람이 연주하는 거랑 다르듯이... 번역자가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니까. 그런 맛은 느낄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래서 고전 같은 경우는 여러가지 판본이 존재하니까 그런 식으로 맛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겠고. 그렇게 치자면, 제가 쓴 문체 같은 것도 나올 수 있겠죠. 그런데 안타깝게도 현대 책들은 저작권 때문에 한 사람만 연주하게 돼있는 거니까...그게 좀 안타깝기도 하죠.




-독자 질문 시간


Q1 : <원더보이> 내용 중에 '천재의 독서법'과 '바보의 독서법'이 나오는데, 그건 참고한 문헌이 있는지, 작가님이 직접 생각하신 건지 궁금합니다.


A1 : 제가 만든 이야기이구요.(웃음)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초능력을 잃어버린 후로 문학 작품을 대할 때마다 내가 모르는 게 많이 존재하는 거 같다...생각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문학 작품 경우는...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원래는 안 좋아했습니다. (웃음) 어렸을 때는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어서 좋아하지 않았구요. 이게 뭐야, 하고 던져놨던 책인데..스물네 살쯤 돼서 다시 읽어봤더니 문장이 너무 아름다워서 좋아하게 됐습니다. 그렇지만 내용에 대해선 여전히...'뭐하는 남자일까' 그런 생각이 있었는데. 결혼하고 나서 다시 읽어봤더니 내용이 약간 이해가 되더라구요. 이 행태가..(웃음) 아이가 생기고 나이가 더 많이 드니까 좀 더 명확해지고...그런 것들이 있어서. 내가 어렸을 때는 뭘 읽었을까, 그런 의문이 들었어요. 뭘 읽었을까요? 글자를 읽었던 거 같아요. 

열일곱 살 때 처음 <설국>을 읽었던 감상을, "이상한 소설이에요." 라고 얘기하면 아마, 나이가 많은 어떤 사람은 "저거 바보 아니야?"라고 말했을 거에요.


Q2 : (자리가 좀 떨어져 있었고 모르는 단어가 좀 있어서 대략 전달하겠습니다 ㅜ.ㅜ 질문하신 분도 긴장해서^^;) 양자론, 역사, 우주 같은 이야기가 나와서 좀 어렵게 느껴졌는데 쓰실 때도 어렵진 않으셨나요? 


A2 : 어려웠습니다. (웃음) 그게...계속 보시면 알겠지만 소년들이 좋아하는 요소들이에요. 그래서 우주, 아니면 다른 세계가 존재할 것이다, 혹은 뭐 초능력, 명상하면 몸이 달라질 것이다, 이런 것들이 소년들이 좋아하는 요소들이어서, 그런 요소들 위주로 갔구요. 그 중에서도 제일 좋아하는 걸 걸쳐놨어요. 사랑이란...(웃음) 사랑하게 되면 앞에 것들은 다 소용이 없어요. 양자론이든 명상이든 다 필요없고 사랑만이 중요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소년이 등장하니까 그런 이야기들이 계속 나오게 된 거 같아요.




Q3 : (일본에 살고 있는 한국 팬^^)  작가님이 책에 대해 어필하고 싶은 부분이 있으신가요?


A3 : 일반적인 독자분들에게는 제 소설을 통해서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그것은 아까 말씀드린 대로, 다른 사람을 알기는 굉장히 어렵다. 더군다나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을 아는 건 정말 어렵다...는 게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알아줬으면 하는 그 방법입니다.

특히 일본 독자들에게 이런 걸 원한다...라는 걸 말씀드리면, 제가 외국 소설을 읽을 때 주로 쓰는 방법인데요...소설이니까 당연히 지명이 나오죠. 예전에는 그 지명이 나오면 아, 어딘가에 있는 도시인가보다 생각했지만...구글이 생긴 뒤로는...구글 검색을 하면 지도가 뜨잖아요. 심지어는 확대하면 있는 집들이 다 뜨게 되는 거죠. 보통 외국 소설 읽을 때는... 모르는 지명이 나오면 한 번 검색을 해봐요. 이렇게 이렇게 (지도 확대하는 모습 ㅋㅋ) 점점 집들이 커지는데...여기 사람이 살고, 여기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고...소설을 읽으면서 주욱 상상을 해요. 여기에 갔구나, 여기에 갔구나...그렇게 하면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 듭니다. 그렇게 해서...막연히 외국의 소설이다..라고 생각했던 거에서...한 번 그 지역에 다녀온 듯한 느낌이 드는데 그 차이가 꽤 크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 식의 경험을 한 번 해주셨으면....제가 일본 독자들에게 경험을 하게 할 수만 있다면...정말 대단한 일이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요. 좀 더....여기에도 사람이 살고 있고, 사실은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어요. 누군가는 좋아하고, 그 사람은 싫어하고, 다른 사람을 좋아하고...똑같은 이야기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렇게 하는 게 소설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큰 효과에요. 그래서 다른 나라 사람들도 나와 똑같다는 걸 아는 데부터 뭔가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4 : (출판사에서 편집자를 하고 계신 중년 남성분, 사이토상..ㅎㅎ) 14편의 한국 문학 시리즈 중에서 두 권 <세계의 끝 여자친구>, <원더보이>가 나와있습니다만 두 책의 선택은 작가님의 선택이 방영된 것인지, 해외에 내기에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아니면 일본에서 출판된다면 이 작품이 나왔으면 했는지... 후에 다른 작품을 일본에서 출판하게 된다면 어떤 작품을 출판하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A4 :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은...이 두 작품은 아닙니다. (웃음) 아마도...뭐랄까요... 작가의 생각과 번역하시는 분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그런 게 있을 거 같구요... 제가 좋아하는 두 작품은 제가 굉장히 힘들게 쓴....정말 이걸 쓰다가 힘들어 죽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포기하고 싶은데 그걸 이겨내고 쓴 작품들이에요. (어떤 작품인지 대답을 나중에 하십니다. 한 번 맞춰보세요.)

그러니까 번역자들이 보실 때는...어휴...작가도 저렇게 힘들게 썼는데..번역하신 분들도 힘들겠다...라는 생각을 하신 거 같습니다. 사실 두 작품을 썼을 때는 한국 독자들도 읽기가 어렵다고 하는 책들이었구요. 독자들이 읽기가 어렵겠지만....노력하시면...이런 태도는 좋지 않습니다. 젊었을 때 태도인데. 노력하시면 이 소설이 좋은지를 아실 거에요. 이런 태도를 가지고 썼구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이제 다시는 그렇게 못 쓸 거 같습니다. 이제는 독자들한테 건방지게 노력하시면 여러분들도 좋은 점을 아실 거에요...이런 태도로는 못 쓰구요, 제 쪽에서 좀 더 노력해서 독자들이 읽기 쉽게...하고 싶은데. 그때는 그런 마음이 있어서 한국 독자들도 힘들다, 어렵다 하니까 번역하기엔 좀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려는데 "그래서 어떤 책이에요?" 란 질문들이 웅성웅성 ㅋㅋㅋ


아,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라는 책과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이라는 책을 좋아합니다.


Q5 : (<원더보이> 편집자 나카가와상, 작품 감상과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셨는데 제가 이해를 잘 못해서....인상적인 것만 이야기하면 ㅜㅜ '이 책이 1980년대 한국을 그리고 있지만, 현재 글을 쓰기 시작하는 일본의 젊은 작가들이 쓴 거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그래서 세대 이야기가 나온 거 같습니다. 답변을 토대로 질문을 유추해보면 '다음 세대와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였던 거 같습니다. )


A5 : 큰 차이점은 존재하고 있죠. 저 같은 경우에는 아까 말씀드린 대로 80년 대 십대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자꾸 다른 세상이 있을지도 몰라, 다른 의미가 있을지도 몰라 이런 생각을 하면서 컸던 세대입니다. 어떤 식으로 신문 보도를 보더라도 이게 거짓말일지도 몰라, 다른 진실이 있을지도 몰라...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세대였구요. 전반적으로 분열된....의식이 두 개인 거죠. 믿고 싶기도 하고, 부정하고 싶기도 하고. 그런 두 가지 세계가 존재했구요. 대표적으로...우리 때는...아까 음악 얘기 했는데, 음악 장르 중에 언더그라운드 음악이라는 게 있었어요. 이 분들은 텔레비전에 안 나오는 가수들이에요. 그때는 텔레비전에 나오는 가수들은 안 들었어요. 텔레비전에 안 나오는 언더그라운드 가수들만 들었어요. 그런 식의 두 개의 세계가...지상의 세계가 있고, 지하의 세계가 있었구요. 저의 밑에 세대들은 그렇게 나뉜 세계가 없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두 개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느낌은 많이 없는 듯한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우리 때는 언더그라운드가 아닌, 온그라운드, 지상의 세계에서 쫓기게 되면 도망칠 곳이 있었던 거에요. 언더그라운드로 가면 되는 거죠. 문학을 좋아한다던지, 나는 이런 음악을 좋아해, 탈출구가 있었던 거 같아요. 우리 밑에 세대는 그런 언더그라운드가 없기 때문에 쫓기게 되면 더 이상 도망갈 곳 없는 막다른 골목에 처해있겠다는 생각이 들구요....그래서 '헬조선' 이런 게 나오는 이유도 피할 곳이 없는, 다른 세계가 없는 세계에 사는 젊은 사람들이어서...우리 때 같으면 사회적으로 성공하지 않아도 '난 그냥 좋아하는 음악을 할 수 있어, 인정 못 받아도 살 수 있어.' 이렇게 되는데 요즘에는 그런 걸 인정해주지 않는 그런 세계죠. 그런 차이가 있는 거 같습니다.







 



*연수봇은 10여년 전 학원에서 4개월 간 일본어를 배운 뒤 지금까지 독학을 했습니다. 그 정도 수준이니 마음에 안 드시더라도 눈 감아주세요. (...)

저 같은 건 작가님 문체 감히 흉내 못냅니다. 일어 번역 전 한국어 원문이 보고 싶네요. 흑흑



 저자의 말


 그때 저는 서울 도내고속도로에 있는 내부순환선에서 운전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대학교에서 소설 창작 강좌를 끝내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었죠. 캠퍼스를 벗어날 때 쯤에는 뭔가 단 것이 먹고 싶을 정도로 지쳐 있었습니다. 하지만 차 안에는 먹을 만한 게 없어서 아이팟을 연결해 음악을 듣기로 했습니다. 음악은 끊임없이 차례차례 흘러 나왔습니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진 내부순환로에 차가 점점 밀려들기 시작했습니다. 더 붐비기 전에 내부순환로를 벗어나 다른 길로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Birthday Resistance] 라는 곡이 흘러나왔습니다. 마에다 카츠히코 씨의 1인 밴드, World's End Girlfriend의 곡으로, 일본어 제목은 [생일 저항일] 입니다.

 그 곡을 들으니 문득 어떤 소년이 하늘에 멈춰 있는 수많은 눈송이를 바라보며 손을 뻗고 있는 광경이 떠올랐습니다. 마에다 씨가 어떤 이유로 [생일 저항일]이라는 제목을 붙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느낀 건 그런 이미지였습니다. 소년은 자신이 꿈을 꾸는 거라고 생각하겠죠. 그래서 그걸 확인해보려고 손을 뻗고 있는 겁니다. 하늘에 멈춰 있는 눈을 만진 순간, 소년은 '차갑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눈은 금세 녹아버리고 맙니다. 꿈은 아니었던 거죠. 그런 상상을 하는 사이 어느새 곡이 끝나버렸습니다. 그래서 한 번 더 들어봤습니다. 어차피 붐비는 자동차 무리들을 위해 집에 빨리 돌아가기는 힘들어졌으니. 여전히 하늘에 떠 있는 눈에 손을 뻗고 있는 소년이 나타났습니다. 다시 들어봤습니다. 똑같습니다. 큰일이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서 집에 돌아가 이걸 소설로 써야하는데...  사고라도 나면 어쩌지....

 괴로웠던 저는 무사히 집에 돌아와 이렇게 여러분에게 소설을 보여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작품의 배경은 1980년대 한국이지만 소설 속에서 흐르는 시간도 과거와 현재를 왔다갔다 하니, 꼭 그 시기의 한국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사랑에 빠지는 순간, 우리는 불완전한 존재가 된다는 것이고  그건 어떤 시대, 어떤 곳에 사는 사람이든 피할 수 없다는 겁니다. 자신이 불완전한 사람이라고 인정하는 건 매우 소중한 일입니다. 그건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이해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되겠죠. 그런 걸 이야기하고 싶어서 쓴 소설이, 한 곡의 일본 음악에서 시작된 소설이, 이렇게 일본에서 출판된 것이 신기합니다. 지금 다음 작품을 쓰기 위해 나가사키에 있는데요, 마에다 씨가 고토열도 (*나가사키현에 있는 군도) 출신인 것을 알게 되니 더 신기한 기분이 듭니다. 이 신기한 기분을 계속 소중히 여기고 싶습니다.


2016년 3월, 나가사키에서

김연수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를 추려서 올려봅니다.



(...) 


글을 쓰겠다고 생각할 때, 글쓰기의 고통에 대해 굉장히 많이 말씀들 하시잖아요. 머리를 쥐어짠다거나 벽에 막...(웃음) 샤워기 틀어놓고 막 울고...저도 그런 거 몇 번 해봤어요. 저는 막 걸어다니는 걸로...걸어다니면서 막 머리를 때려요. 너무 바보 같아서. 생각이 안나요. 그러면 막 멍청한 놈아...왜 모르지...왜 다음 이야기를 모르지..이러면서. 이런 식으로 글쓰기의 고통에 대해서 많이들 얘기하는데 근본적으로는 그 고통으로는 글을 쓸 수 없어요. 일시적으로 정말 고통으로...마감이 막 임박해있고, 이걸 안 하면 큰 문제가 생길 때...사실은 마감 안 해도 큰 문제가 안 생겨요. 제가 해봤는데요.  마감 펑크 내봤어요. 연재소설도. 큰 문제가 안 생겨요. 뭐 나라에 정변이 일어난다거나...아무 문제도 없어요. 더군다나 지면 칼럼 같은 것도 펑크내봤는데 문제 없어요. 그런데 그때는 문제가 생길까봐 머리를 쥐어짜서 하는 거죠. 그런데 근본적으로는 그 고통으로는 글쓰기가 될 수 없구요. 긍정 속에서, 즐거움 속에서만이 글쓰기가 가능해요. 근데 이게 제가 말씀을 이렇게 드린다고 해서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가 않잖아요. 즐거움을 찾을 수가 없는 거죠. 고통뿐인 거죠. 그래서 제가 소설가의 일을 썼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책에...

