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
이동진 (이하 이) : '쓰다' 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게되면 머리속의 생각을 종이에 글로 나타내다 라고 풀이가 나오게 됩니다. 그러니까 글을 쓴다는 것은 충분한 생각을 거친 다음에 그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구요, 그 글이 좋은 글이 되기 위해서는 읽는 사람의 공감이 필수이겠죠. 활자가 되어서 종이에 찍혀있을 뿐이지만 그 매력이 시종 살아있는 멋진 글을 쓰시는 김연수 작가. 오늘 심야다방에서 만나보겠습니다.
매주 한 분씩 사회 다방면에 걸쳐서 큰 의미를 갖고 계시는, 큰 족적을 남기신 분들을 모시는 시간이죠. 오늘은 공적으로는 21세기 한국 문단의 정말 대표 작가시구요. 사적으로는 제가 잘 아는 사람의 가장 친한 친구라고 하는데... 자, 김연수 작가님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김연수 (이하 김) : 네, 안녕하세요.
이 : 예 반갑습니다. 소개 마음에 드세요? 걸리는 거 없으시죠?
김 : 아, 예... 발은 작습니다. 족적이 크다고 하셔가지고. (웃음)
이 : (웃음) 발은 작지만 꾹꾹 눌러서 하셔가지고... 한국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기고 걸어오고 계시죠. 자, 사실 방송 활동 활발하게... 많이 나오시지 않으시잖아요. 라디오 가장 최근에 나오신 게 언제...?
김 : 그러게요. 오늘 와 보니까 여기 상암 MBC는 처음 왔더라구요. 그래서 가만 생각해보니까 한 4년 전쯤에 여의도에 있을 때 배철수 선생님... 그 분 방송에 나간 적이 있더라구요.
이 : 배캠에 나온 게 4년 전이군요. 올림픽 열릴 때마다 한 번씩 (웃음) 나오시는데... 4년마다 한 번씩 오시는데 푸른 밤에 찾아주셨습니다. 감사드리구요. 왠지 김연수 작가님은 음악도 워낙 좋아하시고, 다방면에 교양도 굉장히 넓으시고 말씀도 조근조근 잘하시잖아요. DJ 잘하실 거 같은데, 해보신 적 없으신가요?
김 : DJ를 해본 적은 없구요. DJ 수업을 받은 적은 있습니다.
이 : 오, 이 무슨 말이에요?
김 : 이거는 김중혁도 같이 받은 적이 있는데... 예전에 김천 역전앞에 평화시장이라고 있었거든요. 평화시장 지하에 르네상스라는 음악카페가 있었어요.
이 : (웃음) 벌써 얘기가 됩니다. 르네상스가 나왔어요.
김 : 거기에 DJ 인혁이라고 있었는데... 지금도 이름이 기억나는데. 그 DJ 인혁이 하는 팝송 강좌를 들은 적이 있어요. 둘이. 중학교 3학년 때.
이 : 그러면 수업료도 내시고.
김 : 뭐... 수업료는 찻값을 냈던 거 같아요. 일요일 오전마다 모여서 5,000원 정도를 내고 그 분이 강의하는 비틀즈부터 시작해서 주욱 팝송 강의를 들었던 거죠. 어떻게 기계를 만지고 뭐, 틀고...
이 : 그런 거까지 배우셨어요? 그럼 어떻게 앉아서... 어쨌건 작은 무대에서라도 DJ를 하신 적도 있으세요?
김 : 그 길을 나가기 시작했는데요, DJ 인혁도 선생님이니까 평상시에는 자유분방한 모습을 우리한테 보여줬는데... 일단 수강을 하니까 출석 관리를 엄격하게 하더라구요. 그래서 한 번 빠졌다가 그 다음 주에 갔더니 "이유가 뭐냐, 왜 빠졌냐" 해가지고... 중학생으로서 반발심이 생겨가지고... 한 3주 하다가 그만뒀습니다.
이 : 아... 그때 굴하지 않으셨으면 지금쯤 어디 K본부라던지 S본부라던지 12시에 저랑 라이벌 구도를 잡으시면서...
김 : 어떻게 시장에서... (웃음) DJ하고 있지 않았을까요.
이 : 아, 평화시장...(웃음)
김 : 예, 평화시장에서....
이 : 그런 이력이 있으셨군요. 지금 이 일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음악이나 방송이나 이런 쪽으로 여쭤보고 싶은 게 많습니다. 지난 주 일요일부터 저희가 김연수 작가님이 푸른 밤에 출연하신다, 라는 예고 멘트를 계속 보냈거든요. 그때부터 푸른 밤 가족들의 반응이 벌써부터 뜨거웠는데요, 이은경님께서는 "오, 동진 DJ와 김연수 작가님이라니 두 분이 대화하시면 과연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는데 목 빼고 그날 기다리겠습니다." 하셨구요. 공평하게 하트 두 개 (웃음) 김연수 작가 하나, 저 하나 나눠주셨구요. 강은서님께서는 "김연수 작가님 예고편 녹음할 때 PD님이 웃기셨나봐요. 웃음을 꾹 참으시는 듯한..." 하셨는데 저도 이거 들으면서 굉장히 풋풋하게 잘 하셨는데 맨 마지막 예고편 끝에 아주 살짝 흘리셨어요, 웃음을. 들으셨나요 혹시 (웃음)
김 : 아뇨, 제가 하는 건 못 들었구요. 음... 그냥 평화의 웃음이었던 거 같습니다. (웃음)
이 : 살짝 민망해하시는 거 같은 그런 느낌이 있어서... 어떻게 보면 김연수 작가님처럼 프로페셔널한 분이 그러니까 더 마음이 가는 듯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자, 이런 반응들이 대부분이지만 혹시라도 김연수 작가님이 상대적으로 조금 생소하실 수 있는 분들을 위해서 아주 간략하게만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대학교 3학년인 1993년도에 이미 시인으로 처음 등단하셨구요. 그리고 이듬해 장편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작가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정말 혜성처럼 등단하셨습니다. 그리고 2001년 동서문학상, 2003년 동인문학상, 2005년 대산문학상, 2007년 황순원문학상, 2009년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했구요. 소설 <내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스무살>,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밤은 노래한다>,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그리고 산문집 <청춘의 문장들>을 비롯한, 굉장히 많은 책들을 내셨죠. 제가 지금 읽으면서 신기한 건 홀수 해에만 상을 받으셨네요?
김 : 네, 그게 저의 어떤, 뭐랄까... 훌륭한 점이죠. (웃음) 돌이켜보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 : 전부 다 유수의 대표적인 상들인데 그 상을 2년의 한 번씩 딱딱딱 받으시면서... 상금도 2년의 한 번씩 받으셨겠어요.
