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대구에 있는 소규모 출판사 '사월의 눈'에서 사진소설이라는 다소 독특한 형식으로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라는 책이 나왔다. 홍진훤 사진 연작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세월호를 타고 수학여행을 떠난 단원고 학생들의 수학여행 일정표에 나와있는 장소를 작가가 직접 찾아다니며 기록한 작업)와 김연수 작가가 2014년 문학동네 겨울호에 발표한 단편소설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를 묶어 한 책으로 만든 것이다. 두 개의 각각 다른 작품은 모두 '세월호 사건'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내포하고 있다.
통의동에 있는 보안책방에서 한권서점 (한 권의 책에 대해서만 다룬다!) 연계 전시 행사에 다녀왔다. 이번 한권서점의 책이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로 선정되었다. 보안여관 건물에서는 [주석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라는 전시 (6월 15일부터 7월 23일까지) 가 열리고, 오늘은 전시 관련 기획 행사로 옆 건물 지하 보안책방에서 작가와의 대화, 가수 시와의 공연, 낭독 공연 등을 볼 수 있었다.
<저녁이면 마냥 걸었다> 낭독 일부
오프닝 후 김연수 작가는 가장 최근에 발표한 단편 <저녁이면 마냥 걸었다>를 낭독했고, 홍진훤 작가는 이번 사진집이 나오기까지 쓴 작업일지를 자신의 사진 배경 앞에서 읽었다. (냇물?에 벚꽃잎이 떨어져 흐르는 영상과 함께 사진들이 떠올랐는데 작업일지가 다소 시니컬했던 탓일까 너무너무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
독자 질문 한 가지
독자 : 저는 김연수 작가님의 단편과 에세이를 좋아하는 독자인데요, 저는 이번에 책을 보면서 5년 전에 쓰셨던 '용산 참사'와 관련된 소설 '당신들 모두 서른 살이 됐을 때'를 떠올렸어요. 그때도 '용산 참사'를 기억하는 글이라고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됐고, 그게 어떤 사랑... 연애를 하는 상대방과의 대화를 통해서 이루어진 형식을 띄고 있어서... 이번에도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게 맞는지, 이번 소설도 그렇고 두 작품이 닮아 있다고 저는 느꼈는데 작가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또 '당신들 모두...' 의 '나'와 이번 책에 나온 '희진'은 두 사람 모두 30대 여성이라는 점도 좀 궁금했었구요. 그리고 이번 소설의 배경이 왜 네덜란드와 일본이었는지도 궁금합니다.
김 : 사실은 이번 소설과 '당신들 모두 서른 살이 됐을 때'는 개인적으로 좀 차이가 있어요. 왜냐하면 제안을 받았을 때도 생각했는데... 이 소설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걸 책으로 내자고 하셨을 때, 책으로 낼 수 있을까 생각했었어요. 일단 2014년 겨울쯤에 글을 쓰긴 썼고, 발표는 됐는데 그 뒤에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었거든요. 아마 책으로 낸다면 많이 고쳐서 내야 할 거 같습니다, 라고 말씀드렸어요. 그런데 제가 이걸 책으로 내면서 작년 겨울에 다시 읽어본 거죠. 읽어보니까 아, 다른 식의 의미가 있구나 라는 걸 발견해서 이건 책으로 낼 수 있겠습니다, 말씀드렸어요. 사실은 '당신들 모두...'는 쓸 수 있었던 소설이었어요. 제가. 그래서 쓰긴 썼는데 직접적으로 쓰긴 어려울 테니 주인공들을 내세우고... 연계되어 있다, 이 주제로 쓰겠다 했었구요. 그 소설 (당신들 모두..) 쓰고 나서는 그런 생각을 가졌던 적이 없어요. 그런데 이 소설(다만 한 사람...)은 쓸 수 없는 소설이라고 생각했어요. 쓰면 안 된다, 까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쓰면 안 되지만... 어쨌든 써야 한다는... 그런 이중적인 마음이 존재했어요. 그래서 겨우겨우 썼구요. 지금도, 아직도 약간 큰 차이는 있는데... 새롭게 발견한 건 이것이었어요. 결국엔 제가 생각한 문학과 다른 형태의 문학일 수는 있겠다..라는. 그냥 기록을 하는 문학일 수도 있겠다... 라는 그런 가능성을 발견하는 차이가 있었어요.
외국이라는 설정은... 이게 모두에게 잊혀진 기억을 찾아간 것들이구요. 두 사람이 그 일에 대해서 다 잊고 지내야 하고, 두 사람은 연결이 안 돼있어야 하는데, 이 두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사람이 전혀 모르는 제 3의 인물이다, 라는 설정이었어요. 전혀 모르는 사람이 우리에 대해서 끈질기게 계속 기억하고 있다, 이 두 사람에 대해서 기억하고 있다. 그러면 둘은 끈이 끊어졌다고 생각했는데 누군가, 후쿠다씨라는 사람이 나타나서 자기는 기억하고 있다, 그 시절에 대해서... 그런데 둘은 기억 못해요. 자기들이 어떻게 행동했는지. 간단한 기억만 있고. 그런 설정을 하기 위해서 굉장히 멀리 갔던 것이구요.
그 뒤에... 지금도 계속 쓰는데... 제가 언제까지 세월호와 관련된 글을 쓰게 될지 모르겠어요. 어쨌든 쓰다가 나오게 되면 쓸 수 밖에 없겠는데요. 가면 갈수록 조금씩 달라진다는 생각이 들어요.
준비된 모든 순서가 끝났다.
홍진훤 작가에게도 사인을 받으러 갔다. 질문 시간에 다른 사람들 앞에서 물어보기에는 너무나도 사소하고 하잘것 없는 질문 하나가 있어서; 작가에게 직접 조심스레 물어봤다. "이번 책에 실린 사진에 사람은 한 명도 안 찍혔는데, 제주도에 그렇게 사람이 없는 곳이 있나요?" "아뇨, 사람 엄청 많죠." "그럼 어떻게...?" "사람들이 다 빠질 때까지 기다렸죠." "와, 역시 엄청난 공이 든 작품들이었군요. 기다림의 미학이..." 홍진훤 작가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