그래서 우리가 왜 글쓰기하면 고통을 먼저 떠올리나...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잘 이해가 안돼서 그 책을 쓴 것도 있어요. 제가 20년 동안 글을 써온 바에 따르면 글을 쓰는 과정이 굉장히 힘든 과정이에요. 고통스럽지는 않지만 힘든 과정...아주 긴 과정...예를 들어서 내 소설을 다 써서 발표한다고 치면, 소설가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많은 시간을 거기에 쏟을 거에요. 1년도 걸리고, 2년도 걸리고. 우리가 아는 유명한 소설 마담 보바리 이런 것들은 몇 년이 걸리고...전쟁과 평화는 몇 십 년도 걸리고요. 생각만 하는 게 아니고 글 쓰는 시간이 그 정도 걸리는 거에요. 쓰고 고치고...쓰고 고치고...하는 게. 그래서 이제 마지막 순간에 최종적인 버전의 소설이 나오는 거죠. 그런데 우리가 글을 쓰려고 책상에 앉을 때, 뭘 쓰려고 하면 마지막에 그 출판돼서 나오는 텍스트를 쓰려고 해요. 소설이면, 소설의 첫 문장을 쓰려고 해요. 출판이 될 소설의. 그건 아무도 못 쓰는 거에요. 우리는 뭘 쓸 수 있느냐면, 내가 쓸 소설의 어떤 나의 생각에 대한, 어떤 내가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만 쓸 수 있어요. 그건 출판할 수 없는 것들이죠. 제가 책에서는 계속 토고라고 얘기했는데. 실제로는 최종적인 텍스트가 아니라 그 전의 전의 전 단계의 글들을 쓸 수 있어요. 그건 불만족스러운 것들이죠. 속성이 그래요. 만족할 수 없는 것들이에요. 우리는 이제 그걸 쓰게 되는데. 앉으면 최종적인 단계의 글을 쓰려고 하기 때문에 그게 너무 고통스러운 거에요. 너무 힘든 거에요. 마라톤 대회에 지금 당장 출전해서 이봉주처럼 뛰어야 되는 거에요. 중간 정도가면...아니 중간이 뭐야 5km 정도 가면 이봉주는 우리 두 배의 속도로 뛰거든요. 100m를 18초의 속도로 뛰어요. 100m야 따라잡겠지만 200m쯤 되면 못 따라잡죠. 그러니까 포기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이봉주는 우리처럼 가만히 있다가 대회에 참가한 게 아니거든요.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연습을 계속 한 뒤에 최종적인 결과로 대회에 나와 뛰는 거죠. 그러니까 우리가 이런 과정을 생략하고 최종적인 텍스트를 얻으려고 하기 때문에 고통이 진행될 수밖에 없어요. 첫 문장에.  그 고통은 여러분에게 무엇을 얘기하느냐면...쓰지 말라고 얘기해요. 쓰지 말라고. 너는 원래 글을 잘 쓸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어... 화면이....저는 예전에는 아래 한글을 쓰고 요즘에는 맥을 쓰는데...아래 한글 커서가 대화를 시도해요. 니가 왜 이런 일을 하고 있지? 물어요..(웃음) 뭔가 써보려고 썼다가 두두두 지우죠...두두두 썼다가...백스페이스 두두두두...독자로 사는 것도 굉장히 좋은 거에요. 굳이 글을 잘 쓸 필요가 없잖아요. 두두두... 그걸 몇 번 반복하게 되면 글을 못 써요. 자기 자신에게 부정적인 말을 계속 하기 때문에. 격려를 받지 못하는 일을 하기는 굉장히 어려워요. 정말 인내심이 강하면 수십번씩 할 수 있겠지만...결국에는 지금은 할 수 없게 돼요. 못하게 돼요. 저는 글을 쓰는 게...잘 쓰는 게 굉장히 중요한 자질이고 재능인데...자기에게 조금 더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자질이에요. 오늘은 이 정도지만...내일은 좀 더 잘 쓰게 될 것이다, 라는 걸 자기 스스로에게 보여주는 게 굉장히 중요해요.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조금 더 인내심을 가지고 쓰다가..그런 걸 확인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게 안된다고 치자면 자기 스스로 그 사실을 조금씩 조금씩 따라가야하는 거죠. 그러자면 한 번에 다 쓰려고 하는 그런 욕망을 버리라는 거죠. 쉽게 목표에 가닿으려고 하는 욕망도 버리시라고..그게 첫번째 사실이에요. 조금 더 나아지는 세계에서 오랫동안 머물러 계셔야 해요. 그게 이제 올바른 길이에요. 샛길이 없어요. 그래서 제가 처음 말씀드렸다시피 비법을 말해드릴 수가 없어요.비법이라는 건 굉장히 오랜 시간 자기에게 격려하면서 갖는...과정이라는 걸 빨리 알아채는 게 비법이 되겠죠. 저는 늦게 알아차렸어요.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던 2010년 작가와의 만남 자료입니다. 관리자가 작가님을 처음 만났던 날이기도 하네요.

진행 : 김소연 시인
 
김소연 : 일산에 사신지 굉장히 오래 됐죠.
 
김연수 : 95년도부터였던 거 같네요.
 
김소연 : 여기서 싱글 생활 하시고 결혼도 하시고 계속 일산에 계시는데 재작년인가 이 자리에 오셔서 일산에 있는 호수공원을 배경으로 한 단편소설을 읽어주신 적이 있습니다. 일산을 꽤 즐기고 계신다고 저는 생각하는데 어디가 정이 가는지, 일산에서의 동선을 말씀해 주세요.
 
김연수 : 아람누리도서관도 자주 와요. 책만 빌려서 얼른 갑니다. 그런데 요며칠 못 왔어요. 사진이 걸려 있어서. 아람누리에서 절 알아보고 인사하는 분은 없을텐데 그냥 제 맘에 누가 알아볼까봐...(일동 웃음)보통 아람누리에 오려면 두 가지 길이 있는데 하나는 이렇게 돌아서 오는 길이고 하나는 언덕을 넘오는 길이에요. 주로 제가 찾는 길은 언덕을 넘어서 오는 길이에요. 제가 사는 곳은 그냥 아파트인데 마당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제가 사는 옆 동네에 마당이 있는 집이 많은데 그걸 부러워하면서 돈을 얼마나 모으면 저런 집을 살 수 있을까 생각해 봤더니 한...150만부인가...도무지 계산이 안 나오는 거에요.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구나..생각하고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생각을 바꾸게 됐어요. 정발산역을 넘어오는 길을 내 마당이라고 생각하자고. 나무도 있고 잔디도 누가 다 깎아 놓았고..참 좋구나 했어요. 일들을 잘 해놨구나. 사람들이 지나가면 내 일하는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구나. (일동 웃음) 그렇게 앉아 있다가 아, 이제 내 서재에 가야지 하면서 긴 정원을 지나서 아람누리에 오는 거죠. 이건 내 도서관인데 제가 사회에 환원하는 의미로 다른 사람들한테 개방을 했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이 와서 책을 읽는 모습을 보면서 흐뭇해하기도 하고. 내가 빌리려고 했던 책을 누가 빌려가면 막 화도 내고..내 책을 빌려가다니 하면서. 이렇게 많이 즐기는 편이에요. 일산에서 살면서 이렇게...뭐랄까 아주아주아주 사치스럽게 살고 있는 편이죠. 재벌도 저처럼 살 수 있을 것 같진 않아요. 이렇게 사치스럽게 살고 있어서 만족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일산 살다가 2002년에 OO도서관 앞으로 이사를 갔어요. 도서관 앞에 사는 게 얼마나 행운인가를 그때 처음 알았어요. 요즘에는 찍어 놓은 나무들이 몇 그루 있는데...제 작업실이 라페스타 쪽에 있어요. 라페스타 쪽에 가면 벚나무가 있는데 그놈의 나무를 2월부터 붙잡고 계속 꽃은 언제 피울거냐고 하면서 붙잡고 있었어요. 그 나무가 4월 12일에 꽃을 피웠어요. 그래서 그때 아주 기뻐했구요. 오늘 봤더니 꽃이 떨어지고 있더군요. 그래서 슬퍼하는 중입니다.
(*4월 12일은 작가의 생일)
 
김소연 : 호수공원에서 산책도 하시고 일산에서 즐기면서...저는 오다 가다 마주친 적이 없는데 마주쳤다고 하는 사람들을 자주 봤어요. 자전거도 타고 다니시고 많이 걸어다신다고 하더라구요. 아마 차를 안 타고 다니셔서 그렇게 만날 수 있는 것 같네요. 그리고 이렇게 보면 김연수 소설가께서 20대 청년처럼 보이죠? (일동 웃음) 그런데 사실 저는 20대 청년일 때 김연수 소설가를 처음 뵈었는데 그때랑 거의 변함없이 똑같은 모습이에요. 그런데 어느덧 우리가 나이가 들긴 들었구나 하는 게 자식들 이야기를 할 때인데요. 지금 딸이..초등학교?
 
김연수 : 4학년입니다.
 
김소연 : 입학한다고 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4학년이네요. 어떻게 학교 생활은 잘 하고 있나요?
 
김연수 : 소녀를 키운다는 건 놀라운 경험 같아요. 개를 키우는 것과는 다르잖아요. (일동 웃음) 되게 미묘하고 예쁘고 또 토라지고 여러가지 감정이 오락가락하는 걸 보고 있는데 보고 있으면 참 재밌어요. 학교 생활은 잘하고 있는 듯 합니다. 자세히 몰라요. (웃음) 며칠 전에 노래방을 갔어요. 딸이 태어나고 처음으로. 역시 뒤에서부터 찾더라구요. 그래서 최근에 나온 모든 노래를 다 부르더라구요. 약간 감동 받았어요. 덕분에 저도 왠만한 노래는 따라 부르게 됐어요. 노래는 잘 부르더라구요.
 
김소연 : 어느 인터뷰에서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딸이라고 하셨죠. 유난히 소문이 많이 나있어요. 딸 사랑 아버지라고.
 
김연수 : 딸을 사랑하지 않는 아버지가 있나요? 생각해보니...(일동 웃음)
 
 


 
*낭독 시간*
 
김소연 : 원더보이는 작품을 낭독해주실텐데 어떤 작품인지?
 
김연수 : 간단히 얘기하자면 어떤 열 여덟 살 소년이 교통사고를 당해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초능력이 생겼어요. 그래서 그 초능력을 둘러싸고 여러가지 일들이 일어나게 되는데 그 와중에 소년이 어떤 연상의 여인을 사랑하게 돼요. 그 연상의 여자를 사랑하게 되는 순간부터 그 여자의 마음이 읽히지가 않는 거에요. 그래서 점점 초능력을 잃어가는 거죠. 저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마음을 읽을 수 없어 점점 평범한 소년이 되어가는 그런...슬픈 이야기입니다.
 
*낭독 마침*
 
김소연 : 읽으신 부분의 소설에 대해서 조금 설명을 부탁드릴게요.
 
김연수 : 워낙 긴 장편이라서....일단 아까 말씀드렸던 줄거리가 주된 내용이구요. 이건 숨겨진 이야기로...원더보이라고 별명이 붙은 초능력 소년의 엄마는 예전에 죽은 걸로 돼있어요. 아빠도 먼저 죽고 이 애가 이제 천애고아가 되는데 아빠가 남겨둔 비망록을 보고 엄마의 정체(?)를 알게 되는 장면이에요. 엄마와 아빠가 한 일이 뭐냐면 철생의 다리에 가락지를 붙이는 일이었어요. 예전에 이 무렵이 가락지를 많이 붙일 때인데 그걸 어디선가 듣고 그에 대한 정보를 막 뒤져서 찾는 이야기이에요. 이 부분은 제가 어디서 힌트를 얻었느냐면 원병오 박사라고 있어요. 새(조류)박사인데 아버지는 북한에 계시고 원병오 박사는 남한에 와서 새 박사가 됐어요. 원병오 박사가 북방쇠찌르레기를 연구하는데 그 새가 북한에서 잡혔어요. 원병오 박사의 아버지가 그 새의 가락지를 보고...조류학자들은 그 새가 어디서 왔는지 보고할 의무가 있거든요. 등록된 단체에 어디서 발견했는지를 보고하는데 거기 자기 아들이 이름이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란 거죠. 너무 놀라서 확인을 했더니 정말 자기 아들인 거에요. 이런 실화가 있어요.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아무리 우연이라도 그런 일이 있기는 정말 어려운데...그게 너무 감동적이어서...이 북방쇠찌르레기 보고 싶어요. 한 번 만나고 싶네요. 북방쇠찌르레기. 어떻게 생겼는지 사진은 봤는데....만나면 사인이라도 받고 싶어요. (일동 웃음) 굉장히 감동적인 동물이라서 아, 얘를 써야 되겠다 했어요. 이 원더보이 같은 경우는 84년에 열 네살이 되는...이게 제 이야기는 아니고 어떤 사람 이야기를 쓰려다가 이렇게 됐어요. 태어난 날을 정해야 하는데 다른 걸로 정하면 힘드니까 그냥 제 생일로 했어요. 제가 원더보이라는 건 아니고 편해서 제 생일로 정한 거에요. 처음에 들려드리는 이야기의 사건 사고가 제 생일 무렵에 일어났던 사건 사고에요. 비틀즈가 해산하고, 아폴로 13호가 올라가고...뭐 이런 것들이구요. 그래서 그때를 생일로 정하고 북방쇠찌르레기 이야기를 써야하니 언제 이걸 포획하는지 알아봐야 했죠. 알아보니 6월 쯤에 새끼를 포획하더라구요. 그리고 그 새가 버찌를 먹는 다는 걸 알게 됐어요. 새끼에게 버찌를 먹이고 새끼가 그걸 먹을 수 있는지 확인이 되면 어미가 다시 날아간대요. 그걸 보고 제가 무릎을 탁 치면서 생각한 게, 저는 단순히 벚꽃이 필 무렵에 태어나서 그냥 편하게 원더보이의 생일로 정했더니 어쨌든 벚꽃이라는 게 매개가 돼서 원더보이의 생일과 벚꽃과 북방쇠찌르레기와 엄마까지 이어지는 고리를 알아낸 거죠. 그래서 아주 신기하게 생각하는 경우에요. 소설을 쓰다 보면 이런 신기한 일들이 자주 일어나거든요. 정말 신기한데. 마치 그럴 거 같다고 생각하고 있으면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나는 걸 확인하곤 하는데, 이 경우도 그런 경우죠.
 