김 : 예, 제가 계획한 건 아니었는데 그때는 뭐랄까... 30대 초반의 작가였고 어쨌든 지금도 30대 초반의 작가들은 마찬가지겠지만, 약간 경제적으로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거든요... 그렇지만 이게 계 타는 것도 아니고 (웃음) 2년에 한 번씩 달라고 할 수도 없구요. 인생 계획을 그렇게 잡을 수도 없는 것인데 돌이켜봤더니 그렇게 돼 있더라구요. 그래서 굉장히 럭키한 일들이 인생에서 많이 일어났는데 그 중에 작가로서는 가장 행운의... 2년 주기로 상을 탄 거였던 거 같습니다.
이 : 작가에게 이게 큰 영향이기도 하겠지만, 실질적으로 상금을 받는다는 게 도움이 되기도 하시는 거죠?
김 : 젊은 작가 시절에는 굉장히 큰 도움이 돼죠. 일단 격려를 받는다는 의미가 가장 크구요. 그 격려를 금전적으로 보여주게 되면 젊은 작가들에게는 큰 도움이 돼죠.
이 : 그렇죠. 이야, 김연수 작가님도 그러시구나, 이런 생각이 새삼 들게 됩니다. 자,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를 나누기 앞서서 노래 한 곡 먼저 듣고나서 깊숙히 이야기 나눠 볼 예정인데요, 김연수 작가님은 과연 어떤 노래를 선곡해오실까, 제가 오늘 기대가 엄청 많았거든요. 첫 곡이, 깜짝 놀랐습니다. 이하이를 가지고 오셨어요.
김 : 네.
이 : 허수아비
김 : 네. 허수아비 가져왔습니다.
이 : 이하이 좋아하시는 거죠?
김 : 이하이는 제가 보통 달리기할 때 <춥다>라는 노래를 많이 듣거든요. 에픽하이 노래... 그 노래를 많이 듣는데. 허수아비는 달리기용 음악은 아니고, 감상용 음악으로 듣고 있구요. 뭐랄까, 되게 문학적인 느낌이에요.
이 : 가사가요?
김 : 예. 전체적인 느낌이 굉장히 문학적으로... 제가 문학적이라고 하는 것은 항상 자기 마음을 다른 것에 빗대어 보여줄 때, 문학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직설적으로 얘기하는 것들은 별로 문학적이지 않다... 하다 못해 허수아비다, 이렇게 표현을 해줘야지 제가 이해하기 쉬워요. 이하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정서가 너무 잘 느껴지는거죠.
이 : 이 노래를 가사에 집중해서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연수 작가님이 추천해주신 첫 곡 이하이의 <허수아비> 듣겠습니다.
이하이 <허수아비>
이 : 네, 허수아비 들었습니다. 이하이의 노래였는데요, 진짜 가사에 초집중해서 듣게 되는데, 뭔가 굉장히 촉촉하네요.
김 : 네. 뭐 바로 느껴지는 거죠. 그림이 바로 그려지구요.
이 : 네. 상대가 떠나고 나서 사랑의 쓸쓸한 느낌을 안고 허수아비처럼...
김 : 그 이별한 뒤에는 자기 심정이 어떤지 소개할 때는... 편지를 쓰거나 문자를 할 때는... 이런 식으로 해야 되는 거죠. 내가 지금 벌판에 서 있는 허수아비 같다. 그럼 좀 이해가 잘 되지 않을까.
이 : 박진영씨가 작사, 작곡하셨던데... 라디오 듣다가, 혹시 푸른 밤 들으시면 기분 굉장히 좋을 거 같아요. 한국 최고의 작가가 본인의 작사에 대해 촉촉하다고... 추천하고 이러면... 뿌듯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평상시에 가요 들을 때 가사에 더 신경 쓰시나요.
김 : 아무래도 가사 위주로 많이 듣게 돼죠. 팝송도 가능하면 번역해서 무슨 내용인지 알려고 노력을 하고 있구요.
이 : 번역을 또 많이 하셨잖아요.
김 : 네. 가사를 알게 되면 느껴지는 게 많더라구요. 기본적으로 음을 들으면서 상상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구요. 그 다음에 가사를 번역해보면서 내 상상이 맞는지 이렇게 맞춰보고... 그런 식으로.
이 : 아, 다르구나. 확실히 다르다는 생각이 들구요. 아니 그러면 지금 생각나는 추천해주신 곡 말고, '저 사람, 어떤 뮤지션 가사 참 좋다' 이런 거 떠오르는 거 있으세요? 팝이든 가요든.
김 : 저는요, 그... 김윤아씨 솔로 앨범을 되게 좋아해요. 김윤아씨 솔로 앨범은 되게... 말하자면 사운드트랙 같은 건데요... 영화가 안 된 노래들을 모아놓은 거 같은 느낌이 들어요. 누군가 영화를 만들어줄 거 같은 느낌의... 그래서 듣고 있으면 제가 자꾸 그 노래를 듣고 이야기를 만들려고 노력을 할 때가 많거든요. <야상곡> 같은 것도 그렇구요.
이 : 약간 시각적이죠.
김 : 예. 어떤 사연이 있는 듯한. 앞에 줄거리가 있고 지금 이 상황을 들려주는 듯한 느낌이 들거든요. <비밀의 정원> 같은 경우는 앞에 이야기가 워낙 많을 거 같은 느낌이어서 제가 그거 때문에 자극 받아서 쓴 소설도 있는거죠.
이 : 아, 그래요. 뭐라고 할까요. 뮤지션하고 작가의 일종의... 콜라보레이션도 흥미로울 거 같습니다. 자, 토요일의 심야다방 김연수 작가님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제 김연수 작가님에 대해서 여러가지 것들을 여쭤보려고 하는데요, 제일 먼저 간단히 여쭤볼 것은 본명이 아니시잖아요?
김 : 네
이 : 원래 이름은 ㄴ하고 ㅇ 차이인데... 김영수가 본명이시죠?
김 : 거의 비슷한 이름이어서... 사람들이 왜 그렇게 바꾸었느냐 물어보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이유는 뭐, 제가 고등학교 때부터 필명... 필명이라기보다는 편지 뒤에 멋스럽게 쓰는 한자가 있었어요. 그게 펴질 연(衍)자라는 것인데요, 이 연자는 어디서 발견했냐면 이상의 소설 <실화>라는 곳에 보면 남자 주인공 이름이 연이에요.
이 : 외자군요. 외자.
김 : 예, 연으로만 나와요. 이상 소설에 연자가 많이 나오는데... 그건 펴질 연자를 쓰는 남자 주인공이거든요. 이 남자 주인공은 되게 이상의 분신인데... 좀 안타까운... 여자의 변신술에 정신이 혼란스러워 하는 그런 주인공이에요. 그래서 연애가 잘 안 되는 사람인데... 근데 이 사람의 캐릭터가 너무 마음에 들어가지고... 한자도 마음에 들구요. 그래서 편지 끝에다가 연(衍) 이렇게 해가지고 보내는 거죠. 약간 1980년대 풍이지만.
이 : 무슨 문학의 밤 같은 느낌이...
김 : (웃음) 예. 그래서 엽서에다가 막 휘갈겨 쓰고나서 맨 끝에 '연' 해가지고 보내고...
이 : 음악은 뭐 어디서 <고독한 양치기> 같은 게 나오고...