김소연 : 데뷔하신지 17년 되셨죠? 쓰신 책도 되게 많아요. 에피소드로 여기저기 많이 얘기하셨지만 처음에 시인으로 데뷔하셨어요. 소설가로도 다시 데뷔하시고 책도 많이 내시고 상도 많이 받으셨는데, 처음 소설을 쓰시게 됐을 때부터...항상 평탄하고 행복하지만은 않으셨죠? 방황도 하셨을테고...혹시 좌절했던 때라던가 고민하셨을 때...그런 기억이 있으면 들려주세요.
 
김연수 : 제가 스무 살 때 열심히 소설을 썼는데요. 시도 쓰고 소설도 쓰고. 그때 많이 썼어요. 스무 살 때 한 모든 일들은 제대로 된 일이 하나도 없었던 같아요. 그 이유는 뭐 돈도 그렇고 실력이 없었던 거 같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급했던 거 같아요. 결과를 빨리 알고 싶다하면서...서른 전까지 빨리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서른 전까지 아니다 싶으면 다른 일을 찾아보겠다, 이런 생각을 했는데 그렇게 조급하니까 되는 일도 없죠. 소설 같은 건 쓰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일단 취직을 해서 열심히 살자고 생각해서 회사 생활을 열심히 했어요. 그때 돈도 많이 벌었구요. 회사 다니면서 받는 돈이 제일 좋더라구요. 회사 다니기 어렵다고 막 울고 그러기도 하잖아요. 어렵긴 해요. 출근하는 게 너무 어렵더라구요. 출근만 어떻게 하면...진짜 회사에 데려다놓기만 하면 어떻게든 살겠는데, 출근하기 너무 힘들어서 출근만 하면 핑핑 놀았죠. 출근까지 했는데 뭘 더 바라냐면서...일단 출근하고 나면 일을 거의 안 하죠. 출근 했으니까. 회사 다니기 힘들다는 사람 볼 때마다 고개를 끄덕끄덕하면서도...그렇게 힘들까? 생각했어요. 왜냐면 오후에 졸면서 간식 먹고 계속 놀고, 놀다보면 월급날이 와서 월급을 주는데 받을 때마다 깜짝깜짝 놀랐어요. 받아도 되는 돈인지...그때 회사 다니면서 잘 지냈어요. 잘 지내긴 하는데 약간의 어떤...그게 있어요. 살아온 일에 대한 후회가. 안 해본 일에 대해서 후회가 들더라구요. 소설을 그렇게 열심히 써봤나..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쓰긴 열심히 썼는데, 10년은 써봤냐하면 10년 동안은 안 썼거든요. 10년 동안 써보지도 않고 안 된다고 생각했던 거니까 그렇게 쓰지 않은 것에 후회가 들더라구요. 일단 다시 쓰고 되는지 안 되는지 확인을 하고 회사를 마음 편하게 다니자, 그런 생각이 들어서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써보자 하고 소설을 썼어요. 그게 참 절박한 심정이었어요. 이걸 써서 많이 팔아보겠다는 게 아니고 내가 소설을 쓸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닌 사람인지 확인하는 차원에서 한 글쓰기였거든요. 회사를 다니면서 소설을 쓰는데 시간이 나나요. 일단 술자리가 많아서 쓸 수가 없어요. 잡지사에 다녔는데 잡지사 사람들은 출근하면 해장국 먹고, 저녁에 또 술 먹거든요. 그게 반복되고. 그러니까 출근하기가 힘든 거죠. 술을 먹으면 소설을 쓸 수 없으니까, 어느 날 선배들한테 진지하게 얘기를 했어요. 선배님들 제가 몸이 좀 안 좋아서 술을 먹을 수 없게 됐습니다라고. 선배들 사이에서 이런저런 추측들이 난무했죠. 뜻밖에도 굉장히 많이 도와주셨어요. 빨리 가라면서...그럼 빨리 가서 잠을 자고 10시부터 쓰기 시작하는 거에요. 내가 소설가가 될 수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차원에서 계속 글을 쓰다보니까 아주 이상한 일이 일어났는데요...그게 별로 중요하지 않은 거더라구요. 3분의 2쯤 쓰니까 내가 소설을 쓸 수 있는 사람인지 없는 사람인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때가 오더라구요.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것은 쓰는 게 좋다라는 것이었어요. 쓰지 않으면 별로 재미가 없어요. 쓰니까 재미가 있어요. 내가 잘 쓰든 못 쓰든. 그래서 그게 되게 놀라웠어요. 아, 재능이나 그런 건 상관이 없구나. 누가 얘기해주는 것도 아니구요. 넌 계속 소설을 써라 이렇게. 내가 그걸 뭐 확인 받는 것도 아니고. 쓰는 게 좋아지는구나. 그걸 알게 된 거죠. 그래서 그 소설을 쓰고나서부터 글 쓰는 걸 되게 좋아하게 됐어요. 저는 뭐 성실한 작가라는 말 듣는 게 되게 싫어요. 성실한 작갈라는 건 쓰기 싫어도 막 앉아서 각고의 노력으로 쓰는, 그런 작가 같잖아요. 성실한 작가는 되기 싫은데. 일의 양은 많은 거 같아요. 쓰기는 많이 써요. 그 이유가 대개는 제가 쓰는 거 빼고는 별로 재미있는 일이 없어서 계속 쓰는 건데...그걸 그때 처음 확인하게 된 거죠. 제가 절망하고 좌절하고 이제 소설 같은 건 안 쓸거다라고 생각했을 때는 제가 글을 쓰는 것의 의미 같은 걸 잘 몰랐던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이 글을 쓰는데는 왜 글을 쓰는가에 대한 이유가 있잖아요. 그런데 아마 저는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보여주고 그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그건 되독이면 좋은 이야기여야 했어요. 누가 나쁜 이야기를 하면 견디지를 못했어요. 그거 때문에 글을 썼던 거 같아요. 그때 저는 절망스러웠구요. 그러다가 글을 쓰는 건 그런 게 아니구나라고 느끼고 난 뒤부터는 절망스러웠던 적은 거의 없었던 거 같아요. 물론 그게 '넌 잘 됐으니까.' 이렇게 말하실 것도 같은데 그건 아니에요. 절망이라는 건 쓸 수 없게 되는 상태를 말하는 거에요. 어떻게 하면 사람이 쓸 수 없게 되는가에 대해 생각하면...그런 외적인 부분들이...아, 말이 좀 길어졌네요. 아무튼 그런 시절이 있었어요. 그때 저보고 빨리 집에 가라고 했던 선배들이 왜 그랬는지 알고 보니 제가 그때 결혼한지 3년이 됐는데 아이가 계속 안 생겼어요. 아이를 낳으려고 심각하게 고민도 하고 선배들이랑 상의한 적도 있어요. 조금 있으면 내가 병원에도 가봐야할 것 같고...그런 이야기를 술자리에서 한 적이 있어요. 그래서 선배들이 자기들 때문에 이 집에 애가 안 생길 수도 있겠구나 하고 저더러ㅏ 맨날 집에 빨리 가라고 그랬던 거에요. 그러다가 결국 그 뒤에 아이가 생겼어요. 그때 선배들이 되게 좋아하면서 그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내가 한약을 먹고 있는 줄 알았다고...아이 때문에 그렇게 술자리에 안 오는 알았다고. 제 딸...열무인데요. 걔가 나오기 전부터 계속 소설 쓰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었죠.






 
김소연 : 쓴다는 것 자체가 즐거워진 순간이 오신 거죠.
 
김연수 : 소설을 쓰는 시간이 가장 좋은 시간이에요. 소설가에게 제일 좋은 시간은 소설을 쓰는 시간인 것 같아요. 남의 책을 읽을 때도 좋고, 이렇게 만남을 갖는 것도 좋지만 그에 비교가 안될 정도로 소설 쓰는 시간이 좋아요. 그래서 가능하면 소설을 쓰려고...아, 자꾸 이런 이야기를 하니까 성실한 작가 소리를 듣는 거 같네요. (소설 쓰는 게) 이렇게 되게 좋은 이유가 뭐냐면 이리저리 궁리를 하고 문장을 가꿔가고 하는 것들이 혼자서 하는 일인데, 그게 나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물론 저도 소설에게 도움을 주겠죠. 좋은 소설을 쓰기 위해 이렇게 생각해보고 저렇게 생각해보고 하면서. 소설을 쓰면서도 소설을 쓰는 행위 자체가 저에게 큰 고통을 준다는 생각도 해요. 그래서 저는 여러 차례 그런 이야기를 했는데 소설을 쓰다가 약간 조금씩 바뀌는 경우가 있어요. 그 경험 자체가 어느 정도 지금의 나를 만들어뒀기 때문에....아무튼 행복한 거죠.
 
김소연 : 원더보이 같은 작품은...완성된 작품인가요?
 
김연수 : 쓰고 있는 작품이에요. 원더보이 같은 경우는 가을 쯤에 출간할 생각입니다. 제가 2007년부터 어떻게 하다보니 9월 달에 책을 냈어요. 해마다 같은 달에 책을 내니까 9월이 되면 제 생각을 하는 분이 계시더라구요. 저도 9월이 되면 뭔가 내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한 10년 정도는 계속 9월에 책을 내볼까 생각 중이에요. 그 파블로프의 개라고 있죠. (일동 웃음) 독자들이나 저나 마찬가지로...내지 않을 수 없게, 그렇게 할 생각이에요.
 
김소연 : 글 쓰시는 순간 말고, 다른 재미거리 좀 소개해주세요.
 
김연수 : 주로 음악을 많이 들어요. 음악은 제가 좋아하는 가수의 신곡 위주로. 그리고  달리기도 하고. 날이 좋으면 호수공원에 가서 앉아 있는 걸 되게 좋아해요. 사실 그게 되게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소설가가 늘 소설을 쓰면서 지낼 수 있는 게 굉장한 행운인데. 제가 회사 생활도 해봤지만...회사 다니면서 할 수 없는 것들을 할 수 있어요. 예를 들면 낮에 호수공원에 가서 앉아 있는 것 같은 거죠. 이건 하고 있으면 무진장 좋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해요. 그래서 이런 일들은 블로그에 잘 안 올려요.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무슨...평일 낮에 호수공원에서 낮잠도 자는데. 제 의자가 있어요. 들고 다니는 의자인데 펼치면 낚시 의자보다 더 좋은 의자에요. 각도가 이렇게 뒤로 넘어가서...휴대용 라디오와 함께 나가서 책을 보는 거죠. 아까 말씀 드린대로 거대한 저의 정원이라고 생각하고. 뒤로 일하는 사람들 지나가고. 책을 보러 갔는데 몇 분 안 있다가 잠을 자요. 자기 너무 좋아서요. 그리고 절기 같은 걸 좋아해요. 입춘, 우수..같은 것들. 보름 단위로 돌아오는데 그때마다 찾아보곤 해요. 이맘 때 뭘 하는지..예를 들면 보리 밟기를 한다거나, 씨 뿌리는 날도 있고. 그때를 즐기는 거죠. 남 모를 즐거움이에요. 지금은 좀 덜한데 예전에 한창 '에이, 모르겠다. 소설이나 열심히 쓰겠다.' 하던 시절에...후배들이 와서 얘기 하면 저도 가슴이 답답할 때가 있었어요. 정말 답답해요. 소설을 쓴다는 게. 보통 2개월 정도까지만 생계비가 있는 거고, 2개월 뒤에는 어찌될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경우에 답답한데. 그때는 소설가가 낮에 호수공원에 가서 잠을 잘 수 있는 존재라는 걸 몰랐어요. 그때도 저는 갈 수 있는 존재였는데 못 갔던 거죠. 마음의 여유가 없으니까. 결국 우리가 어디를 보느냐가 문제인 것 같아요.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을 놓치지 않는 게 가장 잘 사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작가의 신작이 나오면 득달같이 가서 사서 읽으려고 해요. 좋아하는 어떤 가수의 신보가 나오면 나오자마자 사서 미친듯이 듣는 거에요. 하루종일. 그렇게 해서 제가 제 인생 자체를 기억하고 싶은 욕망이 있어요. 2010년 봄에 내가 뭘 했지하면 2010년 봄에 나는 원더보이라는 위대한 소설을 쓰고 있었지...(웃음) 하면서, 라페스타 앞에 벚나무를 조르고 있었지...이런 식으로 기억을 하고 싶은 욕망.. 그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일로 기억하는 것...
 
*낭독 시간*
 
김소연 : 이번 작품도 여전히 쓰고 계신 장편의 일부분인데요. 바다쪽으로 세걸음이라는 작품인데, 이 작품에 대해서도 조금만 설명을.
 
김연수: 굉장히 긴 작품이라 줄거리 요약하기가 힘드네요. 간단히 말씀 드리면 임진왜란 때 일본에 포로로 끌려간 형제의 일생을 그린 작품이에요. 형은 일본에 가서 신부, 사제가 됐구요, 동생은 상인이 되어서...둘의 욕망은 똑같이 서울로 돌아가는 건데, 형은 종교적인 자신의 방식으로 돌아가려고 하고 동생은 자기가 돈을 많이 벌어 돌아가서 복수를 하려는...그런 이야기에요. 지금 제가 쓴 것들은 창작과 비평이라는 잡지에 연재했는데 소년 시절의 일들이에요. 임진왜란 전 이야기들. 지금 읽어드릴 부분은 형제의 아버지가 역적 모의에 가담했다고 모함을 당해서 역적으로 몰려 죽습니다. 죽고 나서 형제들까지 죽이려고 하니 도망을 치다가...서울 필동 근처에 집이 있고 동대문 바깥으로 도망을 치고 있는 거에요. 동대문을 나와, 제기동, 안암동쪽으로 도망 치는데 산이 하나 나와요. 산 이름이 동망봉인데 단종 임금이 세조에게 핍박을 받고...(마이크가 안 들려서 교체) 세조가 영월로 귀향을 보내는데...단종은 열 다섯, 왕후는 열 여덟. 둘이 영영 이별할 줄 모르고 헤어지게 돼요. 왕후는 동망봉에서 아침마다 남편이 있는 곳을 바라보고. 결국 단종이 세조에게 사약을 받잖아요. 그 슬픔을 견딜 수가 없는 거에요. 국사 시간에 나오는 이야기지만...아무튼 그런 이야기가 있는데 형제들이 그 동망봉을 보고 자기들의 심정을 빗대어 이야기하는 그런 장면이에요.






 
*낭독 마침*
 


 
김소연 : 이 작품은 언제 완성이 되나요.
 
김연수 : 이야기가 굉장히 길어요. 동생이 39세가 되었을 때 회상하는 이야기인데. 창비에 연재한 건 4분의 1정도 썼어요. 올해는 안될 것 같고 내년에 나머지를 써야 끝날 거 같아요.
 
김소연 : 혹시 이런 이야기를 써야겠다 생각했을 때 남달랐던 계획이라도 있으셨나요.
 
김연수 : 예전에 책을 보다가 이런 걸 써야겠다는 구절이 몇가지 있었어요. 꾿빠이, 이상을 썼을 때는 데드마스크? 뭐 이런 게 있었나? 하면서 쓰게 됐고...밤을 노래한다 때는 민생단 이야기를 보고 이런 일도 있었구나...하면서. 소설이 될 줄 몰랐는데 소설이 된 경우네요. 꾿빠이, 이상 같은 경우는 쉽진 않았지만 6개월 정도 제가 책을 찾아 읽었는데 거의 다 읽었어요. 이상에 관한 책들을. 그렇게 많지가 않아서...우리가 아는 것들은 나온 거에서 다시 쓴 글들이에요 그래서 6개월 정도 읽으니 더이상 읽을 게 없어서...이걸 쓰면 재밌겠구나...했는데. 민생단 사건 쪽을 가니까 읽을 수가 없더라구요. 모든 자료를. 그래서 민생단 사건은 쓰고 나서 약간 좌절을 했어요. 저는 소설가가 자신이 쓰는 글의 시대나 배경을 전부 다 알고 있어야 한다는 주의라서...다 읽어봤어야 하는데 너무 많아서 읽을 수가 없는 거에요. 평생을 읽어도 못 읽을 것 같더라구요. 참 힘든 일이구나 생각했어요. 이 소설은 구한말 시대를 다룬 책에서 각주를 보고 아, 이런 경우가 있었구나 하고 쓰게 된 거에요. 일본에 끌려간 포로들의 사연을 그때 알게 된 거죠. 재밌구나 생각했어요. 제가 왜 그런 거에 대해 재밌어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끌려간 사람들 이야기가 재밌더라구요. 자기는 살고 싶었는데 잘 살지 못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죠. 임진왜란 때 이야기고 중요 등장인물은 예수회의 신부고..이 사람들이 어린 시절에는 한국에서 살고 일본으로 갔다가 말레이시아 갔다가 마카오 갔다가 베이징 갔다가 그래요. 해외 올로케에요. 가면 갈 수록 일이 커지구나 생각했죠. 처음 써야겠다고 생각한 건 2000년 즈음이었는데 아직도 언제 다 쓸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에요. 그런데 계속 걸리는 부분이 있어요. 이 소설에 대해서. 주인공들에게 굉장히 마음이 걸려요. 어느 정도냐면 앞으로 쓸 내용을 상상하는데 그들이 겪을 일을 생각만 해도 가슴이 쓰라릴 정도에요. 이건 900매 정도 썼는데...창비에서 처음 연재할 때 굉장히 코믹하게 쓰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가볍게 쓰려고 노력했는데 그 이유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쓰라려서...이건 진지하게 쓰면 도저히 견딜 수가 없을 거 같고 이걸 좀 웃기게 만들어야지, 희극적으로 만들어야지 했는데...그래서 소원이 있다면 제가 원하는 대로 끝을 낼 수 있게 되는 게 제 희망인데요...
 
김소연 : 부분적으로 살짝 웃음이 나는 부분이 있었는데요...이 비극을 가볍게 만든 것도 굉장한 경공술 같네요. 멋있게 쓰셔서 몇 년 후쯤 우리가 읽을 수 있도록 해주세요. 역사라는 테마를 가지고 소설을 쓰시는데 어떤가요 이런 소설을 쓰실 때는....어떤 즐거움이 있는지 알려주세요.
 
김연수 : 밤은 노래한다는 역사 소설이긴 한데요. 약간 다른 류의 소설이에요. 실제로 이 소설을 쓰기 위해서 연변에 갔는데 거기서 얼마 있으면서 든 결론이 나는 이 일에 대해서 쓸 수 없다는 게 결론이었어요. 그럼 쓰지 말아야 하는데...쓰지 말아야 하는데 썼어요. 그 이유는 우리가 처한 어떤 상황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간략하게 말씀드리자면 예전에 쓰던 방식은 역사에 대해 해석을 써주는 거잖아요. 작가가 모든 걸 알고 작가의 입장도 있고...하지만 제가 처한 입장은 그렇게 교과서처럼 쓸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했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이렇게 긴 소설을 쓴다고 하면 대하소설을 쓰냐고 물어보는데요...진지한 작가는 대하소설을 쓸 수 없다고 생각해요. 대하소설은 언제 우리에게 감동을 주냐면 우리가 생각하는 세계가 단 하나라고 생각할 때에요. 제가 어렸을 때는 반공영화가 있었잖아요. 그런 게 대하소설에 가까운 거죠. 그런 일반적인 세계관을 보여주는 장엄함이 있어요. 지금은 세계가 아주 여러가지에요. 각자 세계가 다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고 뒤죽박죽이에요. 그렇다면 대하소설은 있을 수 없다...다른 게 있을 것이다. 그 중에 하나가 밤은 노래한다가 된다고 생각하구요.. 인간의 문제에 대해서 좀 생각해요. 간단히 말해서 제 고민은 어떤 사람들이 괴로운 상황에 처해있는데 왜 저렇게 죽지 못하고 끝까지 살아있는가...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에요. 그런 사람들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공산주의자들이에요..끝끝내 마음 안 바꾸고 가거든요. 쉽게 죽지도 않고 고통스러운 길을 걷는데. 그 사람들보다 더한 사람들이 박해 받았던 사람들이에요. 삶의 질문에 대한 답을 해주는 것 같아서 이 사람들에게 끌리는 거죠. 저도 가끔씩은 현대 배경으로 예를 들면 아람누리를 배경으로 사람들 얘기를 쓰고 싶은데요. 아직까지는 제가 가지고 있는 인간에 대한 의문이 풀리지 않아서 그런 것들에 훨씬 더 끌리는 거 같아요.
 
김소연 : 산문은 소설보다 좀 더 가볍고 노는 느낌이 있어요. 산문 쓰실 때 많이 까부는 느낌(웃음)이 있더라구요.
 
김연수 : 실은 제가 회사 다닐 때도 글쓰는 걸 했어요. 잡지사도 그렇고...그 영화 잡지에 같이 연재했던 친구(김중혁)랑도 인터넷 서점의 웹진을 했거든요. 그래서 그 친구랑 웹진 만들 때는 기사를 하루에 하나씩 썼어요. 일주일 다섯 개씩 쓰는 거죠. 20매짜리 10매짜리를..사실은 우리 쪽에 얘기하기를...우리는 하도 많이 써서 산문집에 낼 글을 꼽을 수가 없어요. 우리끼리는 알죠. 얼마나 많이 쓰는지. 그렇게 많이 쓰면 글의 질이 떨어질거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에요. 뭐, 지금은 잘 되지만 산문에 점점 에너지를 빼앗길 거야..하는데 사실 요즘은 적게 쓰는 편이에요. 예전에 비하면 아주 적게 쓰는 거에요. 그래서 산문을 쓸 때는 진지한 작가적 의식을 가지고 글을 써본 적은 거의 없는 거 같아요. 그 친구한테(김중혁)는 물어보지 않았지만..그 친구 얘기로는 뭐 글을 한 10분만에 쓴다던가...(일동 웃음) 저도 그렇게 진지하게는 쓰지 않아요. 뭐랄까..그냥 막 되게 웃겨요. 쓰다보면. 자체 검열도 하는데요. 연재할 때 물어봤어요. 검열 너무 하는 거 아니냐...근데 답장도 안 와요. (웃음) 소설보다는 훨씬 쉽게 막 쓰죠.
 
김소연 : 그래서 재미있는 느낌이 있어요. 소설의 깊이와는 비교 안되지만 훨씬 정답고 구경하는 재미도 있구요. 두 사람 잘 노네..하는 느낌도 들면서 (웃음) 일이라고 생각않고 글을 쓰는 구나..그런 느낌을 많이 받은 게 산문이었는데요. 번역 작업은 어떠신가요.
 
김연수 : 번역은 되게 힘들어요. 하고나면 뿌듯하긴 한데 되게 찝찝해요. 제가 번역하는 과정에서도 이게 맞는 건지 어떤지 마땅히 저한테 적당한 게 없어요. 그래서 찝찝한 게 좀 있구요. 누가 지적을 하면 할 말도 없고.. 참 그래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번역을 하는 건...번역하는 거 되게 좋거든요. 일단 번역은 상시적으로 하진 못해요. 제가 번역만 하고 싶었던 적이 있는데 그 이유는 생계를 위한 일 중에서 저한테 제일 맞더라구요. 제가 계획적으로 일을 하는 타입인데, 예를 들면 9시에 들어가서 6시에 나오는 타입이에요. 소설은 그게 안돼요. 나이가 들면 그렇게 할 수 있다고들 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소설은 9시에 들어가면 못 나와요. 며칠이고 나올 수 없어요. 돼야 나오는 거죠. 번역은 그날 분량을 다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어요. 시간은 남지만...매일매일 그렇게 일을 할 수가 있고 그게 저한테는 그게 소설 쓰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쾌감이기도 하니까...소설 같은 경우는 퍼즐에 가까워요. 제 소설 같은 경우도 사람들이 잘 모르겠대요. 한국어로 쓰여있는데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대요. 막 뭔 소리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고...번역 공부에 과제로 나가는 경우도 있는데 통,번역 하시는 학식이 뛰어나신 분들이 저한테 메일로 이게 무슨 의미냐고 물어보실 때도 있었어요.(웃음) 아, 내가 정말 문제가 많구나..라고 생각했는데...한국어로도 읽기 어려운 게 소설이니까 영어 소설은 더 많이 생각하게 돼요.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썼을까 하고. 굉장히 오래 생각해요. 그게 참 궁금하고 알고 싶어서 계속 하는데...그렇게 고민하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번역이에요. 나중에 알게 돼요. 아 이게 이래서 이렇게 쓴 거구나. 번역이 끝난 뒤에 알 때도 있어요. 아 그런 게 있었구나 하고...고등학교 때도 할 수 있잖아요 번역은..대학생 때도 할 수 있고...계속 할 수록 깊이가 생기는 게 그게 참 재밌어요. 어떨 때는 스도쿠하는 것 같구요..퍼즐 같아서 재밌어요.
 
김소연 : 제가 마지막 질문을 하나 드리고 싶은데요. 이거는 우리가 함께 생각해봤으면 하는 건데...요즘 세상이 복잡하고 어떤 가치를 기준으로 삼아 살아야 하는지 혼란스럽잖아요. 혹시 이런 세상에서 '난 이런 것은 결코 타협하지 않겠다' 하는 소신이나 기준이 있으신가요.
 
김연수 : 어제 PD수첩을 봤어요. 보니까 검사들, 스폰서..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검사들에게 돈을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죠. 하룻밤에 술을 마시는데 폭탄주 20잔씩 먹는대요. 열 사람이 마시면 200잔이잖아요. 폭탄주를 마시려면 양주가 필요하니까..대체 양주가 몇 병이나 필요한 건지. 저도 폭탄주 먹을 때가 가끔 있었는데 먹기 싫을 때 많잖아요. 그런데 그 사람들 중에도 한 두사람 빼고는 먹기 싫었을 거 아녜요. 그런데 먹어야 하는 거죠. 그 폭탄주 값을 내야 하니까..그래서 스폰서가 필요하고. 먹기 싫은 폭탄주를 먹으려고 그런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하니까 어이가 없더라구요. 어쨌든 제가 보니까 우리나라 사회에서 가장 쉽게 사는 방법은 돈하고 명예가 있는데 그걸 거부하면 간단하고 심플하게 살 수 있는 거 같아요. 우리나라에서 떵떵거리는 사람들은 돈을 가진 사람들이구 그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냐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돈의 노예일 거라고 생각해요. 돈이면 다 되는 줄 아는 거에요. 누구든 돈 얘기부터 하는 거에요. 저한테 누군가 돈을 준다면 저도 그 사람에게 뭔가를 주니까 그런 거겠죠. 일단 큰 돈이니까 받고 생각하자 하는 순간부터 자유가 없어지는 거 같아요. 노골적이지 않더라도 돈 때문에 일을 하는 게 싫어요. 제가 항상 생각하는 건 이게 재미있는 일인가 재미 없는 일인가 부터 생각하구요. 어떤 사람이 와서 20만부 정도 팔아줄테니까..라고 하면...20만부 팔아서 뭘 하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까 말했던 마당 딸린 집을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20만부가 아니라 200만부를 팔아주던가. (웃음) 그렇게 좋은 조건을 내거시는 분들은..예를 들면 외국에 번역해서 내주겠다 하는 분들은 대체로 식상한 글을 많이 부탁하세요. 별로 쓰기 싫은 거죠. 예를 들면 정조대왕이나 안중근에 대해서 써달라...되게 식상한 말이 나와서 하고 싶은 맘이 없는 거죠. 제가 보니까 일단 돈이 안되는 일은 다 재미있어요.(웃음) 그래서 여러가지 많은 일들을 했는데 제가 영화 출연도 했어요. (다들 웃음) 영화 출연도 하니까 되게 좋더라구요. 노개런티로. 노개런티라면 해볼만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왜냐면 돈 받아놓고 연기를 그따위로 하면 양심의 가책을 느낄 수 있잖아요. 돈도 안 받은데 어쩔거야 하면서 멋대로 한 기억이 있네요. 요즘도 뭐 하자는 사람들이 많은데 돈 없고 가난한 젊은이들이 같이 하자고 하면 거의 다 해요. 그런 게 재미있는 거 같아요. 제가 제일 화가 나는 부분은 돈으로 사람들을 판단하고 그 사람들이 돈에 굴복하리라 믿어의심치 않는 사람들이 있을 때는 화가 나요. 그래서 지금은 굉장히 안 좋다고 생각해요. 저는 88만원 세대라는 말도 싫어요. 어떻게 한 세대에 숫자를 붙이고..그 말뜻은 알겠으나 그런 식으로 돈으로 숫자로 얘기하려는 사람들이 되게 싫구요. 그런 식으로 먼저 숫자로 말하는 사람이 있으면 얘기 안하고 도망가요.
 
김소연 : 올해 혹시 여행 계획이나 출간 계획 있으신가요.
 