김 : 그렇게 해서 보내다가... 등단할 때인데... 등단할 때 이름을 어떻게 할까... 라고 생각을 했는데... 왜냐하면 소설 자체가 제가 봤을 때 이게... 아, 이 소설은 당선이 안 될 것이다, 이런 생각이 약간 있었어요. 너무나 장난스럽게 썼기 때문에.
이 : 지금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 얘기하시는 거죠.
김 : 네. 그냥 한 번 내보자 했는데... 이름을 어떻게 할까 하다가... 처음에는 '서태웅'으로 한 번 해볼까 이런 생각이 있었어요.
이 : 서태웅이요? 왜... 서태웅을...
김 : 서태웅이 슬램덩크 주인공이어가지고...
이 : 아~ 네네.
김 : 그때 이름을 닥치는대로 썼거든요. 소설에 나오는 송찬명, 최민식 이런 이름도 있는데... 그때 배우들 이름을 썼구요. 그래서 작가도 서태웅, 이렇게 보내려고 했는데... 그러면 너무... 나중에 혼이 날 거 같은 느낌이 들어서... 차마 그렇게는 못하겠고... 그렇다고 김영수라고 본명을 쓰기는 약간 싫은 거예요. 그래서 영자를 예전에 썼던 연자로 바꾼 거죠. 바꿨는데... 사람들이 이게 무슨 차이가 있는지 많이 물어봤어요. (웃음) 저는 그때 약간 이런 생각이 있었어요. '소설을 계속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이 : 그때는 뭐 대학교 때셨으니까요.
김 : 네, 대학교 3학년, 4학년 때구요. 장래에도 소설을 계속 쓸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있어서... 일단 그럼 이건 내 이름으로 하지 말고 내가 쓰던 필명으로 하자...
이 : 했는데... 그 이후로 4 반세기 (웃음) 20년 넘게...
김 : 제가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소설을 쓸 줄은 정말 몰랐죠.
이 : 진짜 천만다행이네요. 우리가 서태웅이라는 작가를 좋아할 뻔 했잖아요. 큰일날 뻔 했네 진짜. (웃음)
김 : 뭐, 서태웅도 나쁘진 않을 거 같습니다. (웃음)
이 : 아니요. 만약에 이름이 서태웅이었다면 제가 좀 덜 좋아하지 않았을까... 거참 결정적인 순간에 결정 잘하셨습니다. 자, 이제 김연수 작가님께 워낙 질문하고 싶은 게 많다보니까 저희가 질문을 카테고라이즈해서 작품과 무관하게 김연수 작가님이 쓰셨던 작품 제목으로 가져왔습니다. 첫번째 1.원더보이 라고 저희가 붙여봤구요, 원더보이로서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여쭤보기 전에요, 노래 한 곡 또 듣고 싶어서... 다음 곡은 어떤 노래인가요
김 : 다음 곡은 PHISH 라는 밴드의 Waste라는 노래인데요. 피쉬라는 밴드는 되게 오래된 밴드예요 80년대...
이 : 라이브 굉장히 잘하는 밴드 아닌가요
김 : 예. 한 번 들어보시면 알겠지만 약간 60년대 음악 같기도 하구요 향수... 예전 밴드의 향수가 느껴지는 그런 멜로디인데요, 저는 아까 말씀드렸던 르네상스 다방에서 강의를 들을 때 배드핑거라는 그룹의... 그게 첫 강의 시간의 밴드였어요. 이 노래 들으면 배드핑거 생각이 많이 나요. DJ 인혁의 설명에 따르면 그것이 바로 포스트 비틀즈라고 말했거든요. 그 말이 너무 멋있어서 제가 공책에 받아적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곡도 약간 포스트 비틀즈적인 느낌이 많이 납니다.
이 : 배드핑거가 나왔을 때 제2의 비틀즈라는 말도 있었고...
김 : 네, 비틀즈 멤버들이 가명으로 하고 있다는 그런 소문도 있었죠
이 : 자, 그럼 약간 락의 고전적인 느낌이 들어있는 음악으로 골라오셨다고 말씀해주셨는데 먼저 광고 듣고 피쉬의 노래 웨이스트 듣도록 하겠습니다.
PHISH <Waste>
이 : PHISH의 노래 <Waste> 들었습니다. 음악들이 다 서정서정한데요 허수아비도 그렇고
김 : (웃음) 계속 듣다보니까 제가 마음이 고요할 때 들었던 음악이라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드네요.
이 : 센 음악은 안 들으세요? 갱스터 랩을 들으신다던가
김 : 그건 제가 달리기할 때 듣는 음악이 따로 있거든요. 근데 그 노래들은 빼고...아무래도 푸른 밤이니까, 푸른 밤에 맞춰서... 골라왔습니다.
이 : 저희 방송의 특성까지 고려해주셔서 완벽하게 또... DJ 인혁으로부터 다년간 학습 받아왔던... (웃음) 뭐, 강좌비를 내셨으니까 본전 뽑으셔야죠. 자, 이제 원더보이 첫번째 질문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많은 분들이 많이 아시고, 팬들이라면 다 아시겠습니다만 김천 뉴욕제과점의 막내아들... 뉴욕제과점이라 하면 땅값 비싼 데잖아요. 서울도 그렇고.
김 : 아, 그렇죠 예
이 : 김천의 중심이었겠네요?
김 : 네, 김천의 역전앞에 있었습니다. (웃음)
이 : 지방 도시에서는 역전앞이라고 하면 가장 핫한...
김 : 그렇죠. 예. 저는 제가 아스팔트 킨트라고... 아스팔트 어린이다... 왜냐하면 아스팔트가 깔려있었거든요.
이 : 아, 다른 데는 포장이 안 된 도로가 많았지만...
김 : 예를 들면 문태준이 살던 동네라던가..
이 : 거기서 문태준, 김중혁과 선을 그으면서... (웃음)
김 : 비포장이었구요, 김중혁은 뒷골목에 가깝고 (웃음)
이 : 확실히 달랐군요. 김천의 귀족 출신이시라는 얘긴데 (웃음) 상대적으로 풍족하면서 귀여움도 많이 받으시면서... 막내아들이라니까...
김 : 그렇죠. 제가 김천 살 때는 친척집이나 아버지 친구 집에 놀러갈 때는 누구냐고 물어보잖습니까, 그럼 역전 뉴욕제과 막내아들이라고 그렇게 소개하거든요.
이 : 아, 모든 사람들이 알겠네요.
김 : 그때는 잘 몰랐는데 지금 생각하면 너무 만족스러운 소개였던 거예요. 제가 역전 뉴욕제과 막내아들입니다... 저 자신을 소개하는 멘트 중에 그게 가장 최고였던 거 같아요.
이 : 그럼 그때 어린 시절 제과점을 생각하면 빵 냄새가 생각나실 텐데, 어떤 특정한 빵 같은 게 생각나지 않으세요? 많이 드셨을 텐데.
김 : 제가 좋아했던 빵은요... 단팥빵을 아주 좋아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일본말을 많이 썼기 때문에 앙빵이라고 했는데요.. 그 단팥빵이... 갓 나왔을 때 단팥빵이 너무 맛있거든요. 냄새도 너무 좋구요. 저는 가게에 기다리고 있으니까 항상 갓 나온 빵을 받아서 그걸 나중에는 포장지에.. 비닐에 넣어서 포장을 하는데 당연히 제가 시식을.. (웃음) 첫번째로 먹어보고 포장을 하기 시작하는 거죠. 제가 여러가지 빵들을 다 먹어봤는데요, 그 안 질리는 빵은 단팥빵... 최고예요. 지금도 전 좋아해요. 그래서 지나가다 단팥빵 사 먹거든요.
이 : 그래요. 중혁 작가는 옆에 있다가 꽤나 얻어먹었을 거 같은...
김 : 아, 김중혁은... 제가 포장할 때는 좀... 싫으니까... 이제 김중혁을 같이 불러서 포장을 했거든요.
이 : (웃음) 먹으려면 일을 해야지!
김 : 그렇죠. 그럼 당연히 먹는 거는 한, 두개... 제가 제공해줬죠.
이 : 지금 잠깐 말씀드렸습니다만 푸른 밤 인기 게스트시죠 금요일에 나오는 김중혁 작가님, 그 다음 문태준 시인님... 모두 문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시는 분들인데 이 세 분이 김천에서 보통 삼인방이라고 불리는 사이가 됐어요. 지금도 이렇게 많이 거론이 되는데... 처음 만났을 때 문태준, 김중혁 어땠습니까? 초등학교 4학년 때
김 : 아, 초등학교 때 김중혁을 먼저 만났었는데요. 그때 김중혁은, 지금도 키가 큰데 그때도 키가 컸었구요. 그때는 좀 싱거웠어요. (웃음)
이 : 지금도 그래요.
김 : 좀 싱거운 구석이 있어요. 그래서 좀 진국 같은 느낌은 없고 (웃음) 그런데 제가 어쩔 수 없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예전에 <대책없이 해피엔딩>에도 쓴 바가 있는데, 야구 기록을 하는 바람에...
이 : 아, 맞아요.
김 : 예. 야구 기록을 하는데, 계속 하다가 하루를 못했거든요. 그런데 그 빠진 게 너무 안타까운 거죠. 그래서 전교에 수소문을 해봤더니, 야구 기록을 누가 하는가 했더니 6반에 김중혁이라는 애가 한다... 그래서 김중혁을 만나러 갔더니, 김중혁이 뭐, 금품을 요구하고 (웃음) 그렇게 해서 야구 기록을 메꾼 적이 있어요. 아아, 그 반대였던 거 같아요. 김중혁이 저한테 와서 제가 금품을 요구했군요. (웃음) 금품이라는 것은... 기억이 났어요. 콘에 들어간 야구 카드였습니다. 콘을 하나 사면 야구 카드를 하나씩 줬는데...
이 : 아이스콘에 들어가는...
김 : 예, 김중혁 집이 가게를 했었거든요. 식료품점. 그래서 김중혁이 그 카드를 많이 빼돌렸던 거죠. (웃음) 그걸로 저한테 주고 제가 기록지를 줬네요. 반대였어요.
이 : 제과점집 아들과 식료품집 아들이 그렇게 또... 서로 거래를 시작하면서 우정을 시작한...
김 : 예, 그렇게 알게 됐고... 문태준은 이제 우리 중학교 때... 셋 다 중학교 동기동창인데요, 그때만 해도 문태준이 시인이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했구요, 판검사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공부를 워낙 잘했거든요. 중학교 내내 항상 1등을 한 친구구요. 전 그때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DJ 인혁의 강의를 듣고 있는 와중에 있었기 때문에 공부를 좀 등한시했죠.
이 : 그러고보니 그 분만 인혁의 은혜를 못 받으셨네요.
김 : 그렇죠. 그 분은 받을 틈이 없었죠. 그래서 제가 하루는 쟤는 음악도 안 듣고 그러니까 1등을 하는 게 당연하지, 생각하고 그럼 내가 음악을 안 듣고 공부를 해보겠어, 하고 공부를 해봤습니다. 그랬더니 전혀 안되더라구요. (웃음) 압도적인 일이에요.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오래 만날 거라고는 생각 못하구요, 제가 뭐 법적인 조언을 받을 때...
이 : 판검사가 될 거라고 생각하셨으니까.
김 : 네,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었죠. 그런데 어느 날 절 찾아왔더라구요.
이 : 20대 때?
김 : 네 20대 때 찾아와서 자기가 시를 쓰고 있다고... 그때 제가 먼저 등단하고...
이 : 아, 그럼 시인으로 선배이시네요.
김 : 제가 반년 정도 선배입니다.
이 : 소설가로 김중혁 작가의 선배.
김 : 그렇죠.
이 : 시인으로 문태준 시인의 선배.
김 : 예. 제가 다 이끌었다고 봐야... (웃음)
이 : 그렇군요. 자, 삼인방은 전부 다 김연수 작가님이 만드신 걸로... 그렇게 이해하겠습니다. 근데 이과생이셨죠? 대학에서는. 원래.
김 : 고등학교 때 이과였다가...
이 : 근데 대학은 어떻게 영문과를 가신 거예요?
김 : 제가 천문학과에 가려고 했는데요. 어, 뭐, 음... 시험에 떨어진 거죠. (웃음) 떨어져서 그럼 재수를 하려고 했는데... 우여곡절이 좀 있었어요. 재수를 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말하자면 되게 긴 얘기가 있어서... 짧게 말하자면, 천문학과에 가려고 했다가 영문학과에 가게 된 거죠. 그래서... 큰 차이는 없을 거 같다...
이 : 엄청난 차이가 있을 거 같은데...
김 : 뭐, 다 문학과더라구요, 보니까. (웃음)
이 : 그 문 자를 그 문 자로 (웃음)
김 : 천문학은 뭐, 하늘의 문학이고 영문학은 뭐, 영국문학이니까
이 : 땅의 문학... (웃음)
김 : 그래서 뭐 비슷하겠다...생각해서...
이 : 영문과를 갈 때까지만 하더라도 내가 상대적으로 무슨 시인이 되겠다, 소설가가 되겠다, 그런 꿈이 확고히 있지는 않았겠네요.
김 : 전혀 없었구요, 영문과 갈 때는 번역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책을 읽는 것은 좋아했기 때문에 번역을 하게 되면 책을 읽으면서 돈을 벌 수 있는 그런 직업이더라구요.
이 : 책도 읽는데다가 돈까지 준다...
김 : 책을 읽고 돈을 받고... 그런 직업이어서 아, 그럼 번역가가 되어야겠다, 라고 생각하고 영문과에 가려고 했죠.
이 : 그랬군요. 그럼 여기서 두번째 파트로 넘어가겠습니다. 청춘의 문장들, 20대에 써내려 간 글들 이라는 부제를 붙여서 질문을 드리려고 하는데요. 여기서 노래 한 곡을 또 들어아죠. Belle & Sebastian 좋아하시는... 또 감성감성한 노래를...