김연수 : 올해는 2010년이구요 제가 만40세가 되는 뜻깊은 해입니다.(웃음) 40 잔치를 해야하는데 잔치는 없구요. 여행은 아마 하지 않을 거 같아요. 바다쪽으로 세 걸음 때문에 나가사키에 가야하는데 올해 안에 갈 수 있을 것 같지는 않구요. 올해 아까 말했던 친구(김중혁)랑 잡담했던 것들이 책으로 나와요. 5월 달이나 월드컵 때...그 책이 나와요. 올해 책이 많이 나와요. 다른 책이 가을에 또 나와야 하구요. 나와야 하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뜻대로 되는 세상이 아니니까. 연말에 또 책이 나와야 하는데 그것도 어떻게 될지...
 
김소연 : 소설은 안 나오나요?
 
김연수 : 그건 비밀이에요. 비밀인데...제 마음도 제가 어떻게 할 지 몰라요. 그런 세상이 돼서...연말에 나오면...그렇게 4권의 책이 나오면..와우..엄청난 일이죠.
 
김소연 : 오늘 너무 깊은 이야기부터 즐거운 이야기까지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2015년 11월 25일 수요일 PM 7:30
레드빅 스페이스



김슬기 : 작가님께서 어제 막 일본에서 날아오셨습니다. 이유는 김중혁 선생님 시상식 때문에 오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오늘 여기 초대 받으신 분들 위해서 오셨다고 알고 있는데요, 일본에서 어떻게 지내셨는지 말씀해주세요.


김연수 : 다음에 쓰려고 하는 소설 배경이 나가사키여서 나가사키 외국어 대학교라고 작은 대학교가 있어요. 나가사키 동쪽 바닷가 옆쪽에 있는 대학인데 거기 기숙사에서 숙식하면서 학교에 나가서... 공식 명칭은 연구원입니다. 연구하는 것은 주로 창문 밖으로 보이는 항구의 풍경이랑, 그리고 매가 되게 많아요. 매가 대개는 하늘을 이렇게 돌아가는데  가끔 반대 방향으로 돌아갈 때가 있는데.. 이유가 뭔지 궁금해서... 그걸 이제 연구 중이에요.


김슬기 : 거기서 한국어 가르치신다던데


김연수 : 아무래도 제가 네이티브스피..스피커니까 가르칠 순 있는데 저의 한국어를 배웠다가는 한국에 와서 망신을 당할 거 같아서 안 가르치고 있어요.


김슬기 : 아쉽네요... 여기 저랑 작가님이랑 간단한 인연이나 친분에 대해 소개해달라고 돼있는데...제가 2013년에 소설집 사월의 솔, 칠월의 미... 사월의 미, 칠월의 솔이 나왔을 때 책이 나오자마자 학창시절부터 가장 좋아하던 작가라 사적으로 인터뷰를 자청해서 진행하고 그날이 마침 북콘서트가 있던 날이라 인터뷰 끝나고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사적으로 친해졌고, 그때 이후로는 별일이 없었는데 작가님께서 소설리스트라는 소설 리뷰 사이트를 시작하시면서 저에게 반강제적으로 원고료는 없지만 열심히 써야 된다..라고 강요하시면서 그렇게 같이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이후로는 두 달에 한 번 꼴로 선생님들이랑 어떤 소설을 읽는지 이야기 나누면서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태어난 곳이 선생님의 고향과 같은 곳이었구요 스무 살 이후 7년을 보냈던 곳이 또 같은 동네였어요. 똑같이 명륜동에서 자취를 하면서 보내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공감하는 지점이 굉장히 많아서 그때부터 제가 열심히 쫓아다니고 있습니다. 

이번에 <스무 살>, <사랑이라니 선영아>,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까지 세 권이 동시에 나왔는데 소감이 어떠세요.


김연수 : 예...뭐..그..글쎄요. 책을 서점에서 구할 수 없다는 게 저에게는 아쉬운 점이 있는 거죠. 많이 안 팔리더라도 책이 나와 있을 수 있음 좋겠다 싶었는데. 그래서 책을 다시 펴냈으면 좋겠다 생각이 있었구요 펴내고 보니까 시간 차이가 좀 있어요. <스무 살>의 경우는 2000년에 냈으니까 15년 된 책이거든요. 그래서 그냥 낼 순 없으니까 문장을 좀 손보자 해서 봤더니 역시나 그 나이에 맞는 문장으로 쓰여져 있었고, (...) 마흔 다섯 살의 제가 책을 내니까 제 입장에서는 좀 고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고쳐서 내게 됐어요. 뭐랄까... 시간이 흘러갔다는 걸 재확인하는 그런 경험이 되어서 개인적으로는 좋기도 하고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지...그런 착잡한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책이라는 것은 서점에서 없어지게 하면 안되겠구나 깨달았어요. 다시 내지 말고, 서점에서 계속 살 수 있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김슬기 : 책이 떨어지면 제보를 해서 서점에서 안 떨어지게 해야겠네요. 오늘 알라딘에 신청하신 분들이 질문을 진짜 많이 보내주셨습니다. 소설에 대한 질문들이 가장 많았구요, 작가님에 대한 질문도 많았는데...작가님께 개인적인 질문을 몇 가지 하고 독자들의 질문을 하겠습니다. 일단 첫번째 질문은 굉장히 식상한 질문인데요 이거 기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인데... 아마 선생님께서 수십 번 답을 하셨을 거 같긴 한데, '김연수 작가님은 언제 어떤 이유로 작가를 꿈 꾸게 되셨나요' ... 제가 쓴 질문 아니에요.


김연수 : 저도 뭐 말씀하신 대로 여러 번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다시 또 말씀을 드리면 원래 작가가 될 생각은 전혀 없었구요. 어렸을 때... 다른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그 사람은 되지 못했어요. 그래서 못하겠구나, 아는 상태에서 1년 정도를 지냈는데 그때 방황했던 거죠. 나는 어떤 사람인가. 장차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이렇게 전혀 알 수 없는...키를 놓친 거 같은 1년을 보냈는데. 그 1년 동안은 할 일이 없더라구요 공부를 열심히 할 수도 없고. 술도 마셔봤고 집에서 놀기도 해보고 길거리를 계속 걸어다녀봤어요. 그걸 1년 동안 하니까...결국에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게 되더라구요. 지금 같으면 좀...모르겠어요. 인터넷 서핑이나 하려나? 그것도 1년은 못할 거 같아요. 책은 1년 읽게 되더라구요. 책을 읽었는데...책을 읽다가 줄 긋고 그러잖아요. 이 구절에 대해서 생각하고...내 인생 한 번 살아봐야지...했는데...그냥 단순히 시간 보내는 것 자체가 저를...(...) 도서관에서 밤 늦게까지 보내고 집에 가는 걸 반복했죠. 그걸 하다보니까 묘한데... 영화를 보다보면 영화를 찍고 싶은 것처럼 책을 읽고 있으면 뭘 쓰고 싶게 됐어요. 영화 같으면은 어려웠을 거에요. 저는 음악을 많이 들었는데, 음악을 많이 듣고 하고 싶긴 했는데 어려웠어요. 사람도 많이 만나야 되고 악기도 다뤄야 하고..그런데 글 쓰는 건 되게 쉬워요. 처음에는 책에 대해서 생각을 쓰다가 뭔가 이야기..소설 같은 걸 써요. 처음에는 시 같은 걸 썼어요. 시가 아니고 시 같은 걸 썼어요. 소설은 따옴표 들어가고...쓰다가...그 소설이 상을 받았어요. 작가가 되어버린 거죠. 작가가 되고 싶었다기보다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작가가 된 저를 발견하게 된 거에요.


김슬기 : 지금 말씀하셨던 게 <스무 살>이라는 단편에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소설이 굉장히 좋았던 거는 가장 솔직한 소설이 아닌가 생각했거든요. 저는 김연수 소설에 나오는 실패한 주인공들이 굉장히 좋은데...자신의 찌질한 모습들을 다 보여주면서 한없이 망가지고 항상 연애에 실패하고 여자한테 상처 받고 책이나 음악에서 구원을 받고자 하지만 그런 것들이 결국 부질없다는 걸 알게 되고...그런 모습을 좋아하는데...굉장히 솔직하게 자전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김연수 : 이번에 사회를 누가 봤으면 좋겠냐고 해서 김슬기 기자가 사회를 했으면 좋겠다 했어요. 이유는 저랑 굉장히 비슷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김슬기 : 보시면 아시겠지만 별로 그렇게 비슷하지도 않구요...


김연수 : <스무 살>이 좋다는 그 자체가...


김슬기 : 누군가의 실패를 보는 게 재밌어서...

다음 질문 때문에 이 이야기를 꺼냈는데, '작가님의 스무 살 시절이 어땠는지 <스무 살> 책을 다시 펴내면서 그때의 그리웠던 순간이 있었는지 궁금하다'고 독자분이 질문해주셨습니다.


김연수 : 말씀하신 대로 대개...찌질하죠. 찌질한 스무 살이었달까요. 근데 약간 설명은 필요해요. 제가 가고 싶었던 과가 아니고 원하지 않았던 과에 정말 원하지 않게 들어가게 되어가지구... 1년 내내 '인생이란 무엇인가...'이런 생각을 하면서 지냈어요. 그런데 주변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냐면 대부분 학교가 휴학 상태였어요. 시위를 하느라고. 자체적으로 휴학하고 있었고. 그리고 사회에서는 대부분 그런 식의 문제들이 많이 있었구요. 더군다나 그런 문제들 때문에 '아, 인생은 무엇인가. 세계는 무엇인가' 이런 생각들을 많이 했어요. 그런 와중에 굉장히...그런 생각을 하면 할 수록 외로워지니까...여자친구도 사귀게 됐구요. 말씀하신 대로 사귀었다가 헤어졌구요. 그런 평범한 스무 살인데. 지금 생각해보면... 한 일이 별로 없어요. 공부를 한 것도 아니고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한 것도 아니고 뭘 했다고 치자면 아까 말씀드린 대로 책을 주로 읽었는데 그게 머릿속에 남아있는 것도 아니고. 읽었다는 사실만 남았거든요. 한 일은 하나도 없는데 어느 날 2학기가 끝이 났더라구요. 대학교 1학년 2학기가. 굉장히 공허했어요. (...) 그때 멋있고 싶었습니다만 멋있어지지도 않았고...


김슬기 : 그리운 순간이 없었단 말인가요.


김연수 : 그래도.. 처음으로 집을 떠나서 혼자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살게 되었는데 첫번 째 주말이 되어서 그 사실을 알게 됐어요. 서울에 물론 친척들이 있었지만 먼 친척들이고...저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나는 연락할 곳이 아무데도 없다...이런 걸 처음 알게 된 주말이 있었어요. 매우 외롭구나...너무 외롭다.. 외로워서 견딜 수가 없다..그래서 거리로 나가게 됐어요. 방 안에만 있을 수 없어서. 나가서 거리를 계속 걸어 다녀요. 걸어가면서 사람들은 굉장히 많고 집도 아주 많고 집집마다 아는 사람들끼리 서로 이야기하고 있을 텐데.. 나 혼자만 아는 사람이 없구나... 이런 걸 느낄 때가 있었는데. 그게 묘하게도 가끔씩 되게 그리워요. 그런 처지로 돌아가서 외로움을 느껴보고 싶은 욕심도 있는데. 지금 나가사키에서 그렇게 지내고 있어요.


김슬기 : 많은 생각이 드네요. 제가 <지지 않는 다는 말>이나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같이..몇몇 소설이나 산문에 나오는 산책하는 작가님의 모습이 많이 묘사되는데...그래서 사랑을 잃고서 그 길을 되짚어 걸어가보기도 하고 광화문에 처음 도착해서 그 광활한 공간에서 외로움에 가슴 아픔을 느끼기도 하고...그런 것들이 나중에 중요한 소설적인 모티프로 재탄생이 되더라구요. 그래서 나가사키에서 외롭게 밥을 드시고 계신 그런 게 나중에 좋은 소설로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다음 질문은 기자들이 하는 식상한 질문 넘버2 정도 되는 질문인데요. '글을 쓰시는데 있어서 영향을 준 인물이 누구인가요'


김연수 : 영향을 주신 분은... 시인 분이 계세요. 저는 말씀드렸다시피 한 번도 글을 잘 쓴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책 읽는 건 되게 좋아했어요. 어떤 출판사에서 모니터 요원을 모집했어요. 신간이 나오면 1년에 네 번 정도 책을 보내주는 거에요. 출판사에 고3 때 독후감을 써서 보냈어요. 당연히 모니터 요원은 됐구요.(...) 그 통과한 종이에 '잘 읽었습니다' 라고 시인이 사인을 해줬더라구요. 그때 좋아했던 시인이었기 때문에 기뻤죠. 이렇게 사인을 줬다는 것도 기쁘고 잘 읽었다는 것도 기쁘고. 심지어 전화도 했어요. 서울 올 일이 있으면 한 번 만나자. 그래서 서울에 간 김에 봤어요. 봤더니 되게 멋있게 생겼더라구요... 아, 멋있구나...시인은 되게 멋있구나. 그런 생각을 하고 왔는데. 그 분이 시를 써봐라 했어요. 그 분때문에 '내가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구나' 처음 알게 됐어요. 그 분 성함은 검색하시면 나올 겁니다.


김슬기 : 멋있는 시인이 많지 않아서...(웃음)

그러면 서두로 세 가지 질문은 마쳤고, 어쨌든 선생님께서 평범하지 않은 청춘을 보냈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쯤에서 작가님의 음성으로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의 한 장면을 들어볼까 합니다. 


김연수 : (낭독) 




김슬기 : 이제는 소설에 대한 질문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질문을 보내신 것 중에 열 가지를 뽑아봤어요. 

첫 번 째 질문은 '개정판으로 출간된 세 편의 소설 제목을 정하게 된 계기와 제목을 먼저 쓰시고 글을 쓰시는지 글을 쓰시고 제목을 쓰시는지 궁금합니다.'