김 : (웃음) 체임버 팝이라고 하잖아요. 제가 이 그룹의 노래는 다 좋아해요. 정말 히트한 곡, 안 히트한 곡, 모든 곡을 다 좋아합니다.
이 : 틀어놓고 글 쓰면 글도 잘 써질 거 같은 그런 음악이죠.
김 : 예 듣고 있으면 이렇게 몽글몽글, 해피해피, 포근포근 (웃음) 뭐 그런 느낌들이 다 베어나는 곡들이구요. 지금 소개하는 곡은 <Your Secrets>라는 곡이지만, 제가 또 좋아하는 곡이... 아, 죄송합니다. 제가 40대가 지나면서 (웃음) 고유명사가 잘... 아, <Beautiful>이라는 곡이 있습니다. 이 친구들이 관악기를 잘 써요. 저는 관악기 소리 듣는 게 너무 좋거든요. 드럼 소리와 함께 들리는 관악기 소리가...
이 : 약간 향수 어린 느낌이 있죠.
김 : 예. 진짜 향수죠. 뱃고동 같기도 하구요. 그래서 이 그룹은 제가 정말정말 좋아하는 그룹입니다.
이 : 진짜 감정적으로도 무겁지 않아서 저도 작업할 때 벨 앤 세바스찬 틀어놓으면 참 좋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곡 듣고 와서 20대 등단 시절 이야기, 질문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Belle & Sebastian <Your Secrets>
이 : 네. 김연수 작가님과 함께 깊은 이야기들, 즐거운 이야기들 나누고 있습니다. 얘기하는데 계속 단팥빵 먹고 싶어가지고 저는... (웃음) 대학교 3학년 때 작가세계 <강화에 대하여>라는 시를 통해서 처음 시인으로 등단하신 건데요. 제가 사실 이 시를 최근 다시 읽어봤습니다. 부피는 있지만 질량은 없는 것에 대하여, 이런 구절 같은 것이 생각나고... 무엇보다 그 시의 마지막 끝이 세계의 끝, 이렇게 끝나지 않습니까. 그런데 나중에 또 굉장히 김연수 작가님의...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 <세계의 끝 여자친구> 라는 책이 있잖아요. 세계의 끝이라는 것에 대해 처음부터 굉장히 사로잡히셨던 부분이 있었던 거 같아요.
김 : 그렇더라구요. 저도 그때 시를 쓸 때 강화도에 놀러갔다가 강화도의 모든 쓰레기를 하차하는 곳이 있었어요. 거기 바다 옆에, 바로 옆에 계속 쓰레기를 버리고 있더라구요. 거기를 어떻게 길을 잘못 들어서 보게 됐는데 그때만 해도 느낌이 거의 막다른 곳까지 온 거 같다, 라는 느낌이 들었고 시적으로 봐서 나의 젊음도 이렇게, 여기까지 온 거 같다, 이런 감정이입도 하고... 하늘하고 세계의 끝이라는 것에 매료가 됐었는데. 나중에 제가 문학을 계속 하면서... 문학을 하는 나의 목표가 어디인가, 라고 자문을 했을 때 제가 아는 어떤 인식이 있고 그 너머가 제가 알지 못하는 어떤 공간, 미지의 공간이 있는데 제가 누군가에 대해서 쓰려면 제가 알고 있는 인식의 끝까지 가서 거길 넘어가야 한다, 라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된 거죠. 그래서 끝이라는 것에 계속 집착을 하게 된 거예요. 제가 알고 있는 것은 관심이 없고 내가 알고 있는 것의 끝이 어디인가, 그리고 그 너머에는 뭐가 있는가, 이거에 대한 관심을 계속 가졌구요. 그랬는데 공교롭게도 제일 처음 썼던 시와 연결이 되는 거죠.
이 : 어떻게 보면 작가는 그렇게 세계의 끝을 탐구하는 예술가들이다, 이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김 : 예. 저는 작가라는 것은, 예전에도 썼지만 국경수비대가 아니고 다 월경하는 사람들이다.
이 : 아아, 국경을 넘어가는 사람들이다...
김 : 예.
이 : 그렇게 시인으로 먼저 등단하셨는데, 사실 우리나라에 이렇게 소설가로 유명하신 분들이 시인으로 등단하신 분들이 많잖아요. 성석제 작가도 있고...
김 : 예. 한강씨도 그렇구요. 윤후명 선생님도 그렇고...
이 : 그런 분들이 이제 다 문체가 굉장히 훌륭하신 분들이기도 한데... 어찌 됐든 시인으로 등단하셨는데 바로 다음 해인가요, 소설로 또 이렇게 작가세계상을 받으면서 그 이후로는 지금 소설가가 되신 거잖아요. 그 전환은 어떻게 이루어진 건가요.
김 : 아, 그때는... 저는 사실 20대의 인간들이라는 것은... 뭐랄까, 미결정된 인간들이라고 보거든요. 제가 작가로서 20대에 했던 것들은 시도 쓰구요, 소설도 쓰고, 평론도 썼어요. 그래서 아, 저는 항상 그런 생각을 하는데... 20대는 뭐든지 다 될 수 있는 나이. 뭐든지 다 할 수 있어요. 그런데 무엇도 안 되는 나이... (웃음) 결정적으로 안 되는 거죠.
이 : 아까 이야기 한 부피는 있는데 질량은 없는 나이...
김 : 맞습니다 (웃음) 그래서 이제 저도 마찬가지로 뭐 시도 쓰고 소설도 쓸 수 있었던 사람이었구요. 그 뒤에 제가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한 건 30대부터구요. 그때는 제가 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고... 나는 소설을 쓰는 사람이구나, 하면서 시는 점점 멀어지게 된 거죠.
이 : 그럼 왜 나는 시인이 아니고 소설가다, 라고 생각하시게 됐어요?
김 : 아, 제가 소설을 쓰면서 알게 된 게... 저는 반복 작업을 되게 좋아하더라구요. 썼던 문장을 다시 쓰고, 또 다시 쓰고, 그래서 조금씩조금씩 개선해 나가는 걸 굉장히 좋아해요. 김중혁처럼 이렇게 덩치 큰 사람이 하면 웃긴데요, 책상에 웅크리고 앉아서 계속 이걸 다듬는 거죠. 썼던 걸 고치고, 썼던 걸 고치고. 그러면서 개선이 조금씩조금씩 되는 걸, 그걸 제가 아주 즐기고 아주 거기에 쾌감을 느끼구요, 심지어. 그래서 이건 소설적인 인간이다 라는 거죠. 시인들은 이제 좀.. 약간... 일필휘지에 가깝습니다.
이 : 그런 느낌이 있죠.
김 : 예. 일단 확 써버리고나서 거기서 조금의 가감은 있지만, 일단 큰 틀은 바꾸지 않거든요. 저희는 계속 바꿉니다.
이 : 저는 이런 쪽으로는 창작을 해본 적이 없지만, 항상 궁금한 것 중에 하나가 상대적으로 시인은 약간 불성실해도 되는 거 같은데... 소설가는 불성실하면 소설가라는 직업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거 같아요.
김 : 예... 그걸 저는 이렇게 설명하는데요, 시인들은 서사를 모르... 모른다기보다 서사와 거리가 먼... 서정이라던지 이런 것이기 때문에 논리적인 부분보다는 직관적인 부분이 강한 거구요. 바로 팍 치고 들어가거나, 지금 이 순간에 해야 할 일을 그냥 팍 하고 마는 거죠. 그런데 소설가들은 서사가 되게 강해요. 오늘 지금 여기서 술 먹고 뻗으면 내일 아침에 원고 마감이 안 된다(웃음) 원인과 결과를 너무 잘 알고 있거든요. 그래서 원고 마감이 안 되면 내가 굉장히 괴로운 상황이 생긴다, 그런 게... 서사에 강하기 때문에... 주춤합니다. 바로 확 저지르질 못하고 주춤, 주춤하는 게 있습니다. 많은 경우를 봤어요.
이 : 시인들은 술자리에서 끝까지 가는데 소설가는 신데렐라처럼 중간에 도망갑니다.
김 : 새벽이 되면 보통 시인들만 다 앉아있습니다.
이 : 그렇더라구요. 네... 아, 그게 또 그런 이유와 관련이 있군요. 어쨌건 지금 스물다섯 살 때 장편소설을 내고 문학상을 받으면서 등단하셨는데 그때 소설 지금 다시 보면 어떤 느낌이 드세요?
김 : 뭐, 왜 이렇게... 조경이 제대로 안 된 나무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 : 반면에 오, 내가 진짜 처음부터 굉장한 부분이 있었구나, 이런 생각은 있지 않으세요?
김 : 아, 그때는요, 에너지가 엄청 강한 거죠. 그러니까 조경이 안 됐다는 말은 빨리 크니까 뭐 다듬고 할 틈이 없는 거죠. 정말 에너지가 강했습니다, 그때.
이 : 써야 할 말은 많고 쓰고 싶은 욕망도 충만하고... 다듬기보다는 뻗어나가는...
김 : 거의 뭐, 하루에 한 80매 정도 썼어요. 계속.
이 : 이야 80매면 엄청난 건데... 짧은 단편 하나씩 썼다는 거잖아요.
김 : 그런 셈이죠. 김중혁은 저보고 기계라고 그랬거든요. 타이피스트죠. 뭘 쓰는지도 모르고 막 쓰는 거예요.
이 : 네... 뭘 쓰는지도 모르고 막 문학상 받고 (웃음)
김 : (웃음) 아, 말을 잘못했습니다 (웃음)
이 : 하아, 역시~ 어려서부터 단팥빵 충분히 먹으면서 풍족하게 자라신 분은 다르지 않은가, 이런 생각이 드네요. (웃음) 자, 그러면 이렇게 해서 노래 한 곡 듣고... 이야기가 너무 넘쳐서 2부를 마치고 3부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3부에서도 계속 남아주셔야 합니다. 여쭤보고 싶은 게 많아서요. Snow Patrol 노래 골라왔는데, 이 노래도 라디오에서 굉장히 많이 나오기도 하고...
김 : 이 노래는 제가 언젠가 죽변항에 간 적이 있는데요, 죽변항에서... 겨울이었어요. 갈매기들이 이렇게 많이 있더라구요. 배가 들어오니까 갈매기들이 날아들어서... 고기를 달라는 거죠. 막 몰려드는데... 한 마리는 안 날라오고 계속 거기 서 있더라구요. 보니까 예술가 같은 느낌이 들더라구요. 저 갈매기는 예술가 성향이 좀 있구나...
이 : 갈매기는 조나단 아니예요?
김 : (웃음) 그래서 어느 무리나 저렇게 돈 벌 생각을 안 하고 저런... 존재가 있구나, 생각했어요. 그렇게 해서 돌아오는 길에 들었던 음악입니다. (웃음) 무슨 내용인지... (웃음)
이 : 그렇게 또 매칭이 되는군요. 자, 지금 말씀해주신 Snow Patrol의 <Run>을 들으려고 했는데 시간이 또 이렇게... 2부가 다 끝나서 3부의 첫 곡으로 들으면서 시작해보겠습니다.
Snow Patrol <Run>
이 : 자, 이 노래 들으니까 어떤 풍경이 떠오르신다고...
김 : 네. 저는 이 노래만 들으면 어떤... 사람이 차가운 바람을 맞으면서 바람 속... 바람 쪽으로 이렇게 걸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템포가... 정상 템포로 가는데 걸어가는 발걸음 같은 느낌이죠. 이 사람이 어디로 뭘하러 가는 건지는 잘 알 순 없지만...
이 : 멋있네요... 입에는 단팥빵 물고 있고...
김 : 네... 사람이 아니고 갈매기일 수도 있어요.
이 : 그럼 또... 갈매기 조나단인데요... 자, 3부이기도 하고 세번째 챕터로 넘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에는 또 다른 소설이죠 <내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여기서 제목을 따와서... 사실은 데뷔를, 어떻게 보면 화려하게 하신 거잖아요. 문학상을 받으면서... 들어왔으니까. 그 이후에 20대 상당한 시간을, 다른 여러가지 직업들을... 기자 하신 적도 있고, 인터넷 서점 직원하신 적도 있고, 평론도 하셨잖아요. 평론은 심지어 음악 평론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또 번역도 하시고. 이 일들을 생각해보시면 어떠세요. 그런 일들을 다양하게 하셨던 시절...
김 : 아무래도 젊었을 때 이것저것 많이 하면서 돈을 벌었던 거 같습니다.
이 : 이 중에서 제일 적성에 안 맞았던 일은 뭔가요?
김 : 아니요... 저는 다 좋았어요. 뭐 하나 나쁠 게 없이... 정말 다 좋았던 일들입니다.
이 : 음악 평론은 그럼 팝을 하셨습니까? 아니면...
김 : 평론은 가요를 했습니다.
이 : 아, 그러셨군요. 그 당시에 굉장히 극찬을 했던 가요는 어떤 게 있을까요.
김 : 그... 이적이 하던... 패닉, 패닉을 아주 극찬했구요. 그 다음에 윤도현도 아주 극찬을 했어요. 윤도현은 데뷔 때부터 같이 알기 시작해서 그 친구... 그 분께서 방위병을 했거든요. 첫 앨범 낼 때가 방위였어요.
이 : 공수부대 나왔을 거 같은데... 음악으로 보면.
김 : 그 분은 방위병인데... 방위병 중에 PX에서 단팥빵 팔던 (웃음)
이 : (웃음) 또 단팥빵!
김 : 처음 만나서... 그때는 자주 만나고 그랬죠. 나이도 비슷해서...