김연수 : <스무 살>은 단편 소설이니까...대개 단편 소설집은 그 안에 한 편을 제목으로 정하는데... 저는 그때 이 책을 내고 다음 책을 낼 수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는 단계여서 20대에는 어쨌든 문학을 매우 좋아했었고 이런 소설들을 썼다, 라는 생각으로 제 20대가 끝이 난다는 생각으로 <스무 살>이라는 제목을 생각했어요. 나중에 30대에도 소설을 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어요. 그 뒤에는 계속 쓸 거 같아서 <서른 살>이라는 제목을 내지 않고 있습니다. <사랑이라니 선영아>는 많이 아시잖아요, 그 사랑해 선영아 라는 옛날 티저 광고가 있어서 많이 유행을 했었는데... 그게 재밌어서...소설 자체가 그 당시 대중을 패러디한 소설이어서 그 티저를 패러디해서 썼구요. 그 당시 2,30대 여성들의 구매율을 조사하는 게 있었는데 그 중에 선영이라는 이름이 많았대요. 그래서 제목을 이렇게 하면 선영이들이 다 살까? 했는데...한 10만부는 팔지 않을까 했는데...그렇게 많다니까. 그렇게 냈는데 뜻밖에도 주변에 있는 선영이들이.... 너 왜 제목을 그렇게 썼어...? 이런 질문만 받고... <파다가 바도의 일이라면>은 원래 <희재>라는 제목으로 연재를 했구요. 책으로 낼 때는 아까 시에 나오는 '가장 차가운 땅에서도'라는 제목으로 하려고 했어요. 그랬더니 너무 스릴러 소설 같다고 해서 제목을 더 이상 정할 수 없는 단계에 와있었는데...저는 대부분 쓴 글에서 제목을 찾거든요.. 계속 찾다가 보니까 이런 구절이 있더라구요. 기억이 전혀 안 났어요. 정말. 이 부분은 지은이 입장에서 쓰는 거였는데 그게 완전히 지은이처럼 감정이 드는 거에요. 들어가서 풀릴 때가 있거든요. 막 쓰는 거죠. 지은이는 바다에 살고 있으니까 바다에서 막 얘기를 하는데...내가 너를 얼마나 보고 싶었느냐 하면은...바다에서 나올 수 있는 어떤 것...파도가 치니까 나도 모르게 쓴 거에요. 그래서 이런 문장이 있었나..진짜로..정말 훌륭한...(웃음) 제가 썼네요? 하면서 제목을 정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제목을 정하고 소설을 쓰는 경우는 많지 않구요. <스무 살> 같은 경우는 제목을 정하고 썼구요. 그 외 대부분은 쓰고 난 뒤에... 제목을 정해놨더라도 쓰고 나면 그 얘기가 아니에요. 그래서 제목을 다시 정하구요. 대부분은 정하고 쓰지 않아요. 이게 안 좋다는 걸 알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구요. 그 이후에는 제목을 다시 생각해요. 제목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글을) 쓰는 만큼 시간을 들이죠. 다 하고 나서 제목은 반드시 다시 고쳐요.


김슬기 : 부제들도 그런 과정으로 쓰시나요.


김연수 : 산문 쓸 때도 제목을 다...끝나고 나서 다시 쓰기도 하고.



김슬기 : 다음 질문은 <사랑이라니 선영아>를 읽으면서 일상적으로 쓰지 않는 단어들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단어들을 쓴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김연수 : 소설가가 되어서 처음 상태는... 소설이라는 게 뭔지 잘 모르는 상태로 글을 썼구요. 소설가라는 게 이런이런 사람들이구나...하나씩 알기 시작하게 되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말을 굉장히 잘 다뤄야 되는 사람이다...그게 중요한 거죠. 그 사실을 차차 알게 됐구요. 당연히 그런 단어를 써야 한다는 생각이... 구상을 하고... 그런 생각을 했어요. 제일 첫 번 째로 해야 할 일은 말을 잘 써야 한다고...우리 말을... 그래서 계속 고칠 수밖에 없었구요. 단어들을 정확한 단어를 써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왜냐하면 정확한 단어를 쓰지 않으면 설명이 좀 필요해요. 길어지는 감이 있고. 그러면 전체적으로 말을 다루지 못했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때는 가능하면 그 단어를 쓰자. 독자들이 몰라도 그 단어를 쓰자. 사전 보면 알 수 있으니까. ..라고 생각해서 이런 단어들을 썼었죠. 지금도 이런 질문들이 나오지만 그때도 그런 질문들은 나왔어요. 왜 그렇게 쓰냐고 하죠. 왜 사전을 찾아보게 하시냐고. 그 질문들은 좀 뒤에 들었구요. 그 전에는 그런 질문들을 못 들은 상태에서 아...하긴 독자들에게는 좀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가로써는 추구하는 편이지만. 그 뒤에는 좀 덜 쓰게 됐는데.. <사랑이라니 선영아>는 별로 안 팔려서...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많이 안 팔리는 시기였기 때문에...그럼 내가 하고 싶은 걸 이 기회에 해보자라는 생각으로...가독성을 제외하고 정확히 문장을 쓰자고 생각해서 그런 단어들을 많이 썼죠. 그 뒤에는 가독성도 중요하구나 생각해서 어느 정도는 저런 단어를 안 쓰고도 쓸 수 있는 문장을 쓰게 됏죠.



김슬기 : 지금 질문이 좀 점프가 돼서...앞으로. 다시 2번으로 돌아왔습니다. '작가님의 스무 살 말고 의미 있게 다가운 나이가 있었다면 언제인지. 연도로 말해주셔도 된다고 하셨는데. 있다면 어떤 이유인지. 


김연수 : 제가 서른 다섯이었을 떄니까...2005년이었는데요. 2004년인가 그때 연변에서 있으면서 <밤은 노래한다>를 쓰겠다 생각했어요.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라는 단편집을 쓰고 있었구요. 그때가 왜 기억이 나냐면 방금 말씀드린 대로 <사랑이라니 선영아>를 쓸 때도 독자들을 생각하지 않았었구요.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를 썼을 떄는 정말 아무 생각도 없었어요. 이 소설을 누가 읽을까...이런 고민도 없었구요. 그리고 그때는 출판사에서도 그런 식의 얘기도 없었어요. 너무 어렵지 않아요? 이런 이야기도 없었고. 약간 어려운 소설을 쓴다는 인식이 있었어서 내 맘대로 쓸 수가 있었죠. 정말 원없이 써봤어요. 쓰기는 되게 힘들었어요. 마음이 들 때까지...내 맘에 들 때까지 써보자는 생각이 있어서 쓰고 고치고, 쓰고 고치고의 반복이에요. 마음에 든다는 게 뭐냐면...아 정말 못하겠다. 도저히 못하겠다 라는 마음이 들어도...더 할 수 있어요. 다 하고 나서는 정말 못하겠다 생각하고 끝내게 됐는데... 그게 이상한 쾌감이 있었어요. 그 때 글을 썼던 밤들이 저에게는 굉장히 오랫동안 인상적으로 남아 있었어요. 약간 마약 같은...비슷한데... 지금도 소설을 왜 쓰려고 하느냐고 물어보는 게 있는데. 당연히 제가 이야기를 만들어서 보여드리고 싶은 생각도 존재를 하지만. 그것보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걸 다시 한 번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는 거에요. 뭔가에 빠져드는... 그게 제가 경함한 게 2005년이어서. 그때가 기억에 남아요. 


김슬기 : 지금 <서른 살>이라는 소설을 낸다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은지.


김연수 : 20대는 되는 일이 별로 없지 않아겠어요? 20대는 뭔가 된다고 하면...뭐 김연아...박태환 이런 사람들이나... 대부분은 안 되죠.. GD 뭐 이런 사람들...(웃음) 소설가도 20대 때 되는 사람들 거의 없어요. 20대는 다 안 되는 사람들이니까요. 어려운 시기를 보내오신 거에요. 나름대로 반전의 효과는 있어요. 20대를 힘들게 보냈기 때문에 30대가 되면 왠만한 일은 쉬워지는 거에요. 왠만큼 힘든 것도 힘들지 않고...약간 힘듬을...즐기게 되는 거죠. 그래서 <서른 살>이라는 소설을 쓰게 된다면 결국 용감한... (...) 더 쳐다오. 뭐 이런 식의. 나는 치면 칠수록 더 쾌감을 느낀다... 그런 주인공이 나올 거 같아요. 인생이 쓰다는 걸 알겠다. 더 쓰게 해다오. (웃음)



김슬기 : 다음 질문은 '어떻게 하면 타인의 삶을 이토록 자세히 성찰을 할 수 있는지. 다른 누군가의 삶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한다는 건 어떤 느낌인가요.'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네요.


김연수 : 글쎄...되게 어려운 질문인데요. (...) <밤을 노래한다> 같은 경우는 성격이 저하고 비슷한 사람이 나오긴 하지만 저하고는 겹치지 않는 거죠. 어쨌든 다른 사람을 상상을 해야 하는데. 기본적으로 저는 그 상상이 안 된다라는 걸 전제하고 시작을 합니다. 그래서 제가 쓰는 건 다 잘못됐다 라는 걸 전제해요. 하지만 그걸 자주 까먹어요. 그러니까 소설을 쓰겠죠. 계약서를 쓰죠. 계약서를 쓰고...써봐야겠다 하는 사람이 있으면 알 거 같아요. 쓰는데 잘 안됩니다. 소설 자체가 잘 안되는데다가 쓰면 쓸 수록 더 알 수가 없어요. 그걸 어떻게 알겠어요. 결국은 그걸 모르게 되는 과정이.... 내가 다른 사람에 대해서 쓸 수 없다 라는 것을 알게 되는 과정이 소설 쓰기의 한 형식인 거에요. (...) 이만큼 썼는데 다 버려요. 내 맘대로 썼구나. 결국 80% 시간을 보내기만 하고 알 수가 없다는 게... 그 다음 모르는 상태에서 나는 이 사람에 대해 알 수 없기 때문에 최대한 내가 자료 수집을 하고 자료를 맞춰보고 맞으면 맞는 부분만 쓰겠다..그런 태도로 어느 정도 쓸 수가 있는데요. 할 수 있는 건 그 정도에요. 자세히 써도...성찰 못하겠다...성찰하고 싶어요. 꿰뚫어보고...관심법으로...하지만 정말 알 수 없어요. 제가 아는 불교 이야기가 있는데...제자가 큰 스님한테 물어봤대요. 불경을 다 번역하고 싶습니다. 큰 스님이..오 그래...하고 차나 마셔라 했는데 찻잎을 하나,둘, 셋...일곱 개를 떨어뜨리더래요. 제자가 왜 그러십니까 하니까 큰 스님이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무슨 불경을 번역한다고 그러냐...이런 이야기인데...그거랑 비슷한 거 같아요. 다른 사람 마음은 정말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성찰이라고 한다면 '나는 당신에 대해 전혀 알 수 없습니다' 라고 말하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성찰이고 그 과정까지 가기까지는 기분 나쁜 많은 일들이 있어요. 책도 많이 읽어야 하고..나름 생각하지만. 이것들이 다 이 사람 앞에서는 틀렸을 가능성이 많다는 걸 확인하는 과정이에요. 내가 배운 게 다 쓸데 없는 것이었구나..이런 기분 나쁜 과정인 거죠. 그 과정에서 고민하는 거에요...



김슬기 : 나이에 관한 질문이 많이 나오네요. '늙음에 대하여..나이 들어서 가장 좋은 건 어떤 것인지'


김연수 : 늙어보세요. (웃음) 인생은 되게 좋아요. 다들 늙으니까. 다같이 늙어가니까 좋은데... 제가 지금 기숙사에 있는데. 기숙사에 생활하는 친구들이 스물 다섯 살...많으면 스물 다섯 살 어린 친구들...많아봐야 스무 살...? 어린 친구들이 있죠. 기숙사에서 정말 나이가 많은 분들은 배식을 하는 분들이에요. 밥 배식하시는 분들이...일본에는 할아버지들이...손을 이렇게 떠는데...안쓰럽긴 한데 할아버지를 보면 제가 학생이 된 느낌이 들어요. 주변에서 밥을 먹는 애들은 20대 초반 학생들인데요. 누군가를 알고 싶어하고 누군가에게 인정 받고 싶어하고 사랑 받고 싶어하고...그 갈망으로 가득 차 있어요. 어쩔 수 없이 혼자 먹는 경우는 거의 불가능한 거에요. 그 나이 또래에서 생활을 잘한다는 건 많은 친구들이 자기와 밥을 먹거나 자기에게 관심을 두는 거죠. 그걸 갖기 위한 많은 에너지들이 식당 안을 돌고 있어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가 안 친해져도 되는 사람하고 친해지는 거에요. 일단은 그 에너지가 느껴져서 괜찮죠. 저도 대학교 신입생이 되는 듯한 느낌. 인생을 두 번 사는 느낌에요. 어렸을 때 그런 느낌 들잖아요. 6학년 때...1학년으로 돌아가면 좋겠다고. 다 100점 맞을 거 아니에요. 반장도 되고...그 기분으로 앉아 있으니까 내가 제일 안 할 일이 뭔가 봤더니 남한테 계속 관심을 받으려는 욕망...그걸 안 하는 거 같아요. 혼자서 밥도 먹고. 나이가 들어서 좋다고 생각 드는 게 그거에요. 남의 관심이 없으면 외롭고...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에 대한 외로움 같은 거...이 사람 저 사람 만나고 다니고...울기도 하고 때리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고. 그걸 안 해도 되는 거요. 나이 든다는 게...

지금 기숙사에서 보는 대학교 1~3학년들이 제가 대학교 때 봤던 사람들이랑 굉장히 닮아 있어요. 심지어 얼굴도 닮았고. 반복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스포츠 좋아하는 남자애도 있고.... 이게 참 어쩔 수 없구나...우리가 그 몸으로 돌아갈 순 없구요. 인생이 그게 참 공평한 거 같아요. 나이가 들어서는 그런 식으로 잃어서 좋은 게 있어요.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 받고 싶어하는 욕망 같은 걸 잃어버리는데...그게 사라져서 참 좋습니다.



김슬기 : 다음 질문은 '스무 살에 읽었던 인상적인 문학작품을 소개해주세요'


김연수 : 이성복 시인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김슬기 기자랑 같이 하는 소설 리스트에도 있었는데 제가 그때 단편 소설집 세 권을 소개했는데(...)

그 세 권을 금과옥조처럼 들고 다녔습니다. 한국 소설은 <천변풍경>을 되게 좋아했어요. 박태원이라는...이상 친구인데. <천병풍경>이 그렇게 좋았어요. 옛날 서울 이야기...


김슬기 : 스무 살에 그런 걸 읽으셨군요...역시 대단하신 거 같아요. 마침 스무 살 이야기가 나와서....어제 방송에서 손담비라는 가수가 <청춘의 문장들> 추천하셨다고...소식 들으셨어요?


김연수 : 들었어요.



김슬기 : 책도 좀 많이 팔렸으면 좋겠네요. 다음 질문은 '어떤 소설가는 글을 먼저 설계한 뒤에 쓰기 시작한다고 하고, 또 어떤 소설가는 그냥 이야기가 가는 대로 놓아 둔다고 하는데 작가님은 어느 쪽인지 궁금합니다.'


김연수 : 저는 두 가지가 공존하는데요. 어떤 소설을 써야겠다고 생각하고...아까 말씀드린 대로 80%까지는 하는데..일단 시작하게 되면 미리 짜놓았던 건 이미 저 멀리 가 있고 조금씩 조금씩 코 앞에 있는 문장들만 거의 보고 있어요. 그래서 계획대로 나오면 좋겠는데 한 문장을 쓰고 그 다음 문장을 쓰고...그 다음 문장을 쓰고 나면 의도와는 다르게 문장이 정해지다시피 하거든요. 그게 마음에 안 들면 앞에 문장을 고쳐야 하는데 고쳐질 때가 있고 안 고쳐질 때가 있어요. 큰 틀에서 짰던 계획들을 다시 세워야 하죠. 그런 계획은 처음 쓸 때는 좋아요. 완벽한 계획이 있으니까 이번엔 쉽게 쓸 수 있을 거야 착각을 하게 되는데...시작은 하는데 막상 시작을 하게 되면 그 계획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걸 중간쯤 가서 알게 되고 포기하게 됩니다. 완전 다른 소설을 쓰고 있는 거죠. 코 앞에 있는 한 문장, 두 문장...밖에는 알 수 없는 글을 계속 쓰고 있어요. 그 정도 써보고 아니다 싶으면 다시 쓰고...중간부터 써보고...써 보고...아주 더디게 계속 나가는데요. 저는 약간의 믿음은 있습니다. 이치에 맞는 문장을 썼다, 모순이 없다, 제가 <소설가의 일>에 썼던 핍진성이 있다..그런 문장을 썼다 치면 이야기 자체가 스스로 결론이 난다 라는 믿음은 있어요. 끝까지 잘 몰라요. 전혀 알 수 없어요. 끝이 날지 안 날지 알 수 없어요. 어쨌든 끝이 나면.... 처음 시작은 다 짜서 시작하지만 결국에는 이야기가 가는 곳으로...



김슬기 : 벌써 여덟 번째 질문인데요. '저는 글을 쓸 때 제 자신이 드러나는 게 두려워요. 특히 그게 바람직하지 못한 생각일 때는 더더욱 그래요. 분명 과장된 부분도 있지만 그걸 읽을 대상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에 대한 집착을 없애기가 참 힘들거든요. 작가님도 여러 작품 쓰시면서 자신만의 경험이나 생각이 들어가 있을 텐데 저 같은 두려움은 없으셨는지 궁금합니다.'


김연수 : 그렇죠.. 그런 거 있죠. 한 번이라도 글을 발표해 본 사람이라면 아실 거에요. 어린 시절 글을 써서 뒤에 한 번 붙여놨어요. 저는 붙여놓은 적이 있거든요. 그걸 보고 애들이 막 웃었어요. 그게 저한테 굉장히 큰 경험이었기 때문에. 결론은 솔직하게 쓰면 안된다라는 걸 알게 된 계기였죠. 그래서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싫기도 했어요. 쓰고 싶다는 욕망과 대비해서 이중적인...<스무 살> 같은 경우는 제가 뭔가 쓰고는 싶은데 쓸 수 있는 건 제 얘기밖에 없기 때문에 쓰기가 싫어지는...모순된 상태에 빠져서 쓴 글들이에요. 굉장히...알아차리지 못하게 쓰는 거죠. 뭔가 다른 이야기를 쓰고 싶은데. 그건 처음에 잘 안 됩니다. 결국 자기 얘기를 쓰게 되구요. 그 얘기를 만약 남들이 알아차리게 된다면 굉장히 부끄러울 거 같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저도..소설을 처음 시작할 때 그런 문제가 있었구요. 첫 번째 책을 내고 나니까 두 번째는 쓸 수가 없어요. 내 이야기는. 그래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써보자 생각했는데...그때부터 진짜 소설 쓰기가 시작된 거죠. 이것도 약간 힘듭니다. 자신의 편견이 다 드러나기 때문에. 여자 캐릭터에 대해서 쓴다 했을 때 제가 가지고 있는 여자관이 다 드러나요. <스무 살>에 나오는 여자들이 제가 생각한 여자관이었어요. 지금은 바뀌었지만. 제가 생각한 그런 것들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거죠. 알게 된 게 뭐냐하면 그게 드러나면, 제대로 쓴 게 아니다 라는 걸 나중에 알게 됐어요. 나 개인과 소설 속에 바라보는 시선이 같을 수도 있지만 되도록이면 같지 않아야 합니다. 자전적인 소설이 아니라면. 다른 사람에 대해 쓴다면 그 시선에 대해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그 책임감은 내가 가진 시선을 버려야 한다는 거에요. 그걸 버리는 게 중요한 일이죠. 하다못해 '저는 책 같은 거 안 보고 씁니다' 뭐 이런 사람들도 있는데 이해가 안됐어요. 여자 캐릭터를 쓴다하면 관련 책을 다 봤어요. 현대 여성에 대한 책...여성지도 사다 봤어요. 요새 여자들이 뭘 좋아하는지...딴 사람의 시각을 계속 습득하려고 했죠. 그래서 제가 모르는 사회 공통의 시각으로 만들어내서 들어가야 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뒤로 가서는 이런 문제가 거의 없어집니다. 그걸 없애는 게 소설 쓰기의 중요한 일이구요. 지금 생각하면 제가 쓰고 싶어하는 소설은...자전적인 소설도 있어요...그걸 가능하면 제 3자의 입장에서 쓸 수 있을까...생각해요. 자전적인 소설마저도 제 시각으로 안 썼으면 좋겠다 생각해요. 크게 걱정 안 하셔도 돼요. 계속 글을 쓰시겠다고 한다면 여기서 한 번 벗어나는 단계가 있고... 끝에 가서 이런 걱정은 크게 안 하셔도 됩니다.



김슬기 : '소설 곳곳에 고향 김천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나오던데 김연수 작가님께 고향이란 어떤 존재인지, 글을 쓰는 데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런 것들이 너무 궁금합니다.'


김연수 : 김천 아주 좋은 동네...(웃음) 김천이 낳은 세 명의 아주 유명한 문인들이 있죠. 최근에 상도 받았는데...왜 갑자기 그때 태어난 우리 셋이 이렇게 글을 잘 쓰게 됐는지는 미지수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김천에서 10년에 한 번씩 문학사를 정리합니다. 김천시 문인협회에서 문학사를 정리하는데... 그 전까지는 삼국시대...없어요. 문인들이...조선시대 때...한시 좀 쓰시고..그 정도. 6.25 때 좀 있다가... 2000년 대 초반에 새로운 문학사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해서 한 번 했죠. 그때 제가 쓴 소설 <내가 아이였을 때> 배경이 김천이었으니까. 김천 문학사의 한 획을 긋게 됐죠. (웃음) 드디어 김천인이 김천을 배경으로 한 본격 김천 소설이 나왔다고.. 다른 두 분은 수록이 안됐습니다. (웃음) 문태준 씨는 아주 시골이구요. 아홉 시가 지나면 버스가 안 다녔어요. 그래서 문태준은 집에 일찍 갔어요. (...) 저는 아시다시피 김천역 바로 앞에 아주 다운타운인...빵집을 했구요. 문태준 같은 친구가 굉장히 절 부러워했죠. 저 빵 먹을 떄 걔는 뭘 먹었는지...빵은 안 먹었을 거에요. 그 동네가 저는 무척 좋았어요. 역전에 있는 동네였는데. 신발 가게, 문방구, 짜장면집 이렇게 주욱 있었는데 그 거리에는 다 자영업자들이죠. 그 사람들...집집마다 배경을 다 알고 있었구요. (...) 그 골목에서 봤던 많은 풍경들이 저한테 큰 도움이 됐어요. 매일매일 일을 해야 한다. 뭔가 과장된 꿈을 꾸지 않는 거죠. 한 번에 부자가 될 거다... 그런 생각 안하고. 저도 당연히 매일매일 일을 해야 한다 생각했어요. 두번 째는 빚을 지면 안된다. 철칙이예요. 일수를 쓰는 사람들도 있었는데..일수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 알았어요. 남한테 폐를 끼치면 안된다..그런 룰이 있었는데...글 쓸 때도 그런 태도 여전히 남아 있는 거 같습니다. 하지만 다시 그 동네로 돌아가고 싶다...그런 생각은 많지 않아요. (...) 큰 도시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했어요. 결국 서울로 오게 돼서 굉장히 좋았는데. 하지만 어려서 봤던 자영업자들의 삶의 태도가 글 쓰는데 굉장히 영향을 줬어요. 



김슬기 : 아주 좋은 곳이군요. 김천은... 마지막 질문인데요.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에서 2인칭으로 서술 부분들을 정말 인상 깊게 봤어요. 방식을 익혀보려 필사도 해봤는데 쓰면서도 낯설더라고요. 이 낯선 문장들을 어떻게 시도하게 되었는지, 만들 때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듣고 싶습니다.'


김연수 : 처음 연재할 때는 3인칭으로 썼던 기억이 나구요. (...) 전 날 때부터 굉장히 뛰어난 소설가가 아니었기 때문에...뭔가를 배워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 거죠. 처음에는 쓸 수 있는 걸 쓰지만 항상 뭔가를 새로 시도해봐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요. 어려운 건 어렵죠. 어렵기 때문에 시도해볼 만한 이유가 생기는 거죠. 말씀 드린 대로 <스무 살>을 쓸 때는 여자 캐릭터를 잘 쓸 수 없었어요. 그게 '아 내가 잘 못하는구나' 느꼈고, 30대 때는 여자 캐릭터를 계속 썼어요. 오기가 생기더라구요. 여자 캐릭터로 끝까지 한 번 해보자... 여자 주인공 화자로 쓰는 걸 많이 냈어요. 그렇게 했지만 안됐죠...이상하고...정말 이상합니다. 여자들이 막...너무 교양 있고 그래요. 교양이 넘치고...정말 멋있어요...아니에요...그렇게 쓰는 거 아니에요. 교양이 있을 리가 없어요. 나중에 가서는 어느 정도 내가 정말 쓸 수 없는 캐릭터의 여자인데...어느 정도는 비슷하다고도 말을 하더라..그런 이야기를 듣고....음..어느 정도는 나아진 거죠. 다른 방식으로도 써보고. 1인칭으로 많이 썼는데 3인칭으로 쓰는 게 어려울 거란 생각이 들지만 3인칭으로도 써보자는 생각이 들고. 점점 새로운 걸 쓰고 나아지는 과정을 겪는 거죠. 여기 2인칭은...죽은 사람..엄마... 열일곱 살에 죽은 엄마가 말을 하는 거... 이거는 되게 어려운 거죠. 여자는 어렵지만...어느 정도 알겠는데...엄마라는 건 어떤 건가.. 엄마의 입장에서 써보고 싶은 생각이 있어서 2인칭을 해보자 했죠.. 엄마의 마음이 느껴졌다고 하는 분들이 있어서 너무 기뻤죠. 사실 새로운 시도인데. 다음 소설도 쓰고 있지만...지금 쓰는 소설들도 어차피...안 되는 부분을..쓸려고 노력해요. 저는 날 때부터 잘 쓰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하다 보면 그 부분이 어느 정도 잘 쓰게 되더라는...지금 안 되는 부분은 정말...정말 어려운 부분이에요. 일본인들을 등장시켜서 쓰는데. 일본 사람들이 봤을 때 전혀 이상하지 않게 느껴지는 일본인을 써야 하니까. 한국 사람들은 대략 느낄 수 있을 거 같아요. 일본인들은 이렇다...그런데 일본인들이 봤을 때도 그런 생각이 드는 걸 써야 하는데...굉장히 어려운데...써보려고 노력하고..(...)연구 중이죠. 하다 보면 이렇게도 나오고 저렇게도 나오고...어쩔 때는 괜찮기도 하고 어쩔 때는 실패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하지만 과정이니까. 점점 나아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김슬기 : 좋은 질문이 많은데 시간이 좀 부족해서요. 오늘은 낭독이 주 행사이기 때문에. 나머지 두 소설에서도 낭독을 들어보겠습니다.


김연수 : <사랑이라니 선영아>, <스무 살> 낭독


김슬기 : (관객 질문)


관객 1 : 저는 그럼 기자들이 자주 한다는 식상한 세 번째 질문을 해볼까 합니다. 지금 쓰고 계신 소설은 언제쯤 만나볼 수 있을까요?


김연수 : 계획을 세워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이제 알고 있지만...계획 대로라면 내년 가을...아마도..모든 일이 잘 풀리면 내년 가을 쯤에는 출판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관객 2 : 제가 작가라면 이렇게 독자들을 만나는 시간을 내는 게 쉽지 않을 거 같고 귀찮을 거 같은데 자주 해주시는 거 같아요. 어떤 마음으로 이런 자리에 오시는지, 또 지금은 어떤 마음을 갖고 돌아가시는지가 궁금합니다.


김연수 : 전혀 귀찮지 않습니다. 일본에서 오긴 했지만 이런 일이 있어서 오게 됐는데..귀찮지 않구요. 음...모르겠어요. 이렇게 만나뵈면서 제가 홍보 활동을 하거나 하는 생각은 있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많진 않아요. 뵙고 나서 돌아갈 때 어떤 느낌이 있어요. 그게 어떤 느낌이라고 말씀드리면 좋을지 모르겠는데요. 뭔가 연결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 저는 들거든요. 이거를 느끼고 가는 게 저한테 굉장히 좋은 거 같습니다. 일단 실제로 뵙고 나면 제가 하는 일이 뭔지에 대해 약간 알게 돼요. 일 중에 많은 부분...연결되는 것이다...

싫다고, 귀찮다고..그런 거 전혀 아니구요. 그게 뭘까에 대해서는...굉장히 오랫동안 생각해야 돼요. 뭘까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말씀을 못 드리겠어요. 뭔가 곰곰히 생각해보는 문제인데. 사실은...다른 곳...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강연하는 건 되게 힘들어요. 예를 들어서 여고 같은 데서, 고등학교 3학년들 수능 끝난 뒤에 강연해달라...이런 건 거의 다 안해요. 멘토 이런 거 있잖아요. 소설가는 어떤 일을 합니까..이런 거. 그런 곳에서는 제가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어요. 그건 귀찮아합니다. 정말 하기 싫어요. 대학생들한테 멘토...젊은이들..힘내라...이런 거 있잖아요. 정말 하기 싫어요. 정말 나하고 연결되지 않은 사람들이고 그것도 만나서...가능성은 이해하는데...누군가 한 사람은 제 말에 변화가 생기고...가능성은 생각하지만. 그걸 하기에는 제가 너무 힘든 거에요. 제가 받는 게 없기 때문에. 그 가능성을 위해선 못해요. 이런 경우에는 제가 가지고 가는 게 있어서 그렇게 힘은 안 듭니다.