이 : 재밌네요. 이런 얘기들. 어디서 못 들어본 거 같은... 사실 김연수 작가님은 저는 첫 소설이 나왔던 94년도부터 소설을 읽었기 때문에 김연수 작가님을 독자로서 알게 된 게 20년이 넘었습니다. 저는 그래서 왠만한 이야기는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데도 오늘 처음 듣는 이야기들이 있는 걸 보면... 재밌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다가 결국 그 20대에 다양한 직업을 하시다가... 아, 작가로 먹고 살 수 있겠구나, 또는 아, 내 직업은 소설가구나, 이렇게 느끼게 해 준 어떤 분기점에 해당하는 작품이 있다면요?
김 : 그건 아무래도 지금 이 코너의 제목과 같은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을 쓰고나서 부터였던 거 같아요.
이 : 그게 몇년도죠?
김 : 그게 2007년에 나왔습니다.
이 : 그럼 그 전까지는 그런 생각 안 하셨어요?
김 : 그 전까지는 이제 뭐... 실험... 나 자신이 여기에 어울리는지 안 어울리는지를 계속 실험해보는 그런 길 위에 있었던 거 같아요. 그런데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은 제가 등단할 때 쓰고 싶었던 소설이거든요. 그걸 어떻게 써야 할지를... 20대니까 잘 모르는 거죠. 그래서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라는 소설이 나왔구요. 제가 원하는 만큼 못 썼어요. 데뷔작이지만. 그걸 다시, 이제 실력도 많이 나아졌고 여러가지 세상 보는 눈도 나아졌고 했으니까 다시 한 번 그걸 다뤄보자, 해서 쓴 게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이구요. 그걸 쓰고나서는 굉장히 큰, 작가로서의 경험할 수 있는 어떤, 체험 같은 거... 그게 뭐냐하면... 제가 소설을 썼는데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저보다 좀 더 나은 거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 경험을 처음 해본 거죠.
이 : 그건 정말 뿌듯한 경험인 거 같은데요.
김 : 네. 아, 작가가 소설을 쓰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소설이 제 손을 빌어서 자기를 쓰는 것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으니까요.
이 : 네. 그분이 오셔서 나는 잠시 손을 빌려줄 뿐... 그런 경험은 참 신기하다, 작가분들이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시는데 들을 때마다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근데 이제 김연수 작가님은 번역가로도, 요즘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 같은 것도 번역하셨잖아요. 저는 사실 김연수 작가님의 오랜 팬이자, 독자로서 그 번역하시는 거 자체가 굉장히 귀한 경험이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어떤 생각이 드냐면... 아니, 왜 번역을 하세요 그 시간에 소설 한 권을 더 쓰시지, 이런 마음이 있어요. 독자 입장에서. 어떠신가요. 왜 그 귀한 시간 금쪽 같은 시간에... 물론 번역도 가치 있지만...
김 : 말씀드린대로 제가 처음에, 30대 중반 정도까지는 제 자신이 어떤 종류의 사람인지, 어떤 종류의 소설가인지, 이걸 실험해보는 과정이었구요. 그 과정 중에는 다른 사람의 책을 읽기도 하고, 번역도 할 수 있는가... 계속 타진을 해봤던 거구요. 지금은 제가 번역을 하질 못하고 있어요. 할려면 할 수 있겠는데 시간 자체가 제가 쓰는 소설에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안 한지가 좀 됐습니다.
이 : 죄송하지만 앞으로 안 하시는 걸로... (웃음) 왜냐하면 소설을 빨리 보고 싶은데 지금... 장편소설은 나온지 5년 됐고, 단편은 4년 됐어요. 제가 마치 무슨 채권자처럼 채근을 하고 있습니다. 너무 제가 다음 소설을 보고 싶어서요. 자, 이렇게 해서 노래 한 곡을 또 듣도록 하겠습니다. 추천한 노래들이 참 다양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전 이거 처음 듣는데요, Copeland요?
김 : 저도 최근에 알게 된 밴드인데요. 한 번 해산했다가 최근에 앨범을 냈나봐요. 오늘 제가 가져온 곡은 데뷔 앨범에 있는 곡인데요. Brightest 구요. 데뷔 앨범이 메디컬 스위... 인가 그런 데뷔 앨범인데. 노래를 안 들어본 밴드여서 처음부터 들어봤는데 좋더라구요. 그래서 요즘 많이 듣고 있는 밴드입니다.
Copeland <Brightest>
이 : Copeland의 노래 <Brightest> 들었습니다. 오늘 들은 네 곡이 다 마음을 이렇게 정화시켜주는 거 같은... 그동안 내가 메말랐었구나, 라는 걸 느끼게 해주는 촉촉한 곡들이었습니다. 자, 이제 마지막 꼭지입니다. 에세이집이죠 <소설가의 일>이라는 제목을 가져와서 역시 그 부분에 대해서, 일상에 대해서 좀 여쭤보고 싶은데요. 사실 소설 한 권을 쓰려면, 이거 자체가 엄청난 정신적 노동이기도 하고 , 육체적인 노동이기도 하잖습니까. 그래서 운동 같은 것도 굉장히 신경 쓰시는 거 같은데, 달리기 같은. 어떠신가요.
김 : 예. 달리기하는 거 좋아하구요. 정말, 정말 좋아하거든요.
이 : 달리기라면 어느 정도의 달리기인가요. 예를 들어서 마라톤...
김 : 항상 대회를 염두해두고 계획을 세우는 거죠.
이 : 마라톤 대회를요?
김 : 네. 마라톤 대회 기점을 잡아서... 봄 대회 있고, 가을 대회 있으니까. 봄 대회를 잡고 4개월 정도 하거든요. 그래서 이제 순차적으로 계속 km수를 늘려나가는 게 있고.
이 : 완전 마라톤 선수네요.
김 : 요즘에는 앱이 좋기 때문에 계획을 다 짜줍니다. 하라는대로 달리기만 하면 되는 건데요.
이 : 그게 힘들죠 뭐 (웃음) 계획 짜는 게 뭐, 계획은 저도 짭니다 (웃음)
김 : 그래서 이제 그 계획대로 하면, 마지막에는 한 37km 뛰어요. 그렇기 때문에 훈련이 37km까지 뛴다고 하면, 대회 나가서는 완주를 할 수 있는 거죠. 그렇게 하는데... 저희가 지금 너무너무 불행한 나라에 살게 됐어요. 몇년전부터. 이 미세먼지가... 온 뒤부터는. 지금 어떤 상황이냐하면 일년에 250일 정도 비가 온다고 생각하면 돼요. 비가 오면 달리기를 못하거든요. 비 오는 날 빼고 비 안 내리는 날 찾아보고 그날 밀린 연습을 해야 하는 거죠. 미세먼지가 거의 매우 나쁨으로 나오면, 달리기를 할 수가 없는 거죠. 한다고 해도 이게 정신적으로 상당히 괴롭습니다. 내가 왜 지금 이걸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그런 상황이어서... 저는 지금 그게 가장 큰 불만이에요. 서울에 살고 있는 거 자체가. 너무 불만이에요.
이 : 마라토너로서 전지 훈련하셔야겠어요.
김 : 네. 그럴 순 없구요 또... (웃음)
이 : 그렇다면 풀코스는 몇 번이나 완주하셨나요?
김 : 풀코스는 네 번 정도 했습니다.
이 : 그 중에서 가장 좋은 기록은... 기록이 중요한 건 아니지만
김 : 기록은 뭐 그냥... 4시간 정도입니다.
이 : 4시간도 진짜 엄청난데... 100미터를 한 34~5초에 뛰는 거 아닌가요?
김 : 계산이 굉장히 빠르시네요 (웃음) 38초 정도 뛰는 건데요. 4시간은 의미가 뭐냐하면 4시간 동안 걷지 않았다, 라는 겁니다. 걷게 되면 4시간 반 정도 되는 거구요. 누가 4시간 뛴다고 하면 아, 걷진 않았구나... 하는 거죠.
이 : 놀랍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사실, 그런 이야기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 하루키하고 김연수 작가님을 비교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타고난 성실함,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고 지나가는 날이 없고, 또 두 분 다 달리기를 좋아하고, 그리고 둘 다 약간 영원한 청년 작가라는 느낌이 있어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두 작가를 비교하기도 하는데 이런 비교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 : 저는 하루키를 보고 이 사람은 처음... 새로운 장을 열었다, 라고 본 게 있어요. 그게 뭐냐하면 작가의 라이프스타일이거든요. 보통 저도 대학교 때부터 글을 써왔지만, 제가 글을 쓰고 배울 때만 해도 이상 같은 사람들이 작가를 한다고 알고 있었어요.
이 : 콜록콜록, 무명천에 피 묻히고..
김 : 네, 폐병 걸리고... 자유연애하고, 완전히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살아간다... 뭐, 헤밍웨이 이런 사람들도 그런 스타일에 가깝고... 그런데 이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 같은 유형은 이전에 거의 없었던 유형의 작가거든요. 예전에 비해서 재미가 없는 쪽에 가까운 거죠. 제가 아까 말씀드린대로 저한테 소설이 왜 왔느냐라고 봤을 때 계속 앉아서 고치는 걸 좋아한다, 라는 게 있었는데 이게 계속 반복적인, 루틴한 일이라는 거죠. 지금까지 모든 소설가들이 그렇게 행동을 해왔는데, 그건 잘 알려진 바가 없었던 거예요. 그런데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기 라이프스타일을 계속 강조하고 수필에 쓰니까 비로소 그게 알려지게 된 것이다, 라고 생각한 거죠. 어떤 소설가도 그렇게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살면서 소설 마감을 할 수가 없어요. 그건 헤밍웨이도 마찬가지거든요. 우리가 헤밍웨이 알기로는 완전 술만 마시고, 낚시만 하고 이랬을 줄 알았는데, 이제 알려진 바에 따르면 헤밍웨이도 40분씩 고쳤다, 이런 것들이 이제 부각이 되는 거죠. 그러니까 하루키가 한 게 뭐냐하면 작가의 라이프스타일을 공공연하게 드러낸 것에 가깝구요. 그런 점에서 저는 동일하죠. 그런데 대부분의 소설가들은 그렇게 살고 있다고 저는 생각해요.
이 : 아, 그렇군요. 다만 난 안 그런 척...
김 : 그럴 수도 있죠. (웃음)
이 : 원래 그렇잖아요. 집에 가서는 코피 나게 공부하면서 마치 공부 하나도 안 하는 것처럼 하고 기말고사 치고... 그리고 전교 1등. 이런 친구들 있잖아요.
김 : 그렇죠...
이 : 문태준씨가 그렇진 않았죠. (웃음)
김 : 문태준은... 네... 문태준은 좀 그런 거 같습니다.
이 : 자, 이제 마지막으로 질문 두가지만 드리고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소설가이시면서, 이제는 확고히 위치가 있으시니까... 후배들을 보시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어떤 후배 작가들 보면서 아, 이 작가 참... 하면서 기대하시는 작가들이 있다면.
김 : 저는 소설이라는 게, 점점 생각이 많이 바뀌어오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이야기다, 라고 보구요. 어떤 이야기를 통해서 독자와 매개를 한다. 감정을 나눈다고 보기 때문에 서사성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죠.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요즘은... 요즘 젊은 작가들 보면...그 중에서도... 예전에도 소개했지만... 그... (웃음) 죄송합니다. 네, 김금희씨를... 소설을 좋아하고, 최은영 작가도 좋아합니다. 그런 식의 서사가 강한 소설을...
이 : 약간 전통적인...
김 : 네. 거기에 제가 약간...
이 : 자, 마지막 질문은 제가 아까 채권자처럼, 좋아한다는 미명 하에 밀어붙이기도 했는데... 정말로 신작을 언제 볼 수 있는 건가요.
김 : 아, 진짜 제가 어마어마한... 필생의...
이 : 너무 마라톤 많이 하신 거 같아요.
김 : 필생의 대작을 쓰고 있나봐요. 지금 이 작품을 쓰겠다고 마음 먹은 지가 10년도 넘고, 한... 2000년에 이 소설을 쓰겠다고 생각해가지고...
이 : 가제가 어떻게...
김 : 가제는 <바다 쪽으로 세 걸음> 인데요. 아, 10년 걸릴 줄 알았는데 거의 20년 가까이 되고 있는 거죠.
이 : 바다 쪽으로 한 3만 걸음 오셨군요.
김 : 네. 3만도 넘은 거 같습니다. 그래서 이 소설을 다 끝낼 때가 된 거 같아서 이제... 곧 끝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 : 김연수 작가님이 두 권짜리 소설을 내신 적이 한 번도 없는데, 그 양으로나 묵혀온 시간으로나, 진짜 굉장히 기대되는 소설이네요. 빨리 마무리하셨으면 좋겠구요.
김 : 알겠습니다...
이 : 무엇보다 이 이동진의 푸른 밤에 나와서 이렇게 풍성한 이야기 들려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오늘 1시간 어떠셨어요? 편하셨습니까?
김 : 예.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시간이 너무 빨리 가네요. (웃음)
이 : 그렇죠~ (웃음)
김 : 언제 이렇게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네요. 별로 말도 많이 못했는데...
이 : 토요일, 일요일 나오신 게스트 중에 가장 길게 저희가 시간을 드렸습니다.
김 : 아, 그렇습니까. 죄송합니다. 예.
이 : 아뇨, 아뇨. 저희 너무 감사해서 그렇구요. 마지막 곡으로는 이제... 나는 이렇게 순정순정한 것만은 아니다, 하며 골라오신 거 같아요. Kelly Clarkson을 골라오셨습니다.
김 : 워낙 달리기할 때 좋아하는 가수구요. 듣고 있으면 뭐랄까, 항상 심장과 같이 움직이는 노래라고 생각합니다.
이 : 그렇죠. 막 힘이 되는 느낌이 있죠. <My Life Would Suck Without You> 들으면서 작가님 보내드록 하겠습니다. 오늘 너무 감사했구요. 다음에 탈고하시면 한 번 나오시는는 걸로.
김 : 네. 반가웠습니다.
이 : 네. 고맙습니다.
Kelly Clarkson <My Life Would Suck Without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