관객 3 : 작가님의 책을 읽으면 시적인 문장이 많아서 밑줄을 그을 때가 많아요. 아까 말씀하셨듯이 예전에 시 같은 걸 쓰셨다고 하셨잖아요. 혹시 그런 것들을 모아서 시집을 내실 의향이 있으신지 궁금하고...내시면 꼭 살게요.


김연수 : 시 같은 걸 굉장히 많이 썼어요.


김슬기 : 등단한 시인인 것도 아시죠.


김연수 : 시집을 왜 안 내느냐...(...) 제가 어떤 한 사람이 없었으면 시집을 냈을 거에요. 냈을 지도 몰라요. 꿈을 짓밟은(웃음)...한 사람이 있는데..저랑 고향이 같은...대시인이 있어요..문...문 떙준이라는 시인이 있는데. 제가 예전에 한 번 소설가인데도 불구하고 시 청탁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보통 소설 잡지에서 시인에게 소설 청탁은 안 해요. 길기도 하거니와 별로 읽고 싶지 않겠죠? 근데 시 잡지에서는 소설가에게 가끔 시 청탁을 해요. 시로 등단한 사람들...제 생각에는 청탁을 해서 이 사람들이 얼마나 못 쓰는지를 보는 거 같아요. 왜 그러는지 모르겠는데...그런 거 받으면 안 합니다 얘기하면 되는데 왠지 하고 싶어요. 왠지 시를 잘 쓸 거 같은 느낌이 들죠. 그래서 한 두어번 한 적이 있어요. 시를 아주 열심히 썼습니다. 제가 봐도 아주 훌륭한 시인데요...친구가 있으니까...친구가 대시인이고 대시인의 도움을...첨삭을 받아볼까 하고 전화를 했죠. 보내보라고 하더라구요. 메일로 보냈어요. 시를...근데 답이 없어요. 그래서 다시 전화를 했죠. 왜 답이 없냐 했더니 일곱째 줄 그 밑으로 다 빼..그러더라구요. 3분의 2를 빼라는 거에요. 앞이고 나발이고 일곱째 줄 밑으로 다 빼...시가 너무 길다고. 뭐 이 단어를 고치고...뭐 그런 것도 아니고. 일곱째 줄 밑으로 빼....친구로써 이야기를 하자면 시는 쓰지 말게..(웃음) 뭐 청탁을 받은 건 어쩔 수 없고..앞으로는 시 청탁을 받지 말게나...대시인이 말씀하셨습니다. 그렇게 큰 좌절을 경험하고...그 뒤로는 시 발표를 안 했습니다. 가만 생각하면 제가 쓰면...자기가 좀...라이벌...? 어쨌든 워낙 대시인이라서...시는 당분간 자제하기로 했습니다. 안 쓸 거에요.


관객 4 : 김연수 작가님의 글을 읽다보면 굉장히 이쁜 글을 쓴다는 말을 많이 들었을 거 같아요. 스토리도 보면 사회 문제가 녹아있는데...대부분 아름답다는 느낌이 많이 들어요.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같은 경우에는 과연 카밀라의 아빠가 누굴까 찾아가면서 아버지가 선생님일수도 있고 혹은 오빠는 아닐까...이런 생각이 들면서 결론까지 읽었는데 주변 사람들이 얘기하기를 김연수 작가라면 절때 선생님이나 오빠나...아빠가 될 수는 없을 거다. 이런 착한 글을 쓰는 작가다. 이런 선입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김연수 : 저는 희재, 이희재가 아버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썼어요. 쓰다가 중간에... 아까 말했듯이 이야기가 스스로 끝이 낸다구요. 결론을. 스스로 끝이 났어요. 제가 뒤에 더 써야 할 이야기가 있었는데...이희재의 스토리가 더 있었어요. 그 부분을 안 쓰게 된 거죠. 이 이야기가 끝이 나버렸네. 강제종료...거기까지 썼더니 강제종료가 돼버렸어요. 카밀라랑 이희재랑.. 더이상 쓸 이야기가 없게 된 거죠. 그렇게 끝이 났는데(...) 기자를 만났는데 아버지가 운전사라는 거냐는 거에요. 자기는 사회부 기자를 오래 했기 때문에 아버지가 운전사다..하는 거에요. 저는 모르겠어요. 운전사일 수도 있겠구나...나는 희재라고 생각하지만 운전사일 가능성도 있겠구나...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어쩔 수가 없어요. 누가 아버지인지 모르겠어요. 저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아까 소설가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생각해봤을 때 말을 굉장히 잘 다루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구요. 그래서 말을 잘...정확하게 다루는 것이고. 유려하게도 쓰는 것이다. 일부러 단문으로 투박하게 쓴다 라는 건 있을 수가 없다고 생각해요. 무슨 그림을 그리는데 일부러 이렇게 하는 것도 있겠지만 아무리 추상화라도 대체적으로 예쁘거든요. 물감을 다루는 자체가 굉장히 뛰어난 사람들이기 때문에...붓 끝을 굉장히 예쁘게 떼요...이건 일부러 서툴게 할 수는 없는 거죠. 그와 마찬가지로 문장은 굉장히 어떤 이야기를 다루던 간에 유려해야 한다는 게 있어요. 가능하면 좀 좋은 문장으로 쓰려고 노력을 해요. 두번째는 사람들을 계속 이해해야 하는데. 아까 말씀드린 대로 이해를 하려면 제가 가지고 있던 선입견들을 다 버려야 하는 상황이 되는 거죠. 그래서 이해를 못하는 거에요. 이 사람에 대해 알 수가 없다는 상태에서 글을 쓰기 때문에 악인을 쓰기가 어려워요. 악인이라고 할지라도 내가 모르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이 일을 행하는데 있어서...그리고 대부분 저는...근본적인 악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동의를 못하고 있어요. 그런 게 있을까 하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만 마음 깊이는 이해를 못해요. 제가 보기에 인간들은 너무 어리석어요. 너무 멍청해요. 다들. 지금 우리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다 멍청해서 일어나는 일들에 가깝잖아요. 조금만 생각하면 싸울 일이 별로 없잖아요. 이 사람이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왔는지를 안다면...그 사람을 죽일 수도 없는 거죠. 그 사랆의 가족들이 보인다면...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이게 되는 건 근본적인 악 때문이 아니라 무지하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해요. 멍청하고 무지하다...그래서 이런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을 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악인을 다루더라도 약간 기본적으로는 연민 같은 게 존재해요.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의해서...그렇게 안 할 수가 없어서 하는 행위인 거죠...안 할 수 있었으면 안 했을 가능성이 굉장히 많은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게 저의 생각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착한...? 착하다고 말씀들을 하시는데...착하다기보다는 제 생각에는...정확하지 않은가...그렇게 생각하구요. 지금 쓰는 소설에서는 어쨌든 마찬가지로 무지한 악인이 나오는데...무지한 상태로 죽는 거죠. 확신을 가지고... 그게 결과적으로는 근본적인 악처럼 보일수밖에 없는 거죠. 반성없이 죽은 거니까. 지금은 그런 걸 쓰려고 하고... 한동안은 쓰기 싫었어요. 그런 악한 사람들...사십 살을 전후해서 지나갈 때...아 그런 사람들에 대해 쓰기 정말 싫었어요. 왜냐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세상에 대해 암울했을 때였고...점점 지옥이 돼가고 있다고 생각했고...세상은 이렇게 암울하기 때문에 이걸 그대로 쓰는 건 아무런...내가 해석을 하지 않는 거다...생각을 해서. 나는 가만히 그냥 내 맘대로 해석을 할 거다..그렇게 나쁜 사람은 없을 거다...반발심이 들었던 거죠. 지금은 많이 변해서...한동안은 그런 심리가 있었어요. 언제까지나 아름답게만 바라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물론 크게 바뀌지는 않았지만...그런 무지한 상태로 죽는 사람도 있다는 것...그 사람에 대해서는 해석하기가...죽었으니까 어려운 거죠. 그런 사람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싶다... 정말 정말 정말 악마 같은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싶어요.





관객 5 : 작가님의 소설보다 작가님이 쓰신 작가의 말을 훨씬 더 좋아하는 발칙한 독자입니다. 특히 <사랑이라니 선영아>에 실린 작가의 말을 진짜 너무 좋아하는데요. 소설을 쓰실 떄랑 작가의 말을 쓰실 때랑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작가의 말을 어떤 기분으로 쓰시는지 궁금합니다.


김연수 : 작가의 말을 쓸 때는 아주 해피한 상태죠. 소설 다 쓰고 나서...교정도 다 보낼 단계 쯤에... 일이 다 끝난 상태에요. 이 책에 대해서는... 아주 행복한 상태에서...그리고 아주 자신감이 넘치는 상태입니다. 지금 나오기 직전이기 때문에. 책을 한 권 다 썼다는 포만감이 있기 때문에 작가의 말이 아주 청산유수로...일필휘지로...한 번에 쓰는데요. <사랑이라니 선영아>에서도...정말 재밌었어요. <사랑이라니 선영아> 쓰려고 제주도 가는 길에 그대로 일어난 일이거든요. 그때만 해도 제가 젊었으니까 아, 저 나이가 돼도 저렇게 살아야 하나...끔찍한 거에요. 이 나이가 돼도 그렇게 살아야 하는데...그때는 참 힘들다...그런 생각을 했었는데...마침 쓰려던 게 사랑에 대한 거라...그 아저씨가 생각이 나더라구요. 그래서 그 아저씨 이야기를 쓰고... 포만감이 있고..기분이 아주 좋은 상태고..능청이 많이 들어가있죠...대부분 제가 봤을 때는 ...나중에 시간 지나서 보면 건방지지 않나...그런 생각도 들긴 해요.


김슬기 : 이제 마무리를 짓겠습니다. (...) 이제 행사를 마치고 홀가분해진 작가님께서 행사의 말을...(웃음)


김연수 : 제가 연구 활동을 하는 사무실? 연구실? 이 있어요. 연구실에서 이렇게 보면 저 먼 곳에 항구가...토기츠항이라는 곳이 있어요. 작은 항구인데..인구가 몇 만 안되더라구요. 해가 질 때 정도면 항구가 어두워지면서 불빛이 하나 보이는데...건물이 하나 이렇게 있어요. 제가 주로 하는 일은 책을 보고 글을 쓰니까...가까운 것만 보고 있죠. 그래서 보다가 막히면 시력교정 차원에서 그 건물을 보려고 노력을 해요. 예전에는 이게 잘 됐는데...점점 나이가 들면서...좀 슬픈데요...슬프지는 않고 좀 불편한...바로 옆에 가까운 걸 보다가 멀리 걸 보면 잘 안 보여요...멀리 보면 또 보이죠...그러다 가까운 걸 보면 잘 안 보여요. 신축성이 많이 떨어졌어요. 어쨌든 멀리 있는 그 건물을 보는데..하루는 궁금하더라구요. 저 건물이 뭔지는 알아야겠다. 걸어가봤어요. 버스를 타도 되겠지만 모르는 동네니까 걸어서 한 번 가보자 해서 가봤더니 호텔이에요. 야스다 오션 호텔이라는 곳이었는데. 일본 영화에 나올 거 같은, 손님이 하나도 없을 거 같은 호텔이더라구요. 한 6층짜리...호텔인데. 거기 가서 앉아 있었더니 정말 영화 같은 일인데...호텔 앞에 선착장이 있고 거기 이렇게 데크가 있었어요. 제가 그 앞 벤치에 앉아 있으니까 왠 아주머니가 양산을 쓰고 햇볕이 아주 따가운데..데크를 따박따박 걸어가는 거에요. 홍상수 영화 같은....여자를 만나는...낯선 여자를...(...) 그러고 나서는 이제 다시 돌아가야 하니까 걸어서 돌아갔죠. 돌아가다가...아까 말씀 드린...서울 처음 왔을 때가 기억나더라구요. 그때 계속 걸어다녔어요. 한 6개월 정도는. 처음에는 지하철역에서 출발하는 거죠. 그러다가 명동 지나서 종로로 갔더니...연남동이 나오고...점점 세계가 확장이 되더라구요. 그래서 어느 순간 강북쪽은 대충 알게 되고 신촌 쪽도 알게 되고...세계가 그렇게 점점 넓어지고 그런 게 있었는데...그 과정이 대부분은 다 걸어서 알게 된 거였어요. 그래서 버스를 타고 다니거나 누군가의 설명을 듣고 다녔으면 이런 건 전혀 경함할 수 없었겠구나...걸어다녔으니까 이 길을 천천히 파악해갔던...지금도 똑같이 하는구나...그런 생각을 하면서 결국에는 자기가 먼저 경험하는, 겪게 되는 그 일만이...온전한 지식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 저는 도시를 이렇게 걸어다니는 게 책으로 치면 통독하는 거라고 보거든요.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는 거죠. 모든 문장을..썼던 모든 문장을 다 읽는데. 다 읽는 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는 알 수 없어요. 하지만 모든 골목을 다 돌아봤더니 전체를 보게 되는...다 읽고나야 알게 되는 것이 있다고 보거든요. 다른 사람들이 얘기해준 것보다 내가 직접 경험한 것들이 많은 도움이 됐구나...걸어오다가 생각했어요. 그래서 되게 피곤했어요...갔다오니까 되게 힘들었어요. 쉬고 싶어요. 좀 쉬었죠.. 근데 모든 일이 그렇게 다 피곤한 일 같아요. 사는 것도...직접 경험해본 일들로 전개되기 때문에 그 과정은 반드시 피곤할 수밖에 없어요. 그 피곤을 피할 수는 없는 거죠. 내가 원한다면. 물론 내가 원하지 않으면...알고 싶지 않으면 그 피곤을 피할 순 있겠지만...남이 가르쳐준 대로 사는 것보다...직접 알려면 그 피곤함을 피할 수 없어요. 그럼 피할 수 없다면...그 피곤함을 환영을 하자...그 피곤함을 약간 즐기자...그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아마 이거 끝나면 지금 오신 분들도 대단히 힘든 일을 하신 거에요. 여기까지 오셨으니까. 댁에 가시면 하루가 참 피곤할 거에요. 그때 푹 쉬시면 돼요. 다행히도 하루가 끝날 때마다 되게 좋았던 건 쉴 수 있다는 것...우리 인간한테 되게 좋은 거 같아요. 잠을 잘 수 있다는 거. 그 피곤함의 대부분을 자기가 직접 경험한 거니까 피곤한 거고..쉴 때는 쉬는 게...집에 가서 푹 쉬시라는 말씀...드리면서 끝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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